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9일 목요일

놈들이 잘 사는 세상

엊그제 종영한 시대극 「자이언트」의 주인공 이강모는 악마 조필연을 향해 “처음부터 너는 내게 아무 것도 아니었다. 내가 이기고 싶었던 것은 너 같은 놈이 잘 사는 이 세상이었다”고 일갈한다.
결말에 비추어보자면 극 초반의 의구심과는 달리 이명박이나 이건희가 모델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강모는 그의 형 이성모가 전 생애를 통해 추진했던 처절하고 피냄새 풍기는 방식이 아니라, 초인적 의지와 제도권 내에서의 정정당당한 복수로 자신은 물론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복을 지켜낸다. 한동안 드라마쿠스가 되어버린 것이 그리 아깝지 않은 결말이었다.
하지만 드라마와 현실 간에는 엄연한 격차가 존재한다. 공정사회는 없다. 불행하게도 비공식적인 루트를 사용할 수도 있는, 아니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냉혹한 현실세계라는 생각이 자꾸만 주입된다.
유전무죄의 계급사회는 수많은 이성모와 이강모, 이미주, 이준모를 양산하지만 불굴의 용기와 공정한 정의감, 따뜻한 양심으로 뭉친 이상적인 인물 이강모는 결코 나오기 힘들다.

2010년 11월 25일 목요일

1호선은 왜 좌측통행을 할까?


지하철을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이 왜 1호선은 전동차가 좌측통행을 하는지 궁금해한다. 나머지 2∼8호선은 일상 자동차 통행처럼 오른쪽으로 가는데, 유독 1호선만 왼쪽 레일을 달리는 까닭이 뭘까.

지하철 1호선이 좌측통행을 하는 것은 서울시가 지하철 건설 초창기에 기존 철도청 방식을 그대로 적용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2호선 부터는 지상 도로교통과 같은 우측통행을 채택했다. 하지만 2호선 이후 노선이라도 전 구간이 우측통행을 하는 것은 아니다. 중간 중간 철도청이 운영하는 국철 구간에서는 여전히 좌측통행 방식을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혼란스러운 일도 벌어진다. 지하철 4호선은 남태령역을 지나면 운영 주체가 서울시에서 철도청으로 바뀌는데, 그 바람에 굳이 통행방법을 바꾸느라 지하터널에서 레일을 X자로 꼬아놓았다.

철도청의 좌측통행은 우리나라에 철도를 처음 건설한 일제의 방식을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다. 일본의 철도와 지상교통은 모두 좌측통행을 한다. 일본은 이 시스템을 영국으로부터 도입했다. 산업화가 가장 빨랐던 영국의 문물을 받아들여 일본은 모든 산업의 기반을 다졌다. 일본 말고도 영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나라들은 마찬가지로 좌측통행을 한다. 홍콩,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 나라에서는 철도뿐 아니라 자동차 교통도 좌측통행 방식이다. 그래서 자동차 핸들도 모두 오른쪽에 붙어있다. 오랫동안 우리나라는 철도는 영국식, 지상교통은 미국식을 따르는 바람에 사람들이 헷갈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애당초 영국은 왜 좌측통행을 시작했으며,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다른 나라들은 그 반대가 되었을까.

영국 자동차가 좌측통행이고 핸들이 오른쪽에 있게 된 유래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다. 어느 것도 100% 확증되진 않았지만, 가장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것은 '마차 기원설'이다.

자동차가 나오기 전 대중 교통수단은 마차였다. 쌍두마차든 사두마차든, 마차를 모는 마부의 자리는 오른쪽에 있었다. 오른손잡이가 채찍을 잡고 말을 다루는 데는 오른쪽 자리가 편했기 때문이다. 자연히 통행방법은 좌측통행이 됐다. 마주보며 교행할 때 접촉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왼쪽통행을 하는 것이 유리한 까닭이다.

