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화) 오후 5시, 종로구 가회동 한옥협동조합 교육장(북촌로50 삼보빌딩 2층)에서 종로마을N(편집장 당현준) 제3기 기자아카데미 2회차 강좌가 진행됐다.
서울을 중심으로 도시 탐구를 이어오고 있는 권기봉 여행작가(42)가 「종로 역사적 공간탐방과 스토리텔링화」를 주제로 2시간 동안 나를 둘러싼 세계를 낯설게 보는 힘에 대해 소개했다.
권 작가는 대학 시절인 1999년,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200만 원을 가지고 두 달간 유럽으로 첫 해외여행을 떠났던 경험을 돌아보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가방을 대신하는 비닐봉지 하나만 달랑 들고서 숙박비를 아끼려고 야간열차를 이용해 쪽잠을 자고, 유통기한이 임박한 싸구려 식빵으로 끼니를 때우며 반바지 외의 여벌 옷 없이 이른바 거지꼴로 낯선 유럽땅을 배회하고 왔다.”고 했다. “학창시절 두 차례의 후속 해외여행과 이후 수많은 국내여행을 다니면서, 현시점에서 가까운 우리 근·현대사 100년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이야기에 수강생들의 눈과 귀가 쏠렸다.
권 작가의 종로 이야기는 길이 18.6㎞, 높이 5~8m의 한양도성 축조, 좌우 대칭으로 구성한 경복궁의 공간배치 철학으로 이어졌다.
1968년 1월21일 벌어진 ‘1.21 사태’와 이틀 후에 발생한 ‘미해군 푸에블로호 납치 사건’, 같은해 10월30일부터 12월25일까지 터져 나온 ‘울진·삼척 무장공비 사건’과 베트남전(1960~1975) 조기 종식을 내걸고 동년 11월5일 미 37대 대통령에 당선된 리처드 닉슨의 군사 불개입 독트린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은 당시 박정희 정권은 국가안보 우선주의 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인다. 그렇게 해서 영화 「실미도」의 모티브가 된 북파공작원 684부대를 창설하고, 민간인의 전투훈련을 위해 예비군제도를 강화한다. 또한, 장교 양성을 위해 육군 제2사관학교와 제3사관학교를 개교하고, 고등학교 이상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련(교육훈련) 과목을 편성하게 된다.
박 정권은 자체 발전 설비를 갖추어 각각 15만 명씩 수용 가능한 남산 1·2호 터널, 유사시 행정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시청역에서 을지로6가까지 뚫은 지하상가, 한강 수면에 최대한 가깝게 설치하여 북한공군에 쉽게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잠수교, 경기 북부에서 서울로 이어지는 주요 도로상에 설치한 대전차 장애물, 유사시 통일로를 이용한 북한군의 남침 속도를 늦추기 위한 유진상가 등 ‘서울 요새화’를 위한 도시개발도 계획을 세워 추진했다. 모두가 남북갈등(전쟁)의 아픈 현대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공간으로 기억해야 할 유산들이다.
“근·현대 100여 년의 공간들은 주로 도시 안에 있다. 근·현대사에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우리는 어두운 시대의 역사를 보듬어 안으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왔고, 그 연장선에서 철근 콘크리트로 축조된 도심 속 근·현대 구조물에 대한 보존 의지까지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이유로 도심 속 근·현대 유산은 개발 압력이 크고, 빨리 사라진다.”는 권 작가의 논지에 수강생들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문학에서 ‘낯설게하기(Defamiliarization)’는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이 처음 사용한 용어로, 이미 일상화되었기에 자동적이며 습관화된 인식의 틀을 깨고 낯설게 (변형·치환)하여 새로운 느낌이 들도록 표현하는 기법을 말한다.
한 수강생은 “곁에 있기에 무심코 흘려보내는 익숙한 것들에 대해 비틀어 보고 새롭게 보는 안목을 갖게 해준 강의로 기억될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서울은 2천 년 전 한성백제 이래 시공간적 확장과 변용을 거듭해온 깊고도 넓은 도시이며, 그 중심 층위에 종로가 있다. 관심을 가지고 보면 우리 주변에 있는 역사와 인문이 다르게 보인다.
2021년 종로마을N 기자아카데미는 오는 25일 3회차 강좌로 이어진다.
18일(화) 오후, 종로마을N 2021 기자아카데미에서 권기봉 여행작가가 「종로 역사적 공간탐방과 스토리텔링화」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
덧붙이는 글 | 이 포스트는 종로마을N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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