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 30일 토요일

10월의 마지막 밤이 다가옵니다.

올해 우리나라의 가을은 애국가을이라 할 수 있을거 같습니다.
옆나라 일본은 10번의 태풍과 3번의 지진이 연속으로 열도를 강타하여 수많은 피해를 입고 있는데…
우리의 어려운 살림을 살펴주는 것인지 하늘이 도와주고 있습니다.

한때 유행했던 노래의 제목처럼 10월의 마지막 밤이 다가옵니다.
찬 바람을 이기지 못한 낙엽의 파동 속에서 지금은 곁에 없는 누군가를 떠올리는 것은 늦가을의 추억이 무거운 까닭입니다.
세상 일은 지울 수 있지만 가슴 속에서 추억 한 조각이 떨고 있는 것은 차마 막지 못합니다.
사람의 일생이 세월에 깎이면서도 온기를 간직할 수 있는 것은 이처럼 누군가를 그리워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찬바람이 불면 몹시 쌀쌀하기만 할줄 알았는데 오히려 시원한 느낌이 들어 상쾌하기까지 합니다.
저만 그런가요. 계절이 제 모습을 되찾은데다가 푸른 하늘이 있어주니 기분이 좋을 수 밖에요.

삶이 힘겹다고 느껴지신다면…
남대문이든 동대문이든 새벽시장에 한번 나가보세요.
밤이 낮인듯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힘이 절로 솟습니다.
그래도 힘이 나질 않을땐 뜨끈한 우동 한그릇 드셔보세요.
국물맛 죽입니다.

일을 놓고 휴식을 취하는 주말, 이 좋은 계절을 놓치지 말고 꼭 단풍으로 유명한 산이 아니더라도 밖으로 나가셔서 맑게 갠 하늘 만큼이나 청명해진 정신상태를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삶을 되돌아보는 여유를 가지면 더욱 좋겠지요.
모든 속물적인 것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보는 가을의 끝자락 되시기 바랍니다.

2004년 10월 27일 수요일

낙엽소나타

가을이 좋은 이유는 뭘까요. 푸른하늘과 선선한 바람, 한낮의 따뜻한 햇살…
아래글은 제가 고등학교 2학년때 활동하던 써클지(빠스카紙)에 실은 글입니다.
낙엽 소나타… 무슨 드라마 제목 같죠?^^
이렇게 보니까 유치한 구석이 많지만… 일면 지금 현재 아쉬운 부분도 있네요.
성당활동도 열심이었고, 등산도 자주 했었고…… 언젠가는 회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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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산을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여건이 갖춰지면 휴일이나 방학을 이용하여 자주 배낭을 멘다. 당일도 좋고 1박2일도 좋다. 한 봉지의 쌀과 약간의 경비면 족하다. 젊은날의 여행이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10월 27일, 모처럼의 여가에 등산계획을 세웠다. 우리들은 성당에 모였다.
성철이, 자율이, 수현이, 정우, 소연이 그리고 나. 모두 6명. 마침, 예비자 교리반 성지순례에 가시는 보좌 신부님께 「보조비」라는 명목으로 거액의 money를 받았다. 보고도 없이 놀러다닌다고 알밤 한대씩을 맞고서……

명륜동에서 6번 버스를 탔다. 여행을 할 때마다 나는 새롭게 태어나는 나를 느낀다. 생각이 새로워지고 삶이 새로와짐을 느낀다. 북한산 종점에서, 벌써 가 계셨던 엠마 선생님과 합류했다.

한 걸음. 복잡한 신변잡기를 뒤로 남기고, 첫 발자국을 내딛는다. 정상을 향하여.
우리에게 「가을의 사색」을 주기에 충분히 맑은 하늘과 바람이 불어 주었다.
‘어이구, 힘들어! 뭔, 여자애가 저리 빠르지!’ S자의 고도를 잘도 올라간다. 앞서가는 수현이를 쫓느라 내 다리는 쉴 틈이 없다.

20분간 휴식이란다. 아까 마음씨 좋아보이는 아주머니에게서 산 귤 한봉지가 어느새 껍데기만 가득했다. ‘큰일났구나!’ 다른 사람 몰래 휴지통에 넣었다.

