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9일 일요일

정약용유적지, 아침고요수목원 현장메모

남양주 정약용유적지와 가평 아침고요수목원으로 다녀온 추계 현장체험학습 메모.

①정약용 생가는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광주시 남종면 귀여리로 둘러싸인 삼수(三水) 변이다.

②정약용의 당호 여유당은 ‘남고 넉넉하다’라는 여유(餘裕)가 아니라 ‘머뭇거리고 주춤거린다’라는 의미의 여유(與猶)로 해석되는데, 몇몇 논지를 검토해보니 조심·경계보다는 생가 앞 열수(洌水·한강의 옛 이름)의 물소리를 묘사한 의태어·의성어에 가깝다는 주장도 보인다.

③흔히 자화자찬이라 해서 부정적 표현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찬은 ‘스스로 칭찬한다(自讚)’가 아니라 ‘스스로 편찬한다(自撰)’라는 뜻이다. 그림깨나 그리고 글깨나 쓴다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그려(쓰고) 스스로 펴내고(自畵自撰)’ 싶은 욕구를 지니고 있다.

④실학박물관 입구에 네덜란드에서 기원한 홍이포(紅夷砲·붉은 오랑캐 대포)가 전시돼 있다. 1626년 정월, 후금의 누르하치가 이끄는 팔기군은 산해관을 피해 인근의 영원(寧遠)성을 공격했다. 명나라 장수 원숭환은 11문의 홍이포로 대적하여 누르하치에게 생애 첫 패배를 맛보게 했다. 홍이포는 당대의 비대칭무기였던 셈이다.

⑤인도 시인 타고르는 조선을 ‘고요한 아침의 나라(The Land of the Morning Calm)’로 표현한 적이 없다.

⑥아침고요수목원 내 천년향(千年香)은 본래 경북 안동지역의 마을을 수호하는 당산목이었다고 한다. 해당 마을이 댐 건설로 수몰될 때 한 수집가에게 인도된 것을 2000년도에 한상경 교수가 이곳에 이식하였다. 환웅의 신단수 이야기에서 보듯이 우리나라는 신석(神石)보다는 신목(神木)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약용유적지, 아침고요수목원 나들이

한국여성생활연구원, 추계 현장체험학습

https://www.kw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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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생활연구원(교장 정찬남)이 지난 10월 28일(화), 가을 현장체험학습을 다녀왔다. 체험학습은 오전에 남양주 정약용유적지를 둘러보고, 오후에는 가평으로 넘어가 아침고요수목원을 산책하는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는 정약용이 출생(1762)하고 성장하여 과거급제 후 관직에 올랐던 고향 마을이다. 정조 승하 후 전남 강진 등에서 18년간 귀양을 살다가 해배(1818)되어 돌아온 후 말년을 소일하다가 서세(1836)한 곳이기도 하다.

유적지는 △정약용의 삶을 현대적으로 재조명한 다산문화관 △정약용의 대표 기록물을 살펴볼 수 있는 다산기념관 △정약용의 위패와 영정을 모신 문도사(文度祠) △부인 홍혜완과 합장된 묘소 △생가터에 복원한 여유당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현장체험에 나선 오○○ 학습자는 “말로만 들었던 정약용의 생가와 묘소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여유당의 뜻이 ‘남고 넉넉하다’는 여유(餘裕)가 아니라 ‘머뭇거리고 주춤거린다’라는 의미의 여유(與猶)라는 선생님의 설명을 들었는데, 역시 사람은 배워야 한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됐다.”라고 말했다.

학습자들은 다산로747번길 건너편의 실학박물관으로 이동했다. 1층 특별전시실이 기획전시 교체 중이어서 바로 2층 상설전시실로 올라 ㄷ자 구조의 벽을 따라서 △실학의 형성 △실학의 전개 △실학과 과학 코너를 차례로 관람했다. 인솔교사의 안내에 따라 조선 태종 때 중국 중심의 세계관을 표방해 제작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混壹疆理歷代國都之圖)와 1602년에 마테오 리치 신부가 펴낸 곤여만국전도(坤輿萬國全圖)를 비교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박물관에서 나오는 길가에는 정약용이 제작한 높이 4.4m, 너비 1.7m 크기의 거중기(擧重機)가 서 있다. 위쪽에 고정도르래 4개, 아래쪽에 움직도르래 4개를 연결하여 일꾼 두 사람이 양편에서 물레에 감은 밧줄을 당겨 최대 10톤의 자재를 들어 올리게끔 설계한 복합도르래다.

