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3일 수요일

호로고루성에서

경순왕과 마의태자의 이름은 둘다 ‘김부’로 같다. 아버지 경순왕은 스승 부(傅)자를 쓰고, 아들 마의태자는 가멸 부(富)자를 쓴다.

인제군 상남면에 김부리(金富里)라는 마을이 있다. 경주를 떠나 북상하던 마의태자가 양평 용문사에 지팡이 하나를 꽂고, 홍천 지왕동(至王洞)을 지나 김부리에 머물면서 천년사직을 다물하고자 양병(養兵)하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종내는 금강산으로 들어가고 만다는 옛이야기를 떠올린다.

통일바라기 축제가 끝난 연천 장남면 원당리 해바라기공원에서 호로고루성을 바라보며 셔터를 눌렀다.

https://www.kw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0034

2025년 7월 27일 일요일

휴전·종전은 휴화산·사화산으로 비유 가능

성인문해 중2 사회시간. 망팔, 망구의 비문해 학습자분들이 내용을 정확하고도 쉽게 알아들을 교수법을 고민하곤 한다. 1학년 때 공부한 화산지형에 빗대어 휴전(정전)과 종전의 차이점을 나누었다. 
휴지기(쉬는 시간)일 뿐… 언제 다시 분출할지 모르는 잠재적 위험이 있어서 사실상 활화산(活火山)으로 분류되는 휴화산(休火山)과 같이, 휴전(休戰) 역시 언제든 전쟁이 개재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으니, 분출(전쟁)될 여지가 최소화되는 사화산(死火山) 상태처럼 종전(終戰)을 선언하고 평화협정 체결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나. 우리가 뿌리내리고 있는 이 땅에서 어떠한 생명도 다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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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관잡록](39)휴전과 종전은 휴화산·사화산 같은 것
종전선언으로 평화시대 열어나가기를
https://www.kw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0030

어머님들, 1학년 사회시간에 배웠던 ‘화산지형’을 기억하시지요?

화산은 일반적으로 지표면 아래 수십 킬로미터 지점에서 방사성 원소가 붕괴하면서 최종 생성된 마그마가 지각의 갈라진 틈을 타고 지표로 분출하면서 폭발합니다. 이러한 화산은 그 활동성에 따라 2~3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먼저 활화산(活火山, Active Volcano)은 현재 분출 중이거나 최근 약 1만 년 이내에 분출한 경험이 있는 화산을 말합니다. 여기서 ‘1만 년 이내’라는 기간은 약 11,700년 전의 홀로세(Holocene, 충적세)부터 현재까지의 지질 시대를 가리키는 것으로, 마지막 빙하기 이후의 따뜻한 간빙기를 뜻합니다.

휴화산(休火山, Dormant Volcano)은 과거에 분출한 기록은 있는데 현재는 활동이 없는 화산입니다. 하지만 언제 다시 분출할지 모르는 잠재적 위험이 존재합니다. 휴화산은 지하에 마그마방(Magma Chamber)이 살아있기 때문에 잠재적 분출(potentially active) 가능성이 상존합니다. 그래서 현재 화산학에서는 휴화산을 활화산에 포함한다고 합니다.

끝으로 사화산(死火山, Extinct Volcano)은 화산활동의 기록이 없고, 지하의 마그마방이 소멸하여 분출할 가능성이 없는 화산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7월 27일 오늘은 6.25전쟁 휴전협정이 체결된 지 72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협정문 영문본은 ‘armistice’로, 중국어본은 ‘停戰’, 북측 한국어본은 ‘정전’이라 기록한 것을 남측이 ‘휴전’으로 번역하여 뉘앙스가 다소 달라졌습니다. 그런데 ‘쉬는(休)’ 것이든, ‘멈춘(停)’ 것이든 휴전은 휴화산처럼 언제든 폭발(전쟁)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국제련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및 중국인민지원군 사령원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 정전에 관한 협정」이라는 긴 이름처럼 반목과 적대의 시간이 너무 길어지고 있습니다. 종전 선언을 거쳐 평화협정으로 나아가 마침내는 한반도에 뿌리를 두고 있는 모든 존재가 안녕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현재세대나 미래세대나 전쟁을 겪는 일이 없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Volcanoes can be divided into Active, Dormant or Extinct depending on the nature of eruption. (이미지 = meritpath.com)

2025년 6월 22일 일요일

민속현장의 기록

현직 무당이 토론자로 참여한 특이한 학술대회를 경험했다. 민속현장의 과거와 현재·미래를 연구하는 학회의 발표 자리임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섭외일 것이다.

