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18일 금요일

Broken Window,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



1969년 스탠포드 대학의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 교수에 의해 실행된 매우 흥미 있는 실험이 있었다. 우선 치안이 비교적 허술한 골목을 고르고, 거기에 보존 상태가 동일한 두 대의 자동차를 보닛을 열어놓은 채로 1주일간 방치해 두었다. 다만 그 중 한대는 보닛만 열어놓고, 다른 한 대는 고의적으로 창문을 조금 깬 상태로 놓았다.

약간의 차이만이 있었을 뿐인데, 1주일 후, 두 자동차에는 확연한 차이가 나타났다.
보닛만 열어둔 자동차는 1주일간 특별히 그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보닛을 열어놓고 차의 유리창을 깬 상태로 놓아둔 자동차는 그 상태로 방치된 지 겨우 10분만에 배터리가 없어지고 연이어 타이어도 전부 없어졌다. 그리고 계속해서 낙서나 투기, 파괴가 일어났고 1주일 후에는 완전히 고철 상태가 될 정도로 파손되고 말았던 것이다.

단지 유리창을 조금 파손시켜 놓은 것뿐인데도, 그것이 없던 상태와 비교해서 약탈이 생기거나, 파괴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이다.
게다가 투기나 약탈, 파괴 활동은 단기간에 급격히 상승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실험에서 사용된 ‘깨진 유리창’이라는 단어로 인해 ‘Broken Window’라는 새로운 법칙이 만들어 졌다.

이러한 ‘깨진 유리창의 법칙’은 나중에 세계 유수의 범죄 도시 뉴욕 시의 치안 대책에도 사용되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20여년 전인 1980년대, 뉴욕 시에서는 연간 60만 건 이상의 중범죄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여행객들 사이에서 ‘뉴욕의 지하철은 절대 타지 마라' 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로 뉴욕 시의 치안은 형편 없었다.
미국의 라토가스 대학의 겔링 교수는 이 ‘브로큰 윈도우’ 법칙에 근거해서 뉴욕 시의 지하철 흉악 범죄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낙서를 철저하게 지우는 것을 제안했다. 낙서가 방치되어 있는 상태는 창문이 깨져있는 자동차와 같은 상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교통국의 데빗 간 국장은 겔링 교수의 제안을 받아들여서 치안 회복을 목표로 지하철 치안 붕괴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낙서를 철저하게 청소하는 방침을 내세웠다. 범죄를 줄이기 위해 낙서를 지운다는 놀랄만한 제안에 대해서 교통국의 직원들은 우선 범죄 단속부터 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물론 당연한 반응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낙서도 문제지만, 우선은 그런 작은 문제보다는 큰 문제인 흉악한 중범죄 사건을 어떻게든 빨리 단속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간 국장은 낙서를 지우는 것을 철저하게 행하는 방침을 단행했다.
지하철의 차량 기지에 교통국의 직원이 투입되어 무려 6000대에 달하는 차량의 낙서를 지우는, 그야말로 터무니 없는 작업이 수행되었던 것이다.
낙서가 얼마나 많았던지, 지하철 낙서 지우기 프로젝트를 개시한 지 5년이나 지난, 1989년, 드디어 모든 낙서 지우기가 완료되었다.

낙서 지우기를 완료하고 나서 뉴욕시의 지하철 치안은 어떻게 되었을까?
믿기 어렵겠지만, 그때까지 계속해서 증가하던 지하철에서의 흉악범죄 발생률이 낙서 지우기를 시행하고 나서부터 완만하게 되었고, 2년 후부터는 중범죄 건수가 감소하기 시작하였으며, 94년에는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뉴욕의 지하철 중범죄 사건은 놀랍게도 75%나 급감했던 것이다.

그 후, 1994년 뉴욕 시장에 취임한 루돌프 줄리아니 시장은 지하철에서 성과를 올린 범죄 억제 대책을 뉴욕시 경찰에 도입했다. 낙서를 지우고, 보행자의 신호 무시나 빈 캔을 아무데나 버리기 등 경범죄의 단속을 철저하게 계속한 것이다.
그 결과, 범죄 발생 건수가 급격히 감소했고, 마침내 범죄 도시의 오명을 불식시키는데 성공했다.

He that will steal a pin will steal an ox.
MB정부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를 보면 예전에 비해 도덕적 잣대가 크게 둔감해졌다는 느낌이다. 과거에는 낙마 사유가 됐던 ‘중대한 결함’이 요즘에는 그냥 눈감아주어도 좋은 ‘작은 허물’ 정도로 치부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안걸리면 되는 거고 걸리면 사과만하면 그만이다. ‘용인되는 수준의 범법행위’로 위장전입에 대한 엄격함이 사라지다 보니 탈세니, 부동산 투기니, 병역비리니, 논문표절이니 하는 다른 기준들도 덩달아 흔들릴 조짐이다. 윗글에서처럼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는 것은 바늘도둑을 소도둑으로 성장시킨다. 큰 잘못으로 여겨지지 않는 위장전입은 우리 국민 일반에게 잘못된 학습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집권당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흠집내기에만 몰두하지 말고 능력을 중심으로 인사검증을 하려면, 우선 이런 제안 자체가 야당 쪽에서 나와야 진정성이 의심받지 않는다.
법치주의는 국민일반이 법을 지키기 이전에 국가권력과 사회지도층이 법을 지켜야 바로 설 수 있다.

댓글 3개:

  1. MB언제 임기 끝나는지 세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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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유리 - 2009/09/18 19:44
    오늘자로 1254일.. 휴~ 아직도 한참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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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trackback from: 청문회에서 악취가 진동을 했다
    요며칠 이번 정부의 개각과 관련 된 청문회가 마치 태풍 처럼 스쳐갔다. 그런데 그런 청문회를 가족이 함께 볼 수 가 없었다. 후보자들의 과거사가 하나같이 손으로 코를 막을 정도로 심각하게 오염되어 시궁창 냄새로 악취가 풍겨 참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다수 후보라는 사람들이 기본으로 위장전입은 깔고 세금탈루에, 병역문제에 국적문제 까지 또 그런 상황에서 보여준 여당의 태도는 너무나 뻔뻔해서 이건 말로 표현을 하기가 힘이 들 정도다. 더욱 황당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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