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27일 금요일

[영화] 오월의 구름(Clouds of May)


터키의 조그마한 시골마을. 저예산 영화를 찍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온 신인 영화감독 무자페르는 가족들을 총동원하지만, 영화에 대한 관심은커녕 연기력도 젬병이고 저마다의 고민에 벅찬 가족들 때문에 촬영은 순조롭지 않다.

그러다가 하루는 날계란 하나를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꼬마 알리를 만나게 된다.
알리는 도시로 돈 벌러간 아버지를 기다리며 혼자 사는 9살 소년인데..
달걀을 30일 동안 깨지지 않게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 알리가 간절히 원하는 음악이 흘러나오는 시계를 사주겠다고 숙모가 약속을 했기 때문에 혹시나 호주머니 속의 달걀이 깨질까봐 노심초사다.

영화감독이 알리에게 비책을 알려준다.
“그건 너무 힘들지 않니? 이 달걀은 버리고 30일이 지난 후에 다른 달걀로 바꿔서 숙모에게 보여주면 되지 않니?”
알리는 거절한다. “그건 거짓이에요.”

얼마 후 감독은 다시 유혹해 본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학교 갈 때 달걀을 이 풀숲에 숨겨 놓는거야. 그리고 집에 돌아올 때 가져오면 훨씬 더 안전하지.”
알리는 단호하다. “그것도 거짓이에요.”
약속을 지키기 위한 아이의 노력은 순정하기만 하다.

터키 영화 『오월의 구름』(Mayis sikintisi)에 나오는 장면이다.
살다보면 ‘호주머니의 달걀’처럼, 한 걸음만 잘못 디뎌도 자칫 깨뜨려질 약속을 간직하게 될 때가 있다.
친구에게든 부모님께든 신께든 혹은 자기 자신에게든...
지키기 어렵다고 슬그머니 내려놓아 버린 약속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내 안의 거짓말쟁이가 비웃고 있다.
순정한 알리의 마음을 닮을 수는 없을까.

댓글 1개:

  1. trackback from: 처음 만나는 자유 - 위노나라이더, 안젤리나 졸리
    망각을 잘하다 보니 문뜩 떠오르는게 많다. 자주 영화를 보고 싶기는 한데 보고 싶은 영화가 없다. 그래서 결국엔 이영화를 본 것은 아니다. 그냥 문뜩 생각이 났다. 이런 영화를 보고 싶은데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 되새겨 보고 싶다. 망각을 하다보면 머리에 남거나,, 가슴에 남는 영화를 정말 많이 생각하게 된다. 배우의 얼굴,,, 말투, 의상, 헤어스타일,, 화장,, 웃거나 화날 때 얼굴표정 ,, 순진하거나 괴팍한 성격에서 나오는 행동,,,,,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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