1부 ①북한정권이 간행한 ‘북한설화’와 남한학자의 ‘북한지역설화’를 구분하는 것처럼, 광복 후 북한에서 수행된 ‘북한탈춤 연구’와 월남한 사람들이 전승한 ‘북한지역 탈춤 연구’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②처음 접해본 해주탈춤 대본에서는 봉산탈춤의 맏양반 생원, 둘째양반 서방, 끝 도령 3형제를 대신하여 형제가 아닌 대양반, 소양반, 먹척꼬리양반, 종가도령 이름이 등장한다. 해주탈춤은 대본, 놀이순서, 가면 등 전승자료가 있음에도 봉산·강령·은율탈춤과 달리  복원되지 못했다. 사람 형상의 인간적 탈과 기이 형상의 귀면적 탈이 섞여 있는 30종의 해주탈은 원래 나무탈이었는데 시간의 흐름 속에서 종이탈로 바뀌었다. 판소리에 그러한 것처럼 탈춤에도 무속적 인자가 내재해 있는지를 묻는 청중의 질문에 발표자가 무슨 까닭인지 제대로 답하지 않(못)았는데, 혹 뒤풀이 자리에서 이야기가 오갔는지 궁금하다. ③전국을 유랑하면서, 장터와 마을공터 등등 대중이 모이는 장소를 찾아 포장을 치고 가설무대를 만들어 연희를 펼쳤던 ‘포장극단’의 대본과 같은 시기 유행하던 유성기음반 이름의 유사성이 흥미롭다.


2부 ④중국에서 들어온 ‘성황(城隍)’이 구청·시청이라면 우리 고유의 ‘서낭’은 주민센터 정도로 위계가 있다는 박수의 발언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⑤김연갑 선생은 현 애국가의 최초 곡명이 ‘Patriotic Hymn 뎨14’이며, 친일한 사람이 작사자가 돼서는 곤란하다는 정부의 의중이 애국가 작사자를 윤치호로 하지 않고 ‘미상’으로 비워뒀다고 주장한다. ⑥춘사 나운규가 회령보통학교를 졸업할 즈음 남쪽에서 온 노동자들이 일본인 감독 밑에서 철도노동을 하며 아리랑을 부르는 것을 가슴에 담았다가 배우로 인정받아 첫 감독 작품을 35㎜ 무성영화 「아리랑」으로 제작한 것이 영화 주제가 ‘아리랑’의 탄생 배경이다. 작곡가 서정(曙汀) 김영환의 다재다능이 돋보인다.


자료에 대한 포개읽기가 필요하다. 기록 차원에서 짧게 적어둔다.

△흔히 ‘서도소리’로 칭하지만, 옛 스승들은 ‘해서(海西)소리’로 불렀음. △포장극단의 핵심 정체성 중 하나는 ‘약팔이’임. △한국의 서낭은 돌탑보다는 신목(神木)과 밀접한데, 마을과 마을의 경계나 이승과 저승의 경계, 등용문·취업 등 어떤 일을 할 때 겪게 되는 관문과 같은 역할의 문을 지키는 신(門神)으로 길을 열기도 하고 막기도 함. △21가지 서로 다른 음가가 영화 「아리랑」 이후 ‘아리랑’으로 정형화됨. △단성사에서 영화 「아리랑」이 개봉하는 1926년 10월 1일은 총독부청사 준공식을 하는 날로, 일설에는 이를 방해하기 위해 악대를 광화문 주위로 돌게 하고 개봉일을 잡았다고 함. 일제는 개봉일 새벽, 가사가 불온하다는 이유로 전단지 1만매를 압수했는데, 이 소문이 오히려 영화에 대한 관심을 증폭했다고 함.

https://www.kw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0024

2025년 5월 22일 목요일

Incredible SONNY

스퍼시(Spursy)라는 형용사가 있다. “잘하다가도 막판 가서 망치는”이라는 의미로, 토트넘의 들쑥날쑥한 경기력을 조롱하는 속어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Unspursy로 부를만하다.