다시 서편으로 출발. 현판을 보니 「도선사」라. 굉장히 큰 절이었다. 믿기지 않았지만, 옛날 석가모니가 도통했다던 보리수의 손자의 손자의 손자라는 보리수가 있었다. 경내를 둘러보고 목을 축인 다음 본격적인 산행의 시작인데, 정우와 소연이가 가봐야 한다고 한다. ‘뭐, 내일 10단위짜리 시험이 있다나. 그런 놈이 뭣하러 따라왔어? 약속이 있다는 소연이를 억지로 데려와 가지고는 요렇게 빠져 나가려고! 그래, 그래. 너희 둘이 다방에 가던, 디스코장에 가던 마음대로 해라!’ 모두들 아쉬워했지나, 쌀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내가 호통을 쳐 돌려보냈다. 미안한 감이 들긴 했지만……

저 건너 다람쥐 한 마리가 달려간다. 조금 뛰고는 좌우를 살피고 또 얼마간 뛰고는 주춤거리는 모습이 참 귀엽다. 내가 선봉을 섰다. 한 계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되새기는 수많은 낙엽이 밟힌다. 산의 풍모는 나를 지치게만 두지 않았다. 산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듯, 눈을 크게 뜨고 구경하면서, 다음 장면을 보기 위해 앞으로 앞으로 갈 뿐이다. 갈림길로부터 북으로 올라간다. 육칠십도의 급경사가 무척 힘들다. 우리는 기다시피 움푹 패인 곳을 조심스레 디디면서도 숨이 찼다. 양 옆과 앞뒤에 늘어진 붉고 노란, 나무의 빛깔들이 느껴질 뿐 도대체 하늘이란 것이 보이지 않았다. 엠마 선생님의 춤 솜씨는 여기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위에서 보니 나뭇가지가 휘어지는 건 아랑곳없이 요리조리 잘도 올라오신다. 절로 웃음이 나왔다. 다람쥐들의 낮잠터 같은 넓고 평평한 바위가 군색스럽지 않아 좋았다.

드디어 정상. 멀리 서울을 호위하는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때론 흐려지고 때론 맑아지는 넓은 세상이 내 발밑에 있다. 심호흡을 하고서 “야 호!……”
허공을 가르는 산웅들의 외침. 소라빛 하늘이 그 음악을 되돌려 주었다.

방향을 바꾸어 야영장으로 향했다. 웬 사람이 그리도 많은지. 우리는 서쪽으로 회전했다. 말라가는 잡초위에 자리를 잡았다. 짐을 풀고, 버너다 코펠이다로 무척 어지럽다. ‘아차차, 물이 없구나!’ 남자 셋은 찌개와 찬거리를 마련한다. 그동안 엠마 선생님과 수현이는 물 준비와 쌀을 씻으러 가고.
그런데, 쌀 당번들은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도 소식이 없다. 30분이 지나자 자율이의 입에서 ‘씩~씩~’ 소리가 났다. 성철이의 ‘귀신이 잡아갔나. 제기랄!’ 소리도 제법 크다. 나도 ‘꼬르륵~’ 소리를 참으며 한해 먼저 태어난 체면을 지키려고 애썼다.

산의 묘미 중에는 모르는 사람과도 쉽게 친해지는 힘이 있나 보다. 우리의 이런 모습이 딱해서인지 옆팀의 아주머니가 (자신들도 모자라는) 물을 나누어 주셨다. 찌개는 충분히 끓일 양이다. 봉지채인 쌀을 들고 쌀당번 두분이 염치좋게 들어선 것이 그때였다. 씻지도 않은 쌀로 밥을 짓는다. 나참! 그러나 안먹으면 손해지. ‘지글짝 보글짝 지글보글 짝짝’
냄새만 맡아도 찌개맛을 알 수 있었다. 산에서의 식사는 별미중의 별미다. 매운 것을 좋아하는 나는 혼자만 많이 먹으려고, 고추장을 몇 숟갈씩 퍼 넣었으나 웬걸, 다들 잘 먹는다. 무척 배가 고팠었나 보다. 커피 한잔씩을 타먹고 「전국노래자랑」을 벌였다. 오고가는 등산객들이 귀를 막지나 않았는지 모르겠다.

