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7일 수요일

항룡(亢龍)의 유회(有悔)

진융(금용, 김용)의 무협소설을 좋아한다. 그의 대표작 사조영웅전(射鵰英雄傳)과 신조협려(神雕俠侶)에는 동사·서독·남제·중신통과 더불어 중원오절의 일인으로 꼽히는 북개(北)가 등장한다. 북개 홍칠공(洪七公)은 개방의 18대 방주인데, 식탐을 경계하여 오른손 집게손가락을 잘랐기 때문에 구지신개(九指神丐)란 별호를 갖게 되었다.
그가 구사하는 항룡십팔장(降龍18掌)은 강맹한 외가무공이다. 항룡십팔장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위력적인 것이 한쪽 다리를 살짝 굽히고, 손으로 원을 그리며 장력을 뿜어내는 항룡유회(亢龍有悔)의 수법이다. 이 장법의 정수는 뉘우칠 회(悔)자에 있다. 주역(周易)의 건괘(乾卦) 상구(上九)에 나오는 말을 김용이 초식 이름으로 인용한 것인데, ‘너무 높이 올라간 용은 후회가 있다’는 뜻이다. 공자도 하늘 끝까지 올라간 용은 교만해지기 쉬워서 종국엔 민심을 잃고 후회하기 십상이라고 했다.
요즘 朴 모씨의 일을 반추하며 항룡유회(亢龍有悔)의 이치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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