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6일 화요일

교회, 자본권력에 침묵할 것인가


조선업계가 위기 국면인가 보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수주가뭄에 시달린 데다, 신규 수주량에서는 중국에 뒤처지고 있고
설상가상으로 세계 3위의 프랑스 해운사가 모라토리엄에 직면해 있어 3중으로 어렵다고 한다.
2000년대 초반 일본을 제치고 정상으로 올라선 지 9년 만에 1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는 주로 고부가가치 선박을 수주하고 있고,
중국은 아직은 부가가치가 낮은 벌크선이나 컨테이너선 등에 치우치고는 있다지만
한국과 중국이 과거 일본과 한국처럼 뒤바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흔히들 21세기는 바다와 우주를 선점하는 국가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중국이 조선산업을 국가의 최우선 목표 중의 하나로 설정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상하이의 해안지대가 상전벽해로 변하고 있다.
일본 역시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신을 바싹 차려야 과거의 대륙과 해양 세력의 각축장 노릇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음에도
들려오는 몇몇 소식은 조선업계가 과연 이같은 의지가 있는지 의아스럽게 만든다.

나도 STX 몇 주 가지고 있지만, 얘네들 지금 마산에서 헛발질 하고 있다.
지자체와 짝짝꿍이 되어 아파트 용도로 허가를 받아 바다를 매립한 후
실제로는 거기에다 조선기자재 공장을 지으려고 시도중이라고 한다.
때문에 지역민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고,
봉쇄수녀원인 트라피스트 수도회까지 교황청의 승인을 받아
22년만에 처음으로 봉쇄를 풀고 저항하게 만들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마산시와 STX 측에서 수정마을 주민들과 관계를 끊으면
수녀원을 좋은 곳으로 좋은 건물을 지어 이전시켜 주겠다는 회유도 있었다고 한다.
“주민들 다 그렇게 해준 다음이라면요.”
수녀님들의 대답이었다.

봉쇄를 지켜야 하는 수도자로서의 서원이 중요한 것인가 아니면
자본과 권력에 핍박받는 사람들을 위해 함께 기도하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한 것인가를
너무나도 잘 알고 계시는 분들이다.

앎 = 프락시스(Praxis:실천).
부조리한 세상을 바꾸기 위한 사회참여는 참 신앙인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용산참사에 침묵하고 있는 가톨릭교회 수뇌부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나 역시 날라리 신자지만 너무나 부끄럽다.
돌아오는 주말에는 남일당에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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