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15일 목요일

훈민정음 창제일 vs. 반포일

國之語音(국지어음)이 異乎中國(이호중국)하여 與文字(여문자)로 不相流通(불상유통)할새 故(고)로 愚民(우민)이… 고등학교 한문 숙제로 어제 서문을 외웠었다.

세종실록 102권 세종 25년 계해(1443) 12월 30일(경술) 기사는 “이달에 임금이 친히 언문(諺文) 28자(字)를 지었는데 … 이를 훈민정음이라 부른다.(是月, 上親制諺文二十八字 … 是謂訓民正音)”라고 기록하고 있다. 여기서 ‘이달’에 해당하는 1443년 12월 1일과 30일을 그레고리력으로 환산하면 각각 1443년 12월 30일, 1444년 1월 28일이 된다. 북한에서는 이들 날짜의 중간인 1444년 1월 15일을 창제일로 기념하여 조선글날로 삼고 있다.

세종실록 113권 세종 28년 병인(1446) 9월 29일(갑오) 기사는 “이달에 훈민정음이 이루어졌다.(是月, 訓民正音成)”라고 기록하고 있다. 또한, 1940년 경북 안동에서 발견된 훈민정음 해례본 말문에 “정통 11년 9월 상한에 … 신 정인지는 두 손 모아 절하고 머리 조아려 삼가 씀.(正統十一年九月上澣 … 臣鄭麟趾拜手稽首謹書)”이라고 했다. 9월 상한(상순의 마지막 날, 즉 9월 10일)을 그레고리력으로 환산하면 1446년 10월 9일이 되는데, 이를 근거로 기념하는 것이 한글날이다.

요컨대 훈민정음 반포일과 창제일 모두 명시적 날짜는 기록돼 있지 않다. 출생신고일(반포일) 못지않게 실제 출생일(창제일)은 큰 의미가 있다. 두 날을 함께 기리면 좋겠다.

2026년 1월 10일 토요일

縄, なわ, 나와, The Rope

밧줄과 막대기는 인간의 가장 오랜 도구다. 밧줄로 좋은 것들을 끌어당기고, 막대기로 나쁜 것들을 멀리할 수 있었다. 이들은 우리가 발명한 최초의 친구들이었다. 인간이 있는 곳이라면, 밧줄과 막대기 역시 존재했다.

―아베 고보(安部公房)의 단편 「縄(なわ, 나와 / The Rope)」

2026년 1월 7일 수요일

1월의 크리스마스

그레고리력을 채택한 서방교회(가톨릭)와 달리 율리우스력을 고수하는 동방교회(정교회)는 지역에 따라 1월 6일, 7일이 성탄절이다. 여기에는 1582년 춘분 날짜의 보정, 1054년 동서교회의 분열 등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다.

동방 가톨릭 중에서는 아르메니아 교회가 1월 6일에 성탄을 기념한다. 사실 가톨릭에는 24종의 개별교회가 존재한다. 1개의 서방 가톨릭교회와 23개의 동방 가톨릭교회가 로마 주교의 수위권(교황)을 인정하며 교리를 공유한다. 동방 가톨릭교회와 동방 정교회를 같은 것으로 혼동하기 쉽다. 동방 정교회는 교황의 수위권을 인정하지 않는 완전히 독립된 교회인 반면, 동방 가톨릭교회는 교황과 결합해 있는 가톨릭의 하나다.

아무튼 오늘은 가톨릭이나 개신교보다 13일 늦은 1월의 크리스마스다. 성탄절(Christmas)은 그리스도(Christ)의 미사(mas)라는 뜻을 담고 있다. 전쟁의 총성을 멈추고, 고통받는 이들을 보듬는 제자의 길에 모자람이 크다.

2025년 12월 31일 수요일

서글픔

“섣달 그믐밤의 서글픔,
그 까닭은 무엇인가?”

―광해군 8년(1616) 증광시 책문

2025년 12월 24일 수요일

성탄제(聖誕祭)

―― 흥! 너두 벨수가 없었던 모양이로구나? 그러게 내 뭐라던? ……내남직할 것 없이 입찬소리란 못하는 법이다……

흥! 하고 또 한 번 코웃음을 치고, 문득 고개를 들자, 그곳 머리맡 벽에 가 걸려 있는 십자가가 눈에 띈다. 영이는 입을 한 번 실룩거리고 중얼거렸다.

“이 거룩한 밤에 주여! 바라옵건대 길을 잃은 양들에게도 안식을 주옵소서. 아아멘. ……흥?”

이렇게 기도를 드려두면 순이도 꿈자리가 사납다거나 그런 일은 없을 게다……

―― 흥!  (박태원, ‘성탄제(聖誕祭)’, 1937년 12월 「여성」 21호)


1930년대 식민지 경성, 남달리 사이가 나쁜 네 살 터울의 자매가 있다. 카페 여급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다가 사생아를 낳고 집안에 들어앉은 언니 영이와, 언니 덕에 여학교에 다니면서도 뭇 사내들에게 시달리며 웃음이나 파는 언니를 경멸하고 여배우가 되겠다며 학교를 자퇴하는 동생 순이의 딱한 이야기.

