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6일 목요일

호랑 나비 옆에 호동그란 나비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의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어제 어머니들과 함께 공부한 「봄은 고양이로소이다」… 시인은 고양이의 털, 눈, 입술, 수염을 각각 봄의 향기, 불길(생명력·정열), 졸음(포근함), 생기(생동감)에 빗대어 감각적으로 묘사해냈다. 촉각·후각·청각·시각적 심상에 포착한 직관력, 정적인 이미지와 동적인 이미지를 대조적으로 배치한 점도 인상적이다. 우리 어머님들, 이제 직유법과 은유법 정도는 껌으로 잘 맞히신다.

고월(古月) 이장희(1900~1929)는 빙허 현진건, 상화 이상화와 함께 대구가 낳은 3대 문인으로 꼽힌다. 친일파인 부친(이병학, 중추원 참의)과의 불화와 특유의 예민하고 비사교적인 성향으로 29살의 젊은 나이에 음독하여 생을 마감했다. 그가 노래한 봄날의 기운, 봄의 생명력과는 상반되는 파괴적인 마침이다.

일본 작가 나쓰메 소세키(夏目 金之助)의 장편소설 吾輩は猫である(와가하이 와 네코 데 아루)를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로 번역한 것은 이장희의 ‘봄은 고양이로소이다’에서 영감을 받아 작명한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사진은 인스타그램 insta_@my_lulu_cat_ 님의 감각적인 사진이다. 콧등에 내려앉은 호랑나비에 당황한 듯 호동그래진 고양이의 눈이 잘 포착돼 있다. Butterfly Cat… 나비 옆에 나비를 담아낸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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