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28일 월요일

롸잇나우~ 기후대응, 기후정의

환경사목위원회의 2022년 제40기 생태영성학교의 과제로 대기과학자 조천호 교수의 「공동의 집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까?」 유튜브 강의 2개를 연달아 들었다. 기후위기의 원인과 대처방안을 탐구해 보는 내용이다. 인상적인 장면 몇 가지를 기록하자면…

먼저 1강 초반부에서 중국 역대 왕조의 흥망성쇠가 기후변화와 깊이 관련돼 있다는 내용이 흥미로웠다. 唐나라부터 淸나라까지 전란을 분석한 결과, 온난한 기후 때는 식량의 확보로 인구가 증가하고 안정된 체제가 유지됐다. 하지만 기온 냉각기에는 흉작이 이어지면서 식량과 경작지, 노동력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과 농민봉기를 촉발하여 왕조의 몰락과 교체를 가져왔다. 결국 중국 대륙의 지배자는 특정 왕조가 아닌 기후변화였던 셈이다.

왕조의 위기는 다른 왕조로 대체 가능했지만, 기후대응에 손을 놓으면 6번째 대멸종으로 가게 된다. 대멸종의 가장 큰 신호는 지구온난화이다.

기후변화와 욕조 모델에서는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대기라는 욕조에 받은 물이라고 간주한다. 산업화 이후 인간의 활동으로 수도꼭지에서 배출되는 물은 욕조에 차오르기 시작한다. 이에 욕조의 물이 넘치지 않도록 수도꼭지를 조금씩 잠가보자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수도꼭지를 완전히 잠근다 해도 이미 채워진 욕조의 물은 단기간에 없어지지 않는다. COVID-19 확산으로 인간 활동이 위축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잠시 감소했다지만 팬데믹의 치명률이 정점을 지나면서 배출량은 물론 이산화탄소의 농도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어 기후변화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단시간에 배출이 줄어든 것으로 평균 농도를 떨어뜨리긴 어렵다. 빙하기 이후 1만년 동안 지구의 평균기온은 4℃ 상승해 지금과 같은 기후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산업화 이후 인류는 불과 100년만에 1℃를 높여버렸다. 자연 스스로 일어나는 변화 속도보다 25배 빠른 페이스다. 인간은 기후에 영향을 끼치지만 통제할 순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인류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잠시 줄었으나 기후변화를 억제하는 덴 별다른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쌓이는 것을 멈추려면 배출량이 절반은 감소해야 한다. 온실가스는 아주 오랫동안 대기에 머물기 때문에 추가적 배출을 하지 않더라도 이미 배출된 양은 그대로 공기 중에 머물면서 지구를 덥히고 있다.

이어본 2강은 2015년 버락 오바마가 코네티컷주 뉴런던에 소재한 해안경비사관학교에서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인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강조”한 졸업식 연설이 인상 깊었다. 2010년 러시아를 강타한 폭염이 가뭄을 야기해 러시아 정부는 밀 수출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식량가격이 폭등하고, 민주주의 기반이 약한 중동지역에서는 폭동과 시위로 정권이 흔들리는 사태가 연속적으로 벌어졌다. 시리아에서도 수년간 가뭄이 지속되면서 수백만 농민이 도시로 밀려들었고 정부의 폭압에 맞선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며 이른바 ‘아랍의 봄’의 연장선으로 2011년부터 정부군과 반군이 격돌하는 시리아 내전이 일어나 지금도 진행중이다. 기후변화가 경제·사회·정치적 요인과 결합하여 기존 갈등 요인을 증폭시키는 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인수공통 감염병, 곤충에 의한 감염병의 확산, 동토지대에서 출현한 세균과 바이러스에 관한 얘기에도 관심이 갔다. 19세기가 되기 전까지 약 1800년 동안 역사에 기록된 대규모의 전염병은 수백 년에 한 번씩 발생했다. 그러던 것이 1800년대와 1900년대에 각각 4차례씩 발생해 대략 25년에 한 번꼴로 좁혀졌다. 2000년대엔 불과 20년 만에 벌써 5회나 발생한 상태다.

당연한 얘기로 기후변화는 가난한 사람, 가난한 국가에 더 가혹하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은 기존 약자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새로운 약자도 만든다. 기후변화는 재난을 만들고 그 영향은 불평등하다. 불평등한 사회구조는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원인 자체이기도 하다. 전세계 소득 상위 10%가 온실가스의 49%를 배출한다. 하지만 그 피해는 온실가스의 10%만 배출하는 소득 하위 50%에 집중된다. 기후변화는 현세대가 만든 문제지만 미래세대가 더 많은 피해를 보는 불공평한 문제다. 한 방울이 떨어지는 순간 전체가 넘쳐흘러서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되는 티핑 요소(tipping point)는 활성화된 지 오래다. 재생가능에너지 전환과 보급 확대, 산림 생태계 복구, 지속가능한 농업 추구, 기후변화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 정당한 책임을 묻는 기후정의 실현에 힘써야 한다. 롸잇 나우~ 우리는 이미 답을 가지고 있다.

파란색과 빨간색이 교차하는 세로 줄무늬는 특정 지역의 연간 온도 상승분과 연동돼 기후위기 심각성을 나타내는 가열화 줄무늬(Warming Stripes)다. 어두운 파란색으로 표시된 해는 시원했고, 진한 빨간색으로 표시된 해는 뜨거웠다. 누적된 변화는 갑작스럽게 나타난다. 거의 모든 국가와 지역에서 최근 수년간 줄무늬가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특히 북극 지역 가열화는 전 세계 평균과 비교해 2배 빠르다. 쇼 유어 스트라이프(https://showyourstripes.info/s/globe/) 사이트에서 자기 지역의 가열화 줄무늬를 내려받을 수 있다.


「공동의 집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까?」 조천호 박사 유튜브 강의
1강 - https://youtu.be/VgKZgRDq_ys
2강 - https://youtu.be/pzgclCNo7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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