산업혁명과 함께 영국은 마차를 대체하는 교통수단으로 자동차를 발명했다. 말은 엔진으로 바뀌고, 마부석은 운전석이 됐다. 그러나 이후 세계적으로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영국식 자동차는 불합리한 점을 노출했다. 마차와 달리 자동차는 기어 조작을 해야 하는 데, 왼손으로 기어를 넣는게 오른손잡이 기준으로 보면 불편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결과 미국을 중심으로 왼쪽 핸들 자동차가 보급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영연방 국가나 영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일본 등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왼쪽 핸들이 보편화됐다.

영국의 좌측통행 기원에 대해서는 다른 설도 있다. 템스강에 런던교가 있다. 17세기 초, 이 다리는 집과 상점들이 다닥다닥 들어서 복잡하기 짝이 없었다. 사람과 마차는 무질서하게 밀치고 다녔다. 1625년 어느 여름날, 말 한 마리가 마차를 끌다 쓰러져 죽었다. 그러자 런던시와 지방을 잇는 유일한 교통로가 한동안 완전히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를 계기로 당시 런던시장이 "시내로 들어가는 마차는 강 상류쪽(즉 왼쪽), 나가는 마차는 하류쪽으로 진행하라"는 런던교 통행원칙을 선포했다. 이것이 영국 최초의 교통법규였으며, 곧 영국 전역과 바다 건너까지 퍼져나갔다는 것이다.

2010년 11월 14일 일요일

국방부가 추천하는 불온서적 23선


6대 3이었던가? 얼마전에, 군대 내에서 국방부 장관이 정한 이른바 ‘불온서적’을 소지·운반·전파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국인복무규율 조항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또라이들의 판결이 있었지.

이건 읽어도 되고, 저건 읽으면 안되고... 도둑이 제발 저리는 것도 아니고... 뭐가 그리 불안하니.
‘책 읽을 자유와 권리’는 군인이든 민간인이든 간에 어떤 경우에도 침해당해서는 안 되쥐~

아래는 우리 장병들의 정신전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23권의 불온서적 리스트다.
글쓴이는 인세 늘어나서 좋고.. 읽는이는 시대의 필독서 목록을 확보했으니 좋고....
이 같은 양서를 친히 베스트셀러 목록으로 지정해주신 국방장관과 헌법재판관 나으리께 고마움을 전한다.


알라딘 - 2008 국방부 금지도서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book.aspx?pn=080731_mnd
http://www.aladin.co.kr/shop/wbrowse.aspx?CID=29991


< 북한찬양 분야 불온서적 >
01.  북한의 미사일 전략
02.  북한의 우리식 문화
03.  지상에 숟가락 하나
04.  역사는 한번도 나를 비껴가지 않았다
05.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
06.  북한의 경제발전 전략
07.  통일 우리 민족의 마지막 블루오션
08.  벗
09.  미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10.  대학시절
11.  핵과 한반도

< 반정부·반미 분야 불온서적 >
12.  미군 범죄와 SOFA
13.  소금 꽃나무
14.  꽃 속에 피가 흐른다
15.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
16.  우리 역사 이야기
17.  나쁜 사마리아인들
18.  김남주 평전
19.  21세기 철학이야기
20.  대한민국사
21.  우리들의 하느님

< 반자본주의 분야 불온서적 >
22.  세계화의 덫
23.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2010년 11월 9일 화요일

백치미가 무기?

예능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놀라게 되는 백치미 연예인들의 포복절도 4차원 돌출 발언들...
특히 퀴즈 프로그램에서 심하게 표출된다.
로크가 얘기했던 tabula rasa와는 전혀 다른 차원...
설정인 줄 알았는데 그런게 아닌가 보다.
대대수 연예인들이 초·중·고 시절부터 연예 활동을 하거나 연습생 시절을 보내기 때문에 일반 상식이나 지식수준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는 게 공통된 의견.
뭐.. 대중의 정치·경제·문화의 평균수준을 고려하여 제작되는 것이 대중문화의 속성이니 누구를 콕 찍어 손가락질 할 형편도 못된다.
그리고 바보들은 연예계나 방송 쪽에만 있는 건 아니쥐~.
정치권에도 꼴통들이 넘쳐나고, 그런 류들을 선거 때마다 뽑아내는 우매한 국민들도 과반이 넘고...
왼통 꼴통천지......

