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30일 화요일

한울환경교육사 과정 4일차, 생태적 문명전환과 생태생활

6월28일(토)… 한울 환경교육지도사 양성교육 일정이 진행됐다.
한울한경교육사 과정 4일차 9차시는 김용휘 전 교수의 ‘생태적 문명전환’이다. 김 교수는 인도 퐁디셰리의 오로빌(Auroville) 생태공동체에서 생활하다가 코로나 상황이 악화되면서 지난 4월 귀국하여 현재 경주에 기거 중이라고 했다.

Short-term Variations Versus Long-term Trend 그래프를 보면…지구 온도의 5년 단위의 단기 추세(파란선)는 감소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전체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20~30년 이상의 장기 추세(빨간선)는 여지없이 우상향으로 나타나고 있다(NOAA NCDC의 데이터).

무너지는 15가지 기후변화 도미노 그래픽은 지구온난화가 15가지 이상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상호관계를 가지면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강도 높은 이산화탄소 감축이 없다면 기후변화는 심각해질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자료).

△인간과 기계의 경계 △일자리의 축소 △생명의료윤리의 문제 △과학기술이 자본에 독점될 때의 문제 △인간복제의 문제 같은 4차 산업혁명의 명암도 언급됐다.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지역자치와 세계정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넘어서 새로운 경제체제(기본소득, 국가·시장·민간 경제의 균형) △세계정부 차원에서의 지구적 문제 대응(생명의료윤리 확립) △생태농업, 종다양성 농업 △종교 중심에서 영성·수행 중심으로의 변화 등이 꼽혔다.
그러나 현 상태로라면 경로의존적 시나리오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은데, 이것은 △코로나의 일상화 △기후변화 심각, 종다양성 소멸, 사막화 △자국 중심주의·보호주의가 야기하는 전쟁 위험성 증가 △과학기술에 대한 자본의 독점으로 두 계급화(성안↔성밖)하는 것이다.

이러한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우주와 인간, 자연과 생명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명적 전환 △더 나은 시나리오의 구체화와 보급, 새로운 사회경제체제에 대한 비전 제시 △내 안의 참나를 회복하는 생태적 문명 전환과 영성이 요구된다.


울한경교육사 과정 4일차 10~11차시는 교원대학교 환경학과 김찬국 전 교수의 ‘지구환경문제와 생태생활’이다.
김찬국 교수는 환경 관련 사고는 피해가 일어난 지역이 아니라 원인을 제공한 기업이나 배 이름으로 사고 명칭을 짓는다고 서두를 열었다. 이미 알고 있는 얘기지만, 2007년 겨울부터 통용된 ‘태안 기름유출사고’는 ‘삼성-허베이스피릿호 기름유출사고’라고 불러야 한다.

김 교수는 우석훈의 책 <생태페다고지>도 소개했다. 다만, 연별별로 제시된 △생태 에티켓(유아) △생태 감수성(초등학생) △생태 지혜(중학생) △생태 용기(고등학생)는 교차될 수 있다는 자신의 의견을 덧붙였다.


저자 린 체리(Lynne Cherry)가 열대림을 보호하다가 살해당한 치쿠 멘데스(Chico Mendes)에게 헌정했다는 어린이 그림책 <커다란 판야나무 The Great Kapok Tree>(개정판 제목: 아마존 열대 우림의 속삭임)도 많은 걸 생각케 했다. 숲의 원주민 아이(A native child)가 속삭인 말 “Senhor, when you awake, please look upon us all with new eyes.”(“아저씨, 당신이 깨어 났을 때, 우리 모두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봐주세요.”) 그리고 숲을 떠나는 작은 남자… He hesitated. Then he dropped the ax and walked out of the rain forest.(그는 망설였다. 그런 다음 도끼를 떨어 뜨려 우림 밖으로 나갔습니다.)

커다란 케이폭나무 숲에 가보고 싶다.
저자 린 체리(Lynne Cherry)가 열대림을 보호하다가 살해당한 치쿠 멘데스(Chico Mendes)에게 헌정했다는 어린이 그림책 <커다란 판야나무 The Great Kapok Tree>(개정판 제목: 아마존 열대 우림의 속삭임)도 많은 걸 생각케 했다. 숲의 원주민 아이(A native child)가 속삭인 말 “Senhor, when you awake, please look upon us all with new eyes.”(“아저씨, 당신이 깨어 났을 때, 우리 모두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봐주세요.”) 그리고 숲을 떠나는 작은 남자… He hesitated. Then he dropped the ax and walked out of the rain forest.(그는 망설였다. 그런 다음 도끼를 떨어 뜨려 우림 밖으로 나갔습니다.)

