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 31일 금요일

주절주절

요사이에는 회식을 마치고 늦은 저녁 귀가길 지하철을 타면 몇몇 사람들도 역시 어느정도 술 냄새를 풍긴다. 아침 출근길, 전철이나 버스 속에 앉아 있는 사람은 대개 눈을 감고 자거나 애써 잠을 청한다.
해마다 이 맘때면 망년회 특수에다 연말 선물수요같은 소비증가로 식당과 유흥가, 유통업체들은 이른바 연말 특수라는 것을 톡톡히 누려왔다. 하지만 올해는 극심한 내수부진 속에 이런 특수마저 옛 일이 되가고 있다.
백화점들이 앞다퉈 연말세일에다 각종 사은행사까지 벌이고 있지만 오히려 세일 막판으로 갈수록 매출이 줄어드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지난 해보다 매출이 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반면교사’라는 말이 있지만, 꼭 닮지 말아야 할 곳이 아르헨티나다.(축구 빼고) 아르헨티나는 20세기 초 세계 7대 부국 중 하나였다. 1913년에 이미 지하철을 놓았을 정도다. 74년 1만달러였던 아르헨티나의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 3657달러로 줄었다. 전체 인구(3800만명)의 절반을 넘는 2000만명이 빈곤층이다. 지난해까지 월 평균 2000건의 시위 행렬이 거리를 메웠다. 그런 아르헨티나 경제가 망가진 것은 ‘알젠틴병’ 때문이었다.

기업의 평균 수명은 지난 한 세기 동안 놀라운 속도로 줄어들었다.
맥킨지 컨설팅 보고서에 의하면, 1935년 90년이었던 기업의 평균 존속 연도가 20년만인 1955년에는 45년으로 절반이 줄었고 1975년에는 다시 30년까지 떨어졌다.
지난 1995년에는 22년까지 내려와 급기야 2005년의 경우 평균 15년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엄청난 속도로 변해가는 기업 환경…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말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글로벌 무한경쟁속에서 살아남는 기업은 변화에 익숙한 기업뿐이다.
사업을 운용한다는 것은 ‘한순간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된다’는 말과 동의어라는 것을 요즘 느끼고 있다.

1940년대 초 두 사람이 8848m의 에베레스트 산 정상에 도전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도중에 산을 내려오면서 두 사람 가운데 한 청년이 이렇게 말했다.
“에베레스트, 너는 자라지 못한다. 그러나 나는 자랄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
이 청년은 10년 후에 다시 에베레스트 산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1953년 5월 29일 마침내 등반에 성공했다.
이 사람이 바로 최초로 에베레스트 산을 정복한 에드먼드 힐러리이다.

깊은 동면이 우리 경제의 어두운 터널을 길게 만들고 있지만 결코 희망을 포기할 수는 없다.

힐러리경의 인터뷰 내용이다.

“어떻게 세계 최고봉을 정복할 수 있었나요?”
“뭐, 간단합니다. 한발 한발, 걸어서 올라갔지요.
진정으로 바라는 사람은 이룰 때까지 합니다. 안 된다고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방법을 달리합니다. 방법을 달리해도 안될 때는 그 원인을 분석합니다.
분석해도 안될 때는 연구합니다.
이쯤 되면 운명이 손을 들어주기 시작합니다.”

2004년 12월 30일 목요일

책을 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런 외국 만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책이 가득 꽂힌 서재 앞에서 한 남자가 술잔을 든 채 여인에게 이렇게 속삭입니다.
“이 책들에는 한때 내가 되고자 했던 모습들이 담겨 있어요”라고.

‘신유목민’ 시대라 부피가 많이 나가는 책이 이동에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이 남자의 말은 맞습니다.
처음에는 큰 포부를 지녔다가 차츰 현실과 타협하면서 샐러리맨 등으로 작아진 그 사람의 영혼의 궤적이 그 서재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누군가의 집으로 초대받아 가면 뭐부터 살핍니까. 예의는 아닐지 몰라도 저는 집주인이 눈치채지 못하게 그 집에 책이 어느 정도 있는지, 그리고 어떤 장르의 책이 많은지를 살핍니다.
아무리 책을 읽지 않는 집이라 해도 어느 한구석에는 책이 놓여 있게 마련입니다.
별도의 서재를 갖출 공간이 없는 가정이라도 소파 옆의 테이블이나 침대머리맡에는 한두 권의 책이 놓여 있게 마련입니다.

얼마전 일본에서는 목욕 중에도 읽을 수 있도록 비닐로 만든 물에 젖지 않는 책이 등장했다고 합니다.
최근 급증하는 반신욕 애호가를 겨냥한 것이라고 하는데, 이 책은 물에 젖어도 찢기지 않고, 책장이 들러붙지 않는 게 특징이랍니다.
반신욕 애호가를 대상으로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내는 출판사의 기획력도 경이롭지만, 출판사가 그런 시도를 할 수 있는 일본사회의 ‘독서습관’이 더욱 놀랍습니다.
지하철에서건 목욕탕에서건 책을 읽는 많은 일본인들. 이들의 ‘책 사랑’이 아니라면, 이런 ‘시장’이 없었다면, 출판사가 이런 ‘목욕탕 문고’를 만들어볼 시도조차 못했을테니까요.

요즘 지하철을 타보면, 책을 펴고 있는 사람들이 전보다 많이 줄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냥 눈만 감고 있는 경우도 많고, 무가지를 들추거나 핸드폰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책을 펴들고 있는 사람은 눈에 띠게 줄었습니다.

지하철에서든 약속장소에서든, 혼자 있을 때 책을 펴고 있는 사람. 그런 사람들을 보면 왠지 기분이 좋아집니다.

우리 TV는 책에 너무 인색합니다.
아무리 영상매체라 해도 읽기 문화를 진작해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고 있는 마당에 의도적으로 서재를 꾸며 보여줘야 할 판에 많은 사람이 넋을 놓고 보는 드라마에서조차 책을 보여주는 예가 드뭅니다.
그나마 책을 소품으로 이용하는 프로그램으로는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 정도인 것 같습니다.

불황이라지만 세계 10위권 출판 강국의 지위는 그대로이고, 신간 종수도 예년에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책을 내는 사람은 여전히 많은데 책을 사서 읽는 사람이 적어졌다는 말이겠지요. 책을 내려고 애쓰기에 앞서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는 게 지식인이 아닐까 합니다.

지하철 전동차에서 볼 수 있는 문구입니다.


책이 없다면
신도 침묵을 지키고,
정의는 잠자며,
자연과학은 정지되고,
철학도 문학도 말이 없을 것이다.

- 토마스 바트린 -

2004년 12월 1일 수요일

사람……믿으시나요.

지지난주 금요일(11월 19일)에는 KBS 2TV의 「부부 클리닉-사랑과 전쟁」을 시청했다.
<아내의 올인>이라는 제목이었다.
인터넷 고스톱에 정신없는 전업주부인 아내가 못마땅한 남편은, 아내에게 실전 고스톱을 가르쳐주게 되는데…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 모른다’고 살림과 남편·아이는 뒷전이고, 집안이고 찜질방이고 동네 아줌마들을 모아 고스톱을 치게 되는 심각한 상황이 전개된다.
급기야 상습도박으로 경찰서 유치장에까지 가게된 아내는 전문 타짜들의 꾐으로 출소한 뒤에도 하우스 고스톱에 빠져 결국은 사채에까지 손을 대 남편 몰래 집까지 잡히는 불상사가 발생하게 된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는 남편은 이혼을 결심하게 되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내와 함께 드라마의 설정이 늘 그렇듯이 법원에서 신구氏의 조정을 받게 된다는 내용이다.

고스톱… 도박… 카지노…
문득 k가 생각났다. 한때는 크나큰 미래를 그리며 함께 매진했던 파트너.
일주일이고, 보름이고 무고로 사라졌다가 초췌한 모습으로 불쑥 나타나는 그의 눈을 보며 느낀 것은 초점없는 동태의 그것이었다.
한 후배를 향해 그는 “함께 일을 도모할 만한 사람이 못된다”고 말했었다.
이 말은, 그 무렵 유령같은 며칠을 보내고 나타난 그에게 내가 했던 말이기도 하다.
그가 내게 입힌 손실은 금전적으로 따지면 기껏해야 몇백이다.
하지만 그는 내몫의 우정과 기회를 내가 가장 혐오하는 방법중의 하나로 날려버렸다.
그도 내가 여유가 있어 기천만원의 보증까지 섰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임에도 나의 기대와 신뢰를 무참히 무너뜨렸다. 못났다. 이것이 더 화가 나는 것이다.

그리고 또다른 k. 그와의 관계 역시 제로다.
역시 한때 누구보다도 친밀했던 그였지만 동상이몽 끝에 결별했다.
하지만 자신이 마땅히 치러야할 책임을 이행하지 않아 채권자와 신용정보회사에 시달리고
급기야 동부지원에서 지급명령까지 받게 했다.
한편으로는 그의 말만 들었던 나의 귀얇음으로 가장 아끼는 후배와도 2~3년간 소원했다.
그무렵 이 후배와 관련하여 그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사람이 변한 것’이 아니라 ‘원래 성향이 그랬던 사람인데 사람들이 그걸 몰랐던 것일뿐’이라고…
본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이제 그는 알고 있을까.
못났다.
후자의 경우는 아직도 미성숙한 의식의 흐름이 삶에 반영되는 때문이겠고, 전자의 경우는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음에도 그와 같은 행동을 보여주었다.
미스테리다. 못났다.

