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7일 토요일

제천 의림지 소요(逍遙)

12월 26일, 제천답사 둘째날… 국가지정 명승(名勝) 제20호 의림지(義林池)를 소요했다.


제천(堤川)의 용두산(龍頭山, 874m) 끝자락에 자리잡은 의림지(충청북도 기념물 제11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의 하나로 충청도를 가리키는 호서(湖西)라는 말도 여기서 비롯된 이름이라고 한다. 신라 진흥왕 때 악성 우륵(于勒)이 쌓았다는 말도 있고, 조선 세종 때 박의림(朴義林)이 만들어 의림지라고 부르게 되었다고도 한다.
제천의 옛이름이 고구려의 땅이던 때에는 제방을 뜻하는 내토(奈吐)였고, 신라가 이곳을 차지한 후에는 내제(奈堤) 혹은 대제(大堤)라고 고쳐 불렀던 것으로 미루어 보아 의림지의 기원은 적어도 삼국시대이거나, 벼농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삼한시기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산골짜기에서 흘러 들어오는 흙과 모래를 서쪽 끝자락에 용추폭포(龍楸瀑布)를 통하여 자연스럽게 밖의 홍류동(紅流洞)쪽으로  내뱉는 뛰어난 얼개를 가지고 있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전기에 수축이 있었고 일제 초기에 수문(水門)을 다시 고쳐 그 규모를 키웠으며 1972년 큰 장마로 둑이 무너지자 이듬해 복구하여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둘레 약 2㎞, 면적 158,000㎡, 수심 8~10m이며 약 300정보의 농경지에 물을 공급하고 있다.
제천 사람들의 기상을 전하듯 천년묵은 이무기를 때려잡았다는 어씨(魚氏) 오형제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으며, 그 밖에도 전설이 깃든 제비바위(燕子岩), 우륵정(于勒亭), 신떨이봉(新月山) 등이 지금도 남아있다.
수백 년 묵은 노송들이 볼만한 이곳에는 진섭헌(振섭軒), 임소정(臨沼亭), 호월정(湖月亭), 청폭정(聽瀑亭), 우륵대(于勒臺) 같은 정자와 누각이 마련되어 시인묵객(詩人墨客)들을 맞았다고 하며, ‘제비바위에서 낚시하는 늙은이의 모습’(燕巖釣臾 연암조유)이 제천의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여겨질 만큼 사랑받았으나 지금은 영호정(映湖亭)과 경호루(鏡湖樓)가 있을 뿐이다. 다섯가지 빛깔을 가진 붕어와 순채(蓴菜)가 이곳의 특산물로써 이름이 높았으며, 요즘에는 겨울이면 공어(空魚)를 낚는 태공들로, 날이 풀리면 산책이나 뱃놀이를 하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제천의 대표적인 문화 유적지이다. 제천시에서 선정한 제천10경 중 제1경이다.


의림지를 소요(逍遙)하면서 ‘강호를 거만하게 비웃는다’는 의미의 진융(金庸) 무협소설 소오강호(笑傲江湖)를 떠올렸다. 의로운 숲(義林)을 생각하고 홍진(紅塵)의 썩은 명리(名利)를 거만하게 비웃는(笑傲) 삶이라면 어떨까.



평협 유영훈 국장님의 긴급 번개제안으로 출발한 크리스마스 제천여행은 제천 솔뫼학교 노병윤 교감선생님의 따뜻한 환대로 더욱 감사하고 뜻깊은 1박2일이었다. 특별한 고마움을 전해 드리며 솔뫼학교 모든 가족분들의 평안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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