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24일 화요일

양성인간


1차 성징은 생식기의 차이를 뜻하고, 2차 성징은 생식기 이외의 신체상의 생물학적 차이를 의미하며, 3차 성징은 남녀에 따른 심리학적 차이를 가리킨다.

얼마전 베를린 육상대회에서 세계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딴 남아공의 한 육상선수가 남성과 여성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는 양성자(兩性者)로 밝혀졌다는 뉴스를 접하고는, 스즈키 고지의 링 시리즈가 떠올랐다.


공포소설 「링」의 야마무라 사다코는 남성가성반음양의 일종인 고환성여성화증후군이다.
고환성여성화증후군(睾丸性女性化症候群)은 남성가성반음양(男性假性半陰陽)의 하나.
외관상으로는 완전히 여성의 몸으로 유방, 외음부, 질은 갖고 있지만 자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성염색체는 XY로 남성형. 그런데 이 증후군의 사람은 모두 미인이라고 한다.
생물학적 성(性)의 구분에서도 남자나 여자가 아닌 회색지대가 존재한다는 얘기다.

반음양증 (inter-sex and pseudohermaphroditism)이란, 형태학적으로 내부생식기인 성선과 외부 생식기가 일치하지 않은 경우를 말하는데, 아래처럼 정리해 보았다.

1) 여성 가성 반음양(Female pseudohermaphroditism) : 성선은 난소, 외부 생식기는 남성화를 보여 애매하다. 염색체 검사상 핵형은 46XX이다. 원인은 모체나 태아에서의 남성 호르몬의 과잉분비이다.

2) 남성 가성 반음양(Male pseudohermaphroditism) : 성선은 고환이지만, 외부 생식기가 애매하거나 불완전한 남성화 또는 완전한 여성화로 되어있다. 염색 체 검사상 핵형은 46XY 또는 45,X/46,XY 이다. 원인은 고환 분화자체의 이상과 고환체서 형성되는 호르몬의 이상 또는 남성 호르몬 작용에 장애가 있을 경우에 나타난다.

3) 진성 반음양 : 대부분 외부 생식기는 애매하나, 때로는 정상 여자 혹은 남자의 체형을 보일 때도 있다. 염색체 검사 상으로는 50%에서 46,XX, 20%에서 46,XY, 나머지 30%에서 mosaicism으로, 45,X/46,XY,46,XX/47,XXY, 46,XX/46,XY이다.
반음양은 초기에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고, 신생아는 출생 후 3∼5일에 되도록 빨리 성을 결정해 주는 것이 좋다. 반음양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병력, 진찰소견 이외에 염색체 검사, 호르몬 검사, 골반 초음파검사, 요도질 조영술, 복강경 검사, 시험적 개복술 및 조직 생검이 필요하다. 성결정은 염색체보다는 외성기의 해부학적 또는 기능적 요소를 고려한 외과적 교정 가능성을 고려해서 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므로 여성 가성 반음양은 거의 대부분 여성으로 성이 결정되나, 남성 가성 반음양은 음경의 크기와 기능을 고려해서 여성으로 성이 결정되는 수가 많다. 여성 반음양에서 음핵 절 제술은 보통 생후 6∼12개월에 시행하는 것이 좋다. 남성 가성 반음양에서 성 결정은 상당히 어려우나, 여성화로 성이 결정되었을 때, 고환조직이 남아있으 면 후에 gonadoblastoma등의 발생이 우려되므로 고환을 제거하고, 복잡한 질 성형술은 사춘기 후에 해 야 한다. 성 결정은 부모, 소아과 의사, 비뇨기과 의사 등의 합의하에 이루어져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정신 심리적 치료, 호르몬 치료가 요구된다.

이 같은 돌연변이가 나타나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사실 우리 모두는 크고 작은 아니마(anima ; 남성에게서 발견되는 여성적인 면)와 아니무스(animus ; 여성에게서 발견되는 남성적인 면)를 내재하고 있다. 만약 남성과 여성이 다른 성의 본능을 지나치게 억압하고 경시하면 오히려 창조력과 전체성을 잃게 되며, 선천적인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을 쉽사리 무시하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새로 태어난 사다코는 어떻게 달라졌는지 다시 소설로 돌아가 보자.

진화학적으로, 번식은 다른 유전자끼리 만나 더 나은 유전자를 만들어 가는, 더하기의 법칙이다. 같은 유전자끼리 합쳐봐야 변화된 유전자를 생성하지 못하는 자가수정은 본능적으로 배제된다.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자웅동체 생물이라도 번식하기 위해서는 다른 개체를 찾아 짝을 이뤄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두 자웅동체 생물은 서로 정자를 제공해 각자 수정한다.

자신이 생각한 형상을 필름이나 테이프에 인화할 수 있는 초능력자 야마무라 사다코는 양성인간이기도 했다. 여성의 육체와 남성의 성기를 가졌다. 헌데, 그녀는 자신이 갖지 못한 자궁을 간절하게 소망했다. 돌연변이 바이러스를 통해 태어난 사다코는 바로 그 자궁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성기를 자신의 질 안에 삽입해 아이를 낳을 수 있다. 소설 스토리상으로 사다코는 완벽해진 것이다.

사다코는 왜 다시 태어났을까?
사다코는 부모를 죽음으로 몰고 간 사람들의 냉대를 뚜렷이 기억한다. 이 기억에 천연두 바이러스의 본능이 더해져 인류를 멸망시키겠다는 강렬한 욕망이 생겨났다. 자기 자신의 정자와 난자가 결합하면 똑같은 유전 인자를 가진 인간이 탄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 여자의 자궁으로 침입 대상을 바꾼 링 바이러스는 계속해서 사다코를 잉태시킬 것이며, 그 사다코들이 또 다른 사다코들을 낳아 세계는 오직 한 종류의 인간만이 존재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인류의 최후다.
링 바이러스, 링 스파이럴, 링 라센, 링 루프... 소설 「링」시리즈는 일반적인 공포소설과는 전혀 다른 패턴으로 새로운 차원의 충격과 공포를 느껴볼 수 있는 수작이다. 일독을 권한다.

댓글 1개:

  1. TV에서 슬금 슬금 기어나오는 모습이 떠오르네요.

    오늘밤 꿈은 요걸로....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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