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7일 일요일

밭뙈기가 어때서

번개 카톡으로 남양주시 조안면 시우리에 위치한 한선생님네 밭으로 마실을 다녀왔다. 밤고구마·호박고구마·서리태 모종을 심고, 정신없이 오디(桑實)와 앵두(櫻桃)를 따먹으며 손을 까맣게 물들였다.



작은 오가피(五加皮) 나무에 말벌이 집을 짓기 시작했나 보다. 밭의 앞길은 다산길 5코스로 운길산역에서 피아노폭포로 이어지는 문안산길(17㎞)이 지나는 곳이다. 근처에는 여말선초의 문신인 충경공(忠景公) 류량(柳亮: 1355~1416)의 신도비(경기도 기념물 제78호)와 사당이 있다. 인근 땅은 대부분 문화류씨(文化柳氏) 종산(宗山)이라고 한다.


귀로에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와부읍 묘적사(妙寂寺)에 들렀는데, 조계종 봉선사의 말사라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국왕 직속의 비밀기구가 있던 곳으로, 이곳에 일종의 왕실 산하 비밀요원을 훈련시키기 위한 사찰을 짓고 선발된 인원을 승려로 출가시켜 승려교육과 아울러 고도의 군사훈련을 받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임진왜란 때에는 일본군의 집중공격을 받게 되었는데, 그 가운데 2차례는 잘 막아냈으나 3번째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여 결국 사찰이 폐허가 되었다고 한다. 정면5칸, 측면2칸, 다포식 팔작지붕 형태의 대웅전과 앞쪽의 8각7층석탑(남양주시 향토유적 제1호)이 시선을 끌었다.


이어서 사찰 쪽문을 지나 크게 한바퀴 둘러본 월문리 묘적산(妙寂山)은 재선충병(材線蟲病)이 돌아 방재사업 후 생태조림을 하는 중이어서 묘적(묘한 적막)의 경지에 이를 수가 없다. 그래도 산길의 솔향이 청량했으나 날이 가물어 계곡물의 수량은 적어 보였다.


고구마, 상추, 들깨, 고추, 옥수수, 두릅, 오가피, 호박 등이 골고루 정성껏 가꾸어져 있다. 오디나무 아래서 삼겹살을 굽고 소주 한잔 기울이는 초하의 시간이 각별하다. 크게 넓지는 않지만 안빈(安貧)과 낙도(樂道)를 맛보기에 충분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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