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13일 수요일

[책] 앵디녜부(Indignez-vous)! 분노하라

한국어판은 머리말과 주, 추천사, 역자의 변을 제외하면 27쪽 분량이다. 그나마도 네 쪽은 그림으로 채워져 있다. 이처럼 짧은 내용의 책이 전세계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테판 에셀 옹의 말을 빌자면 강렬한 제목과 저렴한 가격(3유로) 덕분이다.
사실 명령문 “앵디녜부(Indignez-vous)!”는 “분개하라!”라고 번역할 때 원뜻에 가까워지지만, 호소력이 축소된다는 점을 염려하여 “분노하라!”라고 옮기게 되었다는 것이 역자의 첨언이다.

전쟁에 대한 경험과 레지스탕스로서의 삶, 유엔에서의 활동을 통해 어떻게 사회문제에 참여할 수 있을지 많은 번민과 고뇌를 반복해 온 흔적이 책 곳곳에 배여 있다.
그의 언급처럼 어떻게 사회문제에 참여할 수 있을지를 탐구하고 고민해 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은행들은 자기들의 이익배당과 경영진의 고액 연봉에나 관심을 보일 뿐, 일반 대중의 이익 같은 것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가 주장하는 마땅히 분노해야 할 과제는 첫째, 빈부격차 둘째, 인권문제이다. 눈을 돌려보면 얼마든지 분노해야 할 일이 많은데, 왜 침묵하고 있는가?
또한 최근의 튀니지와 이집트의 평화적인 시민불복종에서 보듯이, 비폭력과 평화로운 봉기를 강조한다. 시민들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정당을 지지하고, 적극적인 투표 행위 등에 동참해야 한다.

재벌과 언론은 서로 간의 경쟁을 부추긴다. “나 혼자로 되겠어?” 내지는 “일단 나 하나 잘 살고 보자!”는 식으로 생각해서는 그 사회의 미래는 암담하다. 스펙쌓기에 급급하고, 자신이 당면한 개인문제에만 집착하는 것들이 바로 신자유주의 체제에 속박되어 가는 우리의 모습이다. 사회문제를 개선하는 데는 지식인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사실은 젊은이들부터 자신이 살고있는 사회가 좀 더 나은 방향,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최근의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젊은층의 촛불집회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권문제 역시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사안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가장 스타일 구긴 부처 중의 하나가 바로 인권위원회 아닌가.

빈부격차 문제, 인권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의 문제, 생태와 환경문제 등 미래를 위해 뛰어들어야 할 가치있는 일, 새로운 일이 얼마든지 있으며 이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좋은 교육과, 따뜻하고 꿋꿋한 사회적 연대를 통해 구체화되어야 한다.
힘있는 자들에게 장악된 언론매체, 4대강 사업과 같은 돌이킬 수 없는 환경파괴, OECD 내에서 3번째로 비싼 등록금에 치여 거리로 나선 위태한 촛불, 노엄 촘스키와 같은 세계적 석학이 관심을 갖고 지지하는 한진중공업 사태와 희망버스…

무관심이야말로 최악의 태도! 레지스탕스 운동의 백전노장은 우리들에게 이렇게 요구한다. “이제 총대를 넘겨받으라. 분노하라!”고. 그래야만 대량소비, 약자에 대한 멸시, 문화에 대한 경시, 일반화된 망각증, 만인의 만인에 대한 지나친 경쟁 풍조를 이겨낼 수 있다고.
시를 사랑하는 그의 권유대로 암송할 수 있는 몇 편의 시가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돌베개 출판사에서 제공한 빨간색 앵디녜부 밴드… 강력하고 광범위한 연대의 고리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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