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6일 일요일

천추태후를 통해 본 부자증세, 부자감세

고려 제7대 목종의 어머니로 고려 초기 12년간 섭정했던 왕건의 손녀 천추태후.
“태후가 섭정하고 천추전에 거처하였으므로 세상에서 그를 천추태후라 불렀다”고 한다.

아래는 2009년 9월 5일 어제 방송된 KBS-2TV 「천추태후」 71회분의 한 장면이다.
모든 권력을 내려놓고, 친분이 있는 가문에 의탁하기 위해 낙향하는 천추태후와 목종 일행에게 때아닌 봉변이 가해지는 시나리오이다.
드라마에서 극도의 반감을 나타내는 지주들의 행태를 살펴보면...

(# 장면 하나)
토호는 천추태후가 틀림없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당연히 대접을 해드려야 한다며 곧바로 하인들을 시켜 매질을 가한다.
“으하하하하하하... 내 그동안 이런 날이 오기를 학수고대하였다.
감히 사전(私田 : 개인이 소유해 경작하는 토지)의 수조율을 낮춰서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우리 지주들의 피같은 재물을 빼앗으려고 해!
그것도 모자라서 간적과 사통까지 한 요부 주제에 무슨 할말이 있다고 나불대느냐.
뭣들 하느냐. 저자는 나라를 망치게 한 간악한 요부다. 흠씬 두들겨 패서 멀리 쫓아보내라.”


(# 장면 둘)
“아니 지주들한테 이래도 되는 겁니까.
이 요망한 계집. 대체 어떻게 생겨먹었길래 우리 지주들을 괴롭히고, 나라까지 통째로 말아먹으려고 했는지 어디 낯짝 한번 구경해 봅시다...
조정에서 알면 오히려 잘했다고 우리에게 큰 상을 줄것이요.
아니, 저렇게 멀쩡하게 생긴 사람이 나라를 파탄내려고 했단 말이야.”
이후 하인을 시켜 똥물을 퍼붓는다.

개정전시과를 통해 천추태후로부터 안정적인 군인전(軍人田)을 지급받게 된 군부로부터도 배신을 당한다.
천추태후로서는 무수히 가해진 매타작과 똥물세례로 인한 `몸`이 아니라 `마음`으로부터 무너지는 참담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드라마에서 천추태후가 실시한 부자증세 정책과 같이,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의 각종 경제정책은 부자들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정책이 많았다. 새로운 정책으로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강부자들의 불만은 누적되어 갈등은 점점 증폭되어 갔고, 아이러니하게도 몽매한 서민층의 지지마저 상실하여 결국 정권을 내주게 된다.
아마도 여기서 교훈을 얻은 MB정부는 부자감세 정책을 지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설사 차기 대통령이 다시 그쪽에서 나온다고 해도 그는 텅빈 나라 곳간을 다시 채우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많은 블로거들이 MB의 임기만료일을 카운트하는 위젯을 설치하고 있다.
“정권은 길어야 5년이다. 버티면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조중동이 늘 외쳐온 말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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