2010년 11월 8일 월요일

쥐 그림


G20 홍보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렸다는 이유로 한 대학강사와 대학생이 체포되었단다.
떡검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가 법원으로부터 기각을 당했다는 만화같은 야그...
영장 신청이유가 “G20을 방해하려는 음모”였단다.
일반적인 재물손괴라고 하면 과태료로 충분할 것을.... 뭐.. 공권력 남용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

일찍이 고대 중국인들도 이렇게 저렇게 상형화하여 쥐 그림을 그렸었나 보다.
수천년을 내다보는 중국인들의 혜안에 입이 쩌~억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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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만평 <장도리> (2010년 11월 4일자)



2010년 11월 7일 일요일

아낌없이 주련다


미국이라는 하이에나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 대~한민국.

쇠고기와 스크린쿼터, 농업을 내어준 대신 그나마 상대적으로 이문이라고 자찬하던 자동차마저 밀실 추가협상으로 시장을 열어주는 모양새다.

“한·미 쇠고기 협상은 미국이 준 선물”이라고 헛소리 내뱉던 민동석이도 차관 명함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지. 꼿꼿하게 공직자로서의 소신을 지켜낸 데 대한 불통령의 배려라지.
그나마 촛불시위 덕분에 한시적으로나마 30개월 미만 짜리가 수입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기가 찰 노릇이군.

정권에 따라 낯빛을 바꾸는 김종훈인가 하는 인간도 정말 재수없네.
“재협상은 절대 없다”더니 어찌 돌아가는 판세인지... SSM 규제까지 통상마찰을 불러오고 협상에 장애가 된다며 산통을 깨버렸다. 상생법은 한동안 물건너가 부렀네. 다음 선거철에나 어떻게 미봉책이라도 나오려나. 끌끌..
헤벌죽 웃는 얼굴의 웬디 커틀러 아줌마한테 또 당할 것이 확실하군.
추후의 EU나 캐나다와의 협상에서도 지독하게 드러운 선례를 남기게 됐네.
도대체 무엇이 국익인지도 모르는 불한당넘들....
늘 그렇듯이 결국 이런 식으로 협정은 비준될 듯 하군.
오바마 역시 겉가죽만 까맿지 어쩔 수 없는 양키인 것을......

2010년 11월 2일 화요일

아직도 반이나 남았네


소아시아의 옛 왕국 프리지(Phrygie)의 수도 고르이옹(Gordion)을 세운 전설적인 왕 고르디아스(Gordias)는 평범한 농부였는데, 어느 날 이륜마차를 타고 자기 집으로 가는 중에 프리지인들에 의해 갑자기 왕으로 추대되었다. 그 이유는 신탁이 마차를 타고 처음 들어오는 사람을 왕으로 지명하도록 하였기 때문이다. 이 마차는 그의 아들 미다스(Midas)에 의해 제우스의 신전에 바쳐졌다.
후에 알렉산더가 페르시아 정복길에 고르디옹에 들어가 고르디아스의 마차에 매어졌던 매듭을 검으로 잘라버렸다. 신탁에 의하면 아주 복잡한 이 매듭을 푸는 자가 대제국의 황제가 될 것이라 하였다. 이로써 알렉산더 제국의 형성이 약속되었다는 썰~.

고르디아스의 매듭(Gordian Knot)은 최소한 잘려질 수라도 있었지....

