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30일 금요일

휴가 이틀째

여기는 강원도 고성. 휴가 이틀째…
좀전에 창천해수욕장에서 돌아와 숙소의 PC방에 와 앉았다.

어제 저녁엔 대포에 나가 상추잎에 싼 회를 먹었다.

대포. 위쪽으로는 22사 뇌종부대의 철책선부터 아래쪽으로는 68사 잠자리부대의 정동진까지 내가 복무했던 8군단의 관할지역이다.
외출때 소대원들과 함께 대포 바위턱에 앉아 1만원이면 충분한 오징어회에 경월소주를 걸치던 추억이 있는곳.

내항의 불빛. 선착장에 늘어선 건물들. 왁자지껄 관광나온 외지 사람들.
휴식중인 배들. 날아다니는 갈매기들…
방파제 옆 상가쪽으로 내려가면 볼거리가 많다.
서울에서 온 피서객들에게 이곳은 바다로 뻗어있는 세상에서 가장 흐뭇한 길이다.

황씨, 갈릴리, 동해, 무진장, 파도횟집… 생선 횟집들이 연이어 섰다.
느릿느릿 날고있는 갈매기의 비행에 보폭을 맞추고 천천히 선창길을 걸어가며 붙이는 흥정도 재미있다.

주름살 많은 얼굴이 편해 보이는 아주머니들…
이거 얼마예요? 가격을 물었더니 웬걸. 이 아주머니 아직 주문도 안했는데
잘해줄께 하며 바다에서 막 건졌다는 싱싱한 돔부터 자르고 본다.

흥정은 끝났다. 우리는 아주머니가 떠준 회를 먹는다.
건배를 외치며 소주를 들이킨다.
아, 오늘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 돔회임을 알게 된다.
갈매기들은 물위를 스치며, 회먹는 사람들이 흘려놓은 작은 조각들을 물고 하늘로 올라간다.

파도소리가 쌓이고 갈매기들이 날아오르고 하늘 먼곳에 푸른빛의 별들이 꿈처럼 빛난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보석처럼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어쩌면 그것들이 우리들 삶을 영속시키는 힘인지도 모른다.
대가없이 바로 얻어지는 무엇은 진정한 기쁨이 아닐 것이다.

위에서 동생과 제수씨가 빨리 올라오라고 재촉한다.
내년 휴가에는 나의 아사녀와 함께 다시 찾아올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2004년 7월 25일 일요일

작년 휴가땐…

작년 8월에는 8일부터 11일까지 3박 4일간 강릉 수레마을로 여름휴가를 다녀왔습니다.
97년도 가을에 수레마을이 속초에 있을때 현우형하고 같이 찾고나서…
무려 6~7년만에 찾아뵈었지요.
무심도 하지^^;
형님과 형수님이 남들이 못하는 어려운 일들을 하고 계신데,
그간 전혀 도움이 되어 드리지 못해 깨달은 것들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웬걸요.
1년이 지난 지금, 마음만 간절한… 말그대로 도루묵입니다.

금주에 속초쪽으로 휴가계획이 잡혀있는데.. 시간을 내어 연락드려야겠습니다.
수레마을 모든 식구들과 어려운 가운데서도 열심히 살아가시는 장애우들에게
우리 주님의 넉넉한 보살핌이 늘 함께 하시기를 기도해 주세요.

2004년 7월 19일 월요일

간만에 화창한 여름날

간만에 화창한 여름날,
마음은 ‘해변’을 거닐고 있지만,
몸은 후텁지근한 사무실 한 구석에서…

2004년 7월 15일 목요일

본격적인 장마, 그리고…

이제 제대로 된 장마가 진행중이다.
연일 이어지는 비 때문인지 기분이 가라앉고, 일에 대한 의욕도 떨어진다.
자기자신에게 스스로 눈을 떠 볼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
내 주먹의 힘이 얼마나 센지 알아야 상대와 겨루든지
아예 손들던지 아니면 다른 대책을 강구하든지 할 것이다.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
세상의 변화에 나는 어떻게 변화해가고 있는지?
나의 생각과 태도는 어느 정도에 있는지?
나의 능력은 과연 무엇인지?
나 자신을 알고나면 자신감이 생긴다.
나 자신을 알고 난 뒤의 자신감 다음에는
엄청난 위력의 힘이 생길 것이다.

