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12일 수요일

동물권과 개고기 논쟁


사물화된 현대 소비사회에서 동물들은 현재 대부분 움직이는 물건으로 판단되고 있으며,
최대한의 이윤을 내기 위한 축산산업의 상품, 식탁에 올라가는 영양물질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애완동물의 경우 고급음식과 예쁜 단장, 재롱을 가르치는 것은 동물을 '사귀는' 상대가 아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동물은 물건이므로 학대하고, 비좁은 축사에서 다루고, 온갖 방식으로 실험하고 죽이는 것이 조금도 문제되지 않습니다.






개의 경우 주인을 만나면 꼬리를 흔들며 뛰어오르고, 야단을 치면 슬픈 표정으로 꼬리를 내리고, 잘해 주면 몸을 흔드는 것으로 보아 개는 감정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동물이 인간과 같이 기본적인 욕구가 있고 이것을 채우고 싶어한다면, 이러한 욕구는 충족시켜 주어야 합니다.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동물을 키우고 죽여야 한다면 동물이 죽는 순간까지는 적절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죽음을 맞을 때까지 먹을 것을 주고 적합한 생활방식을 유지해야 합니다.
도살장에 옮겨지는 전날에는 아깝다는 이유로 열악한 값싼 사료를 먹이고, 화물차에서 내리다가 다쳐도 몇 분 후에 죽을 것이기 때문에 신경쓰지 않습니다.
동료들이 죽는 소리와 피냄새에 죽음의 공포에 떨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동물을 괴롭히고 잔인하게 죽이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거칠게 대하기 쉬운데, 사회가 거칠어지는 것을 막고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지 않게 하기 위해 동물 잡는 일은 감추어졌습니다.
동물을 죽이는 장소는 비명과 피냄새로 가득하지만, 일반 시민에게는 혐오감을 막기 위해 감추어진 구석진 곳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동물을 죽이는 일은 구석의 장소, 인간에 속한 일로 백정은 천시당했고 동물잡는 일은 안보이는 곳에서 행해졌습니다.
인간은 수만년 전부터 동물에 대한 연계의 감정, 경외의 감정이 있어 아직 우리 가슴에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구(狗)와 견(犬)은 다르다?
개고기는 일부 한국인들이 즐겨 먹는 것으로 외국인의 비난에 대해 존중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개고기를 먹는 것은 서구의 문화패권주의에 대항해 우리 문화를 지키는 것이라는 민족주의적 주장이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개고기 먹는 것을 문화상대주의와 민족주의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은 동물을 대하는 태도를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개고기 논쟁의 중심에 민족주의와 문화상대주의가 중요시되는 상황에서 우리 자신과 후손의 생존을 위한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지만, 생태계의 권리에서 접근하면 이 주장은 힘을 잃게 됩니다.
개의 존엄은 개고기 논쟁에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합니다.



소에게 물을 먹여 도살한 업자는 소비자를 속이고 부당이득을 취해 처벌받을 뿐 소에게 고통을 주었다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습니다.
소비자들은 소고기가 더러운 물로 오염되었다는 점에서 분노할 뿐 소들의 고통에 분노하지는 않습니다.
연구자들이 실험동물의 머리를 산 채로 자르고 유전자를 조작해 암에 걸릴 수 있도록 만들어도 아무런 비난을 듣지 않습니다.
연구자들은 인간배아가 생명이 없고, 질병치료ㆍ수명연장에 유용하므로 배아에 대한 실험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동물을 어떻게 다루는가가 인간을 어떻게 다루는가와 연결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연민의 감정을 가지고 동물의 삶과 죽음에 대하기를 원합니다.
동물이 살아있는 동안 동물답게 살 수 있게 하고, 죽을 때에도 고통스럽게 죽지 않는 것을 바라는 것입니다.
직접적인 체험에서 오는 동물에 대한 연민과 생명에 대한 외경이 바탕이 될 때 동물에 대한 권리 요구는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며 사는 생태적인 세상의 건설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 이필렬(2003)「생명과 환경」(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제7장 <동물학대ㆍ동물실험ㆍ동물권리>에서 부분 발췌 인용

댓글 4개:

  1. 무섭네요.. 제 주위에도 개고기를 먹는사람과 안먹는사람이 있지만

    그리 큰 문제라고 생각되질 않네요.. 어렸을 적부터 익숙해서 그런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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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영쿠 - 2009/08/12 13:00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어릴 적부터 개고기를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생활하시다 보니 개고기가 안고 있는 윤리적 문제점에 둔감해지신 겁니다. 흑인 할렘가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아마도 마약복용을 삶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받아들이며 자라나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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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흑인 할렘가라는 비유는 좋지 않은 단어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개고기 식용문제를 비판하는 포스트죠.. 제가 그 문제를 익숙?하다고 댓글을 달았는데 거기에 할렘이라는. 안좋은 쪽으로 연상되는 단어를 쓰신것은 좀 그렇네요

    저는 찬성하지도 않고 반대도 안합니다. 남이야 먹든말든 상관없구요 다만 저는 오리고기나 개고기같은 살짝 냄새나는 음식은 역해서 먹질 못하구요;;

    잡소리가 길어졌습니다만^^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솔직히 좋아하지않아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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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안녕하세요 :) 트랙백이 걸려있어서 타고 날아왔습니다.

    굉장히 민감한 문제기도 하구요.



    어떤 모습으로 받아들이느냐?

    이것은 스스로가 판단해야 할 문제기는 하지만,

    생명에 대한 문제는 다시금 생각해 볼 문제라고 사료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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