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7일 토요일

성곽 길을 걸어보다

와룡공원에서 창의문까지 약 4.3km의 그리 길지 않은 북악산 성곽 길을 처음 걸어보았다.
계절의 정취와 서울의 풍광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산행 아닌 산행이었다.
지하철 4호선 삼선교역에서 하차하여 서울과학고등학교 후문을 지나 와룡공원, 말바위, 백악마루, 창의문(자하문)에 이르는 호젓한 성곽 길은 오랜 시간 사람의 발이 닿지 않아서인지 서울 근교의 어느 명산 못지않은 자연미 가득한 울창한 숲이 정말 끝내줬다.
김신조의 청와대 습격사건으로 인해 40년이 넘게 출입이 금지된 덕분일테니 정말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평소 운동을 게을리한 탓에 중간중간 서너번쯤 쉬어가기는 했지만, 잘 만들어놓은 나무계단과 탁 트인 풍광 덕에 비교적 가뿐하게 걸을 수 있었다. 말바위쉼터에서 창의문까지 50분이 소요됐다.
하지만 반대 코스(창의문~백악마루~와룡공원)로 걸었다면 경사가 가팔라서 훨씬 힘들었을 것 같다.
하산 후 경복궁역 뒷골목의 허름한 먹자골목에서 족발에 소주 한잔 하는 맛도 좋았다.
성곽 길은 군사보호구역이기 때문에 쉼터에서 신분증을 제시하고 출입신청서를 작성한 다음 출입증을 교부받아 산행 내내 목에 걸고 걸어야 하며, 중간중간 경계를 서는 수방사 애들과 마주치게 된다.
사진도 함부로 찍을 수 없고, 탐방로를 벗어나서도 안되지만 크게 불편한 점은 없다.
“숲이 울창한 생태도시 서울”이란 홍보가 거짓만은 아님을 확실하게 느껴볼 수 있다.
조만간 간단한 도시락을 준비하여 다시한번 걸어봐야겠다.



탐방에 대한 상세 안내는 북악산 서울성곽 홈페이지(http://bukak.or.kr)를 참조하시라.

댓글 3개:

  1. 오~ 이거 좋은데요.

    성곽 길이 개방됐단 얘긴 들었지만, 가본 분은 처음 봤습니다.

    조만간 도시락 싸들고 놀러 가봐야겠습니다. 호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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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가림토 - 2009/11/09 16:16
    주말이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저 말고도 삼삼오오 많이들 오셨더군요. 연인들도 몇쌍 보였구요. 가림토님도 한번 걸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나쁘지 않으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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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trackback from: 우째 이런일이 !
    불량품의 극치-밑창빠진등산화. 지난일요일 산행때 찍은 한장의 사진을 올립니다. 비가오는 날이며 폰카의 핀이 제대로 안맞아서 사진의 품질은 좋지 않지만 무었인지는 알수 있을것입니다. 신불산은 해발 1000m 이상의 꽤 힘든산입니다. 내앞에서 하산 하는 한분이 동료의 부축을 받으면서도 휘청 거리며 불안한 자세로 내려오고 있었다. 농담반 의문반으로 "술드셨습니까?"하고 인사말 처럼 말을 건넸다. 그분은 대뜸 "예" 했다. 그러고는 좁은 길에서 추월 하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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