에콜로지는 과학으로의 생태학(Ecology: Scientific Ecology)과 윤리·철학으로의 생태주의(Ecology: Ecologism) 2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발자국을 통해 농산물, 식품, 가전제품 등을 생산하는데 사용되는 물의 총량인 가상수(virtual water) 개념을 익히고, 케냐의 슬픈 장미, 차드의 난민수용소 일화도 아프게 들었다.

환경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행동들 △끊임없이 학습하기 △내 생활방식의 영향 생각하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기 △내가 사는 지역의 자연을 경험하고 느끼기 △투표를 통한 참여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실천하기 △위축되지 않기 △내가 먼저 실천하기 등을 바로 수행해야 한다. 2012년 당시 16세의 보얀 슬랫(Boyan Slat)은 어떻게 해양쓰레기를 없애려는 생각을 하고 실천했던 것처럼 말이다.


울한경교육사 과정 4일차 마지막 12차시는 김춘성 전 부산예술대학교 교수의 ‘생명과 영성을 향하여’이다.

1860년 수운 최제우(1824~1864)는 오심즉여심(吾心卽汝心)이라는 깊은 종교적 성찰을 통해 한울님과 인간과 우주만물을 유기적으로 파악함으로써 서구 근대의 인간중심주의를 극복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였는데, 수운은 이를 ‘다시개벽’이라고 부르며 인류 삶의 틀이 송두리째 바뀌는 새로운 문명을 예고하고 나섰다.

수운의 도통을 이어받은 해월 최시형(1827~1898)은 이천식천(以天食天)을 통해 먹는 사람도 한울이고 먹히는 발도 한울이라는 우주 전체가 연기적 네트워크라는 인식을 보여주었다. 또 경천(敬天)·경인(敬人)·경물(敬物)의 삼경론(三敬論)를 구체화하였다. 특히 경물은 자연사물까지도 한울님이나 사람처럼 똑같이 공경하라는 동학만의 독특한 표현이지만, 자연사물을 숭배하라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해월은 한가히 있을 때 한 어린이가 나막신을 신고 빠르게 앞을 지나니, 그 소리 땅을 울리어 놀라서 일어나 가슴을 어루만지며 “그 어린이 나막신 소리에 내 가슴이 아프더라”면서 ‘땅을 소중히 여기기를 어머니 살같이 하라’고 호소한다. 모든 살아있는 것은 떨고 있다는 그의 인식이 떨림-울림-열림의 사상으로 이어진 것인가 보다.

이번 한울환경교육지도사 양성교육은 31시간 가량 진행되어 25명이 천도교 종무원장 명의의 수료증을 받았다. “나를 살리는 천지부모, 천지부모를 공경하는 우리”라는 문구가 새롭다.
긴 시간동안 원만한 진행을 위해 애써주신 천도교 한울연대의 이미애 상임대표, 정진숙 공동대표, 두정희 사무처장님께 고마움 전하고 싶다. 온화한 미소의 정윤택 교화부장님, 알뜰히 챙겨주신 파랑새 김양임 선생님께도 안부인사 드린다.
‘한울을 모시고, 사람을 섬기며, 만물을 만드는’ 일에 힘쓰는 천도교 도반님들이 환경운동과 생명운동에 전력하여 우리 시대의 가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지혜를 모아주시길 소망한다.
―심고心告

2020년 6월 29일 월요일

한울환경교육사 과정 3일차, 체험환경교육과 기후위기 대응

6월20일(토) 수운회관 907호 강의실… 한울 환경교육지도사 양성교육 3일차 과정이 이어졌다.
3일차 5~7차시 프로그램은 서울환경교육네트워크 유영초 대표가 맡아 진행했다. 문득 “저렇게 많은 별들 중에 별 하나가 나를 내려 본다~” 유심초가 생각났다.

