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8일 금요일

[책]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평생교육사 제15차 모임… 2번째 지정도서 독서토론.
신경숙 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생일상을 받으러 역귀성한 만 71세 엄마의 갑작스런 실종으로 시작한다.
이야기는 1장은 큰 딸, 2장은 큰 아들, 3장은 남편, 4장은 엄마 본인 그리고 에필로그는 다시 큰 딸의 시점으로 전환되면서 전개된다.
아무도 모르지만 오랫동안 누적된 두통으로 인해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글을 읽을 줄도 모르던 엄마는 결국 죽어서 새가 되어 작은 딸의 집과, 평생 숨겨왔던 마음의 의지처인 곰소의 그 남자네 집과, 남편과 아이들 고모가 있는 고향집과, 마지막으로 자신이 태어나 자랐던 진뫼 산골 엄마의 엄마집을 차례로 순례하며 이승과의 작별인사를 나눈다.


새드엔딩을 짐작케 하는 4장을 읽으면서 어찌할 수 없는 한(恨)과 슬픔을 내재한 옛 가요들이 자연스레 연상되었다.
고려가요 『청산별곡』의 화자는 읊조린다. “우러라 우러라 새여. 자고 니러 우러라 새여. 널라와 시름 한 나도 자고 니러 우니로라.”
김소월 역시 『초혼』·『접동새』를 통해 절규한다. “의붓어미 시샘으로 죽은 후 아홉이나 남아되던 오랍동생을 차마 못잊어, 남 다 자는 야삼경 깊은 밤에 이산저산 옮아가며 슬피우는 아우래비 접동이 되어버린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우리 누나.”

소눈 같은 눈과 50년 노동에 찌든 검버섯 퍼진 손등과 파인 상처를 발등에 지닌 채 파란 슬리퍼를 끌고 거지꼴로 큰 아들이 처음 근무했던 동사무소와 처음 장만했던 집으로 허망한 발걸음을 옮기는… 공중에 산산히 부서지고 헤어진 이름이 되어버린 그 이름 ‘엄마’
늘 당연한 존재로 각인되어 소홀할 수밖에 없는 엄마여서, 우리는 “엄마를 모른다. 엄마를 잃어버렸다는 것밖에는.”
사실 엄마는 실종되기 전에 이미 잊혀지고 있었던 것이다.


육적의 회귤고사가 달리 나온 것이 아닐터. 한번 가신 엄마는 절대로 돌아오지 못한다. 정말로 참말로 “엄마한테 잘하자!” 엄마 역시 태어날 때부터 엄마가 아니었으며, 엄마이기 이전에 한 여자이며 인간이라는 것을 눈물로 고백해 보자. 엄마와 무엇을 함께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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