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11일 일요일

그대 너무 서러워마요

어제 이 시간 명동성당 꼬스트홀… 홀로아리랑(35플러스 합창단), 그날이 오면(한선희), 늙은 군인의 노래(박준), 한 입의 아우성으로(꽃다지),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 함께가자 우리 이길을, 광야에서를 따라 불렀다. 이 뜨거운 노래들을 이렇게나 한꺼번에 불러보는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명동성당 청년단체연합회장을 지낸 기춘氏는 1985년에 광주학살 비디오테이프를 서울시내에서는 처음으로 이곳 문화관(현 꼬스트홀)에서 상영하여 신자·시민들의 폭발적인 관심과 참여를 불러왔다고 회상했다. 가민연 옛친구 순이누나의 추모편지에 울컥, 눈물을 훔쳤다.

미친 세상, 모진 바람 안고 그대는 다시 못 올 곳으로 푸른 계절에 떠났지. 조찬배 아버님의 바람대로 그의 쇠붙이, 그의 학생증, 그의 사진첩을 온전히 회수해 소장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김상식 신부(예수성심전교수도회)의 말처럼 지금 잠들어있는 이 나라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다시 깨달음의 불을 지를 수 있기를… 야만으로 뒷걸음치는 안녕하지 못한 시대. 부끄럽지 않도록 추하지 않게 잘 늙어가자… 

가톨릭평화공동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공동주최한 통일열사 故조성만(요셉) 35주기 추모공연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 콘서트」

1988년 5월15일, 통일열사 故조성만(요셉) 형제가 투신 산화한 명동성당 교육관은 기억하고 있다. 그대 너무 서러워 마요.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2023년 6월 5일 월요일

생활밀착형 문화 콘텐츠로 나주식 통일운동을

6월2일(금) KTX 타고 처음 가본 남도 羅州. 나주의샛골나이, 나주소반, 율정점, 영산포 황포돛배, 나주연가(차효린唱), 어디 숨었냐 사십마넌(정윤천詩), 사철가(장진규唱)… 휘영청 달밤에 듣는 판소리 적벽가, 고향역 주인장의 찰진 리액션, 아침 영산강변의 진흙밟기, 보리순 홍어애탕, 생경한 어휘와 풍경, 낯설지만 낯익은 만남…

고려시대 개경과 서경 이외 지역에서 유일하게 팔관회가 개최된 곳, 전봉준의 동학군이 유일하게 집강소를 설치하지 못한 곳이 바로 나주였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됐다. 북콘서트에서 구입한 「명동 다다이스트」(지승룡著)는 찬찬히 읽으며 경험과 기억과의 화해를 시도해 볼 테다.

지역을 살피고 다듬고 엮어내는 여정이 쉽지 않다. 발상과 출발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이번 남도행에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고 귀한 인연에 감사한 마음 전한다.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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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자형 기자 | 승인 2023.06.05 18:06
http://www.kw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261

나주학교, 나주고성포럼 개최
천년고도 나주, 인문학으로 디자인하라!


나주학교(교장 홍양현)는 2일(금) 오후 4시, 복합문화공간 나주정미소에서 ‘천년도시 나주를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를 주제로 나주고성포럼을 개최했다. 나주 지역의 문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현 상태의 이상적 상태로의 전환을 추구하기 위한 포럼이다.

첫 발제에 나선 정연진 상임대표(AOK한국)는 10년 전 나주향교에서 본인의 국내 첫 지역강연이 이루어진 인연을 돌아보는 것으로 서두를 열었다. 정 대표는 “후삼국이라는 분열과 갈등의 시대에 통합의 정신과 새시대에 대한 비전을 이미 천년 전에 나주가 보여주었다”고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천년고도 나주가 지닌 역사·문화적 자산을 초석으로 실행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며 통일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나주로 탈바꿈시켜 보자”고 힘주어 말했다.

2일 오후, 나주고성포럼에서 AOK(액션원코리아) 한국 정연진 상임대표가 발제를 통해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풀뿌리운동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어진 발제는 80년대 초반 독일로 건너가 40년간 활동하다가 최근 나주로 들어온 「검은비(碑)」의 정영창 작가가 맡았다. 정 작가는 라인강이 관통하며 흐르는 뒤셀도르프와 영산강이 가로지르는 나주를 교차 비교하며 “나주가 뒤셀도르프처럼 강이라는 요소의 장점을 십분 살려 과거의 문화유산을 지혜롭게 담아내 고급스러운 현대도시로 변화를 추구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세번째 발제자인 신정일 이사장(우리땅걷기)은 “2004년 봄, 조선시대 9대로 중 나주를 지나는 제7호 간선도로인 삼남대로를 걸었다”고 소개했다. 신 이사장은 고려 태조와 장화왕후의 만남, 정도전 유배, 황진이와 임제의 흔적, 정약전·정약용 형제의 이별, 나주목사 민종렬과 전봉준, 1929년 호남선 통학열차의 조선학생들 등 나주 관련 인물과 역사적 사건이 벌어진 장소를 촘촘히 엮어내는 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일 과원길 나주정미소에서 진행된 나주고성포럼 발제자들. ②정영창 작가 ③신정일 문화사학자 ④지승룡 소장 ⑤이상준 교수

지승룡 소장(도시문화연구소)이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지 소장은 “요즘 가장 각광을 받는 개신교단은 구세군이다”라고 운을 떼며 성리학 이념을 현실정치에 구현하려 애쓴 정도전의 제민철학을 소환했다. “1천년 역사도시라고 자부한다면 자기 것을 공유하고 나누는 정신이 필요하다. 아시아의 지중해 중심도시가 돼야겠다는 신념으로 구세군처럼 온정을 나누고 정도전의 복지도시를 지향한다면 나주는 세계에 내놓을 도시로 거듭날 것”으로 내다봤다.

마지막 발제에 나선 이상준 교수(동신대)는 문순태 대하소설 「타오르는 강」에 나타난 공간현황과 활용방안을 이야기했다. 이 교수는 “1880년대부터 1930년대까지 나주 영산강 일대의 지리, 방언, 신분제, 토지수탈과 그에 대한 저항 등 근대 사회·문화적 콘텐츠가 녹아난 스토리를 다양하게 변용, 확장하는 연구에 지역 사람들이 더 디테일하게 다가가야 한다”며 역할론을 부각했다.

나주고성포럼이 열린 나주정미소 천장엔 청사초롱이 걸리고, 벽면엔 박정자 단청장(국가무형문화재 제48호)의 불화가 전시돼 고풍스런 풍치를 더했다.

20여 명이 함께한 나주고성포럼은 천년도시 나주의 새로운 천년도약을 바라는 참가자들의 단체촬영으로 마무리됐다. 참가자들은 인근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함께 저녁을 나누며, 나주를 브랜딩하고 지방 지역부터 새롭게 시작해 문화를 공유, 확산하는 일에 이바지하자는 결의를 다졌다.

한편, 이날 포럼이 열린 나주정미소는 1920년대에 나주시 성북동에 호남권 최초로 세워진 정미소로, 미곡 수탈의 아픔과 나주학생항일운동의 주역들이 모여 회의를 했던 항일의 역사를 모두 지니고 있다. 1980년대 이후 화재로 인해 버려졌던 정미소(精米所) 건물은 나주읍성권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100년이 넘은 붉은 벽돌을 최대한 보존하는 방식으로 구조물을 보강해 2022년 ‘정과 맛을 간직한 웃음’이라는 의미의 새로운 정미소(情味笑)로 재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