유영초 대표는 가장 인상깊게 생각나는 사건·상황·이야기 등 ‘가장 기억에 떠오르는 체험’을 적어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경험들은 ‘첫 경험’이라고 부연했다. 경험(經驗)이란 체험이 반복되고 누적되어 연륜으로 체득되는 과정을 말하며 반복성·일상성·비현장성 등의 특징을 갖는다. 반면 체험(體驗)은 경험과는 달리 지성·언어·습관에 의한 구성이 섞이지 않은 근원적인 것으로서 직접성·구체성·비일상성(돌발성)·현장성을 내포한다. 유 대표는 공자와 순자,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을 인용하며 체험환경교육의 가치와 중요성, 필요성, 역사, 특성, 이론, 효과 등으로 강의를 전개했다.
환경 안에서(in) 환경에 관해서(about) 환경을 위한(for) 환경에 의해(by) 자연으로부터 배운다는 체험환경교육의 방법과 목적을 언급하며, 자연은 학습의 대상이 아니라 자연이 스승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직지(直指)교육과 일은 교육적 가치를 가르치는 교육과정이라는 노작(勞作)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포스트 코로나라는 전환시대의 체험학습교육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해설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리만 틸든(Freeman Tilden, 1883~1980)의 해설의 6원칙을 배웠는데, 요거… 새겨두어야 한다. △단순정보는 해설이 아니다 △청중의 내면을 묘사하지 못하면 쓸모 없다 △해설의 목표는 자극이다 △해설의 목표는 부분이 아니라 전체이다 △해설은 대상자에 따라서 달라야 한다 △해설은 해설 자원 연결하고 통합해야 한다.
틸든의 책은 2008년 수문사에서 <숲 자연 문화유산 해설>(Interpreting Our Heritage)이란 제목으로 펴낸 바 있다.

체험환경교육의 이해(5차시)에 이어 6~7차시는 환경교육 퍼실리테이션 기법을 실습하는 시간이다.
요즘 이런 촉진(facilitation) 모둠작업이 대세다. 전체 교육생이 4개 팀에 소속되어 각 팀별로 △팀원 자기소개 △팀명 △팀 구호 △주제에 대해 토의하면서 팀을 기반으로 한 학습모듈을 익혔다.
우리 ‘꽃모둠’팀의 구호는 “풀!(선창) 한포기!(후창)”다. 그라운드 룰(경청/모시기)을 정하고 그에 따라 주제(이천식천/생태적회개)를 도출했다. 팀원은 지도자(심○○)-기록자(변○○)-발표자(성○○)-관리자(정○○)-촉진자(김○○)로 역할 분담했다.
쁘띠백(Petit Bag) 게임을 통한 팀간 경쟁이 활기있게 전개됐다. 자신을 알기 위한 워크지를 통해 스스로를 파악한 다음, 자화상을 그리고 환경교육지도사로서의 사명이나 비전 등을 자화자찬(自畵自讚) 해보는 시간도 흥미로웠다.

팀별로 스캠퍼(Scamper), 디딤돌 강제연상법, 브레인 라이팅을 마치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유 대표는 “곤충의 더듬이나 꽃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도무지 문심(文心)이 없다고 할 것이다”고 말한 연암 박지원을 인용하며 플라톤의 아카데모스 숲과 공자의 행단(杏亶)에서 찾아볼 수 있듯이 환경과 자연이 모든 학습과 교육의 기반이자 산실임을 강조했다.
마무리 시간에 환경교육지도사의 전망에 대해 질문하고 선물로 유영초 에세이 <바람이 분다 살아야 한다>(초암네트웍스, 2008)를 감사히 받았다.



한울 환경지도사 양성교육 3일차 8차시 강의도 유씨 성을 가진 분이다. 유미호 기독교 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이 진행한 주제는 ‘기후생태위기에 새로운 살림문화’였다.

유 센터장은 시종일관 기후위기에 대한 각종 통계와 자료를 보여주고 그와 연관되는 성경 구절을 제시하면서 우리들의 과잉 탐욕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었다. FEW(Food Energy Water)나 Overshoot Day, 그렉 시갈(Gregg Segal)의 7 Days of Garbage 같은 이미지와 Steve Cutts ‘Man’ & ‘Man 2020’ 같은 영상 자료는 찬찬히 다시 돌려봐야할 거 같다.

