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28일 월요일

이념을 담은 평양의 도시공간

6월22일(화) 평양탐구학교 2기 5회차에선 경기대학교에서 건축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안창모 교수가 「도시와 건축으로 읽는 평양」을 주제로 이데올로기가 도시구조를 어떻게 다르게 만들 수 있는지에 관해 이야기해 주었다.

서울은 조선시대 이후 제1의 도시로 山을 품에 안고 내사산으로 둘러싸인 역사도시다. 반면, 평양은 고구려의 수도 이후 제2의 도시로서의 위상을 갖고 있으며, 川을 품에 안고 대동강과 보통강으로 둘러싸인 계획도시다.

안 교수는 서울-평양 두 도시의 심장부인 광화문광장과 김일성광장을 비교·대조하는 것으로 서울과 평양의 도시공간 변화를 가늠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은 6·25전쟁의 피해를 입기는 했지만, 상대적으로 옛 모습을 유지한 상태에서 미국의 지원으로 자본주의 체제를 갖추었다. 반면, 평양은 심각한 전쟁 피해로 인해 어떤 면에서는 새로운 이념으로 새로운 도시를 건설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사회주의 도시는 “자본주의 대도시는 모든 사회악의 온상”이라는 로버트 오웬(R. Owen)의 관점 등 자본주의 도시에 대한 반성에서 구상됐다. 사회주의 도시계획은 대도시화를 지양하고 작은 규모의 도시를 선호하며, 녹지 영역을 적극적으로 구성한다.

1924년 집권한 스탈린은, 구시대와의 결별을 부르짖으며 사회주의 예술로 각광받던 러시아 구성주의(Constructivism)를 형식화되었다고 비판하고 그리스·로마 건축에 기초한 신고전주의 건축양식을 수용하면서 과거로 회귀했다.

해방이후 소련의 지원으로 성립된 김일성정권에서 김일성종합대학, 김일성종합병원, 만경대혁명학원, 해방호텔 등이 신고전주의 건축양식으로 지어졌다.

모스크바 건축대학 출신의 김정희(1921~1975)는 절대권력자의 요청을 받고 평양이 현재의 물리적 형태를 갖추는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전후복구를 위한 1953년의 마스터플랜에서 평양 도심의 구성은 국가기관을 앉히기보다는 근로자의 더 나은 삶을 위한 물리적인 형식으로 상징화되었다.

1970년대 들어 마르크스-레닌주의는 1950년대에 주창된 주체사상으로 대체되었는데, 이는 건축양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준공된 평양의 인민문화궁전(1974)이나 묘향산의 국제친선전람관(1978) 등은 소련과 동구권의영향에서 벗어나 전통을 강조하는 민족건축양식에 입각해 설계되었다. 평양의 도시 기반 시설 대부분이 전후복구 때부터 1970년대에 걸쳐 건설되었다.


김일성광장을 사이에 두고 왼편의 조선미술박물관과 오른편의 조선중앙력사박물관이 정점인 인민대학습당과 트라이앵글을 이루고 있다. 1982년에 준공된 인민대학습당은 평양시민을 위한 도서관이다. 같은 해 건설된 대동강 맞은편의 170m 주체사상탑과 함께 평양의 중심축을 형성하는데,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에서 체제 우월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이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지 방증해준다. 김일성광장은 평양의 기념비적인 건물들에 둘러싸여 있으며 10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에서 16번째로 큰 광장이다.


평양의 공공프로젝트 : 김일성종합대학, 중앙종합병원, 만경대혁명학원, 해방호텔 ⇒ 신고전주의 건축양식. 스탈린이 구성주의를 버리고 고전주의 건축으로 회귀한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김일성은 신고전주의양식에서 민족건축양식으로 전환했다.


매체를 통해 걸러지는 평양의 모습이 한가로워 보이는 이유는 이데올로기의 우월성을 드러내는 쾌적한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발상 이외에도, 또다시 전쟁상황이 닥칠 경우 폭격 등으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건물을 일정 간격을 두고 세웠기 때문이다.

강의를 통해 르코르뷔지에(Le Corbusier)의 건축적 스케치를 통한 도시에 대한 제안이라든가 부아쟁 계획(Plan Voisin) 같은 용어와 개념을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

6·25전쟁 시의 폭탄세례로 초토화된 평양이라는 물리적 공간에 구현된 사회주의 도시의 특징을 객관적으로 파악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더하여 하나의 역사적 뿌리와 문화적 전통을 가진 민족이 상이한 이데올로기로 인해 도시와 건축이라는 생활양식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도 각인됐다. 서로의 모습과 차이를 인정하는 일부터 선행돼야겠다. 젠장… 다시 출발점이다. 


스태프 선생님들이 마련해주신 유부초밥과 컵과일… 맛 좋습니다.


댓글 1개:

  1. 중3 사회 환율의 변동에 대해서 블로그 글에 댓글로 문의 드렸는데
    가르쳐주실수 없어요?
    환율변동의 원인에 대해서 설명을 어떻게 해야하나요?
    상승이나 하락의 원인을 찾는건 할수 있거든요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