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반에서 「홍길동전」을, 검정반에서 「유재론」을 공부했다. 둘 다 교산(蛟山) 허균(許筠, 1569~1618)의 문장이다. 허균은 누나인 난설헌(蘭雪軒) 허초희(許楚姬, 1563~1589)와 함께 손곡(蓀谷) 이달(李達, 1539~1612) 문하에서 수학했다.
최경창, 백광훈과 함께 삼당시인(三唐詩人)으로 불렸던 이달은 충남 당진이 관향인 신평(新平) 이씨 양반과 관기 사이에서 출생한 얼자(孼子)였다. 「홍길동전」 발단부에 “둘째 아들의 이름은 길동이니 시비 춘섬의 소생이다”라는 표현으로 보아 홍길동 역시 얼자 신분이다. 흔히 서얼(庶孼)이라고 묶어 부르지만 서자는 양민 첩의 자식이고, 얼자는 천민 첩의 자식이다. 응당 서자보다 얼자의 수가 많다.
태종 때 만들어진 서얼금고법(庶孼禁錮法)은 첩의 자식 및 그 자손을 차별한 규정이다. 서얼에게는 관직 진출에 제한을 두고, 특히 재가한 여성의 자식은 사적(仕籍, 벼슬장부)에도 오르지 못하게 하는 등 신분·출세·재산 상속 등에 심한 제약을 가하였다.
허균은 스승인 이달을 통해 시속에 얽매이지 않는 예법과 적서차별 같은 사회적 모순을 접하고 호부호형(呼父呼兄)하지 못하는 기재의 울분을 洪吉同이란 가상의 인물로 표출해 냈다. 그리고 불우한 형편 속에서도 경지에 오른 스승의 시를 엮어 「손곡집」을 간행(1618)하고, 소설 「손곡산인전」에 전기를 담았다.
「유재론(遺才論)」은 조선의 인재 등용 현실을 중국과 비교하여 비판한 한문 중수필, 論이다. 遺才(버릴 유, 재능 재)는 ‘인재를 버린다’는 뜻으로 능력에 따라 인재를 등용하자는 주장의 반어적 제목이다.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은…하늘이 준 직분을 행하는 것이니 재능이 없어서는 안 된다.”는 유재론의 첫 문장을 읽는다. 그리고 “하늘이 (인재를) 냈는데도 사람이 버리는 것은 하늘을 거스리는 것이다.…나라를 다스리는 자가 하늘의 순리를 받들어 행하면 나라의 명맥을 훌륭히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라는 마지막 문장도 새긴다.
홍길동전과 유재론에서 보듯이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고 이끄는 공정한 위정자, 폭넓게 인재를 기용하여 적재적소에 임무를 부여하는 재능 있는 위정자가 대통령이 되고 국회의원이 되고 단체장이 돼야 한다. 나는 이번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현실적으로 가까운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그에게 표를 줄 것이다.
#나를위해
2022년 2월 15일 화요일
인재를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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