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도, 약혼자도, 남자친구도 없는 30세 여성은 국적 불문하고 호기심의 대상인가.
30대가 되기 전에, 적당한 남성을 만나 안정된 짝짓기를 해야 한다는 주문에 갇힌 29세 독신여성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
이 질문의 해답을 제시하는 영화가 바로 <파니핑크>다.
영화는 막 30세가 되는 공항 검색원 파니의 삶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한다.
존재의 결핍감, 그로 인해 파니는 죽음을 연습하는 수업에 몰입돼 간다.
어느 날 마주친 이웃집 흑인 심령술사이자 동성애자인 오르페오, 이상적인 남자를 만날 마지막 기회가 오고 있다는 그의 예언은 갖가지 해프닝의 시작이 되는데..
그날부터 운명의 상대로 점찍은 남자를 향한 파니의 구애는 눈물겹지만, 처음부터 그는 그녀의 상대가 아니었다.
파니는 상심하지만, 이를 계기로 비슷한 시기에 실연한 오르페오와 친구가 된다.
쓸쓸할 게 뻔한 파니의 서른 번 째 생일, 오르페오가 준비한 깜짝 파티는 감동적이며, 그들만의 축제는 에디뜨 삐아프의 감미로운 노래와 함께 영원한 순간이 된다.
하지만 느닷없는 오르페오의 죽음, 그와의 짧은 우정은 파니에게 삶은 결국 스스로 개척해야 하는 것이란 깨달음을 남기는데..
자신이 만든 관을 던져버리는 파니의 행동은 자기연민에 대한 악순환을 벗어나려는 결단으로 보이며, 너무나 통쾌한 장면이었다.
‘남자 없는 삶’은 곧 ‘죽음’이란 마취에서 깨어 비로소 독립적 존재가 된 파니는 30세 여성,아니 가부장제 주술에 주눅든 그 모든 여성을 깨우는 이름이며, 여성 스스로가 삶을 결정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데 대한 유감 표명치고는 너무나 신비롭고 주술적이며 사랑스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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