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2일 화요일

이병록 소장의 ‘한미동맹과 자주국방’ 강연

새날희망연대, 제121차 포럼 참석

2008년 결성된 새날희망연대의 금요포럼… 근무 때문에 청강이 어려웠지만 지난 금요일(5월29일)에는 시간을 내어 제121차 포럼에 참석해봤다. 오후 3시, 명동향린교회 1층… 포럼은 마스크 착용, 자리 띄워앉기, 신체접촉 자제 등 소모임 시 요구되는 방역수칙이 적용됐다.

<한미동맹과 자주국방>을 주제로 한 이날 강연의 초청 강사는 정치학 박사 이병록 씨다. 전 해군제독(준장)으로 잘 알려져 있는 분이다. 지금은 김종대 전 의원과 함께 정의당의 ‘한반도 평화본부장’을 맡고 있다. ‘해군 제독’ 하면 흔히 이충무공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 분은 검은 낯빛에 평범한 시골 농부 아저씨 같은 외양이다. 이병록 강사는 소장 진급을 못하고 준장으로 예편한 것이 한이 되어 스스로 셀프 소장(덕파통일안보연구소 소장)을 달아주었다는 너스레로 강연을 시작했다.


이병록 소장의 강의를 들으면서 두서없이 몇 가지를 기록해 두었다.

하나_ 이 소장은 “보이는 것이 다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보고 싶은 대로 본다”면서 단어 우월 효과(word superiority effect)를 소개했다.

캠릿브지 대학의 연결구과에 따르면, 한 단어 안에서 글자가 어떤 순서로 배되열어 있지는 중하요지 않고, 첫 번째와 마지막 글자가 올바른 위치에 있는 것이 중하다요고 한다. 나머지 글들자은 완전히 엉진망창의 순서로 되어 있라을지도 당신은 아무 문제 없이 이것을 읽을 수 있다. 왜하냐면, 인간의 두뇌는 모든 글자를 하하나나 읽는 것이 아니라 단어 하나를 전체로 인하식기 때이문다.

윗글을 다시 한번 한 글자씩 또박또박 읽어보면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몇몇 어절의 첫 낱말과 끝 낱말이 바뀌어 있는데, 별 문제 없이 술술 읽히고 문장의 이해가 가능하다. 이런 현상은 1976년 그레이엄 롤린슨(Graham Rawlinson)이 노팅엄 대학교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밝힌 내용인데, 웬일인지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연구결과로 알려져 있다.

이 소장은 뇌과학적 접근법도 언급했다. 편도체가 발달한 보수층은 ‘두려움’에 경도되어 흔히 ‘힘의 우위’를 주장하기 쉬운데, 이 경우 안보 딜레마에 부딪히게 된다. 상대적으로 전두엽이 발달한 진보층은 ‘호기심’에 치우치는데, 이 때에는 힘을 통한 평화, ‘방어적 충분성’을 갖춰야 한다.
또 ‘6가지 미각 수용체를 지닌 혀’를 소개하며 보수층의 충성심, 권위, 고귀함의 가치와 진보층의 배려, 공평성의 가치를 대비하기도 했다.

둘_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남북 군사력 비교
육군의 전차는 물론이고 공군의 전투기에서도 남한은 압도적 우세를 차지하고 있다. 정밀타격이 요구되는 초정밀무기에서도 남한의 미사일은 절대 열세적이지 않다. ICBM은 사거리 문제이고, 남한은 대륙간 사거리가 필요 없다. 더욱이 현대전의 총아라 할 수 있는 공군력에서 남한은 질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 소장은 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무기체계지수 산출을 위해서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셋_ 이 소장의 언급에 따르면… 조선 초기엔 명(明)의 파병 요청이 왔을 때 국가의 실익을 매우 세밀하게 저울질하여 외교를 펼쳤다고 한다.
세종 31년(1449)에는 몽골 원정을 거절하였다. 그로부터 18년 후, 요동 변경에 대한 침범과 조선과의 결탁 가능성을 우려한 명이 건주여진에 대한 원정 요청을 해온 세조 15년(1467)에는 합동작전이 가져올 선전효과 등을 고려하여 적극 파병한 바 있다.
성종 10년(1479)에 대국에 대한 예의와 세조 때의 전례를 들어 건주여진 파병에 찬성하는 주장과, 평안도 흉년과 겨울이라는 계절성, 패배 가능성, 세종 때의 거절 전례를 들어 파병을 반대하는 주장이 대립했다. 당시 승문원 참교 정효종의 “남 좋은 일 해 줄 필요 없다. 사대도 조선 이익 고려, 최대한 지연” 상소에 파병에 찬성하던 대신들도 입장을 변경하여 결국 지연과 회군 등의 소극적 파병이 이루어졌다. 이 소장은 중중 때 굴욕적 사대외교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넷_ 사대와 자주, 이용당할 것인가? 이용할 것인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4대 강국과 북한에 대한 적절한 친(親)-반(反)-숭(崇)-종(從)-용(用)의 외교력이 요구된다. 남북이 상황을 180도 다르게 읽고, 남의 보혁(保革)이 다르게 읽으며, 북한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이 소멸할 때 미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탈피할 수 있다는 것이 오늘 강의의 요약일 듯하다. 요컨대 지정학적 약점을 강점으로 전환하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강연 말미에 참석자들은 ▲베트남 파병을 어떻게 생각하나? ▲어떤 관점에서 국익을 설정하는지? ▲주변국 대비 한국의 군사력 수준은? ▲코로나19 이후 전쟁의 양상과 국방의 변화 양상은? ▲일본과 전쟁 시 대북체제에서 대일체제로 쉽게 전환이 가능한지? ▲일본에 비해 이지스함이 적은데 어찌 생각하나? 등을 물었다.

나 역시 질문하고 싶은 내용이 있었지만 시간의 제약을 받았다. ▲훈수 두는 입장, 비판만 하면 되는 관전자 자리에 머물다가 현실정치에 들어와 느낀 소감과 ▲지난 총선에서 몇 가지 이유 때문에 기대보다 적은 득표에 머문 정의당을 필두로 한 진보정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고견이 궁금했다.

45분간의 짧은 강의와 15분간의 상대적으로 긴 질의응답... 정확히 60분이다.
이 소장의 언급처럼 세계의 헤게모니가 군사적 패권에서 경제 패권 시대로 옮아가는 추세임을 인정하는 편이다. 반목과 대결을 조장하는 가짜 안보에서 상생과 평화를 도모하는 진짜 안보를 지향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 동의한다. 관군에서 의병으로 우화(羽化)했다는 이 소장의 경험을 다른 기회를 통해 한번 더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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