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0일 일요일

2013 씨알재단 북콘서트에 다녀와서

지난주 월요일(10월 14일) 저녁 연지동 기독교100주년기념관 1층 소강당에서 씨알재단 창립 6주년을 맞아 개최된 북콘서트(Book Concert) 중 2부 순서에 다녀왔다.


다석(多夕) 유영모(1890~1981) 선생과 그의 큰 제자인 신천(信天) 함석헌(1901~1989) 선생의 사상에 대해 알고 전하고자 마련된 시간.

첫 순서는 『나는 다석을 이렇게 본다』
성서학자 정양모 신부님(다석학회 회장)은 451년의 칼케돈 공의회를 언급하면서, 건드릴 수 없는 불가침의 기독교 교리인 삼위일체론과 예수의 양성론(인성+신성)을 넘어선 것이 바로 다석 유영모의 사상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정 신부님의 인식에 따르면 박흥호 목사님은 다석우파, 박영호 선생님은 다석좌파로 볼 수 있다.

두번째 도서는 『다석 전기 : 류영모와 그의 시대』
박영호 선생님(다석사상연구회 연구위원)은 다석의 직계제자이므로 다석의 일생과 사상을 일차적으로 일별하는 데 가장 좋은 위치에 있다. 기독교 2천년사는 곧 기독교 쇠망사이며,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바울신앙으로 변질된 기독교는 예수가 없고, 불교는 부처가 없다는 현실진단과 기독교의 주의기도에서 ‘하늘에 계신’으로 한정하면 그 존재가 작아질 수 있으므로 잘못된 번역이라는 해석은 나름 충격이었다.

세번째 책은 박재순 목사님(씨알사상연구소 소장)의 『유영모 함석헌의 생각 365』
다석과 신천의 어록을 병렬시키면서 사실은 같은 의미라고 풀어낸 명상록 성격의 책인데, 예수는 나누어질 수 없는 온생명의 사람이라는 해석이 인상적이다. 우리 인생사의 모진 비바람을 ‘빌고 바라는 일’로 풀어낸 다석의 통찰과 언어유희에는 입이 딱 벌어진다.


전체 진행에 성결교회 최인식 교수(서울신학대), 마무리 서평에 이정배 교수(감리교신학대)가 수고해 주셨다.
지금도 혁신의 대명사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 교수(1909~2005)가 1909년생이니 세계사적으로 보면 다석·신천과 엇비슷한 시간을 살아갔다는 생각이 든다.
씨알사상의 대가라는 세분 패널을 모시고 진행된 북콘서트 3중주는 뚜렷한 불협화음은 없었으나 또한 환상적인 아름다운 협음도 부족했다는 것이 개인적인 소견이다.
종교다원주의를 수렴하고 있는 씨알사상에 대해 혼합종교사상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대략 3개 조직·단체로 나뉘어 있는 지금의 모양새가 다양성의 확장이라는 면에서는 바람직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나 내부적인 통합성에서나 외부에서 보는 정형화된 이미지에는 해가 되는 면이 없는지도 고민해봐야 할 점이다. 아울러 우리 사회와 젊은층에게 널리 알리고 소구할 수 있는 전략도 숙고해보아야 할 것이다. 젊은층은 시대의 가치관과 문화를 좌우하는 핵심적인 계층이기 때문이다. 20여년 전에 일독한 『뜻으로 본 한국역사』 한권의 흐릿한 기억과 2시간짜리 북콘서트 관람으로 씨알사상에 크게 경도됐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터.
유영모와 함석헌 두 사상가의 관점을 바탕으로 그 외연과 내재 모두를 넓히고 깊게 하는 일은 결국 생각하는 개개 씨알들의 몫일 것이다.

씨알모임은 김익완 선생님이 소개해 주셔서 관심을 갖게 됐다. 그간 씨순길을 통하여 몇몇 안면을 익힌 선생님들께 일일이 인사를 드리지 못하고 먼저 퇴청하여 죄송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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