2004년 7월 7일 수요일

오늘 하루도

7월 7일. 장마비가 장대비가 되어 내립니다.
어느새 일년의 반이 지나갔네요.

남들과 똑같지 않기 위해서 얼마만큼 노력을 했는지 다시금 다져 봅니다.
아래글은 제가 1999년 가을(또는 겨울), 라이코스의 한 클럽 게시판에 올렸던 글입니다.
5년이 지난 지금에도 전혀 나아지지 않은 고통스런 현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이겨내고 싶습니다.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인 명제는 둘째치더라도 그것은 설명이나 어떤 이론에 근거한 것이 아닌, 성실한 태도로 일생을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저절로 감득되어지는 것이라는 생각도 여전히 가져봅니다.
지금의 자신에 만족하지 않고 미래의 나를 만드는 것! 정말 중요한 일이죠.

오늘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하루를 위해 힘차게 시작합니다.

2004년 7월 5일 월요일

어떤 하루

세일즈맨 김경재 씨. 불혹 마흔.
그는 어느 날 아파트 18층 옥상에서 투신, 이 지상의 삶을 마감합니다.
양복 주머니에선 “어떻게 할 수 없는 이 몸 괴롭다.”고 적힌 쪽지가 있었습니다. 월부 책값을 받아야 할 고객 명단이 적힌 명세표 한 장도 꼬깃꼬깃 접혀 있었습니다.

김씨는 원래 지방 명문대 졸업생이었습니다. 서른이 넘어서까지 고시 공부에만 매달렸습니다. 그러나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는 일입니까? 어어 하는 사이에 늦장가를 들고 어찌어찌 하다가 또 세일즈맨이 되었습니다. 공부밖에 몰랐던 김씨에게 세상엔 만만한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네 식구 밥먹고 살기도 힘들었습니다. 더구나 아내는 이런 답답한 남편과 못 살겠다고 가출해 버렸습니다.

마침내 김씨는 어느 날 밤 잠든 두 아들들을 보며 노트에 편지를 써내려 갔습니다. “너희들을 지켜보지 못하고 먼저 가는 아버지를 용서해 다오… 세상이 모두 허락해 주는 것은 아니구나… 고아원에 가더라도 훌륭한 사람이 돼야 한다.”

동네 사람들은 그를 하나같이 ‘말없이 착한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언제 들고 나는지도 모를 정도였어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검은 가방을 들고 나가긴 했는데 그 성격에 어디 가서 책이나 팔았는지…” 어떤 아주머니는 쯧쯧쯧 혀를 차며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허름한 한옥 월세 14만원짜리 단칸방. 아빠를 잃은 열두살, 일곱살짜리 두 아들은 이불을 둘러쓰고 훌쩍이고 있었습니다.

누렇게 바랜 묵은 신문 스크랩에서 한 중년 사내의 피눈물을 읽습니다. 아이들이 고아원에 갈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죽을 수밖에 없었던 처절한 절망감이 내 가슴을 대못이 되어 찌릅니다.

거친 강호의 광풍에 등 떼밀려 착하게만 살아온 김씨. 김씨는 과연 누가 죽였습니까? 눈을 감고 생각해 봅니다. 김씨는 어쩌면 책에서 배운 대로만 산 ‘현대판 법가’(法家)일지도 모릅니다. 그는 그가 배운 법대로 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말대로 “세상이 모두 허락해 주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의 아내도 그런 답답한 법가는 참을 수 없었습니다. 강호엔 법이 없습니다. 낯 두껍고 속 시꺼먼 무리들이 세상을 멋대로 말아 먹고 있습니다. 책에서 배운 대로 사는 ‘쪼다’들은 여지없이 깨져 버립니다.
도대체 정의는 있습니까, 없습니까? 사마천 형님이 비분강개하여 울부짖는 소리가 들립니다. “나는 몹시 생각이 헷갈린다. 소위 하늘의 도리라고 하는 것은 도대체 옳은 것이냐 그른 것이냐… 여심혹언 소위천도 시야비야(余甚惑焉 所謂天道 是耶非耶)”

모르겠습니다. 역사는 정의가 반드시 승리하는지, 진리는 언젠가 이기게 돼 있는지… 나도 생각이 몹시 헷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