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1일 토요일

공정여행 강의

2013년 5월 9일 목요일 저녁 6시 30분…
(사)한국평생교육사협회 목요스터디 10차 모임의 주제는 공정여행.

공정여행(fair travel)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대등한 관계를 맺는 공정무역(fair trade)에서 따온 개념으로, 도시민들의 현재와 같은 패턴의 여행이 의도치 않게 여행 지역의 환경과 문화ㆍ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우려와, 흔히 얘기하는 것처럼 광관산업이라는 것이 결코 굴뚝 없는 청정산업이 아니라는 반성에서 출발한다. 여행으로 초래된 환경오염, 문명 파괴, 낭비 등을 반성하고 어려운 나라의 주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자는 취지에서 책임여행이라는 이름으로 2000년대 영미권에서 시작되었다.

유럽인들은 자발적 불편을 감수하면서 책임(responsible)이라는 단어를 선택했지만, 한국에서는 초창기 홍보 등 여러가지 면을 고려하여 공정(fair)이라는 단어를 채택하게 됐는데, 아무래도 한국사회를 들여다볼 때 공정하지 못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은 아닐까 하고 추측해 본다. 하여 원개념을 따르자면 공정여행보다는 책임여행(Responsible Travel)이나 지역기반여행(CBT; Community Based-Tourism), 또는 지속가능한 여행(ESST; Environmentally Sound and Sustainable Travel)이 가까울 것이다.


탈출ㆍ해방감ㆍ일탈ㆍ휴식ㆍ재충전 등등 저마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다를 것이다. 하지만 여행이란 것을 자본을 소유한 자의 유희라는 관점에서 볼 때 많은 문제점이 노출된다.
① 여행산업=유통업자, ② 여행자=소비자, ③ 여행지·지역주민=생산자 순으로 갑을관계가 형성되고, 세계 정치·경제에서의 남북문제가 그대로 중첩되어 드러난다.
일반적인 외국여행은 북(=도시ㆍ선진국ㆍ회색ㆍ현재ㆍ관광발생국)에서 남(=농촌ㆍ개발도상국ㆍ원색ㆍ과거ㆍ관광목적지)으로 이동된다. 영국의 NGO인 투어리즘 컨선에 따르면, 관광에서 우리가 쓰는 돈을 100만원이라고 가정할 때… 40만원은 항공사로, 20만원은 여행사로, 또다른 20만원은 다국적 호텔로 지급되어 대략 70~85%의 돈이 외국으로 누출되고, 관광을 통해 현지에 남는 돈은 1~2%에 불과하게 된다.
이런 와중에 관광객 1인이 하루 평균 3.5㎏의 쓰레기를 배출하고, 고급 호텔 객실 하나에서 평균 1.5톤의 물을 소비하며, 골프장 하나엔 5개 마을의 농사와 생활에 필요한 물이 소모되고, 고산지대의 온수 사용으로 3그루의 나무가 사라진다. 유희적 인간 호모 루덴스(homo ludens)에서 약탈하는 인간 호모 라피엔스(homo rapiens)로 변신하는 것이다.
공정여행에서는 환경영향 최소화를 위해 대중교통이나 도보를 이용하고, 일회용품이나 과도한 물 사용, 폐기물의 발생을 자제하면서, 문화 존중·보전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현지 음식ㆍ숙소ㆍ생활 등을 체험하거나 현지인들과 대화·교류를 시도해 보고, 현지 인력에게 노동에 합당한 임금을 지불한다는 큰 원칙이 제시된다.


소비보다는 관계를,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먹고 놀고 사랑하는 여행, 지역의 역사·문화를 배우고, 지역민이 운영하는 서비스 시설을 이용하는 여행, 나무를 심고 추억을 묻으며 살기 좋은 동네 지구를 만드는 지속가능한 여행… 너무 사변적일까?
어디로 떠나야할 지 보다는 어떻게 떠나야 할 지를 고민하게 된다.

대전에서 서울 명동까지 기꺼이 출장강의를 해 주신 〈공감만세〉 강성일 사무국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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