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28일 일요일

남원기행

마르타 누나, 랄프 형과 함께 처음 걸어본 남원 지리산 둘레길 여정에 대한 간단 후기 메모.



최초 행선지는 교룡산성. 백제시대에 축조되었고, 조선조에 몇번의 증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으며, 동학농민군의 은신처이기도 했다고.



선국사는 7세기 후반 신문왕 때 최초로 지어졌다고. 대웅전은 생각보다 규모가 작은데, 내부에 큰 북이 하나 걸려있더군. 대웅전 옆의 배롱나무 몸통을 간지럽혔더니 꽃잎과 이파리가 하늘거린다.



교룡산성 둘레길을 걷다 만나게 된 물까치. 부상을 당했는지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도 제대로 날지를 못했다.



길 한가운데서 맞닥뜨린 두꺼비. 대략 12㎝ 정도 되는 놈인데, 이렇게 큰 두꺼비는 처음 본다. 황소개구리도 조르기 한판으로 물리친다는 녀석의 포스는 과연 「두껍전」의 상좌를 꿰찰만 하더군. 혹시나 로드킬을 당할까보아 길 한쪽으로 몰았더니 볼과 몸에 잔뜩 공기를 불어넣고 마뜩잖해 한다. 전설 속 은혜를 갚는 신령스런 동물.



갈림길에서의 선택… 길을 가다가 갈림길을 만났을 때, 어느 길로 갈 것인가의 선택은 피할 수 없다. 선택을 회피하고자 할 때 그 자리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지만, 그 또한 하나의 선택일 터. 삶의 과정은 어차피 회피할 수 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문제는 어떤 이유와 근거 위에서 합리적이고 아름다운 선택을 해 나갈 것이냐이겠지.



만복사는 전라도 남원부에 있었던 절. 때문에 ‘만복사’가 아닌 ‘만복사지’이다. 김시습의 전기소설(傳奇小說) 『금오신화』 속 「만복사저포기」는 주인공인 노총각 양생(梁生)이 만복사에서 부처님에게 아름다운 배필을 점지해 달라고 발원하여 3년전에 죽은 최낭자를 만나 로맨스를 나누는 줄거리의 명혼소설(冥婚小說)이다.
萬福이라 이름했건만, 이제는 함께 저포를 놀아줄 부처님이 보이질 않는구나.



당랑권의 대가 맨티스. 8㎝ 쯤 되어 보이는 사마귀가 시식하는 모습을 포착. 장수말벌 정도는 돼야 이놈을 상대할 수 있을듯.



가운데 잠자리처럼 생긴 놈이 ‘동충하초’란다. 무슨 동방불패도 아니고 어떻게 식물과 동물의 경계를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을까나.



배넘이재…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헛소리가 아님을 알겠더군.



예뻐서 찍어본 버섯 무리. 실제는 더 노랗다. DSLR은 아니지만 그래도 촬영기술이 너무 아쉽군.



흔히 볼 수 없는 무슨 꽃이라고 들었는데 그새 잊어먹었군. 이눔의 기억력이란…



속리산 정이품송을 연상시키는 당산 소나무의 멋진 자태.
첫날은 남원 위주로 11㎞, 이튿날엔 인월 근교로 7㎞ 해서 지리산 북서쪽 방면을 대략 20㎞ 가까이 걸었네. 시월엔 광한루, 혼불문학관, 실상사, 뱀사골 쪽으로도 한번 도전해 봐야지.
멀쩡한 근무시간에 벌건 얼굴에다 술냄새까지 풍기는 관리사무소 공무원 아저씨나, 공공재인 휴식공간마다 좌판을 벌여놓고 거침없이 장삿속을 드러내는 아줌씨들 얘기는 다음 기회에 하도록 하지.
마르타 누나 고마워요~잉

댓글 1개:

  1. 저 꽃의 이름 ‘뻐꾹나리’였다. 주로 남부지방의 숲에서 자라며 어린순은 나물로도 먹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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