<>10월28일(화), 가을 현장체험학습에 나선 한국여성생활연구원 구성원들이 남양주 정약용유적지 내 문도사 앞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점심 후에는 가평군 상면의 아침고요수목원으로 향했다. 수목원 이름은 19세기 후반 서구권에서 조선(朝鮮)을 ‘고요한 아침의 나라(The Land of the Morning Calm)’로 소개한 관용구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0년대 삼육대학교 원예학과 한상경 교수가 미국에 교환교수로 갔을 때 여러 정원과 식물원을 방문하고 귀국한 후, 축령산 기슭 10만 평에 부지를 마련하고 정원을 가꾸어나간 것이 이 수목원의 시작이다. 그렇게 30년이 지난 지금은 27개 주제정원에 5000 여종의 식물이 군락을 이루는 국내 대표 원예수목원으로 자리하고 있다.

학습자들은 수목원 내 가드닝 클래스에서 ‘꿀벌원정대’가 되어 점점 사라지는 꿀벌을 살리기 위해 식물을 가꾸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칼랑코에(Kalanchoe)를 새 화분으로 옮기고 상토(床土)를 꾹꾹 채워 넣은 다음 마사토(磨沙土)를 덮어 임무를 수행했다.

식물키우기 체험을 마친 학습자들은 수목원을 돌며 천년향(千年香)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국화전시 등을 둘러보면서 계절이 주는 정취를 만끽했다. 백○○ 학습자는 “나무와 풀꽃의 이름을 익히고, 자연 속 생명의 다양성을 체험하는 좋은 시간이었다.”라며 즐거워했다.

<> 10월28일(화), 가을 현장체험학습에 나선 한국여성생활연구원 구성원들이 아침고요수목원 내 가드닝 클래스에서 꿀벌 헤어핀을 쓰고 ‘식물키우기’ 체험을 하고 있다. 꿀벌은 △전자파와 살충제 △기생충 응애 △이상기후 등의 영향으로 개체수가 줄고 있다.

2025년 11월 4일 화요일

골판지 김밥

짧은 점심시간。

컵라면에 김밥으로 간단히 해결하려는 틈새에 종이접기반 선생님이 보더니 우린 이런 김밥 먹는다며 상자 뚜껑을 여는데…

보니까 골판지 소재로 말은 종이김밥이네. 다음 주 강좌 아이템이라지. 일곱 가지 속재료가 고와서 찰칵~

辛라면 용기에 그려진 조이 루미 미라가 한입에 흡입하는 케데헌의 김밥 먹방이 재현된다.

배도 든든하니 이제 무너진 魂門을 다시 세우러 출동해 볼까나.🎴

2025년 11월 2일 일요일

묵안리 조세희 생가터

오늘은 겹치는 일정이 무려 6개다. 고심 끝에 趙世熙라는 이름 석자가 주는 울림을 따라 이곳(양주조씨 집성촌) 가평군 설악면 묵안리의 조세희 생가터로 왔다.

연작소설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1978)에 등장하는 다섯 식구는 고단한 삶에 지친 하층민을 대변한다. 언년이, 쇠돌이와 같이 ‘이, 그’ 어조사(伊)로 대충 호명되는 것에 저항(不伊)하던 김불이氏는 종국엔 공장굴뚝에 올라가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며 떨어져 생을 마감한다. 조선조 노비의 후손 김불이의 자랑이었던 큰아들 영수는 노동운동에 투신하다가 기득권의 벽 앞에 법대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음을 절감하고 고용주 측을 살해, 처형되고 만다. 비극의 뫼비우스 띠에서 벗어나지 못한 부자와 가족의 불행한 삶에 투영한 독자의 마음이 무거워진다.

“혁명이 필요할 때 우리는 혁명을 겪지 못했어. 그래서 우리는 자라지 못하고 있어. 제3세계의 많은 나라가 경험한 그대로, 우리 땅에서도 혁명은 구체제의 작은 후퇴, 그리고 조그마한 개선들에 의해 저지되었지. 우리는 그것의 목격자야. 우리 세대들은 실패하고 말았어.” 송경동 시인이 전하는 故조세희 선생의 말이다.

묵안정(黙安亭) 마당에는 대리석 표지판이 생가터임을 알려 주는데, 난쏘공 도입부의 일부를 새겨놓았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우리가 저마다 꿈꾸는 ‘작은 공’은 발사되고, 희망하는 바 달나라에 도달할 수 있을까.

2025년 10월 16일 목요일

‘마음의 향기 글꽃 피우다’ 백일장

백(白:하얗다·맑다) + 일(日:날) + 장(場:마당·자리)

옛날 달밤에 시재(詩才)를 겨루던 ‘망월장(望月場)’과 대비하여, 맑은 대낮에 글쓰기 솜씨를 겨룬다고 하여 ‘백일장(맑은 날의 마당)’이라는 것이 생겨났다는 썰이 있다.

유생들의 학업을 장려하고자 ‘맑은 대낮(白日)’에 글쓰기 경연을 한 데서 유래했다는 것인데…

요컨대 백일장(白日場)은 여러 사람이 한 장소에 모여 주어진 주제로 즉석에서 글을 지어 솜씨를 겨루는 현장성이 강조되는 대회인 셈이다.

