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19일 금요일

이랑과 고랑, 농종법과 견종법

초등 역사 5학년 2학기 1단원 중 ‘달라지는 경제생활과 신분질서’ 중단원, ‘농촌의 변화’ 소단원에 나오는 내용…

조선후기 논농사의 변화는 종래의 직파법에서 이앙법(모내기법)이 널리 퍼졌다는 것이 요점이고, 밭농사의 경우 고구마(감저)·감자로 대표되는 구황작물과 인삼·담배·채소 등 상품작물을 새로이 재배하여 소득이 증가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요컨대 논농사는 모내기법(이앙법), 밭농사는 골뿌림법(견종법)이 성행하였다는 것.

헌데, 아이들 왈 “고랑은 뭐고 이랑은 뭐에요?”라며 질문해 온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밭을 평편하게 고른 다음 두둑하게 쌓아올린 것이 이랑(높은 부분)이고, 이랑을 쌓기 위해 파낸 골이 고랑(낮은 혹은 깊은 부분)이다. 그리고 만종법은 밭이 평평한 상태에서 씨를 뿌리는 것을 말하고, 농종법·견종법은 밭에 파도 모양의 줄(고랑과 이랑)을 만들어 농사를 짓는 방법을 말하는데, 이랑에 심는 것이 농종법, 고랑에 재배하는 것이 견종법이다.

초등학생의 질문이지만, 중·고생들 중에도 모르는 녀석들이 많을 것이다. 하여 아래처럼 따로 정리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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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부터 고랑과 이랑을 만들어 농사를 짓는 견종법(고랑에 씨를 뿌려 가꾸는 것)이 등장했다. 파종법은 기본적으로 작물의 생육환경을 고려하거나 노력을 절감하는 처지에서 선택되므로 어떤 파종법이 좋다고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고대에는 만종법(밭을 평평하게 고른뒤 그대로 씨를 흩어 뿌리는 방법)이 주로 사용되어 오다가 말과 소를 부려 밭갈이를 하는 쟁기 사용법이 발달되면서 농종법과 견종법이 발전해 왔다. 겨울 북서풍의 찬바람을 피하려면 바람 방향에 직각을 이루는 방향으로 고랑과 이랑을 만들어야 한다.

견종법의 관점에서 봤을 때 농사를 지으려면 땅에 바로 씨를 뿌리는 게 아니라, 고랑과 이랑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래야 물이 잘 빠지고, 식물 뿌리가 숨을 쉴 수 있다. 그래서 땅을 파서 두둑하게 쌓는데, 그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좀 파인 곳이 있게 된다. 그런 일을 간다고 한다. 논을 갈다, 밭을 갈다 할 때의 갈다가 그 뜻이다.

‘고랑’은 두둑한 땅과 땅 사이에 길고 좁게 들어간 곳으로 이 고랑이 바뀌어 ‘골’이 되었다. 그 골이 산에 있으면 산골(산골짜기)이 되는 것이다. 고랑은 바람의 통로와 배수로 역할을 하며, 사람이 다니는 길이기도 하다.

‘이랑’은 씨앗을 넣거나 모종을 옮겨서 작물을 키우는 곳으로 햇볕을 잘 받아 작물의 성장이 빠르고, 비가 많이 와도 고랑으로 물이 빠져서 썩지 않게 해준다.
헌데, 국어 사전에는 ‘갈아 놓은 밭의 한 두둑과 한 고랑을 아울러 일컫는 말’이 ‘이랑’이라고 풀이되어 있기도 하다.
하지만 “고랑도 이랑될 날이 있다”, “이랑이 고랑되고 고랑이 이랑된다”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이 고랑과 이랑은 서로의 짝이 되는 상반된 의미의 단어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두둑’은 밭과 밭 사이에 길을 내려고 골을 파서 흙으로 쌓아 올린 두두룩한 바닥을 뜻한다. 이랑과 비슷한 의미를 가지지만 이랑보다 좀더 폭이 넓은 편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두렁’은 좀 다르다. 고랑이나 이랑, 두둑은 논이나 밭 안에 있지만, 두렁은 논이나 밭의 가장자리로 작게 쌓은 둑이나 언덕을 가리킨다. 논두렁, 밭두렁 할 때 그 두렁이다.