날은 시나브로 어두워진다. 청소를 한후 하산하기 시작했다.
정릉쪽으로 가려다 4.19탑으로 선회했다. 고개를 들어 잎새 사이의 하늘을 본다. 바로 머리위에서 그들은 조용히 자신을 불사르고 있다. 황혼을 느낀 부스러진 낙엽떼들은 정신없이 우리의 발자국 뒤를 쫓아오고 열두쪽 치마만큼이나 크게 내둘린 하늘은 보라색 구름떼들을 몰고 갔다. 설익은 가을을 안고가는 내 마음에도 조물주의 찬미가 솟았다.
‘사랑의 하느님,우리를 도우사 우리의 삶의 상황이 어떤 것이든지 당신이 항상 주관하고 계신다는 것을 기억하게 하소소.’

잠깐 쉬면서 「천지 생기기 전」, 「주하느님 크시도다」를 불렀다.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럽다. 자연은 이처럼 있어야 할 자리에 당연하다는 듯이 있는데 우리 인간들은 어떠한가?

갑자기 급경사다. 조심스레 40여분을 내려가니 4.19탑. 세월의 끄트머리에 매달린 바람이 속웃음을 흘린다. 이젠 사방이 어둡다.

성당에 도착한 시간이 7시. 보좌 신부님께 “잘 다녀왔습니다.” 인사를 하려고 문을 두드렸으나 계시지 않았다. 간단히 저녁을 하고 아쉽게 보람찬 일정을 마쳤다.

봄이 우리에게 무엇이었으며 여름이 왜 있어야 했던가를, 겨울과의 순회를 새삼 생각게하는 그렇게, 찾아본 가을의 나들이었다.
그리고 알았다.
가을은 기다린 사람에게 그 기다린 만큼만 온다는 것을……

스테파노/19대, 기행문Ⅰ「낙엽 소나타」(Pascha 13호, 1987), 37-39쪽

2004년 10월 8일 금요일

세계가 극찬한 한글

[외국인도 극찬하는 한글의 우수성]

미국에 널리 알려진 과학전문지 디스커버리 지 1994년 6월호 「쓰기 적합함」이란 기사에서, 레어드 다이어먼드라는 학자는 한국에서 쓰는 한글이 독창성이 있고 기호 배합 등 효율면에서 특히 돋보이는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문자라고 극찬한 바 있다.(조선일보 94.5.25)
그는 또 한글이 간결하고 우수하기 때문에 한국인의 문맹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다고 말한다.
또 소설 『대지』를 쓴 미국의 유명한 여류작가 펄벅은 한글이 전 세계에서 가장 단순한 글자이며 가장 훌륭한 글자라고 하였다.
그리고 세종대왕을 한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극찬하였다.(조선일보 96.10.7)

그런가 하면 시카고 대학의 메콜리(J. D. McCawley) 교수는 미국사람이지만 우리나라의 한글날인 10월9일이면 매해 빠짐없이 한국의 음식을 먹으며 지내고 있다고 한다. (KBS1 96.10.9)

몇 년전 프랑스에서 세계언어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학술회의가 있었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학자들은 참가하지 않았는데, 그 회의에서 한국어를 세계공통어로 쓰면 좋겠다는 토론이 있었다고 한다.(KBS1 96.10.9)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세계가 인정하는 우리 글의 우수성을 정작 우리 자신이 잘 모르고 있는 것이다.

1986년 5월, 서울대학 이현복 교수는 영국의 리스대학의 음성언어학과를 방문하였다.
그때 리스대학의 제푸리 샘슨(Geoffrey Sampson) 교수는 한글이 발음기관을 상형하여 글자를 만들었다는 것도 독특하지만 기본 글자에 획을 더하여 음성학적으로 동일계열의 글자를 파생해내는 방법(ㄱ-ㅋ-ㄲ)은 대단히 체계적이고 훌륭하다고 극찬하였다.
그러면서 한글을 표음문자이지만 새로운 차원의 자질문자(feature system)로 분류하였다. 샘슨교수의 이러한 분류방법은 세계최초의 일이며 한글이 세계 유일의 자질문자로서 가장 우수한 문자임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마침내 지난 1997년 10월1일, 유네스코에서 우리 나라 훈민정음을 세계 기록 유산으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언어 연구학으로는 세계 최고인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언어학 대학에서 세계 모든 문자를 순위를 매겨(합리성, 과학성, 독창성… 등의 기준으로) 진열해 놓았는데 그 1위는 자랑스럽게도 한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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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미국인이 생각하는 한글]

