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7일 목요일

디엠지 가디언스

지난주에 「DMZ길라잡이학교」를 수료했다. 이영동 이사님을 비롯해 양성과정을 위해 애써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한데, 개근(皆勤)했다는 이유(?)로 뜻하지 않은 감투를 하나 쓰게 됐다. 勤은 ‘부지런하다’는 뜻이지만 ‘근심하다’란 뜻도 지니고 있다.

디데헌(DMZ Demon Hunters)이나 지디(Guardians of the DMZ)는 벅차지만(overflowing) 벅찬(hard) 슬로건일 것이다. ‘길라잡이’ 역할에 걸맞은 자세를 갖추고 전문성을 기르는 일에 힘쓰면서, 뭔가 2기만의 활동을 병행할 수 있을까. 세상일, 뜻대로 되지 않는다.

지금과 같이 분단과 대결 구도를 유지하려는 세력과 어떻게든 변화를 주고 평화를 정착하려는 세력의 경쟁은 필연적이다. 민주화운동, 통일운동은 독립운동과 맞닿아 있다. 피땀 흘려 위국헌신한 독립투사들이 그토록 염원하던 진정한 최후의 독립은 온전한 한 나라를 되찾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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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DMZ길라잡이 28명 배출

이론강의×현장탐방 병행한 7개월 여정 마무리

https://www.kw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0050


DMZ길라잡이학교(교장 김창수)가 2기 길라잡이 양성과정을 마무리하고 수료생을 배출했다.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상임대표 양영두)와 DMZ평화네트워크(이사장 류종열)가 공동주관한 2025년 DMZ길라잡이학교는 19일(수) 저녁 흥사단 3층 강당에서 수료식을 열고, 1년간의 여정을 돌아보며 성과를 공유했다.


올해 DMZ길라잡이학교 프로그램은 4차례의 실내강의와 6차례의 현장탐방으로 꾸려졌다.

실내강의는 ▲DMZ 평화의 길을 가다(이인영 의원, 前통일부장관) ▲DMZ의 역사-한국전쟁과 남북 접경지역 형성(한모니까 교수,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분단과 한국전쟁(서주석 前국방부차관) ▲DMZ와 접경지역 안보(김도균 前수방사령관) 등 DMZ 전반을 개괄하는 이론강좌로 진행됐다.

현장탐방은 이영동 상임이사(DMZ평화네트워크)가 동해안부터 서해안까지 이어지는 248㎞의 비무장지대를 ▲고성 ▲철원 ▲연천 ▲양구·인제 ▲파주 ▲김포·강화 등 6개 지역으로 나누어 함께 답사하면서 풍부한 지식과 예리한 통찰이 담긴 해설을 들려주어 수강생들로 하여금 전쟁의 비극과 분단의 현실을 직시하고, 평화 정착과 재통합의 가능성을 모색해 보도록 이끌었다.

이날 수료식에는 35명의 수강생 중 개근 5명을 포함하여 모두 28명이 DMZ길라잡이 수료증을 받았다.

김창수 교장은 “실내강의와 현장답사를 통해 분단의 상처를 목도하면서도 접경지역의 자연이 주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풍광에 심취한 여정이기도 했다. 함께해 준 참여자와 헌신해 준 스태프에 힘찬 축하와 감사의 박수를 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DMZ평화네트워크는 2026년 첫 사업으로 내년 1월 중순께 1박2일로 ‘접경지역 철새 먹이주기 및 두루미 탐조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19일 저녁, 흥사단 강당에서 열린 제2기 DMZ길라잡이학교 수료식에서 수료생과 운영진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5년 11월 25일 화요일

딩동딩동 단추세상

2개 그룹으로 분반하여 상반기 20회차, 하반기 20회차 해서 모두 40회차의 디지털문해교육 프로그램을 종강했다. 과정 후반부엔 AI에 친숙해지면서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집중했는데, 생소함 속에서도 끝까지 완주한 고령의 학습자분들이 참 고맙다.