밭에 고랑을 파고 둔덕(이랑)을 만들어 물이 잘 빠지게 만든 뒤 이랑에 모종을 심는 것을 농종법이라고 한다.
이랑에서 자라는 모종의 뿌리는 고랑에 스며 있는 물기를 빨아들인다.
지나친 습기를 싫어하는 콩·팥·수수·옥수수·기장·고추 등 여름 작물은 이 농법에 잘 맞는데, 이러한 종류의 작물을 이른 봄에 심었다가 거두고 나서 늦여름에 김장에 쓸 무나 배추, 혹은 보리를 심는다.
경우에 따라 밭농사는 1년에 이모작 또는 삼모작까지 가능하다.
농종법의 이점은  배수처리 및 채광과 통풍이 좋고, 이랑 사이의 골에 난 잡초를 제거하는 노력도 적게 든다는 것이다.

고랑에 작물을 심으면 비가 계속내리는 경우 작물이 섞여버린다. 고랑에 물이 차지 않게 관심을 많이 기울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또 고랑은  햇볓을 가리는 단점이 있다.
이런 단점에도 고랑에 작물을 재배한 이유는 제때 원하는 만큼 물을 주기가 어려워 물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말라 죽는 것보다는 수확량이 적어도 고랑에 심는게 더 나아서 이랑보다는 고랑에 많이 심었다. 우리 나라의 파종양식은 농종법으로 관행되어 오다가 17~18세기에 수확이 많은 견종법으로 발전했으나, 모든 밭작물 혹은 같은 작물이라도 어느 곳에서나 다 견종법을 쓰는 것은 아니다.

견종법을 대표적으로 쓰고 있는 작물은 보리·밀·호밀·귀리 등 겨울작물인 맥류(麥類)들이다. 겨울작물은 가을에 파종하며, 우기가 닥치기 전인 6월에 수확하게 되므로 봄에 파종하여 가을에 거두는 여름작물과 같이 우기의 배수처리를 염려할 필요가 없다. 과습(過濕)을 꺼리는 여름작물은 이랑 위에 파종해야 하나, 생육기가 겨울과 봄 등 건조기에 해당하는 겨울작물은 과습의 우려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겨울철 건조한 혹한기에 작물이 얼어 죽거나 말라 죽을 염려가 있어 이랑 위보다 방한(防寒)이나 보습(保濕) 효과가 있는 견종법을 써야 한다.

이로 보아 보리는 농종법으로 재배되어 오다가 17세기에 접어들면서 견종법으로 파종법이 바뀐 것으로 볼 수 있다. 겨울 보리는 밭에서 겨울을 나야 하는데 높은 이랑보다는 낮은 고랑에 있어야 바람을 피할 수 있고, 높은 부분보다는 낮은 골에 있어야 습도가 높아 가뭄에도 잘 버틸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보리의 경우라도 파종기나 발아기의 과습이 우려되는 논보리 재배의 경우에는 그 이랑 위에 다시 작은 이랑을 지어 견종법을 쓰게 되므로, 이 경우에는 배수를 고려한 농종법과 방한과 보습을 고려한 견종법을 다 같이 갖춘 절충식 파종방식이 된다.

또, 농종법을 쓰는 여름작물이라도 올조[早生粟]나 올기장[早生黍]과 같이 건조한 이른봄에 파종할 경우, 가뭄을 잘 타는 지대나 모래질 땅에서는 여름철 우기의 과습이나 배수처리보다는 발아기의 토양 수분이 더 생산의 제한요소가 되므로, 《임원경제십육지 林園經濟十六志》 본리지(本利志)에서 지적한 대로 여름작물이라도 이랑 사이에 파종하는 견종법을 써야 한다.
보리의 경우, 견종법으로의 발전은 농종법으로 파종하던 시대보다 농업 경영상 보다 많은 수량을 올렸다는 면에서 이 파종방식의 역사적·농업적 의미는 크다.

“고랑도 이랑될 날이 있다”에서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는 속담이 연상된다. 성경 말씀처럼 앞선 자가 뒷 서고 뒷선 자가 앞설 수 있다.
고랑이 오목한 부분이라면, 이랑은 볼록한 부분이므로 고랑과 이랑은 서로 맞서는 그러나 상생하는 관계가 될 수 있다. 이랑이 고랑되고 고랑이 이랑된다.

댓글 3개:

  1. 조선후기에 고랑과 이랑이 생겼다고했는데 조선전기에 농종법은 이랑에 씨를 뿌리는건데 ....조선전기에도 이랑이 있었던것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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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작’과 ‘보편화’의 문제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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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좋은 게시물 감사합니다.
    저도 고랑의 반대 개념으로 이랑을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농사 블러거들이 고랑의 반대 개념으로 두둑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두둑은 일본놈의 농사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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