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의 굴욕

다음의 인물은 누구일까.

“... 그의 인격, 그의 전술, 그의 발명, 그의 통제력, 그의 지모와 용기... 그 가운데 어느 한 가지도 상찬의 대상이 아닌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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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눈치챘을 것이다. 그는 바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다.
더더구나 위의 찬사는 한국사람이 바친 것이 아니다.
100여년전 당시 일본 해군제독 도고 헤이하치로의 참모였던 가와다 소좌 등이 러일해전을 앞두고 세계 제일의 해군 제독인 장군의 영정 앞에서 이렇게 무훈을 빌었다는 것이다. -「이조멸망」(기타노 쓰기오 저, 1994년)

장군이 마음먹고 참전하기만 하면 어떠한 해전에서도 승리는 항상 결정된 것과 같았다. 장군 자신을 조국의 방패로서 거대한 희생으로 하여 전쟁을 종결짓고 이땅의 민초들을 구해냈다.

요사이엔 심지어 진중권 같은 사람도 독재정권의 산물이니 하는 얘기를 한다.
남들은 독도영유권이니 동북공정이니 없는 역사를 잘도 만들어내는 판에, 우리는 엄연한 사실로 존재하는 역사 하나 제대로 평가하고 계승하지 못한다. 줘도 못먹는 꼴이다.
만약 장군이 조선이 아닌 일본에서 태어나셨다면 알렉산더, 칭기스칸, 나폴레옹을 능가하는 세계적인 위인이 되었을 것이다.
난 박정희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나마 박정희가 한 일 중에 제대로 된 몇가지 중의 하나가 충무공을 올바로 평가하고 그 업적을 기리는 작업을 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순신 장군의 불멸의 위업에 박정희를 끼워맞추는 어리석음은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

며칠전 농림부 장관이었던 정운천이가 책을 하나 냈나 본데, 그 출판기념회에서 지껄여진 말들이 가관이다..

한승수 : “(정운천은) 12척의 배를 몰고 왜군을 격파한 이순신 장군과 같다.”
박계동 : “... 적군의 한가운데 선 정 장관의 그 기백과 자세를 볼 때 (촛불 집회 참가자들이) 지고 있다는 것을 봤다.”

어디서 개가 짖는 것인가.. 감히 견줄 깜냥도 안돼는 것들이...

사이비 정치인들은 걸핏하면 백의종군을 들먹이며 충무공을 팔아먹는다.
사후 사백년이 지난 오늘에도 장군께서는 못나빠진 정치인들에 의해 모욕과 굴욕을 당하고 계시다.
촛불 참가자들은 졸지에 왜적이 됐다. 하지만 나는 왜군으로 촛불집회에 참가한 것이 부끄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