AI라는 기술적 축복이 주어진 가운데, 미래는 나보다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는 사람의 경쟁이 될 것으로 안다. 계속해서 배우고 변화하는 유연함을 가져야 한다.

너무 빠른 AI시대를 단추세상으로 비유한 학습자분의 시화 작품을 가져왔다. 부디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이것저것 써보고 가지고 놀아보시기를 바란다.

 

자식들이 보낸 용돈 찾으려 해도, 친구들과 점심 한 끼 먹으려 해도 단추를 눌러야 된단다. 온통 단추세상이다. 기계 눈치 보고, 사람 눈치 보고, 우물쭈물 머뭇머뭇 두렵고 부끄러웠다. 배워도 배워도 어렵지만 그래도 이제 조금은 안다. 새로운 세상 재미난다

2025년 11월 23일 일요일

출석부

출석부에 또 하나/ 붉을 줄을 긋는다.

수업료를 안 가져 온다고 꾸중당한 아이./ 교무실에 불려와 울던 아이.

한 달 전부터 소식이 없더니/ 오늘 아침엔 편지가 왔다.

“서울에는 피를 빼어가며/ 고학하는 학생이 많다는데,/ 피를 사줄 사람도 없으니……” 하고,

그래서 나는/ 하는 수 없이/ 출석부에 또 하나 붉은 줄을 긋는다.

7번/ 9번/ 12번/ 26번…

달마다 늘어가는 붉은 줄/ 어쩌자고 붉은 줄은 늘어만 가는 것이냐?/ 갈수록 삶은 고달픈 것이냐?

지난 체육 대회 날/ 거리에서 나를 만나 얼굴 돌리고/ 땅을 보며 걸어가던 아이

함께 다니던 동무들을 피해/ 뒷골목을 들어가던 아이/ 그 아이는 9번이었다.

수업료를 장만하기 위해 자주 결석하고,/ 일요일이면 수리공사장에 나가/ 짐을 진다던 아이는 32번이었다.

찬바람 불어오는 어느 아침/ 흙덩이를 져 나르다가 엎어져 가슴을 다치고/ 병원에 갔다 하더니/ 기어코 퇴학하고 말았다.

명년 가을에는 군대에 간 형님이 돌아올 것이고/ 그러면 형편이 풀릴 것이니/ 한 해만 휴학해 달라던 아이는/ 그 한 해가 다 가도 다시 오지 않고

이제 먼 산에 바람이 얼어붙고/ 들마다 마을마다 눈이 내려 쌓이는데,

학교에 돌아오지 못하는 그 아이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손을 호호 불어가며 지게를 지고 산을 넘고 있을까?

오늘 아침엔 따스한 죽이라도 배불리 먹었을까?

붉은 줄이 자꾸 늘어가는 출석부는/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누우런 얼굴, 때 묻은 손발, 힘없는 걸음걸이…/ 똑같은 모습들이

둘이요, 셋이요, 넷, 열, 스물, 백, 천, 만…

아아, 수없이 나타나 나를 바라보고…

이제 시업(첫 수업시간)종이 치는데, 종소리가 울려오는데,

출석부를 들고 교실에 들어가면/ 나는 또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1955.11.23. 경북 군북중학교 국어교사)


―故 이오덕(1925~2003) 선생의 「출석부」

2025년 11월 15일 토요일

제25회 명동 詩낭송 콘서트 「명동은 흐른다」

“명동은 흐른다” 시낭송 콘서트 열려

문화예술의 거리 명동의 가치 되새기는 10년 세월 기념


한국여성문예원(원장 김도경)이 14일 오후 5시, 서울YWCA회관 4층 강당에서 ‘제25회 명동 詩낭송 콘서트’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시낭송 10주년을 기념하며 지난 10년간의 여정을 돌아보는 하이라이트 영상을 상영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어서 지난날 명동시낭송콘서트와 함께한 명사들이 화면으로 축사를 전했다. 최불암 원로배우는 “명동은 대한민국의 문화 정점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명동이 살아야 서울이 산다.”면서 문화예술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김훈 작가는 “먹자골목과 쇼핑천국이 대세인 명동거리에서 10년을 버텨온 시낭송이 참으로 대단하다. 옛 명동이 가졌던 생명력을 환기해 젊은 세대에게 전수해주길 바란다.”고 전하면서 세대 간 단절을 극복하는 역할에 충실해 줄 것을 주문했다.