불통령의 임기는 이미 꺾어지기 시작했다.
그치만 아직도 반 가까이나 남았뿐졌네.
긍정적인 마인드, 부정적인 마인드를 언급하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얘기...
물이 반쯤 채워진 컵을 보고선
한 사람은 “컵에 물이 반 밖에 안 남았네”라 하고,
다른 한 사람은 “컵에 물이 반이나 남았네”라고 했다는 그 얘기...
그러나 불통령의 반 남은 임기를 생각하면 “반이나 남았네”는 오히려 부정적인 생각을 진하게 갖게 하는 얘기지.. A. 엘리스 식으로 해석하면 이런 생각도 ‘비합리적 신념’이 되겠군. 역시나 맥락이 중요한 것이여.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격’이니 ‘국가브랜드’니 하는 말들이 넘쳐난다. 그러나 말 뿐인 공정사회....
장로대통령이 집권한 2년 반 동안 민주주의, 서민경제, 남북관계, 종교화합.. 모두 무너졌다.
노인네들 지하철 표값은 과잉복지라며 정색하면서 수십조 부자감세에는 요지부동....
사르코지가 촉발한 프랑스 시민들의 파업정국에서 뭔가 좀 배우는 게 있어야 할 텐데.. 역시나 어림없겠지.
제발, 섣불리 미국·중국 간의 환율전쟁에 개입이나 하지 말기를... 그만한 능력이 있어야 중재도 가능한 거니까.

 

2010년 10월 31일 일요일

베텔스만 북클럽 사이트 클로징


베텔스만 북클럽....
90년대 말에 베텔스만 한국지사가 설립된 후, 회원 모집을 시작하여 베텔스만 http://www.thebookclub.co.kr/ 사이트를 통해 책 소개 및 판매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초대 사장은 인도 사람이었던 거 같은데 이름은 기억이 가물가물. 때맞춰 보내주는 카탈로그를 열심히 모으기도 했는데, 이사를 하는 와중에 모두 정리했었지.



나도 2000년대 초반에 회원 가입했었고.. 당시에는 분기에 한권씩 해서 한해에 도합 4권의 책을 의무적으로 구입해 읽어야하는 일종의 강제 규정이 존재했었는데 그리 나쁘지 않았지.
2005년인가 운영 주체가 ‘베텔스만 코리아’에서 ‘대교’로 넘어가면서 명칭도 ‘북스캔’으로 바뀌고, 언제부턴가 강제구입 규정도 없어졌었다.
이제 2010년 11월 1일을 기해 리브로(libro.co.kr)로 통합된다는 공지네.



한동안 적립해 놓은 마일리지로 북스캔에서의 마지막 책을 1,510원에 구입했다.
왼편의 검정색 가방은 베텔스만 북클럽 회원이라면 하나 쯤은 소지하고 있을 배낭이다. 우리집에 2개가 있다.



통합되는 리브로 사이트를 이용할지 여부는 아직 미정.
어차피 같은 회사에서 운영하는 사이트 간의 통합이라 크게 문제될 것은 없겠지만, 도서 분야도 그렇고 괜찮은 아이템과 서비스의 중소 규모 회사들이 자꾸만 문을 닫는 경우가 늘어만 가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네.

2010년 10월 29일 금요일

1143번 버스사고


어제 오전.. 출근하기 전에 우리집 뚜비 녀석과 당현천 길을 산책하다가 “쾅” 하는 소리가 나길래 돌아봤더니 아래 사진과 같은 장면이 보였다.



사진을 좀더 확대해 봤다. 건너편은 ‘신광상운’인가 하는 택시회사다.



1143번 버스가 양지교 횡단보도 언저리에서 신호등과 분전함, 가로수를 들이받고 멈춰선 모양인데.. 승객들은 아직 그냥 타고 있다. 요즘 애들 말로 얼마나 ‘식겁’ 했을까. 이상한 건 1시간이 지나도 경찰은 보이지 않더라는 것이다.

‘안전제일’이라는 푯말 밑에 버스사고....
버스기사의 졸음운전이 아닐까 싶은데, 만일 사고 원인이 급발진이나 정비불량의 문제라면 얘기는 더욱 심각해진다. 1143번은 흥안운수에서 노원구 일대를 운행하는 지선버스다.