오늘 새벽 맨유전에서 캡틴 손흥민이 팀을 이끌며 승리(1-0), 대망의 메이저 대회 첫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15년 8월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선 지 무려 10년 만의 유럽리그 우승이다.

이제 쏘니는 토트넘 홋스퍼(Tottenham Hotspur FC, 1882.9.5 창단)의 진정한 레전드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우승 가능성이 높은 강팀으로의 이적이 아니라 폼이 떨어진 소속 클럽을 반드시 우승으로 이끌겠다는 거대한 야망과 헌신의 찬란한 끝을 보여주었다. 손흥민 선수의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을 축하한다. 데스크도 손케도 이루지 못한 위대한 업적이다. 이젠 우리 차례~ 💙

2025년 5월 19일 월요일

혜초, 오도릭, 마르코폴로, 이븐바투타의 전인미답(前人未踏)

성인문해과정 중3 어머니들과 국어 교과서에 실린 박완서 선생의 「하회마을기행」을 공부하면서, 심화학습으로 세계 4대 기행문(여행기)까지 살펴봤다. 다수의 역사가들은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 대해 신빙성을 의심하고 있다.

작가와 지식인은 다른 범주에 있다. 지식인은 기본적으로 ‘있는 그대로 기술할 뿐 새로 지어내지 않는다’는 술이부작(述而不作)에 충실해야지 작이부술(作而不述)로 가공을 일삼아서는 안 된다.

지난 2월 타계한 무함마드 깐수, 정수일 소장(한국문명교류연구소)이 생전에 번역 출간한 △혜초의 왕오천축국전(학고재·2004) △오도릭의 동방기행(문학동네·2012) △이븐 바투타 여행기(창비·2001)를 알라딘에서 기웃거리고 있다. 확 질러버리기엔 주머니 사정이 영 여의찮은데… 블라디보스토크든 둔황, 사마르칸트, 이스탄불, 카이로든 언제든 훌쩍 떠나보고 싶다.


♬지금도- 그곳은- 아무도 모르는-

신비한- 낮과 밤-이- 우리를 기다린다-

우리 우리 마음은- 희망으로 가득 찬-

미지의 세계로- 힘차게 나간-다-♪

https://www.kw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0001


불교, 천주교, 이슬람교 입장에서 이해한 세계

혜초, 오도릭, 마르코폴로, 이븐바투타의 전인미답(前人未踏)

진실성·다양성 찾는 세계 4대 여행기


세계 4대 기행문으로 꼽히는 문서들이 있다.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오도릭의 「동유기」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가 그것이다. 새로운 길을 열었던 탐험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여행기(리흘라, Rihla)」는 중세 모로코왕국 탕헤르 출신의 21세 청년 이븐 바투타(Ibn Battuta, 1304~1368)가 1325년 메카 순례를 시작으로 30년 동안 아프리카와 아시아, 유럽의 3대륙, 40개 국가, 10만 킬로미터를 여행하고 돌아와 구술한 것을 이븐 주자이가 받아적어 남긴 장대한 기록물이다. 원서는 남아 있지 않고, 필사본으로 전해지고 있다. 14세기 각 도시와 사람들, 여러 곳에 토착화한 현지 무슬림의 모습을 중요한 사료로 평가받고 있다. 원제는 ‘여러 도시의 불가사의와 여행의 경이로움을 열망하는 자를 위한 선물’이다.


「동유기(東遊記, 렐라티오·Relatio)」는 신성로마제국 포르데노네 출신의 프란체스코회 수사 오도릭(Odoric, 1265?~1331)이 ‘영혼구제’란 사명을 안고 1318년부터 1330년까지 12년간 서아시아·남아시아·동남아시아·중국·중앙아시아를 여행하며 선교와 탐험을 수행한 ‘동방기행’문이다. 오도릭이 병상에서 구술한 내용을 동료 수사가 라틴어로 기록한 원본은 전하지 않는다. 사실적 기록으로 당대 동양문화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오도릭은 1755년 복자(福者)품에 올랐다.