.. One example of unique Korean culture is Hangul, the Korean alphabet.
There are no records in history of a king made a writing system for the benefit of the common people except in Korea. The Korean alphabet has an exact purpose and objective. So its use cannot be compared with other languages.
한국 문화의 독자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가 바로 한글이다.
세계 역사상 전제주의 사회에서 국왕이 일반백성을 위해 문자를 창안한 유래는 찾아볼 수 없다. 그만큼 한글은 문자발명의 목적과 대상이 분명했다. 그러므로 그 효용성은 다른 문자와 비교할 수 없다.


For example, each Chinese character has a meaning, so people have to memorize all of them, but the Korean alphabet is made of phonetic letters just like English. Anyone can learn Hangul in a day, that is why it is called 'morning letter'.
It is easy to learn because it can be put together with 10 vowels and 14 consonants. Hangul has 8,000 different kinds of sound and it is possible to write each sound.
예를 들면 한자는 표의문자이므로 모든 글자를 다 외워야 하지만 한글은 영어와 마찬가지로 표음문자이므로 배우기가 쉽다. 그래서 한글은 아침글자라고도 불린다. 모든 사람이 단 하루면 배울 수 있다는 뜻이다.
10개의 모음과 14개의 자음을 조합할 수 있기 때문에 배우기 쉽고 24개의 문자로 약 8,000음의 소리를 낼 수 있다. 즉, 소리나는 것은 다 쓸 수 있다.


Because Japanese letters imitate Chinese characters, they cannot be used without Chinese characters. The chinese government secretly sent scholars to the United States to alphabetize its language. Chinese is too difficult to learn, therefore the illiteracy rate is very high. Chinese thought it would weaken national competitive power.
일본어는 한자를 모방한 문자이기 때문에 한자 없이 독자적인 문자 수행이 어렵고 또, 한자는 너무나 배우기 어렵다. 한때 중국정부는 은밀히 학자들을 미국에 파견해 한자의 알파벳화를 연구한 적이 있다. 그것은 한자가 너무 어렵기 때문에 문맹율이 높고 그것이 국가 경쟁력 약화를 초래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Hangul has an independent reading and writing system.
It can be used on its own, but some old generations like to use Hangul along with Chinese characters education.
한국인들은 한국어로만 말하고 쓰는 완벽한 언어를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기성세대는 한자를 섞어 사용하고 심지어 일부 교수들은 한자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This is an anachronism and absolutely against the globalization of Hangul.
Even the Chinese government recognized the weak points of its writing system for the coming 21st century.
중국 정부조차 21세기의 미래 언어로서 약점을 인정한 한자에 대해 이러한 주장을 하는 것은 한마디로 시대 착오이며 한글의 세계화에 역행하는 자세가 아닐 수 없다.

Latin was used as an official language of the Roman Catholic church.
It has been used as a custom or religious authority for people who in Western societies, Latin is disappearing.
라틴어는 카톨릭의 공식언어로 사용되었다. 관습상 또는 종교적 권위를 위해 그 의미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사용되었다. 그러나 지금 서구에서 라틴어는 사라져 가는 언어일 뿐이다.

Hangul was invented 500 years ago. but it has only been used for 100 years by all Koreans.
Now it is standing in the world proudly with its value.
Korean has been chosen as a foreign language in some universities in the United States and Australia.
Now large Korean companies are building Factories in some Asian and Eastern European countries.
These companies have invested a lot of money. The managers of those companies are also learning Hangul.
한글은 창제된 지 500년이 되었지만 실제 발전의 역사는 100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 그 한글이 세계 속에 자부심을 가지고 우뚝 서 있는 것이다.
미국이나 호주의 대학에서는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지정해 놓았다.
그리고 많은 한국의 기업들이 아시아나 동부 유럽 국가에 대규모 공장을 짓고 투자를 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그 회사 간부들은 한글을 배우고 있다.


