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는 고어에 ‘댱마ㅎ’라고 했으니, ‘댱’은 ‘길다(長)’는 뜻이고, ‘마ㅎ’는 ‘비’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되는데 글자 그대로 ‘긴 비’라는 뜻이겠다.
윤흥길의 중편 「장마」는 6·25전쟁기의 장마철을 시간적 배경으로 국민학교 3학년 아이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국군으로 참전했다가 전사한 아들(외삼촌)을 둔 외할머니와 인민군으로 참전했으나 소식이 없는 아들(삼촌)을 둔 친할머니의 갈등은 장마와 더불어 시작되고 장마가 끝날 무렵 화해로 해소된다.
‘온 세상을 물걸레처럼 질펀히 적시는’ 장마는 가족사의 오랜 불행을 상징하며, 나아가 우리 민족에 닥친 전쟁의 비극적 상황이 계속되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소설의 끝문장은 “정말 지루한 장마였다.”로 과거형이다. 더 많은 깨친 사람들이 지혜롭고 영험한 구렁이로 化하면 이다지도 지긋지긋한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파탄 없이 융화로 인도해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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