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5일 금요일

김성일식 해법과 메르스(MERS) 대처법

선조 24년(1591)… 통신사로 일본에 갔던 정사 황윤길과 부사 김성일이 귀국한 후 서로 다른 보고로 조정은 혼란에 휩싸이고, 황윤길의 전언으로 인하여 하삼도의 백성들은 북쪽으로 피난을 떠나는 어수선한 상황이 지속된다. 요사이 즐겨보고 있는 KBS 사극 「징비록」 7회에서 통신부사 김성일은 일본이 조선에 아무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주상께 고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변한다.

“왜변이 난다는 소문 때문에 벌써 수많은 하삼도의 백성들이 피란가는 걸 보았습니다. 사람 셋만 모여도 없는 호랑이를 만든다고 이리 소문으로 일어나지도 않은 왜변을 만든다면 이 나라의 곡창지대인 하삼도는 텅텅 비게 될 것이고, 또 장차 이 나라는 어찌 되겠느냐 그말입니다. 왜변에 대한 대비도 민심을 안정시킨 연후에 할 수 있는 게지 민심이 이리 술렁인다면 어찌 대비가 되겠습니까?”

조선조정은 분분한 논쟁 끝에 결국 김성일의 보고를 채택하고 이후에는 그나마 진행되던 성의 수축과 군수 비축을 중단하고 만다. 대비없이 왜변이 일어날 때 민심은 더 큰 혼란에 빠진다는 걸 간과한 오판이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이라 불리는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MERS-CoV)에 대처하는 보건당국의 안일한 행태에서 ‘먼저 민심을 안정시키고 왜변에 대한 대비를 하자’는 김성일식 해법이 재현되는 것을 본다. 그래도 학봉 김성일은 임란 발발 후 초유사(招諭使)로서 충분히 존경받을 만한 행동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박그네 정권 하 문형표의 보건부나 질병관리본부에는 바이 기대할 바가 없어 보인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관련 괴담이나 엄단하겠다는 황교안 법무부의 엄포나 진실공방으로 몰아가는 정부여당의 수구적 행태 또한 익숙한 풍경이다.
은폐와 무능과 회피와 불통과 부도덕… 그에 따른 불신과 혼란과 저항과 자구책… 2014년 4월의 세월호 참사는 모든 부문에서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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