얼핏 크게 다친 사람은 없어 보이는데, 추후라도 승객 중에 허리가 아프다든가 하면 보험 관련 부분이 어떻게 처리 될른지도 궁금하네.

오늘 아침에는 을지로에서도 시내버스 2대가 정면 충돌해서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던데.. 난데없이 천연가스 버스가 폭발하지 않나 요즘 버스사고 진짜 많이 난다. 이눔의 대중교통.. 정말 ‘안전불안’ 아닌가.

2010년 9월 30일 목요일

빵이 없어? 그럼 케이크를 먹어!

엊그제 대형마트에서는 배추 한 포기 값이 1만3800원, 재래시장에서는 무려 1만5000원까지 치솟았다는 소식이다.
그 때문인지 자기 밥상에 값비싼 일반 김치 대신 양배추 김치를 올리도록 지시했다는 MB 가카.. 오늘도 서민들 가슴에 염장을 질러댔다. 여기에 장단 맞춰 농림수산식품부 당상관께서는 “배추 값이 올랐으니 김장김치를 한 포기 덜 담궈달라”고 했단다. 이쯤되면 가히 천하무적의 환상적인 복식조라고 할 수 있겠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마리 앙뜨와네뜨 왕비는 굶주린 백성들에게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라고 훈수했단다. 참으로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인가 보다.

2010년 9월 4일 토요일

[책] 남한산성


병자호란은 비교적 오래 계속되지 않고 두 달만에 끝났으면서도 임진왜란과는 다른 각도에서 깊은 상처를 남겼다.
세손과 비빈들이 피난갔던 강화도가 함락됐다는 소식과 함께 47일간 버티어 온 인조가 삼전도로 나가 항복하기까지의 경과는.. 발설하기가 무척 어려웠지만 비화로 덮어두지 못하고 경험자의 증언을 통해 널리 알리고 그 의미를 묻지 않을 수 없었을 터였다.
청의 실제적 파워와 명에 대한 명목적 의리 가운데 그 어느 쪽에도 의존하지 않고, 민족의 위기를 타개할 역량을 발휘하자는 여망은 해결하기 어려운 논란의 소용돌이를 피하기 위해서도 지면상에 표현되어야만 했다.
때문에 병자호란 때의 일을 기록한 글은 풍성하고 다양하다.

남한산성에서 직접 수난을 겪은 사람들의 실기는 실제로 있었던 일을 충실하게 기술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았다. 김상헌의 <남한기략>은 난의 경과를 간략하게 정리한 일기이고, 최명길의 <병자봉사>는 자신의 주장을 임글에게 올린 글이다. 그 중에서도 <산성일기>라고 통칭되는 문헌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음은 물론이다.

홍익한, 윤집, 오달제 척화파 3학사는 심양으로 잡혀가 처형되었지만, 당상관 김상헌은 끌려가 고초는 겪었을지언정 처형되지는 않아서 자기의 처지와 심경을 술회할 수 있었다. 조선땅을 떠나면서 읊었던 유명한 시조 ‘가노라 삼각산아~’는 북한에서도 애국적 기개를 점층적으로 강조한 작품으로 높이 평가하고 있단다.

소설은 비교적 잘 읽혔지만, 읽는 내내 답답했다.
“임금이 남한산성에 있다”는 사관의 반복되는 기록이 지루함을 더한다.
척화신으로 오랑캐의 칼날을 받겠다고 상소한 서른살 먹은 교리 윤집과 스물일곱의 수찬 오달제....
예조판서 김상헌이 일개 대장장이 서날쇠에게 남한산성 밖의 조선군들에게 연통의 세작을 청하며 나누는 대화가 인상깊다.