지난 주말 한 선배의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도 지인들은 그들의 안부를 물어왔다.
나더러 지나간 우정을 생각하고 화해하라고들 했다. 때로는 무언의 압박도 가해온다.
구체적인 언사없이 이런저런 모임에서 그러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나를 어렵게 만드는 얘기들이다.

젊은날의 열정과 기억들을 공유하고 있으니 그들이 지인들, 동문들 모임에 참석하는 것도 막을 수 없다.
못났다. 가능하면 보고싶지 않지만, 언제든 술잔 앞에 마주앉을 기회도 간혹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뿐이다.
이제 더 이상 그들의 얼치기 발산을 내가 수렴하지 않는다.
내면 깊은곳의 대화는 없을 것이다.
혹 길거리 같은데서 마주치더라고 허심한 목례로 스쳐지나가게 될 것이다.
나로서는 단호하다. 서로간에 트였던 물길은 이제 막아졌다.
세월은 간다고 떠난 것은 잊으라고 낙엽은 졌다.
나에게도 치유하기 힘든 데미지가 남겨졌다.
내 삶이 다하는 날까지 엎질러진 가슴, 지울 수 없는 추억의 조각들이 한겨울 문풍지처럼 떨게될 것이다.

지난 십년간의 사회이력…
믿었던 사람이 내몫의 돈을 횡령하는 일도 겪었고, 내막을 모르는 지인들에게 때아닌 오해도 받았고, 직원들 돈을 가로채고 탕진하여 유치장에서 젊음을 한탄하는 사장도 만나보았고, 2천만원에 가까운 급여도 떼여보았고, 자신의 덩치를 과시하는 안하무인의 거래처들에게도 치여 보았고, 이런저런 편법으로 수시로 사기 아닌 사기로 현혹하는 사람들에 부딪혀도 봤다.
쉽지만은 않았던 나날들…

이제 12월이다.
얼마전부터 내옆에는 새로운 파트너가 있다.
다시한번,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다.
내 나이 서른 다섯, 스펀지처럼 푸석푸석해진 나의 세상맞이.
날 인정함으로 또 한발 내딛어 본다. 내 나이의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2004년 11월 23일 화요일

30년후 휴전선 이북은 중국영토???

서울대 정치학과의 한 커뮤니티에서 퍼왔습니다…
우리 모두 정신차리고 읽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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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고구려 역사왜곡이 국내언론의 관심을 받기 전인 작년에, 나는 리앙 첸 교수의 <동북 아시아 근대 정치사>라는 과목을 수강한 적이 있었다. 학사과목이긴 했지만, 유학중이던 당시 한국과는 전혀 다른 중국의 만주 역사관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사실상 중국의 정치역사학의 중심이자 가장 보수적인 동시에 중앙정부의 학술지원의 방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북경대였기 때문에 호기심이 동해 수강한 것이다.

리앙 친은 정부의 학술 고문을 지내고 있는 저명한 정치학과 교수로, 역사학 석학위도 가지고 있고, 현재 중국학계의 고구려 역사왜곡을 주도하고 있는 교수다. 당시 그 과목의 수강 인원은 약 30명정도 였는데 한국인은 나 혼자였다.

아마 학기 중간쯤인가? 일제의 만주국 건설에 대한 부분을 다루면서, 마침 만주사에 대한 한국과 중국 정부의 시각차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었다. 리앙 첸 교수는 그때 한국과 중국의 만주 역사관의 차이를 이야기하며, “이것은 과거가 아닌 미래에 관한 문제이며, 만주가 아닌 북한에 관한 문제다” 라고 말했다. 그리고 매우 충격적인 이야기를 했다. 아마 그는 한국인인 내가 그 과목을 수강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한 듯 했다.

사실 과거에 만주에 어떤 나라가 있었든, 현재 만주지역이 중국의 영토임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부분이다. 중국으로서 만주 변방 영토의 역사를 자국 역사로 편입시키는 데는 그러므로 어떤 실익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도 할 수 있는데, 현재 중국학계에서 보여지는 만주 역사관의 대대적 재규정의 움직임은, 향후 발생할 북한 영토의 주권 문제를 고려한 정부의 개입으로 야기된 것이라는 것이다.

리앙 친은 북한은 길어야 10년 이상 존속할 수 없을 것이며, 아마 군부 내의 쿠데타가 일어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의 김정일 라인을 제외한 군 수뇌부의 인물들이 모두 친중파인데다 쿠데타의 중심에 누가 있건, 반란 주도세력은 남한의 군사적 움직임에 대항해 독립한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의 군사력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국정부에서는 이 상황에서 혁명세력 정권을 인정하고 군사적인 지원을 하면서, 북한지역을 북방 자치성들과 군사 연방화하고, 장기적으로는 북한 지역을 중국의 지방정권화하는 가능성을 심각히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 중국 정부로서 가장 부담되는 것은 남한과의 영토 분쟁이다.

상황 발생시 북한에 대한 남한 측과의 영토 분쟁은 거의 피할 수 없는 것인데, 북한과 남한의 역사적 동일성이 너무 커서 영토분쟁에 대한 국제 여론을 기대할 수도 없을 뿐 더러, 국제재판에 회부될 경우 거의 확실히 중국이 패소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향후 가능한 북한에 대한 사실적 군사 지배를 국제재판에서의 승리로 이끌 장기적인 전략을 구상중이라고 한다.

국제 재판에서 영토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영토임을 주장하는 국가가 다음 3가지를 입증해야 한다.

1. 영토의 사실적 점유
2. 영토의 역사적 점유
3. 영토 점유의 계속성과 정당성

1번 같은 경우, 쿠데타 후 군사적 지원과 군사연방화를 통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사실적 점유는 충족될 수 있다. 그리고 국제재판 회부 이전까지 30년 정도 이 연방을 물리적으로 유지할 경우 영토의 사실적 점유는 국제 사법상 인정 가능한 요건으로 성립한다. 3번 같은 경우, 정당성에 관해서는 북한 혁명정부를 통해 북한 영토를 인수받으며 만족될 수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2번 영토의 역사적 점유와 3번 영토점유의 계속성이다. 중국은 북한 지역을 역사적으로 점유한 예가 없고, 그러므로 당연히 영토 점유의 계속성을 주장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이 북한이 자국 영토임을 주장할 수 있는 방법은?

그렇다. 만주지역에 세워진 조선족 국가들을 자국 역사에 편입함으로써, 영토의 역사적 점유를 충족시키고, 그것을 사실상의 점유와 연관시켜 계속적 점유까지 충족시키는 것이다. 리앙 첸은 현재 중앙정부는 그러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학계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만주 역사는 과거 사실의 문제가 아닌 미래의 이익의 문제다. 너희는 그것을 학술적으로 접근할 필요도 없고, 한국과 논리적인 토론에 말려 들어가서도 안된다. 이것은 정치의 문제이고 너희는 정치를 배우고 있음을 명심해라”고 말했다.

첸교수의 마지막 한마디가 잊혀지지 않는다. 너희가 관심을 갖고 열심히 한다면, 30년후 중국 땅은 남한 바로 위까지 더 넓어져 있을 거라고…… 당시는 첸 교수가 미쳤다고 생각했지만, 현재 중국학계의 움직임을 보면 그때 그가 말한 것이 사실임을 의심할 수가 없다.
왜 국내 언론에선 이런 이야기가 다뤄지지 않는지, 중국의 국가기밀을 정부 학술고문인 교수아래 수강하던 내가 우연히 들은 건지, 요즘 뉴스를 보다보면 정말 심란하다…

2004년 11월 5일 금요일

공안연 이적표현물 목록(금서목록)

이적표현물 목록(금서 목록)

비디오 등 2777가지 소지땐 처벌. 이른바 ‘이적표현물’을 제작하거나 소지하는 등의 행위를 처벌하도록 한 국가보안법 제7조5항은 보안법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조항이다.

대검찰청이 지난 1996년 6월 내부용으로 펴낸 공안자료집 제20권 <판례에 나타난 이적표현물>에는 책 1072가지, 유인물 1584가지, 기타(비디오테잎 등) 121가지 등 무려 2777가지가 이적표현물로 등록돼 있다. 이들은 모두 법원으로부터 ‘적을 이롭게 하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라는 판결을 받은 것들로, 이를 제작·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취득한 경우 모두 처벌 대상이 된다.
(자료 : <판례에 나타난 이적표현물> 대검찰청 공안자료집 제20권, 1996년 6월)

그러나 목록을 들여다보면, 남한사회주의노동자연맹(사노맹) 등 이미 사라진 단체가 찍어낸 유인물 등을 빼면 지금도 시중 서점이나 대학가에서 누구라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오히려 <껍데기를 벗고서 1권>(백기완·리영희)이나 <다시 쓰는 한국 현대사 1·2·3권>(박세길·임승남), <아리랑>(님 웨일즈), <해방전후사의 인식>(송건호 등), <철학에세이>(조성오) 등은 대학에서 교양서적으로 권하고 있는 ‘양서’들이다.

또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은 그동안 60만질(600만권) 이상 팔렸고 고교생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국민적 베스트셀러이지만, 한편에선 일부 보수단체가 국가보안법 제7조 위반으로 고발한 지난 94년부터 10년째 검찰의 수사대상이 되고 있는 ‘이적표현의 혐의가 있는 서’이다. 모두 보안법 제7조 때문에 벌어진 한편의 '코미디'인 셈이다.



[발췌인용]
한겨레신문(2004년9월17일/황준범 기자) - 대학 권장서적도 "이적표현물"
오마이뉴스(김지은,남소연 기자) - 맑스·리영희 책은 모두 이적표현물?
2004년 6월4일부터 9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세계금서특별전'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적표현물 목록을
www.democracymuseum.org/data/instu/era.htm 에서 구할 수 있었다고 하던데, 다시 찾아보니 사이트가 죽어 있네요.