△지표식물의 1/3은 재배식물 △인공 저수지 물이 강과 호수 6배 △1960~2000년 인구 2배, 경제 6배, 식량 2.5배 △생태계 서비스 절반 사라짐 △금세기 중반 세계 어업 소멸 예측

분리배출의 핵심 4가지는 △비운다(용기 안에 담겨있는 내용물 비우고 배출) △헹군다(이물질, 음식물 등 닦거나 헹궈서 배출) △분리한다(라벨 등의 다른 재질 부분 제거) △섞지 않는다(종류별, 재질별)…이다. 유 센터장은 코로나19 이후 우리 앞에는 EGO와 ECO의 두 갈래 길이 있다면서 1회용 플라스틱 없는 삶을 위해 △안 만들고 △안 주고 △안 쓰고 △재활용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컨대 △Refuse(거절) △Reuse(재사용)△Rerair(수리) △Recycle(재활용) △Rot(퇴비화)의 플라스틱 어택 5R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회(IPCC)의 결의대로 지구 평균온도의 상승을 1.5℃로 제한하려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는데 상황은 점점 심각해져만 간다.
유 센터장은 주최측에 다음에 교육자료를 제작할 때는 코팅 없는 교재로 만들 것을 주문하기도 했는데, 그의 PPT 자료는 적지 않은 분량이었지만 교재에 인쇄된 것은 한글 6쪽 분량에 불과했다. 그의 말처럼 우리 안의 욕망을 자제하고 과잉된 생활습관과 직접 부딪혀보는 용기를 내야 할 때다.

2020년 6월 26일 금요일

북한의 자연유산과 남북한 사회교류

6월18일(목) 북한문화재 바로알기 시민교육 3일차는 프란치스코회관 410호에서 진행됐다.
3일차 5차시 강의는 국립문화재연구소 이원호 학예연구사의 ‘북한의 쳔연기념물과 명승 전통조경’이다.
이 학예사는 PPT 첫 사진으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2020년 6월 16일 14시 49분) 장면을 실었고, 첫 타이틀도 ‘가깝고도 먼 나라 북한’으로 뽑았다. ‘북한접촉신고서’와 ‘북한접촉결과보고서’ 양식을 보여주면서 국가보안법 위반은 현실적으로 엄연히 존재함을 강조했다.

북한의 천연기념물 제도의 변화를 살펴보면… 일제는 1933년 12월 ‘조선보물·고적·명승·천연기념물보존령’을 시행한다. 해방 후인 1946년 4월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가 김일성 위원장 이름으로 ‘보물·고적·명승·천연기념물보존령’과 시행규칙 등을 공포한다. 이후 1994년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문화유물보호법’을, 1995년에 ‘명승지 천연기념물 보호법’을 제정했다. ‘문화유물보호법’을 2012년 11월 ‘문화유산보호법’으로 개정하고, 2015년 7월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민족유산보호법’(우리의 ‘문화재보호법’)을 새로 채택했다. 민족유산보호법은 세계유산을 포함하는 큰 개념(+자연유산)인데, 우리나라 법 체계와 유사하게 변형(2019년 수정·보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민족유산보호법은 물질유산(력사유적·력사유물), 비물질유산, 자연유산(명승지·천연기념물) 체계로 구성돼 있다. 2008년 기준으로 북한의 명승지는 223개소, 천연기념물은 469점으로 파악된다.

문화재를 바라보는 남한과 북한의 관점에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됐다.
남한은 1962년에 문화재보호법을 제정하면서 반공을 이유로 북한지역에 존재하는 천연기념물을 제외했지만, 북한은 남한지역에 분포하는 천연기념물을 그들의 문화재 지정목록에 남겨두고 있다. 남한은 명승(名勝)으로 부르지만, 북한은 명승지(名勝地)로 사용한다. 북한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카테고리 시스템(protected area categories)에 부합하지만, 남한은 일본의 틀을 그대로 지속해왔기에 국제규약에서 동떨어진 체계여서 세계자연유산이 1곳 뿐이다. 현재 남한도 문화재청을 중심으로 ‘자연유산법’ 제정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북한의 명승지는 옛8경에서 사회주의 선군8경이 새롭게 지정됐다. 군이 모든 것에 앞선다는 선군(先軍)시대의 8경은 지방의 유명한 산천 경개와 문물, 풍속세태에 최고 지도자(김일성·김정은)와의 관련성아 결합된 곳이다. 옛8경의 아름다운 경관과 주체사상을 결합한 사회주의 선경에는 △백두산 해돋이 △다박솔초소 설경△철령 철쭉 △자강도 장자강의 불야경 △울림폭포 메아리 △한드레벌 지평선 △대홍단 감자꽃 바다 △범안리 선경이 있다.