It is time to invest money and to make an effort to develop Hangul for the 21st century like the French government has done.
The language of the future has a strong economic value. Hangul is seven times faster in computer operation ability than Chinese or Japanese.
이제 한국 정부도 프랑스 정부가 했던 것처럼 한글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21세기의 언어는 강한 경제적 가치를 갖는다. 컴퓨터에서 한글의 업무능력은 한자나 일본어에 비해 7배 이상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한다.


When Windows 95 appears on your screen, Hangul is breathing on the tips of your fingers beyond the time barrier.
윈도우 95 화면을 보고 더블클릭을 하는 순간 한글의 위력은 500년이란 시간의 벽을 넘어 손끝에서 살아 숨쉰다.

The 21st century will be the age of information. National competitive power depends on the quantity and quality of information.
Therefore the national goal for the Clinton administration is to end illiteracy.
The American literacy rate is only 79%.
The Korean illiteracy rate is near the zero percent mark, because Hangul is easy.
21세기는 정보화 사회다. 즉 정확한 정보의 양과 질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현재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이 국가적 목표로 내세우는 것도 문맹의 퇴치이다.
현재 읽고 쓸 줄 아는 미국인은 고작 79%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은 쉽고 간결한 한글 덕분에 문맹률 0%라는 경이적인 기록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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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세종 IT 대왕]

(중앙일보 2004년 10월 05일 31면, 김일 디지털담당 부국장)

중국인 왕서방이 컴퓨터 자판을 치는 모습을 본다.

3만개가 넘는다는 한자를 어떻게 좁은 자판에서 치나? 자판을 보니 엉뚱한 알파벳만 있다. 한자를 자판에 나열하는 게 불가능해 중국어 발음을 영어로 묘사(한어병음)해 알파벳으로 입력한다. 단어마다 입력 키를 눌러야 화면에서 한자로 바뀐다. 불편한 건 더 있다.

같은 병음을 가진 글자가 20개 정도는 보통이다. 그 중에서 맞는 한자를 선택해야 한다. 열의가 없는 사람은 컴퓨터에서 멀어지기 십상이다. 한국의 인터넷 문화가 중국을 앞선 이유 하나가 여기에 있다.

타이핑을 많이 하는 전문직 중국인들은 한자의 획과 부수를 나열한 또 다른 자판을 이용한다. 자판을 최대 다섯번 눌러 글자 하나가 구성되므로 오필자형(五筆字型)이라고 한다. 속도가 빠르지만 익히기 어려워 일반인은 못한다.

일본인 요시다는 어떨까. 컴퓨터 자판을 보니 역시 알파벳이다. 24개의 자음·모음만으로 자판 내에서 모든 문자 입력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한글은 하늘의 축복이자 과학이다. 일본인들은 'せ'를 영어식 발음인 'se'로 컴퓨터에 입력하는 방법을 쓴다. 각 단어가 영어 발음 표기에 맞게 입력돼야 화면에서 가나로 바뀐다.

게다가 문장마다 한자가 있어 쉼없이 한자 변환을 해줘야 하므로 속도가 더디다. 나아가 '추'로 발음되는 한자만 해도 '中'을 비롯해 20개 이상이니 골라줘야 한다.

일본어는 102개의 가나를 자판에 올려 가나로 입력하는 방법도 있지만 익숙해지기 어려워 이용도가 낮다. 이러니 인터넷 친화도가 한국보다 낮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말레이시아처럼 언어가 여러 가지인 국가들은 컴퓨터 입력 방식 개발부터 골칫덩어리다.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낼 때 한글로 5초면 되는 문장을 중국·일본 문자는 35초 걸린다는 비교가 있었다. 한글의 입력 속도가 일곱배 정도 빠르다는 얘기다. 정보통신(IT)시대에 큰 경쟁력이다.

한국인의 부지런하고 급한 성격과 승부근성에, 한글이 '디지털 문자'로서 세계 정상의 경쟁력이 있는 덕에 우리가 인터넷 강국이 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글로 된 인터넷 문자 정보의 양은 세계 몇번째는 된다.