국군기무사령부가 최근까지 경찰청 산하
공안문제연구소에 사상 감정을 의뢰한 도서목록

이중에는 대검찰청이 관리하고 있는 ‘판례상 인정된 이적표현물’ 1220종(2003년 자료)에 속하는 것들도 있습니다.





판례상 나타난 이적표현물 중 일부 목록
제목
저자
제목
저자
가족, 사유재산 및 국가의 기원엥겔스경제이론과 사회주의에 대하여모리스 돕
경제주의자와의 대화레닌껍데기를 벗고서 1권동녘
국가와 혁명레닌그람시의 마르크스주의와 헤게모니론권유철 편
노동의 새벽박노해다시쓰는 한국현대사박세길
루드비히 포이에르바하와 독일고전 철학의 종말엥겔스러시아 혁명스탈린·레닌
사람이 살고 있었네황석영마르크스 경제학 비판마르크스?
아리랑님 웨일즈세계 사회주의 운동사동녘
마르크스 주의의 혁명적 사상켈리니코스우상과 이성리영희
자유로부터의 도피에리히 프롬 자본론마르크스
잠들지 않는 남도노민영자주고름 입에물고 옥색치마 휘날리며백기완
정치경제학과 자본주의모리스 돕전환시대의 논리리영희
정치경제학 비판강요마르크스정치경제학 원론?
참된 시작박노해 제주 민중항쟁김명식
헤겔 법철학 비판마르크스철학의 기초이론백산 서당
청년이 서야 조국이 산다조진경8억인과의 대화리영희
포이에르바하에 관한 테제마르크스한국 근·현대사강만길
해방전후사의 인식송건호 등



- 제목 / 저(편)자 / 출판(인)사 -

<우상과 이성>(리영희/한길사) : 동아시아 근대성 연구의 필독서
<전환시대의 논리>(리영희/창작과 비평사) : 근대성 연구의 교양서
<8억인과의 대화>(리영희)
<껍데기를 벗고서 1권>(백기완,리영희 외/사계절)
<자주고름 입에 물고 옥색치마 휘날리며>(백기완)
<잠들지 않는 남도>(노민영)
<제주 민중항쟁>(김명식)
<해방전후사의 인식>(송건호 등/백산서당)
<한국 근·현대사>(강만길/한울) : 출간이래 지금까지 줄곧 이 분야의 교재로 이용되고 있다. 만일 이 책을 못 보게 한다면 이는 우리 근현대사를 교육시키지 말라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세계 사회주의 운동사>(동녘 편집부)
<자본론1·2·3>(칼 마르크스) : 경제학뿐만 아니라 철학과 문학, 그리고 사회학과 정치학 연구의 필독서. 이미 모든 인문사회과학의 고전이 된 책이다.
<가족, 사유재산 및 국가의 기원>(프리드리히 엥겔스)
<국가와 혁명>(블라디미르 레닌)
<그람시의 마르크스주의와 헤게모니론> : 그람시는 영국의 레이먼드 윌리암스와 더불어 문화학이나 문화연구의 토대를 만든 사람. 문학, 철학, 그리고 정치학 이론연구의 필독서. 그람시의 헤게모니론은 정치적 이데올로기론에서 문화적 담론으로 이동하는 중요한 이론적 고리역할을 한다.
<포이에르바하에 관한 테제>(칼 마르크스)
<헤겔 법철학 비판>(칼 마르크스) : 근대성 연구의 필독서. 신플라톤주의 연구 및 그 비판을 위한 필독서
<러시아 혁명>(스탈린·레닌)
<루드비히 포이에르바하와 독일고전 철학의 종말>(프리드리히 엥겔스) : 독일 근대철학연구의 필독서
<마르크스 경제학 비판>
<자유로부터의 도피>(에리히 프롬) : 독일의 근대성에서 나타나는 국가와 국민의 관계를 해부한 책. 문화 뿐만 아니라 모든 인문사회과학의 입문서
<참된 시작>
<철학의 기초이론>(백산 서당)
<청년이 서야 조국이 산다>(조진경)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1·2·3>(박세길,임승남 / 돌베개)
<사람이 살고 있었네>(황석영) : 한반도의 냉전이데올로기를 깨트리고 통일을 위한 한반도적 인식의 교양서
<오래된 정원>(황석영) : 조선일보가 주관하는 동인문학상 심사 대상에 거론되기도 했던 작품. 1999년부터 동아일보에 연재된 작품이기도 하다.
<노동의 새벽>(박노해/해냄)
<철학에세이>(조성오/동녘출판사)
<아리랑>(님 웨일즈/학민사) : 한반도와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근대성 연구를 위한 필독서. 살아있는 고전이자, 일제하의 민족운동과 독립운동을 밝힐 수 있는 몇 안 되는 중요자료이다.
<태백산맥>(조정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조세희)
<어머니>(막심 고리끼)
<닥터 노먼베쑨>(고리)
<한홍구의 역사이야기>(한홍구)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최장집)
<실용 동의약학>(일월서각)
<인구학 개론>(한국문화사)
<예술론 개론>(한국문화사)
<예수와 묵자>(일월서각)
<새로운 세기를 위하여>(정상모)
<당신들의 대한민국>(박노자)
<역사는 끝났는가>(송두율)
<민족은 사라지지 않는다>(송두율)
<경계인의 사색>(송두율)
<분단과 민족의 변증법>(송두율)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막스 베버) : 1988년에 문예출판사에서 초판을 낸 뒤 지금까지도 대학 강의용으로 연간 1500부가 나갈 정도로 고전 중의 고전
<군주론>(마키아벨리)
<소크라테스의 변명>(플라톤)
<채털리부인의 사랑>(로렌스)
<언어학>(노엄 촘스키) : 공안당국은 저자를 '좌파'로 미리 규정해 놓고 책 내용과 상관없이 그 사람의 사상체계 전체를 삐딱하게 바라보고 있다.
<의사소통 행위론>(하버마스)
<루어투어 시앙쯔>(라오서 저/최영애 역)
<갑오농민전쟁>(박태원/공동체)
<공산당선언>(마르크스·엥겔스/백산서당)
<꽃파는처녀>(정동익(북한원전)/아침)
<러시아혁명사 1·2·3>(소련 과학원/거름)
<모순론>(모택동)
<무림파천황>(박영창)
<민중과 지식인>(한완상)
<어느 청년노동자의 삶과 죽음>(조영래/돌베개)
<오적>(김지하 / '사상계' 1970년 5월호)
<제국주의론>(레닌/백산서당)
<주체사상 비판>(이진경/벼리)
<중국의 붉은 별>(에드가 스노우)
<체 게바라>(싱클레어 앤드류)
<태백산맥 상·하>(김달수 저, 임찬규 옮김/연구사)
<피바다>(문학창작단(북한)/한마당)
<한국 공산주의 운동사>(김준엽·김창순/고대 아세아문제 연구소)
<겨레와 어린이>(이오덕)
<실천교육학>(프레이리)
<대지의 저주받은 자들>(프란츠 파농)
<한국민중사Ⅰ,Ⅱ>(풀빛출판사)
<세계철학사Ⅰ-Ⅲ>(녹두출판사)
<사람됨의 철학Ⅰ>
<북한현대사>
<소외된 삶의 뿌리를 찾아서>
<녹슬은 해방구Ⅰ-Ⅷ>(권운상/백산서당)



어쩌면 금서=필독서, 금서=고전과 같은 공식이 성립하는지도 모르겠네요.

성균관대앞 ‘논장’(사장 이재필), 연세대앞 ‘오늘의 책’(전 사장 김봉환, 현재 조합형태로 공동운영), 서강대앞 ‘서강인’(사장 신영균), 고려대앞 ‘장백서점’(사장 김용운) 등은 대표적인 대학가 사회과학 서점입니다.




2004년 11월 1일 월요일

하지만 어쩌겠나. 소주 한잔 걸치며 새롭게 다잡아볼 밖에!

어느덧 11월이다.
어떻게 달려왔는지조차 돌아볼 여유없이 벌써 연말이라는 두 글자가 또 눈 앞에 펼쳐져 있다.
내 수첩 2004년 1월 12일(월)자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기록되어 있다.

■ 2004년 히트상품 출현에 영향을 줄 트렌드 10

Hit Trend 1: 웰빙 상품(Well-being)에 주목
Hit Trend 2: 퀴진(Cuisine) 상품이 유망
Hit Trend 3: 올림픽 특수로 인한 디지털 가전의 히트
Hit Trend 4: 퓨전형 엔터테인먼트
Hit Trend 5: 디지털 新서비스 관련 상품
Hit Trend 6: 자기 표현형 레포츠
Hit Trend 7: Fit-In 소비 니즈에 주목하라
Hit Trend 8: 콤팩트 SUV가 유망
Hit Trend 9: 고속철도 및 관련 상품
Hit Trend 10: 일본 문화 개방에 따른 일본 관련 상품과 서비스

10개월이 지난 지금 얼마만큼의 성취가 있었는지 반성하게 된다.
엄청난 속도로 변해가는 기업환경…
중국의 금리인상이 가져올 후폭풍은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
국제유가의 하향세는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내일부터 시작되는 미국 대선의 결과는 어찌될지…
시간이 지날수록 새롭게 부각되는 불확실성은 늘어만 간다.