김상헌: 다녀오겠느냐?
서날쇠: 조정의 막중대사를 대장장이에게 맡기시렵니까?
김상헌: 민망한 일이다. 하지만 성이 위태로우니 충절에 구천이 있겠느냐?
서날쇠: 먹고 살며 가두고 때리는 일에는 귀천이 있었소이다.
김상헌: 이러지 마라. 네 말을 내가 안다. 나중에 네가 사대부들의 죄를 묻더라도 지금은 내 뜻을 따라다오.
서날쇠: 소인이 임금의 문서를 지닌 채 적에게 사로잡히면 어찌 하시겠습니까?
김상헌: 안 될 말이다. 그러니 너에게 간청하는 것이다.
서날쇠: 대감, 어찌 대장장이를 믿으십니까? 삼전도에는 적에게 붙은 사대부들도 만다던데......
김상헌: 그렇다. 그러니 너에게 말하는 것 아니냐.
서날쇠: 나라에서 하라시니, 천한 백성이 어쩌겠습니까.

김상헌은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수치심.... 아이러니하게도 5.18과 5공에 대한 김훈의 태도와 오버랩된다.



중국으로서는 굴기에 대한 대우를 받고자 하는 욕망은 점차적으로 증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나치게 미국이라는 백그라운드(?)를 믿고서 중국이나 아랍권을 자극하는 모양새를 고집하며 긴장감을 조성하는 정책은 한번 더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역사의 교훈은 번번히 무시되기 일쑤지만, 그래도 역사는 가장 훌륭한 거울이다.

 

2010년 8월 31일 화요일

미국, 러시아, 중국, 북한의 소총


군대 담론.... 얼마 전 EBS 인기 국어강사 장희민씨의 동영상 강의 때 나온 발언으로 또한번 크게 이슈가 됐었다.
젊은층의 언어변화를 설명하면서 남자는 주로 비표준형을 만들고, 여자들은 주로 표준형을 만든다면서 곁들인 말이....

“남자들은 폭력적이고 좋지 않아요. 남자들은 군대 갔다왔다고 좋아하죠. 자기 군대 갔다왔다고 뭐 해달라고 맨날 떼쓰잖아요. 그걸 알아야죠. 군대 가서 뭐 배우고 와요. 죽이는 거 배워오죠. 여자들이 그렇게 힘들게 낳아 놓으면 걔넨 죽이는 거 배워오잖아요. 뭘 잘했다는 거죠. 도대체가? 자, 뭘 지키겠다는 거죠. 죽이면서. 그냥 처음부터 그런 거 안 배웠으면 세상은 평화로와요........ 너무 남존여비가 거꾸로 가고 있죠.”

였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다른 내용은 다 집어치우고,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제대한 입장에서 보면 말인즉슨 군대에서 죽이는 기술을 배운다는 것 자체는 맞는 말이다. 그게 군대라고 하는 조직의 존재 이유니까. 007식으로 얘기하자면 일종의 ‘살인면허’ 같은 거 아닌가.
비근한 예로 총검술을 배우는 과정에서 구령에 따라 열심히 “찔러총”을 해대고 있는 나에게 교관이 그러더라구. 그냥 단순히 앞으로만 찔러대서는 타격을 주지 못한다. 시계방향으로 약간 돌리듯이 하면서 찔러야 깊숙하게 박히면서 뽀다구도 난다구.... 헐~~

감히 ‘군대’ 라는 성역을 건드렸다는 이유로 나이브한 발상의 그 강사가 비난받아야 한다면, 국기에 대한 경례 하나 제대로 못하는 영부인에게도 마찬가지의 비난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대통령, 국회의원 등등 소위 파워 엘리트 계층에 속하는 자들은 병력이 모자란다고 떠들어 대면서 정작 본인과 자식들은 왜 그 ‘성역’에 입성하지 않는가. 고매하게도 사람 죽이는 기술 배우기를 거부해서인가. 군복입고 훈장차고 썬글라스 쓰고 LPG 가스통 들고 위협적으로 시위하는 투사 아저씨들.... 왜 청와대와 국회 앞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나.
문제는 역시나 텍스트와 콘텍스트의 문제로 환원된다.