9일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한 한글날. 세종이 수백년 뒤를 내다본 정보통신 대왕이 아니었나 하는 감탄이 나온다. 26개인 알파벳은 한글과 같은 소리문자이고 조합도 쉽지만 'a'라도 위치에 따라 발음이 다르고 나라별로 독음이 다른 단점이 있다. 그러나 한글은 하나의 글자가 하나의 소리만 갖는다. 어휘 조합능력도 가장 다양하다. 소리 표현만도 8800여개여서 중국어의 400여개, 일본어의 300여개와 비교가 안 된다. 세계적 언어학자들은 한글이 가장 배우기 쉽고 과학적이어서 세계 문자 중 으뜸이라고 말한다. '알파벳의 꿈'이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거의 0%인 세계 최저의 문맹률이 가능했고 이게 국가발전의 원동력이었다.

발음기관의 모양까지 반영한 음성공학적 문자여서 세계의 언어를 다 표현해낸다.

맥도널드를 중국은 '마이당로우', 일본은 '마쿠도나르도'라고밖에 표현하지 못한다. 네팔 등의 문자가 없는 민족에게 한글로 문자를 만들어 주는 운동이 추진되는 이유다. 외국인에게 5분만 설명하면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쓰게 할 수 있다.

한글은 기계적 친화력도 가장 좋아 정보통신 시대의 준비된 문자다. 세계화의 잠재력이 적지 않다. 주말엔 서울 홍릉의 세종대왕기념관이나 여주의 영릉을 찾아 큰절을 올리자. 아! 세종 IT 대왕님.

2004년 10월 4일 월요일

모든 고등종교는 「자기비판능력」이 있다.

제국주의란 문자 그대로 “제국의 주의”다. 역사적으로 제국이란 항상 작은 나라들을 그들의 의지나 바램에 관계없이 병합하거나 제어할려고 하는 속성을 지닌다. 대국이 인접한 소국이나 영향권 안에 있는 나라들의 청년 자제들을 대국으로 끌어들여 교육시키고 그들을 다시 그들의 고국으로 돌려보내 그들과 모종의 친화감을 확보하는 정책을 일관해서 “브레인드레인(Brain-drain)”이라고 부른다.
브레인은 “뇌” 즉 “사고” “느낌” “행동”의 체계이다. 그리고 “드레인”이란 수리사업의 “관개”(灌漑)라는 뜻이다. 즉 변방 제국들의 두뇌를 개수사업 하듯이 일단 쫘악 빨아들여 본국의 저수지에다 모아 놓았다가 그것을 다시 도랑으로 쫘악 내보내서 그 지역의 밭을 일구게 하는 문화정책의 총칭이다. 이 브레인드레인 이야말로 제국주의가 가진 최대의 속성이다.

- 도올, 나는 불교를 이렇게 본다(1989), 246~250쪽 발췌인용 -



우리나라의 프로테스탄티즘처럼 단시간내에 폭발적인 교회조직을 확보한 사례는 이 지구상의 모든 기독교 전도사에 유래가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광신적 성격은 그들의 명예를 위하여 일국의 최대 방송조직을 장악하는 쿠데다군단의 조직력을 과시할 정도로 흉포하다.
한국의 목사님들은 아직도 구약과 신약을 구분 못하고, 새로운 약속(신약)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낡아빠진 옛 약속(구약)의 관습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니이체는 헛지랄을 한 것이다. 도무지 죽일 수 없는 것을 죽인 것이다. 神은 결코 사살될 수가 없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 교회의 모습은 기독교의 모습이 아니다. 그것은 기독교를 가장한 인간세의 조직의 모습이다.
이제 우리는 조직의 이해관계를 떠나 그 교회조직을 발생시킨 원초적인 정신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로부터 예수 그리스도 그 자체로 회귀해야 하는 것이다.
모든 고등종교는 “자기비판능력”이 있다.
모든 종교는 이제 배타적 전도주의를 하루속히 포기해야 한다. 나의 믿음의 방식만이 오로지 인류를 구원한다는 좁은 편견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 도올, 노자와 21세기[1](2000), 46~56쪽 발췌인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