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이 왜 1호선은 전동차가 좌측통행을 하는지 궁금해한다. 나머지 2∼8호선은 일상 자동차 통행처럼 오른쪽으로 가는데, 유독 1호선만 왼쪽 레일을 달리는 까닭이 뭘까.
지하철 1호선이 좌측통행을 하는 것은 서울시가 지하철 건설 초창기에 기존 철도청 방식을 그대로 적용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2호선 부터는 지상 도로교통과 같은 우측통행을 채택했다. 하지만 2호선 이후 노선이라도 전 구간이 우측통행을 하는 것은 아니다. 중간 중간 철도청이 운영하는 국철 구간에서는 여전히 좌측통행 방식을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혼란스러운 일도 벌어진다. 지하철 4호선은 남태령역을 지나면 운영 주체가 서울시에서 철도청으로 바뀌는데, 그 바람에 굳이 통행방법을 바꾸느라 지하터널에서 레일을 X자로 꼬아놓았다.
철도청의 좌측통행은 우리나라에 철도를 처음 건설한 일제의 방식을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다. 일본의 철도와 지상교통은 모두 좌측통행을 한다. 일본은 이 시스템을 영국으로부터 도입했다. 산업화가 가장 빨랐던 영국의 문물을 받아들여 일본은 모든 산업의 기반을 다졌다. 일본 말고도 영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나라들은 마찬가지로 좌측통행을 한다. 홍콩,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 나라에서는 철도뿐 아니라 자동차 교통도 좌측통행 방식이다. 그래서 자동차 핸들도 모두 오른쪽에 붙어있다. 오랫동안 우리나라는 철도는 영국식, 지상교통은 미국식을 따르는 바람에 사람들이 헷갈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애당초 영국은 왜 좌측통행을 시작했으며,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다른 나라들은 그 반대가 되었을까.
영국 자동차가 좌측통행이고 핸들이 오른쪽에 있게 된 유래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다. 어느 것도 100% 확증되진 않았지만, 가장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것은 '마차 기원설'이다.
자동차가 나오기 전 대중 교통수단은 마차였다. 쌍두마차든 사두마차든, 마차를 모는 마부의 자리는 오른쪽에 있었다. 오른손잡이가 채찍을 잡고 말을 다루는 데는 오른쪽 자리가 편했기 때문이다. 자연히 통행방법은 좌측통행이 됐다. 마주보며 교행할 때 접촉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왼쪽통행을 하는 것이 유리한 까닭이다.
산업혁명과 함께 영국은 마차를 대체하는 교통수단으로 자동차를 발명했다. 말은 엔진으로 바뀌고, 마부석은 운전석이 됐다. 그러나 이후 세계적으로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영국식 자동차는 불합리한 점을 노출했다. 마차와 달리 자동차는 기어 조작을 해야 하는 데, 왼손으로 기어를 넣는게 오른손잡이 기준으로 보면 불편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결과 미국을 중심으로 왼쪽 핸들 자동차가 보급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영연방 국가나 영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일본 등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왼쪽 핸들이 보편화됐다.
영국의 좌측통행 기원에 대해서는 다른 설도 있다. 템스강에 런던교가 있다. 17세기 초, 이 다리는 집과 상점들이 다닥다닥 들어서 복잡하기 짝이 없었다. 사람과 마차는 무질서하게 밀치고 다녔다. 1625년 어느 여름날, 말 한 마리가 마차를 끌다 쓰러져 죽었다. 그러자 런던시와 지방을 잇는 유일한 교통로가 한동안 완전히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를 계기로 당시 런던시장이 "시내로 들어가는 마차는 강 상류쪽(즉 왼쪽), 나가는 마차는 하류쪽으로 진행하라"는 런던교 통행원칙을 선포했다. 이것이 영국 최초의 교통법규였으며, 곧 영국 전역과 바다 건너까지 퍼져나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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