북한 당국의 자연유산 보호를 위한 제도적 노력은 1986년 환경보호법 제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주체사상에 의한 자연유산 훼손 모습도 보인다. 데일리NK(2007.02.14) 기사를 인용하자면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충성심을 유도하기 위해 천연바위 곳곳에 우상화 글귀를 새겨 넣을 것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남승도(覽勝圖)는 우리나라의 명승지를 놀이판에 적어 놓고 주사위를 던져 나오는 숫자에 따라 유람하는 말놀이 보드게임으로, 명승유람도(名勝遊覽圖)의 준말이다. 조선후기(1820~1840)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청구남승도(靑邱覽勝圖)에는 조선시대 전국의 대표적 명승지 120곳이 총망라되어있는데, 현재 남한의 명승이 아닌 곳도 다수 보인다. 통일시 관광자원으로 코드化할 우리의 소중한 자연유산이다.

통일시대 한반도 명승의 활용

북한은 1999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원림법(原林法)을 채택한 이후 국토의 수림화·원림화정책을 강조해오고 있다. 수림화는 국토를 보호하기 위해 울창한 산림을 조성하는 것이고, 원림화는 도시와 마을의 공원, 유원지 등을 아름답게 꾸리고 위생문화적인 생활환경을 마련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한국에는 ‘정원술’이 보이지 않는다”는 구한말 외국선교사들의 기록은 우리의 정원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비롯한 편견일 뿐이다.

이원호 연구사는 “이상하게도 북한이 우리보다 거의 항상 먼저 관련법을 정비하는 발빠른 행보를 보여왔다”면서 “북한이 우리보다 좀더 ‘우리식’으로 하려는 노력(어찌보면 ‘선진적’)은 인정하고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 100만 달성이나 한 해 외국인 방문자 수 10만명 등 북한 당국의 외화벌이 계획은 제재조치로 달성이 어려운 수치가 됐다.


3일차 6차시 강의는 국립문화재연구소 조은경 학예연구관의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조사와 남북협력방안’이다. 조 학예관은 문화재청 남북문화재교류사업단 조사연구팀의 일원으로 개성 만월대 터 남북공동발굴조사에 참여한 바 있다.

첫 내용은 북한의 문화유산 보존관리 정책이다. 북한에서 민족문화유산은 ‘사회주의적 애국주의’를 고양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계급과 사상 + 조국과 민족)되며, 조국애와 민족애를 높일 수 있는 수단으로 지목돼 왔다. 1980년대 중반 ‘조선민족제일주의’가 대두하면서 구석기 기원이 100만년 전으로 상향됐다. 북한은 고조선-고구려-고려-북한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전통성을 강화하고 있다.

개성(開城)은 우리로 치면 파주 같은 접경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 당국은 고도(古都)로서 개성 전체를 역사문화지구로 발전시키기 위해 방향을 설정하고 직접 관리하고 있다.
개성옛성은 궁성(宮城)-황성(皇城)-외성(外城) 또는 나성(羅城)의 3중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천자국을 지향한 고려의 세계관이 반영된 결과다. 조선 초 내성(內城)이 추가로 축조되는데, 내성의 정문이 개성 남대문이다. 개성 남대문 문루에 1346년 주조된 연복사 종이 걸려있었다고 한다.

개성 성

919년(태조2) 철원에서 개경으로 천도한 후, 송악산 남쪽 기슭 구릉지대에 세워진 통일왕조 고려의 정궁 명칭은 그냥 ‘본궐(本闕)’이었다. 1361년 홍건적의 침입으로 궁궐 전각이 전소된 후에 조선이 들어서고 14~15세기 경 만월대(萬月臺)로 불리기 시작했다고 추정한다. 보름달(만월)을 바라보는 정자(만월정)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인다.
“황성옛터에 밤이 되니 월색만 고요해 폐허에 서린 회포를 말하여 주노라.” 왕평 작사, 전수린 작곡, 이애리수가 노래한 황성옛터(荒城의跡)의 황성이 바로 개성 만월대다. 황성은 임금 황(皇)을 쓰는 황성(皇城)이 아니라 거칠 황(荒), 자취 적(跡)을 쓰는 황성(荒城)이다. 폐허가 된 성… 나라를 잃은 맥수지탄(麥秀之嘆)의 긴 한숨이 절로 나올 법한 이름이다.