오늘…… 중요한 계약건이 무산됐다.
휴~~~
하지만 어쩌겠나. 깨치고 나아갈 수 밖에…
소주 한잔 걸치며 새롭게 다잡아볼 밖에…

2004년 10월 30일 토요일

10월의 마지막 밤이 다가옵니다.

올해 우리나라의 가을은 애국가을이라 할 수 있을거 같습니다.
옆나라 일본은 10번의 태풍과 3번의 지진이 연속으로 열도를 강타하여 수많은 피해를 입고 있는데…
우리의 어려운 살림을 살펴주는 것인지 하늘이 도와주고 있습니다.

한때 유행했던 노래의 제목처럼 10월의 마지막 밤이 다가옵니다.
찬 바람을 이기지 못한 낙엽의 파동 속에서 지금은 곁에 없는 누군가를 떠올리는 것은 늦가을의 추억이 무거운 까닭입니다.
세상 일은 지울 수 있지만 가슴 속에서 추억 한 조각이 떨고 있는 것은 차마 막지 못합니다.
사람의 일생이 세월에 깎이면서도 온기를 간직할 수 있는 것은 이처럼 누군가를 그리워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찬바람이 불면 몹시 쌀쌀하기만 할줄 알았는데 오히려 시원한 느낌이 들어 상쾌하기까지 합니다.
저만 그런가요. 계절이 제 모습을 되찾은데다가 푸른 하늘이 있어주니 기분이 좋을 수 밖에요.

삶이 힘겹다고 느껴지신다면…
남대문이든 동대문이든 새벽시장에 한번 나가보세요.
밤이 낮인듯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힘이 절로 솟습니다.
그래도 힘이 나질 않을땐 뜨끈한 우동 한그릇 드셔보세요.
국물맛 죽입니다.

일을 놓고 휴식을 취하는 주말, 이 좋은 계절을 놓치지 말고 꼭 단풍으로 유명한 산이 아니더라도 밖으로 나가셔서 맑게 갠 하늘 만큼이나 청명해진 정신상태를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삶을 되돌아보는 여유를 가지면 더욱 좋겠지요.
모든 속물적인 것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보는 가을의 끝자락 되시기 바랍니다.

2004년 10월 27일 수요일

낙엽소나타

가을이 좋은 이유는 뭘까요. 푸른하늘과 선선한 바람, 한낮의 따뜻한 햇살…
아래글은 제가 고등학교 2학년때 활동하던 써클지(빠스카紙)에 실은 글입니다.
낙엽 소나타… 무슨 드라마 제목 같죠?^^
이렇게 보니까 유치한 구석이 많지만… 일면 지금 현재 아쉬운 부분도 있네요.
성당활동도 열심이었고, 등산도 자주 했었고…… 언젠가는 회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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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산을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여건이 갖춰지면 휴일이나 방학을 이용하여 자주 배낭을 멘다. 당일도 좋고 1박2일도 좋다. 한 봉지의 쌀과 약간의 경비면 족하다. 젊은날의 여행이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10월 27일, 모처럼의 여가에 등산계획을 세웠다. 우리들은 성당에 모였다.
성철이, 자율이, 수현이, 정우, 소연이 그리고 나. 모두 6명. 마침, 예비자 교리반 성지순례에 가시는 보좌 신부님께 「보조비」라는 명목으로 거액의 money를 받았다. 보고도 없이 놀러다닌다고 알밤 한대씩을 맞고서……

명륜동에서 6번 버스를 탔다. 여행을 할 때마다 나는 새롭게 태어나는 나를 느낀다. 생각이 새로워지고 삶이 새로와짐을 느낀다. 북한산 종점에서, 벌써 가 계셨던 엠마 선생님과 합류했다.

한 걸음. 복잡한 신변잡기를 뒤로 남기고, 첫 발자국을 내딛는다. 정상을 향하여.
우리에게 「가을의 사색」을 주기에 충분히 맑은 하늘과 바람이 불어 주었다.
‘어이구, 힘들어! 뭔, 여자애가 저리 빠르지!’ S자의 고도를 잘도 올라간다. 앞서가는 수현이를 쫓느라 내 다리는 쉴 틈이 없다.

20분간 휴식이란다. 아까 마음씨 좋아보이는 아주머니에게서 산 귤 한봉지가 어느새 껍데기만 가득했다. ‘큰일났구나!’ 다른 사람 몰래 휴지통에 넣었다.

다시 서편으로 출발. 현판을 보니 「도선사」라. 굉장히 큰 절이었다. 믿기지 않았지만, 옛날 석가모니가 도통했다던 보리수의 손자의 손자의 손자라는 보리수가 있었다. 경내를 둘러보고 목을 축인 다음 본격적인 산행의 시작인데, 정우와 소연이가 가봐야 한다고 한다. ‘뭐, 내일 10단위짜리 시험이 있다나. 그런 놈이 뭣하러 따라왔어? 약속이 있다는 소연이를 억지로 데려와 가지고는 요렇게 빠져 나가려고! 그래, 그래. 너희 둘이 다방에 가던, 디스코장에 가던 마음대로 해라!’ 모두들 아쉬워했지나, 쌀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내가 호통을 쳐 돌려보냈다. 미안한 감이 들긴 했지만……

저 건너 다람쥐 한 마리가 달려간다. 조금 뛰고는 좌우를 살피고 또 얼마간 뛰고는 주춤거리는 모습이 참 귀엽다. 내가 선봉을 섰다. 한 계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되새기는 수많은 낙엽이 밟힌다. 산의 풍모는 나를 지치게만 두지 않았다. 산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듯, 눈을 크게 뜨고 구경하면서, 다음 장면을 보기 위해 앞으로 앞으로 갈 뿐이다. 갈림길로부터 북으로 올라간다. 육칠십도의 급경사가 무척 힘들다. 우리는 기다시피 움푹 패인 곳을 조심스레 디디면서도 숨이 찼다. 양 옆과 앞뒤에 늘어진 붉고 노란, 나무의 빛깔들이 느껴질 뿐 도대체 하늘이란 것이 보이지 않았다. 엠마 선생님의 춤 솜씨는 여기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위에서 보니 나뭇가지가 휘어지는 건 아랑곳없이 요리조리 잘도 올라오신다. 절로 웃음이 나왔다. 다람쥐들의 낮잠터 같은 넓고 평평한 바위가 군색스럽지 않아 좋았다.

드디어 정상. 멀리 서울을 호위하는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때론 흐려지고 때론 맑아지는 넓은 세상이 내 발밑에 있다. 심호흡을 하고서 “야 호!……”
허공을 가르는 산웅들의 외침. 소라빛 하늘이 그 음악을 되돌려 주었다.

방향을 바꾸어 야영장으로 향했다. 웬 사람이 그리도 많은지. 우리는 서쪽으로 회전했다. 말라가는 잡초위에 자리를 잡았다. 짐을 풀고, 버너다 코펠이다로 무척 어지럽다. ‘아차차, 물이 없구나!’ 남자 셋은 찌개와 찬거리를 마련한다. 그동안 엠마 선생님과 수현이는 물 준비와 쌀을 씻으러 가고.
그런데, 쌀 당번들은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도 소식이 없다. 30분이 지나자 자율이의 입에서 ‘씩~씩~’ 소리가 났다. 성철이의 ‘귀신이 잡아갔나. 제기랄!’ 소리도 제법 크다. 나도 ‘꼬르륵~’ 소리를 참으며 한해 먼저 태어난 체면을 지키려고 애썼다.

산의 묘미 중에는 모르는 사람과도 쉽게 친해지는 힘이 있나 보다. 우리의 이런 모습이 딱해서인지 옆팀의 아주머니가 (자신들도 모자라는) 물을 나누어 주셨다. 찌개는 충분히 끓일 양이다. 봉지채인 쌀을 들고 쌀당번 두분이 염치좋게 들어선 것이 그때였다. 씻지도 않은 쌀로 밥을 짓는다. 나참! 그러나 안먹으면 손해지. ‘지글짝 보글짝 지글보글 짝짝’
냄새만 맡아도 찌개맛을 알 수 있었다. 산에서의 식사는 별미중의 별미다. 매운 것을 좋아하는 나는 혼자만 많이 먹으려고, 고추장을 몇 숟갈씩 퍼 넣었으나 웬걸, 다들 잘 먹는다. 무척 배가 고팠었나 보다. 커피 한잔씩을 타먹고 「전국노래자랑」을 벌였다. 오고가는 등산객들이 귀를 막지나 않았는지 모르겠다.

날은 시나브로 어두워진다. 청소를 한후 하산하기 시작했다.
정릉쪽으로 가려다 4.19탑으로 선회했다. 고개를 들어 잎새 사이의 하늘을 본다. 바로 머리위에서 그들은 조용히 자신을 불사르고 있다. 황혼을 느낀 부스러진 낙엽떼들은 정신없이 우리의 발자국 뒤를 쫓아오고 열두쪽 치마만큼이나 크게 내둘린 하늘은 보라색 구름떼들을 몰고 갔다. 설익은 가을을 안고가는 내 마음에도 조물주의 찬미가 솟았다.
‘사랑의 하느님,우리를 도우사 우리의 삶의 상황이 어떤 것이든지 당신이 항상 주관하고 계신다는 것을 기억하게 하소소.’

잠깐 쉬면서 「천지 생기기 전」, 「주하느님 크시도다」를 불렀다.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럽다. 자연은 이처럼 있어야 할 자리에 당연하다는 듯이 있는데 우리 인간들은 어떠한가?

갑자기 급경사다. 조심스레 40여분을 내려가니 4.19탑. 세월의 끄트머리에 매달린 바람이 속웃음을 흘린다. 이젠 사방이 어둡다.