도종환 시인은 현장 무대에 올라 ‘명동의 추억’을 주제로 이야기를 꺼냈다. “근대문학에서 현대문학으로 넘어가는 시간은 명동이 주는 힘으로 가능했음”을 언급한 그는 명동의 문학은 지금도 살아있는 문학이라고 강조했다. 도 시인은 박인환, 이진섭, 나애심, 이봉구, 임만섭이 함께 했던 1956년 3월 밤의 일화를 들려주며 「세월이 가면」의 몇 소절을 즉석 해서 불러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

명동에 관한 시 낭송 순서에는 이옥희, 정선근, 이주은 낭송가가 각각 △흐르는 명동(정해종) △명동의 달(김동리) △목마와 숙녀(박인환)를 낭송하여 시낭송 콘서트의 낭만 감성을 띄웠다.

▲제25회 명동 시낭송 콘서트에서 도종환 시인이 ‘명동의 추억’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김도경 원장은 “2015년 이래 10년에 걸쳐 명동에 대한 재발견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문학의 힘으로 흐르기에 명동이 더욱 가치가 있는 듯하다. 저 혼자가 아니라 많은 분들과 함께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이날 축하공연은 식전, 식간, 식후로 나누어 임장순과 친구들, 소프라노 강태은, 포크듀오 해바라기가 출연해 객석 분위기를 돋우었다.

2025년 11월 14일 금요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초등 3학년 과정에 있는 몇몇 학습자분과 서평원이 주최하는 디지털문해골든벨에 함께했다. 2023년부터 내리 3년째 참관이다. 여전히 미비하긴 하지만, 도전석과 응원석을 분리하여 부정의 소지를 최소화하려 노력하는 등 예년에 비해 진일보한 면이 보였다. 키오스크를 조작해 햄버거 세트를 선택하고 사이드 메뉴를 추가하여 주문을 완료한 후 삽입한 카드를 뽑고 영수증까지 출력해야 하는 마지막 수행형 문제는 생활문해를 중시하는 교육목표를 잘 구현하고 있다. 크로스오버팀 ‘쇼페라’의 무대와 ‘앙상블아랑’의 3중주도 좋았다.

but, ‘디지털’을 강조하는 골든벨인데, 답안은 여전히 화이트보드에 적는다. 새옹지마와 관련된 ‘말(馬)’이 정답인 문항에 대해 사회자가 “새옹이라는 사람이~”라면서 부연 설명한다. 참내!…… 실제로 큼지막한 골든벨을 무대에 설치하고 장원이 벨을 울리는 이벤트를 연출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회장인 서울시청을 나와 광장을 가로질러 환구단 황궁우로 향했다. 몰락한 왕조의 회색빛 자취가 옛날같이 서럽다. 저녁이 오는 시간을 받아들이는 저 노란 잎의 황홀한 적막. 누구나 홀로 감당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십일월의 어느 멋진 날에 Bravo, My Life… 지금껏 달려온 너의 용기를 위해, 찬란한 우리의 미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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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원, 제3회 디지털 문해골든벨 ‘왕중왕전’ 성료

한해의 배움을 나누고, 서로를 응원하는 어울림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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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원장 한용진)이 10일 오후, 서울시청 8층 다목적실에서 제3회 디지털 문해 골든벨 ‘왕중왕전’을 개최했다.