개성 만월대(북한 국보유적 제122호)는 2007년부터 1차 발굴조사를 시작하여 2018년까지 8차례에 걸쳐 공동조사를 완료했다. 남북공동조사의 목적은 △고려궁성의 역사적 가치 조명 △남북 학술교류 활성화 기여 △ 개성역사지구 세계유산 등재 지원 △학술자료 축적 및 제공이었다.

공동조사의 가시적 성과는 2008년 반려됐던 개성역사유적지구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2013년 6월23일)로 나타났다. 개성역사유적지구는 고려 왕조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12개의 개별유산(만월대ㆍ개성첨성대ㆍ개성성벽ㆍ개성남대문ㆍ고려성균관ㆍ숭양서원ㆍ선죽교ㆍ표충비ㆍ태조현릉ㆍ칠릉떼ㆍ명릉떼ㆍ공민왕현릉)이다.
공동조사의 또다른 성과는 1950년대 북한이 단독으로 발굴한 금속활자 외에 만월대에서 새로 5점의 금속활자를 더 찾아낸 것이다. 서부건축군으로 이어지는 대형 계단을 확인한 점도 주요 성과다.

만월대는 한반도의 중세문화를 규명할 수 있는 핵심유적이다. 고려청자의 경우 생산지는 강진, 부안인데 주 수요지는 개성이다. 출토 유물의 가치 확인을 통해 고려시대 문화를 복원하고 재현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남북문화교류협력의 일환으로 남북문화재교류협력이 시작된 것인데, 개성만월대 공동발굴조사 사업은 가장 오랫동안 지속된 대표적인 문화재교류협력사업이다. 비록 서로 체제가 다르고, 문화재에 대한 조사·정리·해석 방식에 차이가 있지만 같은 민족의 입장에서 민족적 가치가 담긴 문화유산에 대한 공동 조사와 연구를 통해 민족적 동질성을 확인하는 의미있는 교류사업이 지속되기를 소망한다.

3일차 5차시 강의 후 쉬는 시간에 프란치스코교육회관 2층에서 한컷

6월25일(목) 북한문화재 바로 알기 시민교육 4일차는 프란치스코회관 220호에서 속개됐다.
4일차 7차시 강의는 통일교육원 박계수 교수의 ‘남북 사회문화 교류 현황과 전망’이다.
박 교수는 독일 통일 30주년을 언급하며 통일 이후 독일 사회에 나타난 변화와 부작용 사례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을 짚어봐야 한다는 것으로 서두를 열었다.
이어서 △남북한의 차이를 인식하고 공통의 요소를 확보하여 국가 차원의 공동체 구축 △이해와 신뢰 형성 과정의 축적 측면에서 협력 촉진 △남북관계 발전과 교류의 제도화 △민주주의 확대와 평화문화의 수립이라는 사회문화의 발전적인 교류 기본 방향 4가지를 제시했다.

첫번째 사회문화교류 사례로 음악교류가 언급됐다. 서울시향의 2012년 남북 합동공연은 2012년 당시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인 정명훈(2000~2015)이 서울시향과 북측의 은하수관현악단을 프랑스로 초청하여 성사됐다. 그러나 이와 같은 남북의 음악교류는 단발성 이벤트로 끝난 아쉬움이 있다.
어느 정도 지속성을 내포한 문화유산교류 사례는 <겨레말 큰사전 남북공동편찬> 사업을 들 수 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19개 한글 자음의 순서는 남한(ㄱㄲㄴㄷㄸㄹㅁㅂㅃㅅㅆㅇㅈㅉㅊㅋㅌㅍㅎ)과 북한(ㄱㄴㄷㄹㅁㅂㅅㅈㅊㅋㅌㅍㅎㄲㄸㅃㅆㅉㅇ)이 서로 다르다. 2008년 10월31일 겨레말큰사전 공동편찬위원회 제15차 회의(개성)를 통해 남북이 서로 한발씩 양보하여 공동사전에 배열되는 자음은 ㄱㄴㄷㄹㅁㅂㅅㅇㅈㅊㅋㅌㅍㅎㄲㄸㅃㅆㅉ 순서로 타결을 보았다.