성당에 도착한 시간이 7시. 보좌 신부님께 “잘 다녀왔습니다.” 인사를 하려고 문을 두드렸으나 계시지 않았다. 간단히 저녁을 하고 아쉽게 보람찬 일정을 마쳤다.

봄이 우리에게 무엇이었으며 여름이 왜 있어야 했던가를, 겨울과의 순회를 새삼 생각게하는 그렇게, 찾아본 가을의 나들이었다.
그리고 알았다.
가을은 기다린 사람에게 그 기다린 만큼만 온다는 것을……

스테파노/19대, 기행문Ⅰ「낙엽 소나타」(Pascha 13호, 1987), 37-39쪽

2004년 10월 8일 금요일

세계가 극찬한 한글

[외국인도 극찬하는 한글의 우수성]

미국에 널리 알려진 과학전문지 디스커버리 지 1994년 6월호 「쓰기 적합함」이란 기사에서, 레어드 다이어먼드라는 학자는 한국에서 쓰는 한글이 독창성이 있고 기호 배합 등 효율면에서 특히 돋보이는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문자라고 극찬한 바 있다.(조선일보 94.5.25)
그는 또 한글이 간결하고 우수하기 때문에 한국인의 문맹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다고 말한다.
또 소설 『대지』를 쓴 미국의 유명한 여류작가 펄벅은 한글이 전 세계에서 가장 단순한 글자이며 가장 훌륭한 글자라고 하였다.
그리고 세종대왕을 한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극찬하였다.(조선일보 96.10.7)

그런가 하면 시카고 대학의 메콜리(J. D. McCawley) 교수는 미국사람이지만 우리나라의 한글날인 10월9일이면 매해 빠짐없이 한국의 음식을 먹으며 지내고 있다고 한다. (KBS1 96.10.9)

몇 년전 프랑스에서 세계언어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학술회의가 있었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학자들은 참가하지 않았는데, 그 회의에서 한국어를 세계공통어로 쓰면 좋겠다는 토론이 있었다고 한다.(KBS1 96.10.9)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세계가 인정하는 우리 글의 우수성을 정작 우리 자신이 잘 모르고 있는 것이다.

1986년 5월, 서울대학 이현복 교수는 영국의 리스대학의 음성언어학과를 방문하였다.
그때 리스대학의 제푸리 샘슨(Geoffrey Sampson) 교수는 한글이 발음기관을 상형하여 글자를 만들었다는 것도 독특하지만 기본 글자에 획을 더하여 음성학적으로 동일계열의 글자를 파생해내는 방법(ㄱ-ㅋ-ㄲ)은 대단히 체계적이고 훌륭하다고 극찬하였다.
그러면서 한글을 표음문자이지만 새로운 차원의 자질문자(feature system)로 분류하였다. 샘슨교수의 이러한 분류방법은 세계최초의 일이며 한글이 세계 유일의 자질문자로서 가장 우수한 문자임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마침내 지난 1997년 10월1일, 유네스코에서 우리 나라 훈민정음을 세계 기록 유산으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언어 연구학으로는 세계 최고인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언어학 대학에서 세계 모든 문자를 순위를 매겨(합리성, 과학성, 독창성… 등의 기준으로) 진열해 놓았는데 그 1위는 자랑스럽게도 한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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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미국인이 생각하는 한글]

.. One example of unique Korean culture is Hangul, the Korean alphabet.
There are no records in history of a king made a writing system for the benefit of the common people except in Korea. The Korean alphabet has an exact purpose and objective. So its use cannot be compared with other languages.
한국 문화의 독자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가 바로 한글이다.
세계 역사상 전제주의 사회에서 국왕이 일반백성을 위해 문자를 창안한 유래는 찾아볼 수 없다. 그만큼 한글은 문자발명의 목적과 대상이 분명했다. 그러므로 그 효용성은 다른 문자와 비교할 수 없다.


For example, each Chinese character has a meaning, so people have to memorize all of them, but the Korean alphabet is made of phonetic letters just like English. Anyone can learn Hangul in a day, that is why it is called 'morning letter'.
It is easy to learn because it can be put together with 10 vowels and 14 consonants. Hangul has 8,000 different kinds of sound and it is possible to write each sound.
예를 들면 한자는 표의문자이므로 모든 글자를 다 외워야 하지만 한글은 영어와 마찬가지로 표음문자이므로 배우기가 쉽다. 그래서 한글은 아침글자라고도 불린다. 모든 사람이 단 하루면 배울 수 있다는 뜻이다.
10개의 모음과 14개의 자음을 조합할 수 있기 때문에 배우기 쉽고 24개의 문자로 약 8,000음의 소리를 낼 수 있다. 즉, 소리나는 것은 다 쓸 수 있다.


Because Japanese letters imitate Chinese characters, they cannot be used without Chinese characters. The chinese government secretly sent scholars to the United States to alphabetize its language. Chinese is too difficult to learn, therefore the illiteracy rate is very high. Chinese thought it would weaken national competitive power.
일본어는 한자를 모방한 문자이기 때문에 한자 없이 독자적인 문자 수행이 어렵고 또, 한자는 너무나 배우기 어렵다. 한때 중국정부는 은밀히 학자들을 미국에 파견해 한자의 알파벳화를 연구한 적이 있다. 그것은 한자가 너무 어렵기 때문에 문맹율이 높고 그것이 국가 경쟁력 약화를 초래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Hangul has an independent reading and writing system.
It can be used on its own, but some old generations like to use Hangul along with Chinese characters education.
한국인들은 한국어로만 말하고 쓰는 완벽한 언어를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기성세대는 한자를 섞어 사용하고 심지어 일부 교수들은 한자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This is an anachronism and absolutely against the globalization of Hangul.
Even the Chinese government recognized the weak points of its writing system for the coming 21st century.
중국 정부조차 21세기의 미래 언어로서 약점을 인정한 한자에 대해 이러한 주장을 하는 것은 한마디로 시대 착오이며 한글의 세계화에 역행하는 자세가 아닐 수 없다.

Latin was used as an official language of the Roman Catholic church.
It has been used as a custom or religious authority for people who in Western societies, Latin is disappearing.
라틴어는 카톨릭의 공식언어로 사용되었다. 관습상 또는 종교적 권위를 위해 그 의미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사용되었다. 그러나 지금 서구에서 라틴어는 사라져 가는 언어일 뿐이다.

Hangul was invented 500 years ago. but it has only been used for 100 years by all Koreans.
Now it is standing in the world proudly with its value.
Korean has been chosen as a foreign language in some universities in the United States and Australia.
Now large Korean companies are building Factories in some Asian and Eastern European countries.
These companies have invested a lot of money. The managers of those companies are also learning Hangul.
한글은 창제된 지 500년이 되었지만 실제 발전의 역사는 100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 그 한글이 세계 속에 자부심을 가지고 우뚝 서 있는 것이다.
미국이나 호주의 대학에서는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지정해 놓았다.
그리고 많은 한국의 기업들이 아시아나 동부 유럽 국가에 대규모 공장을 짓고 투자를 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그 회사 간부들은 한글을 배우고 있다.


It is time to invest money and to make an effort to develop Hangul for the 21st century like the French government has done.
The language of the future has a strong economic value. Hangul is seven times faster in computer operation ability than Chinese or Japanese.
이제 한국 정부도 프랑스 정부가 했던 것처럼 한글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21세기의 언어는 강한 경제적 가치를 갖는다. 컴퓨터에서 한글의 업무능력은 한자나 일본어에 비해 7배 이상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한다.


When Windows 95 appears on your screen, Hangul is breathing on the tips of your fingers beyond the time barrier.
윈도우 95 화면을 보고 더블클릭을 하는 순간 한글의 위력은 500년이란 시간의 벽을 넘어 손끝에서 살아 숨쉰다.

The 21st century will be the age of information. National competitive power depends on the quantity and quality of information.
Therefore the national goal for the Clinton administration is to end illiteracy.
The American literacy rate is only 79%.
The Korean illiteracy rate is near the zero percent mark, because Hangul is easy.
21세기는 정보화 사회다. 즉 정확한 정보의 양과 질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현재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이 국가적 목표로 내세우는 것도 문맹의 퇴치이다.
현재 읽고 쓸 줄 아는 미국인은 고작 79%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은 쉽고 간결한 한글 덕분에 문맹률 0%라는 경이적인 기록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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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세종 IT 대왕]

(중앙일보 2004년 10월 05일 31면, 김일 디지털담당 부국장)

중국인 왕서방이 컴퓨터 자판을 치는 모습을 본다.

3만개가 넘는다는 한자를 어떻게 좁은 자판에서 치나? 자판을 보니 엉뚱한 알파벳만 있다. 한자를 자판에 나열하는 게 불가능해 중국어 발음을 영어로 묘사(한어병음)해 알파벳으로 입력한다. 단어마다 입력 키를 눌러야 화면에서 한자로 바뀐다. 불편한 건 더 있다.

같은 병음을 가진 글자가 20개 정도는 보통이다. 그 중에서 맞는 한자를 선택해야 한다. 열의가 없는 사람은 컴퓨터에서 멀어지기 십상이다. 한국의 인터넷 문화가 중국을 앞선 이유 하나가 여기에 있다.

타이핑을 많이 하는 전문직 중국인들은 한자의 획과 부수를 나열한 또 다른 자판을 이용한다. 자판을 최대 다섯번 눌러 글자 하나가 구성되므로 오필자형(五筆字型)이라고 한다. 속도가 빠르지만 익히기 어려워 일반인은 못한다.