골든벨은 무대 위 대형 스크린에 보이는 문제를 보고, 참여 학습자들이 화이트보드에 답안을 작성하여 들어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학습자들은 O/X 퀴즈, 객관식 및 주관식, 수행형 등 다양한 유형의 골든벨 문제를 척척 풀어내며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뽐냈다.

결선은 마지막까지 남은 3명의 학습자가 키오스크를 조작하여 이른 시간 안에 조건으로 제시된 햄버거를 주문, 완료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것으로 가려졌다. 그 결과 영등포평생학습관 용영자 학습자가 장원의 영광을 거머쥐었다.

<>10일 오후, 서울시청 8층 다목적실에서 열린 제3회 디지털 문해 골든벨 ‘왕중왕전’에 나선 문해학습자들이 ‘갈등’이란 단어를 구성하는 두 식물의 이름을 묻는 골든벨 문제에 답하고 있다.

이날 디지털 문해 골든벨에는 왕중왕 도전에 나선 69명의 문해학습자를 비롯해 가족과 지인, 문해교육기관 관계자, 2025년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서울지역 수상자 40명 등 200여 명이 함께하며 2025년 서울특별시 성인문해교육의 성과를 공유했다.

2025년 11월 13일 목요일

전태일기념관 견학

 전태일기념관 견학하며 노동환경 돌아보는 기회 돼

전태일 열사가 펼친 연대와 행동하는 삶에서 배우는 노동의 의미


지난 6월 19일(목), 한국여성생활연구원(교장 정찬남)이 전태일기념관 견학에 나섰다.

오전 10시 연구원을 출발한 학습자들은 삼일대로변을 걸어서 청계천 건너편 관수동에 위치한 기념관에 도착했다.

1층 로비에서 사전에 예약했던 전시해설 일정을 확인한 후 3층 상설전시실에 입장한 학습자들은 △전태일의 어린 시절 △전태일의 눈, 다락방 봉제공장 △전태일의 실천, 모범업체 △전태일의 꿈 코너를 차례로 관람하며 전태일 열사의 삶과 열정, 숭고한 뜻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6월 19일 오전, 전태일기념관 견학에 나선 한국여성생활연구원 학습자들이 기념관 1층 로비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전태일기념관 견학을 마친 학습자들은 청계천변으로 내려가 수표교를 시작으로 관수교, 세운교, 배오개다리, 새벽다리, 마전교, 나래교 밑을 지나며 30분을 걸어서 버들다리에 도착했다. 이어서 전태일 열사 반신상과 평화시장 입구의 분신 장소를 확인하고, 열사가 생전에 즐겨 찾던 명보다방에도 올라가 1969년, 1970년 평화시장 노동자들과 함께 설립한 ‘바보회’와 ‘삼동회’의 의미와 활동을 되새겨보았다.

<> 6월 19일, 한국여성생활연구원 학습자들이 버들다리 위 전태일 상반신상(140×210㎝) 앞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이날 견학에 함께한 김○○ 학습자는 “정당한 노동의 권리와 가치를 보호하는 일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2025년 11월 9일 일요일

정약용유적지, 아침고요수목원 현장메모

남양주 정약용유적지와 가평 아침고요수목원으로 다녀온 추계 현장체험학습 메모.

①정약용 생가는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광주시 남종면 귀여리로 둘러싸인 삼수(三水) 변이다.

②정약용의 당호 여유당은 ‘남고 넉넉하다’라는 여유(餘裕)가 아니라 ‘머뭇거리고 주춤거린다’라는 의미의 여유(與猶)로 해석되는데, 몇몇 논지를 검토해보니 조심·경계보다는 생가 앞 열수(洌水·한강의 옛 이름)의 물소리를 묘사한 의태어·의성어에 가깝다는 주장도 보인다.

③흔히 자화자찬이라 해서 부정적 표현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찬은 ‘스스로 칭찬한다(自讚)’가 아니라 ‘스스로 편찬한다(自撰)’라는 뜻이다. 그림깨나 그리고 글깨나 쓴다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그려(쓰고) 스스로 펴내고(自畵自撰)’ 싶은 욕구를 지니고 있다.