수년 전부터 중부교육지원청은 「다가온」을 캐치프레이즈로 추진하고 있다. “모두(多)가 더하는(加) 따뜻한(溫) 평생교육 프로그램”이라는 문구가 그럴듯하다.

오늘 문해학습자분들과 함께 즐겁고 긴장감 있는 백일장을 경험했다. 느닷없는 시심(詩心)이 절로 발동한다.

https://www.kw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0041

2025년 9월 3일 수요일

호로고루성에서

경순왕과 마의태자의 이름은 둘다 ‘김부’로 같다. 아버지 경순왕은 스승 부(傅)자를 쓰고, 아들 마의태자는 가멸 부(富)자를 쓴다.

인제군 상남면에 김부리(金富里)라는 마을이 있다. 경주를 떠나 북상하던 마의태자가 양평 용문사에 지팡이 하나를 꽂고, 홍천 지왕동(至王洞)을 지나 김부리에 머물면서 천년사직을 다물하고자 양병(養兵)하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종내는 금강산으로 들어가고 만다는 옛이야기를 떠올린다.

통일바라기 축제가 끝난 연천 장남면 원당리 해바라기공원에서 호로고루성을 바라보며 셔터를 눌렀다.

https://www.kw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0034

2025년 7월 27일 일요일

휴전·종전은 휴화산·사화산으로 비유 가능

성인문해 중2 사회시간. 망팔, 망구의 비문해 학습자분들이 내용을 정확하고도 쉽게 알아들을 교수법을 고민하곤 한다. 1학년 때 공부한 화산지형에 빗대어 휴전(정전)과 종전의 차이점을 나누었다. 
휴지기(쉬는 시간)일 뿐… 언제 다시 분출할지 모르는 잠재적 위험이 있어서 사실상 활화산(活火山)으로 분류되는 휴화산(休火山)과 같이, 휴전(休戰) 역시 언제든 전쟁이 개재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으니, 분출(전쟁)될 여지가 최소화되는 사화산(死火山) 상태처럼 종전(終戰)을 선언하고 평화협정 체결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나. 우리가 뿌리내리고 있는 이 땅에서 어떠한 생명도 다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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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관잡록](39)휴전과 종전은 휴화산·사화산 같은 것
종전선언으로 평화시대 열어나가기를
https://www.kw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0030

어머님들, 1학년 사회시간에 배웠던 ‘화산지형’을 기억하시지요?

화산은 일반적으로 지표면 아래 수십 킬로미터 지점에서 방사성 원소가 붕괴하면서 최종 생성된 마그마가 지각의 갈라진 틈을 타고 지표로 분출하면서 폭발합니다. 이러한 화산은 그 활동성에 따라 2~3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먼저 활화산(活火山, Active Volcano)은 현재 분출 중이거나 최근 약 1만 년 이내에 분출한 경험이 있는 화산을 말합니다. 여기서 ‘1만 년 이내’라는 기간은 약 11,700년 전의 홀로세(Holocene, 충적세)부터 현재까지의 지질 시대를 가리키는 것으로, 마지막 빙하기 이후의 따뜻한 간빙기를 뜻합니다.

휴화산(休火山, Dormant Volcano)은 과거에 분출한 기록은 있는데 현재는 활동이 없는 화산입니다. 하지만 언제 다시 분출할지 모르는 잠재적 위험이 존재합니다. 휴화산은 지하에 마그마방(Magma Chamber)이 살아있기 때문에 잠재적 분출(potentially active) 가능성이 상존합니다. 그래서 현재 화산학에서는 휴화산을 활화산에 포함한다고 합니다.

끝으로 사화산(死火山, Extinct Volcano)은 화산활동의 기록이 없고, 지하의 마그마방이 소멸하여 분출할 가능성이 없는 화산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7월 27일 오늘은 6.25전쟁 휴전협정이 체결된 지 72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협정문 영문본은 ‘armistice’로, 중국어본은 ‘停戰’, 북측 한국어본은 ‘정전’이라 기록한 것을 남측이 ‘휴전’으로 번역하여 뉘앙스가 다소 달라졌습니다. 그런데 ‘쉬는(休)’ 것이든, ‘멈춘(停)’ 것이든 휴전은 휴화산처럼 언제든 폭발(전쟁)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국제련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및 중국인민지원군 사령원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 정전에 관한 협정」이라는 긴 이름처럼 반목과 적대의 시간이 너무 길어지고 있습니다. 종전 선언을 거쳐 평화협정으로 나아가 마침내는 한반도에 뿌리를 두고 있는 모든 존재가 안녕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현재세대나 미래세대나 전쟁을 겪는 일이 없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Volcanoes can be divided into Active, Dormant or Extinct depending on the nature of eruption. (이미지 = meritpat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