일본인 요시다는 어떨까. 컴퓨터 자판을 보니 역시 알파벳이다. 24개의 자음·모음만으로 자판 내에서 모든 문자 입력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한글은 하늘의 축복이자 과학이다. 일본인들은 'せ'를 영어식 발음인 'se'로 컴퓨터에 입력하는 방법을 쓴다. 각 단어가 영어 발음 표기에 맞게 입력돼야 화면에서 가나로 바뀐다.

게다가 문장마다 한자가 있어 쉼없이 한자 변환을 해줘야 하므로 속도가 더디다. 나아가 '추'로 발음되는 한자만 해도 '中'을 비롯해 20개 이상이니 골라줘야 한다.

일본어는 102개의 가나를 자판에 올려 가나로 입력하는 방법도 있지만 익숙해지기 어려워 이용도가 낮다. 이러니 인터넷 친화도가 한국보다 낮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말레이시아처럼 언어가 여러 가지인 국가들은 컴퓨터 입력 방식 개발부터 골칫덩어리다.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낼 때 한글로 5초면 되는 문장을 중국·일본 문자는 35초 걸린다는 비교가 있었다. 한글의 입력 속도가 일곱배 정도 빠르다는 얘기다. 정보통신(IT)시대에 큰 경쟁력이다.

한국인의 부지런하고 급한 성격과 승부근성에, 한글이 '디지털 문자'로서 세계 정상의 경쟁력이 있는 덕에 우리가 인터넷 강국이 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글로 된 인터넷 문자 정보의 양은 세계 몇번째는 된다.

9일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한 한글날. 세종이 수백년 뒤를 내다본 정보통신 대왕이 아니었나 하는 감탄이 나온다. 26개인 알파벳은 한글과 같은 소리문자이고 조합도 쉽지만 'a'라도 위치에 따라 발음이 다르고 나라별로 독음이 다른 단점이 있다. 그러나 한글은 하나의 글자가 하나의 소리만 갖는다. 어휘 조합능력도 가장 다양하다. 소리 표현만도 8800여개여서 중국어의 400여개, 일본어의 300여개와 비교가 안 된다. 세계적 언어학자들은 한글이 가장 배우기 쉽고 과학적이어서 세계 문자 중 으뜸이라고 말한다. '알파벳의 꿈'이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거의 0%인 세계 최저의 문맹률이 가능했고 이게 국가발전의 원동력이었다.

발음기관의 모양까지 반영한 음성공학적 문자여서 세계의 언어를 다 표현해낸다.

맥도널드를 중국은 '마이당로우', 일본은 '마쿠도나르도'라고밖에 표현하지 못한다. 네팔 등의 문자가 없는 민족에게 한글로 문자를 만들어 주는 운동이 추진되는 이유다. 외국인에게 5분만 설명하면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쓰게 할 수 있다.

한글은 기계적 친화력도 가장 좋아 정보통신 시대의 준비된 문자다. 세계화의 잠재력이 적지 않다. 주말엔 서울 홍릉의 세종대왕기념관이나 여주의 영릉을 찾아 큰절을 올리자. 아! 세종 IT 대왕님.

2004년 10월 4일 월요일

모든 고등종교는 「자기비판능력」이 있다.

제국주의란 문자 그대로 “제국의 주의”다. 역사적으로 제국이란 항상 작은 나라들을 그들의 의지나 바램에 관계없이 병합하거나 제어할려고 하는 속성을 지닌다. 대국이 인접한 소국이나 영향권 안에 있는 나라들의 청년 자제들을 대국으로 끌어들여 교육시키고 그들을 다시 그들의 고국으로 돌려보내 그들과 모종의 친화감을 확보하는 정책을 일관해서 “브레인드레인(Brain-drain)”이라고 부른다.
브레인은 “뇌” 즉 “사고” “느낌” “행동”의 체계이다. 그리고 “드레인”이란 수리사업의 “관개”(灌漑)라는 뜻이다. 즉 변방 제국들의 두뇌를 개수사업 하듯이 일단 쫘악 빨아들여 본국의 저수지에다 모아 놓았다가 그것을 다시 도랑으로 쫘악 내보내서 그 지역의 밭을 일구게 하는 문화정책의 총칭이다. 이 브레인드레인 이야말로 제국주의가 가진 최대의 속성이다.

- 도올, 나는 불교를 이렇게 본다(1989), 246~250쪽 발췌인용 -



우리나라의 프로테스탄티즘처럼 단시간내에 폭발적인 교회조직을 확보한 사례는 이 지구상의 모든 기독교 전도사에 유래가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광신적 성격은 그들의 명예를 위하여 일국의 최대 방송조직을 장악하는 쿠데다군단의 조직력을 과시할 정도로 흉포하다.
한국의 목사님들은 아직도 구약과 신약을 구분 못하고, 새로운 약속(신약)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낡아빠진 옛 약속(구약)의 관습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니이체는 헛지랄을 한 것이다. 도무지 죽일 수 없는 것을 죽인 것이다. 神은 결코 사살될 수가 없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 교회의 모습은 기독교의 모습이 아니다. 그것은 기독교를 가장한 인간세의 조직의 모습이다.
이제 우리는 조직의 이해관계를 떠나 그 교회조직을 발생시킨 원초적인 정신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로부터 예수 그리스도 그 자체로 회귀해야 하는 것이다.
모든 고등종교는 “자기비판능력”이 있다.
모든 종교는 이제 배타적 전도주의를 하루속히 포기해야 한다. 나의 믿음의 방식만이 오로지 인류를 구원한다는 좁은 편견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 도올, 노자와 21세기[1](2000), 46~56쪽 발췌인용 -

2004년 9월 22일 수요일

좋은계절 가을이지만…

“노무현 대통령이나 NSC 인사들은 반미주의자들이므로 개입을 최소화시킨다”는 외교부의 작태가 알려졌다.
역시나처럼 대한민국 외교부는 충실한 미합중국 국무부의 제1 하위 부서임이 분명하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세금으로 급료를 받는 그들이지만, 그들은 무능하고 오노스러운 민족 배반자이며, 국가원수에 대한 반란 혐의자다. 기강해이 등의 공무원법이 아니라 간첩죄로 다스려야 한다. 그들에게 있어 대한민국은 빅브라더 미국의 51번째 주에 불과한 것이다.
외교부는 ‘미국 연락사무소’로, 국방부는 ‘미제무기 수입본부’로, 미국대사관은 ‘한국총독부’로 솔직하게 개명해야 한다.
국가보안법 개폐, 언론개혁법, 친일청산법, 공무원노조 합법화, 신행정수도 건설, 쌀협상 등도 줄기찬 입법개정이 시급하다.
1970년대에 무허가 주택을 철거하러온 철거반원에게 “이 김일성보다 나쁜놈아!”라고 외쳤던 사람이 국가보안법의 고무찬양죄로 잡혀들어 갔다고 한다. 이게 어떻게 고무찬양이 되느냐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지만, 이유인즉슨 세상에서 가장 나쁜 놈인 김일성을 두번째로 나쁜 놈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한홍구의 역사이야기 중)
대한민국의 엘리트들은 왜 미국에 대한 환상을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미국 자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우방은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정도일텐데 말이다.
아마도 그들의 맹종적 자세와 현상유지적 속성이 중요한 요인일 것이다.
가을은 자꾸 생각하게 하는것 같다.
힘든 생각보다는 좋고 희망적인 생각을 했으면 하는데… 좋은 계절이 아깝기만한 현실이다.

2004년 9월 13일 월요일

개인과 전체

글쓴이 : ptulip
출처 : hunger.co.kr [살아가는 얘기], 2004/09/10 16:54:15, 24번 게시물

어느 마을에 목초지가 있었고, 마을 사람들은 이 목초지를 근간으로 해서 양을 방목하며 살고 있었다.
이 목초지는 제법 규모가 커서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양이 원하는 만큼 풀을 먹일 수가 있었다.
문제는 양들의 숫자가 불어나면서 발생하였다.
자신들의 양들을 넉넉히 먹이려는 마을 주민들은 경쟁하듯이 마을 공동소유인 목초지의 풀들을 풀이 다 자라기도 전에 양들에게 먹이기 시작했다. 결국 다수의 양들의 먹이부족현상이 발생하였고, 마을 사람들의 인간관계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더 이상 이 마을에서 양 방목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유명한 정치경제 학자인 클렌슨의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비유이다.
결국 개인의 행동이 그 누구를 해하려는 의도 없이도 공동체 전체를 쇠락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것이 이 글의 중심내용이다.
로마의 멸망을 수질오염이라는 측면에서 조명하는 시각도 있고, 미국의 성공을 자유의 절제라는 측면에서 고찰하는 견해도 있다.
개인의 자유와 전체의 번영이 공존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지만, 공존을 위해서 각각의 가치가 서로에게 제약조건으로 작용한다.
두 가치의 공존을 위하여그 이상적인 합일점을 찾는 것은 우리에게 맡겨진 중요한 시대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Re: 개인과 전체
아사달 wrote ⇒

뉴스나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볼라치면…
주택가의 진입로를 소유한 땅주인이 담을 치고 길을 막아버려 이웃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경우가 있죠.
사유재산제의 맹목적 숭배자라면 이런 경우라도 땅주인의 재산권을 존중해 주어야 하겠지만… 자본주의 사유재산제를 원활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공공의 영역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해야 합니다. 물론, 어디까지가 공공의 영역이고 그에 따라 세금을 들여 사회간접자본으로서 환원시켜야할지 모호한 경우도 많지만… 예를들어 도로나 전기, 가스, 통신망처럼 사회 일반이 보편적으로 누려야 할 공유지라는 암묵적이고 상식적인 합의가 반드시 유지되어야겠죠.
땅좁고 사람많아 북적거리는 대한민국의 산야에 지나치게 남발되는 골프장 건설도 심각히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내땅에서 내맘대로 내골프장 조성하겠다는데 무엇이 문제냐며 언성을 높이면 엘리트층에서 언론 및 제도적, 행정적, 논리적으로 지원해주고…
말씀대로 공공영역과 사유영역은 끊임없이 긴장하며 갈등을 일으킬 수 밖에 없겠지만… 그것을 컨트롤할 수 있는 우리사회 내부 역량이 형편없이 작아 걱정입니다.