④실학박물관 입구에 네덜란드에서 기원한 홍이포(紅夷砲·붉은 오랑캐 대포)가 전시돼 있다. 1626년 정월, 후금의 누르하치가 이끄는 팔기군은 산해관을 피해 인근의 영원(寧遠)성을 공격했다. 명나라 장수 원숭환은 11문의 홍이포로 대적하여 누르하치에게 생애 첫 패배를 맛보게 했다. 홍이포는 당대의 비대칭무기였던 셈이다.

⑤인도 시인 타고르는 조선을 ‘고요한 아침의 나라(The Land of the Morning Calm)’로 표현한 적이 없다.

⑥아침고요수목원 내 천년향(千年香)은 본래 경북 안동지역의 마을을 수호하는 당산목이었다고 한다. 해당 마을이 댐 건설로 수몰될 때 한 수집가에게 인도된 것을 2000년도에 한상경 교수가 이곳에 이식하였다. 환웅의 신단수 이야기에서 보듯이 우리나라는 신석(神石)보다는 신목(神木)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약용유적지, 아침고요수목원 나들이

한국여성생활연구원, 추계 현장체험학습

https://www.kw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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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생활연구원(교장 정찬남)이 지난 10월 28일(화), 가을 현장체험학습을 다녀왔다. 체험학습은 오전에 남양주 정약용유적지를 둘러보고, 오후에는 가평으로 넘어가 아침고요수목원을 산책하는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는 정약용이 출생(1762)하고 성장하여 과거급제 후 관직에 올랐던 고향 마을이다. 정조 승하 후 전남 강진 등에서 18년간 귀양을 살다가 해배(1818)되어 돌아온 후 말년을 소일하다가 서세(1836)한 곳이기도 하다.

유적지는 △정약용의 삶을 현대적으로 재조명한 다산문화관 △정약용의 대표 기록물을 살펴볼 수 있는 다산기념관 △정약용의 위패와 영정을 모신 문도사(文度祠) △부인 홍혜완과 합장된 묘소 △생가터에 복원한 여유당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현장체험에 나선 오○○ 학습자는 “말로만 들었던 정약용의 생가와 묘소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여유당의 뜻이 ‘남고 넉넉하다’는 여유(餘裕)가 아니라 ‘머뭇거리고 주춤거린다’라는 의미의 여유(與猶)라는 선생님의 설명을 들었는데, 역시 사람은 배워야 한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됐다.”라고 말했다.

학습자들은 다산로747번길 건너편의 실학박물관으로 이동했다. 1층 특별전시실이 기획전시 교체 중이어서 바로 2층 상설전시실로 올라 ㄷ자 구조의 벽을 따라서 △실학의 형성 △실학의 전개 △실학과 과학 코너를 차례로 관람했다. 인솔교사의 안내에 따라 조선 태종 때 중국 중심의 세계관을 표방해 제작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混壹疆理歷代國都之圖)와 1602년에 마테오 리치 신부가 펴낸 곤여만국전도(坤輿萬國全圖)를 비교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박물관에서 나오는 길가에는 정약용이 제작한 높이 4.4m, 너비 1.7m 크기의 거중기(擧重機)가 서 있다. 위쪽에 고정도르래 4개, 아래쪽에 움직도르래 4개를 연결하여 일꾼 두 사람이 양편에서 물레에 감은 밧줄을 당겨 최대 10톤의 자재를 들어 올리게끔 설계한 복합도르래다.

<>10월28일(화), 가을 현장체험학습에 나선 한국여성생활연구원 구성원들이 남양주 정약용유적지 내 문도사 앞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점심 후에는 가평군 상면의 아침고요수목원으로 향했다. 수목원 이름은 19세기 후반 서구권에서 조선(朝鮮)을 ‘고요한 아침의 나라(The Land of the Morning Calm)’로 소개한 관용구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0년대 삼육대학교 원예학과 한상경 교수가 미국에 교환교수로 갔을 때 여러 정원과 식물원을 방문하고 귀국한 후, 축령산 기슭 10만 평에 부지를 마련하고 정원을 가꾸어나간 것이 이 수목원의 시작이다. 그렇게 30년이 지난 지금은 27개 주제정원에 5000 여종의 식물이 군락을 이루는 국내 대표 원예수목원으로 자리하고 있다.