<개성 만월대 공동발굴조사> 사업도 인용됐다. 발굴 당시 개성 고려박물관 북측 해설 강사가 남측 조사단원들을 어떤 건물로 이끌고 가서 다들 긴장하는 순간 “남측 역사학자 선생들을 만나기 위해 국보 태조 왕건상이 평양에서 왔습니다!”라고 말해 모두의 탄성을 자아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소개됐다.
북측 조사단이 데려온 강아지 2마리(송악이와 만월이)가 발굴 현장의 분위기를 돈독하게 하는 마스코트 역할을 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유네스코 관련해서는 2001년부터 문화재청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신탁기금을 공여하고 이를 센터가 북한에 지원함으로서 고구려 고분군의 벽화고분 보존처리를 지원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씨름의 경우 2014년 남한이 씨름등재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남북공동등재 의사를 타진했다. 그러나 북한은 2015년에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신청서를 단독 제출했고 결국 등재되지 못했다. 이후 남북한의 협업 속에 2018년 11월26일 공동등재 결과를 발표하게 된다.

‘북측 근로자, 개성공단의 24시간’이라는 영상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박 교수의 바람처럼 남북교류와 문화에 대한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정례화·일상화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정치·군사적 신뢰구축이나 경제협력 등 민족 전체의 안녕과 평화 같은 폭넓은 분야로 확대되길 기대해본다.

4일차 8차시 강의는 국립문화재연구소 정승호 학예연구사의 ‘북한의 지질과 자연유산’이다. 6주간의 연속강좌에서 지질에 대한 얘기는 처음이다.

프로이센의 알렉산더 폰 훔볼트(Aiexander von Humboldt, 1769~1859) 남작이 베네수엘라 북부의 쓰루메토라는 마을을 지나다가 엄청난 크기의 자귀나무(Albizzia) 노거수(老巨樹)를 보고 그 장엄함에 감명을 받고 귀국한 후 기념비적인 자연물이란 뜻의 ‘천연기념물(Naturdenkmal, Monuments de la nature)’이란 말을 처음 붙여 사용했다. 이렇게 독일에서 시작한 천연기념물제도는 일본이 선진제도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도입하여 운영해 온 문화재 제도이다.

일제강점기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 1882~1952)이 한반도 전역의 식물을 조사하고 조선식물(1914), 조선삼림식물편(1915~39)을 간행했다. 현재 북한의 식물 종수는 6,710종, 동물 종수는 9,767종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은 1976년 △자연보호구 6개소 △식물보호구 14개소 △동물보호구 14개소 △바다새번식보호구 6개소 △수산자원보호구 4개소를 설정했다.

유네스코는 1971년 설립된 인간과 생물권(MAB, Man and the Biosphere) 프로그램으로 생물권보전지역을 관리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백두산(1989) △구월산(2004) △묘향산(2009) △칠보산(2014) △금강산(2018)이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재돼 있다.

북한은 1994년 유네스코 생물다양성 협약국에 정식 가입하고 1995년 동북아 생물권보전지역 네트워크에 참여했다. 또한 국토면적의 5.67%를 자연보호구역으로 설정하고, 2003년엔 7.3%로 확장(약 300곳)했다. 그러나 개간과 벌목으로 북한 산림 면적의 18%(163㏊)가 황폐화되어 있다.


유네스코가 국제지질연맹(IUGS)과 공동으로 지원하는 국제지구과학프로그램(IGCP) 세계지질공원은 △보호, 교육, 지속 가능한 개발, 국제적 지질학적 중요성을 지닌 장소, 풍경 △기후변화 완화, 자연재해 위험 등 자연과 문화유산 연계/지질유산 활용 △지역 정체성, 관광 수입원, 교육 활성화,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 등의 특성을 갖는다.
북한은 백두산의 세계지질공원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백두산 지질공원은 북한을 찾는 관광객들의 첫번째 목적지라 할 것이다. 백두산 일대는 자연적 스펙터클과 인간적 풍광이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또한 동북아 지역의 화산-고산지대를 대표하며 화산분출과 빙하기의 지질학적 증거가 된다. 특히 삼지연 지구 개발과 연계하여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는 모양새다.