2004년 9월 8일 수요일

싸이의 취약점…??

싸이의 미니홈피 VS 네이버 등의 블로그

좀전에도 싸이의 일촌과 몇몇 후배들의 미니홈피에 다녀왔습니다만…
역시 싸이에는 몇가지 문제점이 있는거 같습니다…

첫째는 검색기능이 약하고 모호하다는 겁니다.
저 같은 경우도 검색엔진 이용에는 상당히 자신이 있지만서두…
싸이만 들어갔다 하면 헤메기 일쑤랍니다.
‘일촌맺기’ 또한 한 후배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실행해봤을 정도였지요.

둘째는 사생활 침해로 인해 떠나는 사람들이 발생한다는 거죠.
일촌 중에 한 후배도 이런 문제로 요즘 거의 관리를 하지 않는다고 말하더군요.
상대적으로 블로그에 비해 ‘사진퍼가기’가 탁월하고 사적인 얘기가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해서
아마도 조금씩 예민해지는 부분이 발생하나 봅니다.
또한 알고 싶지않은 지나친 일상적 글들과 수준 이하의 편협하고 유치한 글들이
일명 ‘파도타기’를 통해 쉽사리 노출되고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례도 왕왕 있는거 같구요.
아, 복잡한 html coding을 몰라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능적인 부분이 일조하는 측면도 있겠네요.
어떤 방책이 없다면 싸이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셋째… 더이상 쓸말이 없다고 하더군요.
정말 그럴듯한 얘깁니다. 상호작용의 negative 측면이라고 해야 할까요?
방명록에 글 남긴 이들을 찾아 다시 그들의 홈피에 방문을 하고 글을 써주는 것이 고역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죠.
특별한 이슈없이 예의 차원이나 의무방어전 성격으로 글을 남긴다는 것 때문에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지는 막연함이 존재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상대적으로 블로그에서는 이런 면이 덜하지요.)

이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쪽에서는 네이버 등등의 블로그가 이미 싸이를 모방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블로그에서는 수익이 없으므로 유료 아이템 사업이 가미되는 것은 분명 싸이의 영향력에서 연유하는 거겠죠.
일설에 의하면… 싸이의 도토리 거래량의 4/5는 개인 미니룸이 아니라 선물하기/소망상자에서 쓰여진다고 하더군요.
철저하게 C2C(Customer to Customer) 비즈니스고, 싸이는 일종의 국가가 되어서 세금을 거두는 듯한 양상의 비즈니스 구조를 그쪽에 밝은 nhn에서 놓칠리 없으리란 겁니다.
우세한 검색기능과 정보공유 기능, 저장기능 채널에 싸이의 수익모델을 더한다면 네이버 블로그로서는 금상첨화겠죠.
물론 SK에서도 현재의 싸이의 취약점을 알고 있을 것이고, 때문에 ‘페이퍼’라고 명명한 자신들의 새로운 블로그 서비스를 준비중이라고 하네요.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어떤식으로든 승자와 패자가 존재하겠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다음 흐름은 무엇일까 예측해보는 방관자로서 재미(Entertainment)를 느끼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2004년 9월 5일 일요일

글쓴이 : 아사달
출처 : CELL카페 [자유나눔터], 1999/11/26 22:37, 81번 게시물


Re: 센티...
불꽃남자 wrote ⇒


신새벽 타는 목마름. 어제 또 엉망으로 퍼 마셨나 봅니다.
변기 위에 앉아 욕망의 빨판으로 널름거리는 창자를 비틀어 짭니다.
석 달간 소주 500병을 쳐 죽였다던 시인 박정만을 생각합니다. 하루에 5~6병을 마신 셈입니다.
도대체 남자들은 왜 만나기만 하면 술만 퍼 마실까요? 글쎄… 세상은 언제나 안개 속입니다. 난 늘 안개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립니다. 캄캄합니다.
사람들은 천사로 다가왔다 금새 시커먼 악마로 변해 깔깔거리며 사라집니다. 강호는 무섭습니다.
고전 영화에서처럼 정면대결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소리 없는 암기가 언제 등 뒤에서 꽂힐지 모릅니다.
맨 날 먹는 밥과 물에도 무슨 독이 들어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합니다. 오직 칼자루 하나만을 믿고 강호를 떠도는 수많은 검객들. 왜 싸워야 하는지 모르지만 이겨야 합니다. 지면 죽습니다.
때론 야수의 마음으로 때론 핏발선 눈으로, 이 밑도 끝도 없는 강호 세상을 떠돌아 다녀야 합니다. 그래서 남자들은 술을 퍼 마십니다. 상처 받은 짐승들처럼 울부짖으며 신음합니다. 이글거리는 분노, 출렁이는 증오를 울컥울컥 토해 놓습니다.

한 번 술독에 빠졌다 나온 사내들은 허물벗는 뱀처럼 껍질을 벗습니다. 사막을 지나온 여행자처럼 몸은 젖은 솜인 양 무겁지만 정신은 박하같이 맑습니다. 몸 속의 단단한 것들이 기체가 되어 날아갑니다.

술은 사내들을 굳지 않게 해 줍니다. 굳으면 끝장입니다. 그것은 강호 세상에서 이별을 뜻합니다.
술은 휘발성입니다. 자유입니다. 꿈입니다. 사내들의 술은 여자들의 달거리입니다.

2004년 8월 28일 토요일

어제는 동생 생일이었습니다.

어제는 동생 생일이었습니다.
항상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동생들과 함께 둘러앉아 따뜻한 밥 한끼 먹어본 게 언제인가 싶습니다.
친구들과 술 한잔 할 시간은 있어도
정작 옆자리의 소중한 사람을 챙겨줄 마음의 여유가 부족한 지금…
정말 미안할 따름입니다.
이미 가을 내음을 짙게 풍기는 새벽의 찬 공기는
함께 살아온 지난날들을 휘몰아 생각나게 합니다.
내달이면 큰아버지 소리를 듣게 될 터에
혹시나 미진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일말의 염려가 엄습하기도 합니다.
월명사가 읊은 것처럼…
한 가지에 나고서도 저마다 가는 길이 다릅니다.
오늘도 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풍성한 수확이 있기를 손모아 기도해 봅니다.

2004년 8월 9일 월요일

오늘은 말복

metro, Focus, AM7, 굿모닝, Zoom, 스포츠한국…
내가 이름을 댈 수 있는 무가지만 6종입니다.
지하철 출근길에는 기존의 유료신문이나 스포츠신문보다 무료신문을 들고 있는 사람이 현저하게 늘어난 게 사실이죠.
비좁은 공간에서 넘기기 쉽고 전날의 정보를 짧은 시간 안에 업데이트할 수 있어 무가지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나 봅니다.
그러나 워낙 함축적인 기사만 싣고 있다보니 깊이있는 정보에 갈증이 나는 경우도 허다하죠.

오늘은 말복.
불쾌지수가 너무 높아, 정말로 오늘 하루 말조심하며 살고 있습니다.
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립니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가을의 낙엽을 밟을 때가 올 것입니다.
그 때까지의 기다림…
귀한 시간들을 쌓아나갑시다.

2004년 8월 2일 월요일

후유증은 없다

휴가들은 다녀오셨습니까?
요즘 단잠 이루시는 분들이 드물죠.
밤까지도 한낮 기온이 지속되는 열대야현상 때문입니다.
연일 세상을 익힐 것 같은 뙤악볕이 도시를 달구고 있습니다.
이런 폭염속에 이미 오래 전부터 더위를 먹은 것 같았던 우리 경제의 무기력증이 점점 더 심각한 양상으로 빠져드는 것 같은 우려가 듭니다.
강원도 휴가지에서도 예년과 같은 흥청망청은 없었지요.
뭔가 내 삶을 반추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들이었습니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많은 크랙숀을 울려대고
가속페달을 밟아대며 한치의 양보없이 앞만보고 질주했는지…
이리도 힘들게 살면서 나에게 남은 것이 무엇인지…
많은 영상들이 스쳐지나 가더군요.

하지만 자신의 길을 따라 끈기있게 돌아가다 보면
어느새 정상이 자신의 발아래 놓여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임을 믿습니다.
그리고 정상에 서서 자신이 밟아온 길과 저멀리 끝에 보이는 출발점을 내려다 보고서야
비로소 자신이 얼마나 높이 올랐는지를 깨닫게 될 것임을 믿습니다.

황금같은 휴가철입니다.
아직 다녀오지 않으신 분들은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사랑의 술에 취하는 멋진 여행을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시길 바랍니다.

오늘저녁 퇴근후에는 근처 공원에 나가 시원한 바람을 쐬며, 차가운 캔맥주 한잔 입에 무는
여유를 가져야겠습니다.

오늘도 님들과 가정에 늘 행운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2004년 7월 30일 금요일

휴가 이틀째

여기는 강원도 고성. 휴가 이틀째…
좀전에 창천해수욕장에서 돌아와 숙소의 PC방에 와 앉았다.