‘소총’ 하면 금방 떠오르는 것이 M16, K2 인데.... 찾아보니 세계 각국에서 엄청나게 많은 개인화기를 자체 개발해 놓고 있더군. 지면이 좁은 관계로 미국, 러시아, 중국, 이란, 이라크, 북한의 소총 몇자루만 소개해 본다.


미국 소총




러시아 소총




중국 소총




이란 소총




이라크 소총




북한 소총



북한의 소총은 크게 PPSH계열과 AK계열로 분리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사용된 ‘PPSH-41’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의 주요 개인화기로 AK계열 출현 전까지 사용됐다. 한국전쟁 당시 소련의 지원을 받아 북한군 개인화기로 사용한 덕분에 6·25 배경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따발총’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PPSH-41 후속 모델로 생산된 ‘PPSH-43’은 소련에서 개발돼 60년대 북한군이 주로 사용했다. 특히 68년 1월 21일 청와대 습격사건 당시 침투 공비들이 휴대했다. 총열집에 7개의 구멍을 뚫어 공기 냉각이 편리하도록 설계됐는데 분당 650발의 사격이 가능하고 탄알을 장전했을 때 무게는 3.93㎏이다.

‘58식 자동보총’이 도입되면서 북한의 주력 소총은 PPSH계열에서 AK(Automat Kalanishkov)계열로 전환된다. 북한군은 소련에서 개발된 AK-47 소총을 도입해 주력화기로 제작했는데 58년과 68년에 생산돼 각각 ‘58식·68식 자동보총’으로 명명됐다.

총 몸체 왼쪽에 숫자와 한글로 58식·68식으로 각각 표기돼 있고 조정간에는 ‘단·련’이 한글로 표기돼 있다. 북한은 ‘소총’이란 용어 대신 보병이 사용한다 해서 ‘보총’이라는 용어를 붙였다.

AK소총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소련 침공을 계기로 독일군의 우수한 개인화기였던 MP-40을 제압할 수 있는 돌격용 소총을 연구하던 소련 전차부대 부사관 칼라니쉬코브가 설계, 제작했다.

소련의 기존 주력화기였던 시모노브소총(10발 내부장착 탄창)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20·30발 분리형 탄창이 장착됐다. 조작방법이 간단한 데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고장이 없는 장점 덕분에 47년 최초로 개발된 이후 소련의 영향권 아래 있던 공산권 국가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 걸쳐 확산됐다.

특히 일교차가 심하고 모래 바람이 많은 아랍권을 비롯한 아프리카 지역에서 주로 사용됐다. 현재 우리 우방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서 AK소총의 변종 형식을 취한 자체 개발 총기가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7.62×39㎜ 탄을 사용하는 58·68식과 달리 5.45×39㎜ 탄을 사용하는 AK-74(북한의 경우 88식 자동보총)가 제작돼 신형 대체 총기로 확산되고 있다. AK소총은 아카보소총·돌격소총·칼라니쉬코브 소총·7.62㎜ 소총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지고 있다.

2010년 8월 28일 토요일

스펙과 스팩의 차이


최근 스펙이라는 단어가 많이 쓰이고 있다.
하지만 스펙(Spec)과 스팩(SPAC)은 전혀 다른 의미다.
한번 알아보자. (M25 vol.150 p.6 참조)


스펙(Spec, Specification)
본래 제품설명서나 제품의 구체적인 사양·제원을 뜻하는 말이지만 최근엔 그 사람의 학력이나 경력을 통틀어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 복수전공을 ‘보험’ 처럼 해두며, 취업 준비생들에게는 학력과 학점, 어학시험 점수, 교내외 활동 이력, 인턴십 이력 등이 스펙에 포함된다. ‘맨땅에 헤딩’ 하는 격으로 우르르 고시에 몰려들고, 심지어 자원봉사도 스펙쌓기의 도구가 된다. 중앙대로 대표되는 대학 현장은 취업양성소로 전락한 지 오래다.