학습자들은 수목원 내 가드닝 클래스에서 ‘꿀벌원정대’가 되어 점점 사라지는 꿀벌을 살리기 위해 식물을 가꾸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칼랑코에(Kalanchoe)를 새 화분으로 옮기고 상토(床土)를 꾹꾹 채워 넣은 다음 마사토(磨沙土)를 덮어 임무를 수행했다.

식물키우기 체험을 마친 학습자들은 수목원을 돌며 천년향(千年香)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국화전시 등을 둘러보면서 계절이 주는 정취를 만끽했다. 백○○ 학습자는 “나무와 풀꽃의 이름을 익히고, 자연 속 생명의 다양성을 체험하는 좋은 시간이었다.”라며 즐거워했다.

<> 10월28일(화), 가을 현장체험학습에 나선 한국여성생활연구원 구성원들이 아침고요수목원 내 가드닝 클래스에서 꿀벌 헤어핀을 쓰고 ‘식물키우기’ 체험을 하고 있다. 꿀벌은 △전자파와 살충제 △기생충 응애 △이상기후 등의 영향으로 개체수가 줄고 있다.

2025년 11월 4일 화요일

골판지 김밥

짧은 점심시간。

컵라면에 김밥으로 간단히 해결하려는 틈새에 종이접기반 선생님이 보더니 우린 이런 김밥 먹는다며 상자 뚜껑을 여는데…

보니까 골판지 소재로 말은 종이김밥이네. 다음 주 강좌 아이템이라지. 일곱 가지 속재료가 고와서 찰칵~

辛라면 용기에 그려진 조이 루미 미라가 한입에 흡입하는 케데헌의 김밥 먹방이 재현된다.

배도 든든하니 이제 무너진 魂門을 다시 세우러 출동해 볼까나.🎴

2025년 11월 2일 일요일

묵안리 조세희 생가터

오늘은 겹치는 일정이 무려 6개다. 고심 끝에 趙世熙라는 이름 석자가 주는 울림을 따라 이곳(양주조씨 집성촌) 가평군 설악면 묵안리의 조세희 생가터로 왔다.

연작소설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1978)에 등장하는 다섯 식구는 고단한 삶에 지친 하층민을 대변한다. 언년이, 쇠돌이와 같이 ‘이, 그’ 어조사(伊)로 대충 호명되는 것에 저항(不伊)하던 김불이氏는 종국엔 공장굴뚝에 올라가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며 떨어져 생을 마감한다. 조선조 노비의 후손 김불이의 자랑이었던 큰아들 영수는 노동운동에 투신하다가 기득권의 벽 앞에 법대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음을 절감하고 고용주 측을 살해, 처형되고 만다. 비극의 뫼비우스 띠에서 벗어나지 못한 부자와 가족의 불행한 삶에 투영한 독자의 마음이 무거워진다.

“혁명이 필요할 때 우리는 혁명을 겪지 못했어. 그래서 우리는 자라지 못하고 있어. 제3세계의 많은 나라가 경험한 그대로, 우리 땅에서도 혁명은 구체제의 작은 후퇴, 그리고 조그마한 개선들에 의해 저지되었지. 우리는 그것의 목격자야. 우리 세대들은 실패하고 말았어.” 송경동 시인이 전하는 故조세희 선생의 말이다.

묵안정(黙安亭) 마당에는 대리석 표지판이 생가터임을 알려 주는데, 난쏘공 도입부의 일부를 새겨놓았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우리가 저마다 꿈꾸는 ‘작은 공’은 발사되고, 희망하는 바 달나라에 도달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