2009년 8월 1일 토요일

미디어법 궁금증 Q&A

한나라당이 날치기한 방송법과 신문법 등 미디어 관련법의 실체에 대한 시민들의 궁금증을 풀어본다.

Q : 방송 채널이 많아지면 여론 다양성도 보장되고 채널 선택권도 늘어나는 것 아닌가.
A : “건강한 식생활에 중요한 것은 여러 종류의 음식 그릇(채널)이 아니라 다양한 영양분의 음식(콘텐츠) 섭취가 아닐까. 문제는 채널의 수가 아니라 채널을 통해 접할 수 있는 보도 내용의 다양성이다. 신문시장을 과점하고 권력과도 가까운 조·중·동이 지상파나 종합편성채널에 진출, 아침 신문의 논조를 저녁 9시 ‘조선방송’ ‘중앙방송’ ‘동아방송’의 뉴스 프로그램에 똑같이 내보내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사업자들의 입장이 아니라 시청자들의 입장에선 채널 선택권이 오히려 줄어드는 결과가 되는 셈이다.”


Q : 신문과 대기업의 지상파 소유지분을 10%로 제한한 것은 상당한 여론독과점 방지 장치 아닌가.
A : “지상파에 대한 영향력 행사는 10%면 충분하다. 개별 신문사·기업 차원에서 보지 말고 보수 족벌신문과 재벌이 공동의 이해관계를 위해 같은 목소리를 내온 사례들을 떠올려보자. 사실상 ‘초록은 동색’이다. 지상파 지분을 인수하려면 수천억원대의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친여·친재벌 신문들과 대기업들이 짝짓기해서 지상파 지분을 나눠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과 현대 등 대기업은 자본에, 친여 신문들은 콘텐츠 제공에 주력하는 방식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방송사를 좌지우지하면 된다. 이미 조·중·동과 전경련은 오래전부터 신·방 겸영 허용 등에서 한몸인 양 공조를 과시해왔다.”


Q : 구독률 20% 이상인 신문사에 방송시장 진입을 금지한 것은 너무 심한 규제인 것 같은데.
A : “한국언론재단이 지난해 조사한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조·중·동의 구독률은 각각 11.9%, 9.1%, 6.6%였다. 경부고속도로에서 과속 단속을 한다면서 시속 140, 150㎞는 내버려두고 300㎞ 이상으로 달리는 차량만 잡겠다는 식과 무엇이 다른가. 말이 규제지 단속을 안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세 신문이 마음만 먹으면 아무런 규제 없이 방송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Q : 미디어법 실시로 문제가 생기면 나중에 사후 규제 등을 통해 바로잡으면 되지 않나.
A : “무가지와 경품 제공 등 불법 판촉전이 일상화된 신문시장을 보면 사후 규제가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다. 새 방송법에 매체 합산 시청점유율이 30%를 넘으면 시간 제한 및 소유규제 제한을 가할 수 있도록 했지만 사실상 실효성이 없어 ‘이름뿐인 규제’라고 불린다. 시청점유율의 기준을 어떻게 할지, 실태조사 등 관련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법을 제정하기 전에 국회의장 산하에 ‘여론다양성위원회’를 구성해 미디어 산업 실태조사 등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Q : 새로운 방송사가 생기면 일자리도 많이 늘어나고 경제에도 좋은 것 아닌가.
A : “미국 등 외국 사례는 신·방 겸영으로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주장이 장밋빛 환상에 불과하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방송통신위원회 격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언론 소유제한을 완화한 1996년 이후 아나운서는 99년 4만5010명에서 2003년 3만8990명으로, 기자는 같은 기간 1만7530명에서 1만6350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최소한의 투입으로 최대한의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경영 효율화’ 논리에 따라 방송 송출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만 남고 나머지는 해고하는 추세다. 또 신문사와 방송사 간 정보와 인력을 공유하면서 새로 기자와 PD 등 사람을 뽑기는커녕 기존 인력을 줄여 인건비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로써 프로그램의 질이 떨어지고 공영성이 강한 내용도 축소되면서 결과적으로 시청자들에게 피해를 입히게 된다.”


Q : 우리나라에서도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 생기면 국민에게 좋은 것 아닌가.
A : “세계적으로 유명한 글로벌 미디어 그룹의 핵심 콘텐츠는 엔터테인먼트 분야다. 타임워너사의 경우 보도전문채널인 CNN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도 채 되지 않는다. 기존 방송법에 드라마, 스포츠, 영화 등의 사업 분야에도 신문사와 재벌의 진출이 허용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꼭 보도나 뉴스 분야를 포함해야 글로벌 미디어 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은 억지다.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콘텐츠가 영어로 제공돼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일본의 SONY가 자국 방송이 아닌 해외 미디어그룹의 지분을 보유하며 확장정책을 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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