직장인들에게는 더하여 회사에서의 담당 업무와 실적 등이 포함된다. 최근 자신의 스펙을 높이기 위한 샐러던트(공부하는 직장인)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연봉이나 근무 환경 등이 조금 더 나은 직장으로 이직하기 위한 사람, 지금까지 일했던 곳이 아닌 새로운 분야로 이직하기 위한 사람, 현재의 직장에서 승진하기 위한 사람 등 샐러던트가 되는 이유도 다양하다.

현대판 음서제도의 화려한 부활.... 그나마 상승의 기회가 되어주던 고시마저 관료조직의 혁신이라는 미명하에 스펙으로 무장한 상류층에게 다 내어주게 생겼다. 더하여 청년실업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는 고졸 이하나 대학 중퇴 등 ‘비대졸자’는 아예 관심 영역 밖으로 철저히 소외되어 있다. 이들에게 대학생들의 스펙 경쟁은 화려한 사치일 뿐이다.

“이게 아닌데 내 맘은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이라는 폭주 기관차에서 뛰어내릴 용기도 비젼도 없다. 누적적이며 불가역적인 스펙의 차이는 곧 계급의 격차로 확대되어 전 생애를 통해 점차 벌어질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스팩(SPAC, 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

스팩은 한마디로 기업인수목적회사, 즉 기업 인수·합병(M&A)만을 목적으로 설립된 명목상의 회사다. 공모를 통해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상장시킨 뒤 쓸 만한 비상장기업을 인수 합병해 수익을 나눠갖는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명목상 회사)다. 따라서 M&A성과 외에는 뚜렷한 상승동력이 없는 종목이다.

만약 기업 합병에 실패하면 스팩은 청산되고 투자자들은 남아 있는 돈을 돌려받는다. 하지만 상장 초기 투자과열 양상까지 빚어졌던 스팩의 인기가 급속히 식어가고 있다. 공모가를 하회하는 종목이 늘고, 공모주 청약에선 미달사태도 나타났다. 아예 공모일정을 미루는 스팩까지 나오고 있어 ‘백조에서 미운 오리새끼’가 되는 형국이다. 증권사들이 내놓는 스팩들이 대체로 엇비슷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국내에 새로 도입된 스팩이 최종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점도 투자심리를 낮추고 있다고. 적정가격의 성장잠재력이 있는 기업을 찾아내기도 쉽지 않은 작업인데다 그 결정이 투자자들에게도 믿음을 줘야 하기 때문이라는데.
그래서 무작정 투자하는 건 위험하다. 위험 부담을 줄이고 싶다면 경영진의 투자 경력과 과거 실적을 꼼꼼히 살펴 투자해야 한다. 간접투자인 스팩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단다.
(뭔 소린지 모르겠네.)

 

2010년 8월 23일 월요일

전세계 여자들 가방 속 공개


전세계 여자들 가방 속엔 뭐가 들었나?
그렇다고 몰래 뒤져볼 수도 없는 노릇인데....
뭇 남성들의 궁금증 해소를 위해 기꺼이 공개해 주신 세계 곳곳의 여성 핸드백 물건들.. 두둥~
역시 남자들보다 훨씬 다양하고 가짓수도 많네.
화장품, 뷰러, 향수, 거울, 가위, 파우치, 핸드크림, 립스틱, 악세사리, 선글라스, 장갑, 핸드폰, MP3, 디카, 지갑, 책, 약통, 담배, 노트, 필기구, 초콜렛, 물통, 패션소품, 인형, 우산.... 조금은 아니무스적인 취향을 드러내는 여성도 보이고.... 그리고 아무리 들여다봐도 알 수 없는 물건들 몇가지.... 도대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하여간 그녀가 평소 뭘 갖고 다니는지, 좋아하는 물건은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데이트 하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