어제 저녁엔 대포에 나가 상추잎에 싼 회를 먹었다.

대포. 위쪽으로는 22사 뇌종부대의 철책선부터 아래쪽으로는 68사 잠자리부대의 정동진까지 내가 복무했던 8군단의 관할지역이다.
외출때 소대원들과 함께 대포 바위턱에 앉아 1만원이면 충분한 오징어회에 경월소주를 걸치던 추억이 있는곳.

내항의 불빛. 선착장에 늘어선 건물들. 왁자지껄 관광나온 외지 사람들.
휴식중인 배들. 날아다니는 갈매기들…
방파제 옆 상가쪽으로 내려가면 볼거리가 많다.
서울에서 온 피서객들에게 이곳은 바다로 뻗어있는 세상에서 가장 흐뭇한 길이다.

황씨, 갈릴리, 동해, 무진장, 파도횟집… 생선 횟집들이 연이어 섰다.
느릿느릿 날고있는 갈매기의 비행에 보폭을 맞추고 천천히 선창길을 걸어가며 붙이는 흥정도 재미있다.

주름살 많은 얼굴이 편해 보이는 아주머니들…
이거 얼마예요? 가격을 물었더니 웬걸. 이 아주머니 아직 주문도 안했는데
잘해줄께 하며 바다에서 막 건졌다는 싱싱한 돔부터 자르고 본다.

흥정은 끝났다. 우리는 아주머니가 떠준 회를 먹는다.
건배를 외치며 소주를 들이킨다.
아, 오늘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 돔회임을 알게 된다.
갈매기들은 물위를 스치며, 회먹는 사람들이 흘려놓은 작은 조각들을 물고 하늘로 올라간다.

파도소리가 쌓이고 갈매기들이 날아오르고 하늘 먼곳에 푸른빛의 별들이 꿈처럼 빛난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보석처럼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어쩌면 그것들이 우리들 삶을 영속시키는 힘인지도 모른다.
대가없이 바로 얻어지는 무엇은 진정한 기쁨이 아닐 것이다.

위에서 동생과 제수씨가 빨리 올라오라고 재촉한다.
내년 휴가에는 나의 아사녀와 함께 다시 찾아올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2004년 7월 25일 일요일

작년 휴가땐…

작년 8월에는 8일부터 11일까지 3박 4일간 강릉 수레마을로 여름휴가를 다녀왔습니다.
97년도 가을에 수레마을이 속초에 있을때 현우형하고 같이 찾고나서…
무려 6~7년만에 찾아뵈었지요.
무심도 하지^^;
형님과 형수님이 남들이 못하는 어려운 일들을 하고 계신데,
그간 전혀 도움이 되어 드리지 못해 깨달은 것들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웬걸요.
1년이 지난 지금, 마음만 간절한… 말그대로 도루묵입니다.

금주에 속초쪽으로 휴가계획이 잡혀있는데.. 시간을 내어 연락드려야겠습니다.
수레마을 모든 식구들과 어려운 가운데서도 열심히 살아가시는 장애우들에게
우리 주님의 넉넉한 보살핌이 늘 함께 하시기를 기도해 주세요.

2004년 7월 19일 월요일

간만에 화창한 여름날

간만에 화창한 여름날,
마음은 ‘해변’을 거닐고 있지만,
몸은 후텁지근한 사무실 한 구석에서…

2004년 7월 15일 목요일

본격적인 장마, 그리고…

이제 제대로 된 장마가 진행중이다.
연일 이어지는 비 때문인지 기분이 가라앉고, 일에 대한 의욕도 떨어진다.
자기자신에게 스스로 눈을 떠 볼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
내 주먹의 힘이 얼마나 센지 알아야 상대와 겨루든지
아예 손들던지 아니면 다른 대책을 강구하든지 할 것이다.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
세상의 변화에 나는 어떻게 변화해가고 있는지?
나의 생각과 태도는 어느 정도에 있는지?
나의 능력은 과연 무엇인지?
나 자신을 알고나면 자신감이 생긴다.
나 자신을 알고 난 뒤의 자신감 다음에는
엄청난 위력의 힘이 생길 것이다.

2004년 7월 7일 수요일

오늘 하루도

7월 7일. 장마비가 장대비가 되어 내립니다.
어느새 일년의 반이 지나갔네요.

남들과 똑같지 않기 위해서 얼마만큼 노력을 했는지 다시금 다져 봅니다.
아래글은 제가 1999년 가을(또는 겨울), 라이코스의 한 클럽 게시판에 올렸던 글입니다.
5년이 지난 지금에도 전혀 나아지지 않은 고통스런 현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이겨내고 싶습니다.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인 명제는 둘째치더라도 그것은 설명이나 어떤 이론에 근거한 것이 아닌, 성실한 태도로 일생을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저절로 감득되어지는 것이라는 생각도 여전히 가져봅니다.
지금의 자신에 만족하지 않고 미래의 나를 만드는 것! 정말 중요한 일이죠.

오늘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하루를 위해 힘차게 시작합니다.

2004년 7월 5일 월요일

어떤 하루

세일즈맨 김경재 씨. 불혹 마흔.
그는 어느 날 아파트 18층 옥상에서 투신, 이 지상의 삶을 마감합니다.
양복 주머니에선 “어떻게 할 수 없는 이 몸 괴롭다.”고 적힌 쪽지가 있었습니다. 월부 책값을 받아야 할 고객 명단이 적힌 명세표 한 장도 꼬깃꼬깃 접혀 있었습니다.

김씨는 원래 지방 명문대 졸업생이었습니다. 서른이 넘어서까지 고시 공부에만 매달렸습니다. 그러나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는 일입니까? 어어 하는 사이에 늦장가를 들고 어찌어찌 하다가 또 세일즈맨이 되었습니다. 공부밖에 몰랐던 김씨에게 세상엔 만만한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네 식구 밥먹고 살기도 힘들었습니다. 더구나 아내는 이런 답답한 남편과 못 살겠다고 가출해 버렸습니다.

마침내 김씨는 어느 날 밤 잠든 두 아들들을 보며 노트에 편지를 써내려 갔습니다. “너희들을 지켜보지 못하고 먼저 가는 아버지를 용서해 다오… 세상이 모두 허락해 주는 것은 아니구나… 고아원에 가더라도 훌륭한 사람이 돼야 한다.”

동네 사람들은 그를 하나같이 ‘말없이 착한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언제 들고 나는지도 모를 정도였어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검은 가방을 들고 나가긴 했는데 그 성격에 어디 가서 책이나 팔았는지…” 어떤 아주머니는 쯧쯧쯧 혀를 차며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허름한 한옥 월세 14만원짜리 단칸방. 아빠를 잃은 열두살, 일곱살짜리 두 아들은 이불을 둘러쓰고 훌쩍이고 있었습니다.

누렇게 바랜 묵은 신문 스크랩에서 한 중년 사내의 피눈물을 읽습니다. 아이들이 고아원에 갈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죽을 수밖에 없었던 처절한 절망감이 내 가슴을 대못이 되어 찌릅니다.

거친 강호의 광풍에 등 떼밀려 착하게만 살아온 김씨. 김씨는 과연 누가 죽였습니까? 눈을 감고 생각해 봅니다. 김씨는 어쩌면 책에서 배운 대로만 산 ‘현대판 법가’(法家)일지도 모릅니다. 그는 그가 배운 법대로 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말대로 “세상이 모두 허락해 주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의 아내도 그런 답답한 법가는 참을 수 없었습니다. 강호엔 법이 없습니다. 낯 두껍고 속 시꺼먼 무리들이 세상을 멋대로 말아 먹고 있습니다. 책에서 배운 대로 사는 ‘쪼다’들은 여지없이 깨져 버립니다.
도대체 정의는 있습니까, 없습니까? 사마천 형님이 비분강개하여 울부짖는 소리가 들립니다. “나는 몹시 생각이 헷갈린다. 소위 하늘의 도리라고 하는 것은 도대체 옳은 것이냐 그른 것이냐… 여심혹언 소위천도 시야비야(余甚惑焉 所謂天道 是耶非耶)”

모르겠습니다. 역사는 정의가 반드시 승리하는지, 진리는 언젠가 이기게 돼 있는지… 나도 생각이 몹시 헷갈립니다.

2004년 4월 24일 토요일

닮은 스타 찾기 - STAR ESTIMATOR

한 사이트에 가서 사진을 올리면 닮은 스타를 찾아준다기에  
시도해 봤더니… 엉뚱하고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1) play-analogia.com 사이트에서 좌측 STAR ESTIMATOR의 [DO iT] 버튼을 누른다.
2) Choose your photo 에서 성별을 선택하고, 자신의 얼굴 사진을 찾아 넣어준다.
3) 오른쪽 눈과 왼쪽눈의 가운데를 클릭하라는 지시에 따른다.
4) [SUBMIT] 버튼을 클릭한다.

내 경우에는 처음 사진을 넣은 결과로…

1st - Dimitar Berbatov
2nd - Mark Dacascos
3rd - Robbie Williams

가 차례로 나왔다.

[REPEAT] 버튼을 누르고 사진을 바꿔 테스트한 두번째 결과는..

1st - Chris Klein
2nd - Hugh Jackman
3rd - Ricky Martin

이 순서대로 디스플레이 되었다.

[REPEAT] 버튼을 누르고 사진을 바꿔 테스트한 세번째 결과는..

1st - Dimitar Berbatov
2nd - Tom Cruise
3rd - Cary Elwes

이 순서대로 디스플레이 되었다.

이쁜 사진일수록 준수한 Actor들의 사진이 출력되는거 같다.
여러분들도 한번 시도해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