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4일 일요일

‘꿀벅지’에 담긴 천박함

인터넷 검색창에 ‘꿀벅지’를 치면 숱한 연예 기사와 사진이 뜬다. 대표적인 ‘꿀벅지’ 연예인이라는 여성 그룹 애프터스쿨의 유이는 꿀벅지란 표현이 “기분 나쁘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말 ‘꿀벅지’란 말을 이토록 공공연히 써도 괜찮을 것일까.

여성의 건강하고 탄력있는 허벅지를 뜻하는 신조어인 꿀벅지는 ‘꿀+허벅지’의 합성어인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여성 가수 비욘세의 신보 출시를 알리는 보도자료에는 ‘원조 꿀벅지 비욘세’라는 수식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꿀벅지란 표현이 이같이 급속히 퍼지게 된 배경에는 조어의 기발함 외에도 여성의 건강함과 섹시함을 공개적으로 칭찬하는 사회 분위기가 작용했다. 요즘 가요계를 휩쓸고 있는 여성 아이돌 그룹은 대부분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섹시함을 드러낸다. 남성 아이돌 그룹도 마찬가지다.

‘짐승’, ‘초콜릿 복근’ 등의 표현이 남성 아이돌 가수에게 거침없이 사용된다.

이성의 건강한 신체에 매혹되고, 이에 찬사를 보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찬사에도 품위가 있어야 한다. 인간, 특히 여성의 신체를 음식에 빗대 비유하는 것은 품위 없는 일이며, 지나친 성적(性的) 함의를 담고 있다. 아울러 이는 우리 사회가 더디게, 그러나 꾸준히 발전시켜온 양성평등의 가치에도 위배된다.

대화 상대가 허락한다면, 사적인 자리에서 어떤 어휘를 쓰든 자유다. 하지만 언론이 사회의 공적 영역을 차지한다고 자부한다면, 어휘 선택에는 보수적일 필요가 있다.

공과 사, 찬사와 희롱, 품위와 천박함의 경계가 흐려진 것 같아 우려스럽다. - 경향신문 「문화수첩」 백승찬기자

댓글 1개:

  1. 저는 한국에 들어가서 너무 깜짝놀란게 티브이 틀때마다 쇼에 가수들 난리치는 모습..넘 놀랐어요.. 외국은 음악 방송 따로 있거나 미리 만들어논 영상 틀어주는게 대부분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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