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 5일 일요일

글쓴이 : 아사달
출처 : CELL카페 [자유나눔터], 1999/11/26 22:37, 81번 게시물


Re: 센티...
불꽃남자 wrote ⇒


신새벽 타는 목마름. 어제 또 엉망으로 퍼 마셨나 봅니다.
변기 위에 앉아 욕망의 빨판으로 널름거리는 창자를 비틀어 짭니다.
석 달간 소주 500병을 쳐 죽였다던 시인 박정만을 생각합니다. 하루에 5~6병을 마신 셈입니다.
도대체 남자들은 왜 만나기만 하면 술만 퍼 마실까요? 글쎄… 세상은 언제나 안개 속입니다. 난 늘 안개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립니다. 캄캄합니다.
사람들은 천사로 다가왔다 금새 시커먼 악마로 변해 깔깔거리며 사라집니다. 강호는 무섭습니다.
고전 영화에서처럼 정면대결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소리 없는 암기가 언제 등 뒤에서 꽂힐지 모릅니다.
맨 날 먹는 밥과 물에도 무슨 독이 들어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합니다. 오직 칼자루 하나만을 믿고 강호를 떠도는 수많은 검객들. 왜 싸워야 하는지 모르지만 이겨야 합니다. 지면 죽습니다.
때론 야수의 마음으로 때론 핏발선 눈으로, 이 밑도 끝도 없는 강호 세상을 떠돌아 다녀야 합니다. 그래서 남자들은 술을 퍼 마십니다. 상처 받은 짐승들처럼 울부짖으며 신음합니다. 이글거리는 분노, 출렁이는 증오를 울컥울컥 토해 놓습니다.

한 번 술독에 빠졌다 나온 사내들은 허물벗는 뱀처럼 껍질을 벗습니다. 사막을 지나온 여행자처럼 몸은 젖은 솜인 양 무겁지만 정신은 박하같이 맑습니다. 몸 속의 단단한 것들이 기체가 되어 날아갑니다.

술은 사내들을 굳지 않게 해 줍니다. 굳으면 끝장입니다. 그것은 강호 세상에서 이별을 뜻합니다.
술은 휘발성입니다. 자유입니다. 꿈입니다. 사내들의 술은 여자들의 달거리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