크리스마스라고 교회당에 간다며 초저녁에 나간 순이는 자정이 넘어 언젠가의 영이처럼 남자를 끌고 집에 들어왔다. 눈치를 챈 영이는 순이와 함께 쓰던 건넌방을 내주고 안방으로 들어가 드러누운 어머니와 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부모는 지금 건넌방에서 순이의 몸 위에 일어나고 있는 일을 알고 있겠지만 이미 놀라지도 슬퍼하지도 않는다. “이것이 인생이란 것이냐?” 영이는 동생마저 자기와 같은 신세로 전락하는 현실이 서러워 눈물을 흘렸다. 영이는 머리맡 십자가를 보며 기도한다. “이 거룩한 밤에 주여! 바라옵건대 길을 잃은 양들에게도 안식을 주옵소서, 아아멘” 이제 꿈자리가 사납지는 않을 터였다. 동생도, 자기도…

생존이 윤리를 내모는 궁핍한 시대, 가난한 사람들의 막막함에 몸이 으스스 추워진다. 성탄절날 밤이었다.

2025년 11월 27일 목요일

디엠지 가디언스

지난주에 「DMZ길라잡이학교」를 수료했다. 이영동 이사님을 비롯해 양성과정을 위해 애써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한데, 개근(皆勤)했다는 이유(?)로 뜻하지 않은 감투를 하나 쓰게 됐다. 勤은 ‘부지런하다’는 뜻이지만 ‘근심하다’란 뜻도 지니고 있다.

디데헌(DMZ Demon Hunters)이나 지디(Guardians of the DMZ)는 벅차지만(overflowing) 벅찬(hard) 슬로건일 것이다. ‘길라잡이’ 역할에 걸맞은 자세를 갖추고 전문성을 기르는 일에 힘쓰면서, 뭔가 2기만의 활동을 병행할 수 있을까. 세상일, 뜻대로 되지 않는다.

지금과 같이 분단과 대결 구도를 유지하려는 세력과 어떻게든 변화를 주고 평화를 정착하려는 세력의 경쟁은 필연적이다. 민주화운동, 통일운동은 독립운동과 맞닿아 있다. 피땀 흘려 위국헌신한 독립투사들이 그토록 염원하던 진정한 최후의 독립은 온전한 한 나라를 되찾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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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DMZ길라잡이 28명 배출

이론강의×현장탐방 병행한 7개월 여정 마무리

https://www.kw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0050


DMZ길라잡이학교(교장 김창수)가 2기 길라잡이 양성과정을 마무리하고 수료생을 배출했다.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상임대표 양영두)와 DMZ평화네트워크(이사장 류종열)가 공동주관한 2025년 DMZ길라잡이학교는 19일(수) 저녁 흥사단 3층 강당에서 수료식을 열고, 1년간의 여정을 돌아보며 성과를 공유했다.


올해 DMZ길라잡이학교 프로그램은 4차례의 실내강의와 6차례의 현장탐방으로 꾸려졌다.

실내강의는 ▲DMZ 평화의 길을 가다(이인영 의원, 前통일부장관) ▲DMZ의 역사-한국전쟁과 남북 접경지역 형성(한모니까 교수,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분단과 한국전쟁(서주석 前국방부차관) ▲DMZ와 접경지역 안보(김도균 前수방사령관) 등 DMZ 전반을 개괄하는 이론강좌로 진행됐다.

현장탐방은 이영동 상임이사(DMZ평화네트워크)가 동해안부터 서해안까지 이어지는 248㎞의 비무장지대를 ▲고성 ▲철원 ▲연천 ▲양구·인제 ▲파주 ▲김포·강화 등 6개 지역으로 나누어 함께 답사하면서 풍부한 지식과 예리한 통찰이 담긴 해설을 들려주어 수강생들로 하여금 전쟁의 비극과 분단의 현실을 직시하고, 평화 정착과 재통합의 가능성을 모색해 보도록 이끌었다.

이날 수료식에는 35명의 수강생 중 개근 5명을 포함하여 모두 28명이 DMZ길라잡이 수료증을 받았다.

김창수 교장은 “실내강의와 현장답사를 통해 분단의 상처를 목도하면서도 접경지역의 자연이 주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풍광에 심취한 여정이기도 했다. 함께해 준 참여자와 헌신해 준 스태프에 힘찬 축하와 감사의 박수를 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DMZ평화네트워크는 2026년 첫 사업으로 내년 1월 중순께 1박2일로 ‘접경지역 철새 먹이주기 및 두루미 탐조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19일 저녁, 흥사단 강당에서 열린 제2기 DMZ길라잡이학교 수료식에서 수료생과 운영진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