「동방견문록(東方見聞錄)」은 베네치아 공화국 출신의 15살 소년 마르코 폴로(Marco Polo, 1254~1324)가 상인인 부친·숙부를 따라 1271년부터 1295년까지 서아시아·중앙아시아를 거쳐 원(元)에 도착, 쿠빌라이 칸(세조)에게 관직을 받은 뒤 중국 전역을 돌아다닌 후 고향으로 돌아와 엮어낸 여행기이다. 1296년 경에 지중해 패권을 두고 벌어진 베네치아-제노바 전쟁에서 제노바의 포로가 되어 갇혔을 때, 같이 갇혀 있던 죄수 루스티첼로 다 피사(Rustichello da Pisa)가 폴로의 구술을 듣고 기록했다고 전한다. 당시 유럽인들에게 아시아에 대한 정보를 소개해 대항해시대를 연 계기 중의 하나로 꼽힌다. 원제목은 ‘세계의 서술(Divisament dou monde)’이다.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은 통일신라의 고승 혜초(慧超, 704~787)가 719년, 15세에 구법(求法) 차 당나라로 건너가 광저우에서 천축의 밀교승 금강지(金剛智)를 사사하고, 723년 스승의 권유로 4년에 걸쳐 천축과 서역의 여러 지방을 순례하고 장안으로 돌아와 작성한 탐방기다. 1908년 프랑스의 고문서학자 펠리오(P.Pelliot)가 중국 간쑤성 둔황(돈황)의 막고굴 장경동(藏經洞·17동)에서 우연히 발견하여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8세기 인도와 중앙아시아 사정을 전해주는 세계 유일의 기행기라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가 지대하다.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비공개로 보관되어 있다. 제목의 ‘오천축국(五天竺國)’은 인도 북부지방의 부처님 출신국을 비롯한 다섯 나라를 가리킨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혜초의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천축 다섯 나라를 순례하다). 신라의 소년 혜초는 704년에 태어나 16살 되던 719년에 당나라로 떠났다. 지금으로부터 1300년 전 일이다. (사진=나무위키)


지난 2월 타계한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 소장이 △이븐 바투타 여행기(창비·2001) △오도릭의 동방기행(문학동네·2012) △혜초의 왕오천축국전(학고재·2004)을 번역 출간한 바 있다.

2025년 5월 16일 금요일

물망勿忘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정오의 음악회 5월… 목금이나 철금 연주는 들어봤어도 양금(洋琴)은 처음 접했다. 사다리꼴의 오동나무 공명상자 위에 56개의 줄을 얹고 대나무채로 두드려 연주하는데, 청명한 소리에 귀가 호사롭다. 고대 페르시아의 산투르(santur)가 신성로마제국 시기에 유럽으로 전해져 덜시머(dulcimer)로 개량, 피아노의 전신이 되었다고 한다. 헝가리 쪽에서는 침벌롬(cimbalom)이라 부르는데, 마테오 리치가 明으로 전파했고 우리나라는 조선 영조 초기에 들어와 전통악기로 편성되었다. 국악기 유일의 타현(줄때림)악기인 셈이다. 연변 출신의 최휘선 연주자는 국내에 개설된 양금 전공이 없는지라 한예종에서 타악기 장구를 전공했다고 한다.

뮤지컬 배우 백형훈은 빨간색 문어 헤어밴드를 쓰고 나와 즐거움을 주었다. 커트머리에 통통한 이금희 아나운서의 매끄러운 진행이 돋보인 공연이었다.


노래가 나온 지(더클래식·1994) 어느덧 31년이나 됐다. 시청자 사연을 바탕으로 선곡·협연한 「마법의 성」에 마음이 흐트러진다. ♬언제나 너를 향한 몸짓에 수많은 어려움뿐이지만, 그러나 언제나 굳은 다짐뿐이죠. 다시 너를 구하고 말 거라고. 두 손을 모아 기도했죠. 끝없는 용기와 지혜 달라고―♩

고대부터 “몸에 물망초(勿忘草)를 지니고 있으면 연인에게 버림받지 않는다”는 믿음이 전해온다지. 애련함이 크온지라 좀 일찍 마무리하고 한잔 기울이려 주먹고기집에 들어섰다. 이미 우중 정취에 무장해제돼 거하게 다녀간 팀이 있다. 勿忘― forget me not― 나를 잊지 말아요― 이곳 또한 철거가 임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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