북한의 세계자연유산 잠정목록에는 △묘향산과 주변 역사 유적 △평양역사유적지구 △금강산과 주변 역사 유적 △칠보산 △구장지역 동굴이 올라가 있다.

2020년 6월 14일 일요일

한울환경교육사 과정 2일차, 방정환의 자연교육

경운동 수운회관 907호 회의실, 어제(6월13일)는 하루종일 한울환경교육지도사 2일차 과정에 출석했다.

2일차 1차시는 ‘최시형의 생명사상’을 공부하는 시간이다. 한울연대 이미애 상임대표가 천도교의 강령주문과 본주문을 소개하는 것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어려운 한자가 아니어서 오의(奧義)는 모르겠으나 대체로 무난하게 직역할 수 있었다.

至氣今至願爲大降 (지기금지 원위대강)
侍天主 造化定 永世不忘萬事知 (시천주 조화정 영세물망 만사지)
지극한 기가 지금 이르러 크게 내리기를 원합니다.
천주를 모시면 조화가 정해지고 길이 잊지 않으면 만사를 알게 됩니다.

동학을 창시한 수운 최제우 대신사는 모두가 한울을 모시고 있다는 시천주(侍天主)를, 2세 교조인 해월 최시형 신사는 사람 섬기기를 한울같이 하라는 사인여천(事人如天)을, 3세 교조인 의암 손병희 성사는 사람이 한울이라는 인내천(人乃天)을 설파했다.

해월신사의 법설 몇 가지를 공부했다. 천지부모(天地父母) 사상에서는 범신론적 성격이 읽히지만, 레오폴드(A. Leopold)의 대지윤리와 통하는 부분도 느껴졌다.
사람이 바로 한울이니 사람 섬기기를 한울같이 하라는 대인접물(待人接物) 설교에 정현종의 시 <방문객>이 떠올랐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천으로 천을 먹으라’는 이천식천(以天食天) 가르침은 사람이 한울의 일부인 음식을 먹는 것, 즉 ‘한울로써 한울을 먹는’ 한울의 기화작용으로 설명됐다. 내 머리 속에선 프란치스코 교종이 <찬미받으소서> 회칙에서 제시한 통합생태론이 연상됐다.

“모시고 안녕하십니까” 같은 인사말과 어떤 일을 할 때 먼저 내 안의 한울님께 아뢴다는 심고(心告)라는 천도교 용어를 익혔다. 타종교에 대한 이해를 돋우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2일차 2차시의 주제는 방정환의 어린이운동과 자연지향적 교육사상이다. 장정희 방정환연구소장이 강의에 나섰다. 장정희 소장에 따르면 최초 어린이날 제정 때부터 어린이 자연보호 운동이 시작됐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1922년 5월1일 천도교소년회의 첫 어린이날에 배포된 소년용 인쇄물에는 7가지의 소년에게 주는 말 가운데, 6번째 조항에 “꽃이나 풀을 사랑하고 동물을 잘 보호하십시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같은날 매일신보에 보도된 최초의 어린이날 기사 ‘朝鮮 初有의 少年日’에도 “연극장 같은 구경을 마음대로 가게 하되 동물원 식물원 같은 자연을 찾게 해 주지도 않았고” 조선은 소년을 매우 등한시 여겼다고 쓰고 있다.

1923년 5월1일 어린이날 첫 돌을 맞아 배포된 ‘어린 동무들에게’ 선전문에서는 일곱 중 첫째로 “돋는 해와 지는 해를 반드시 보기로 합시다.”가 들어왔고, 다섯째에 “꽃이나 풀을 꺾지 말고 동물을 사랑하기로 합시다.” 항목이 있어 좀더 발전한 면모를 보여준다. 해를 보자는 문구는 잡지 <어린이> 9권 1호(1931.1)에 실린 방정환의 권두언 ‘해를 배우자’에도 다시 등장한다.
여기서 ‘해’는 약속을 지키고 공명정대하며 변개(變改)하지 않는 이미지를 상징하며, 천도교소년회의 구호였던 ‘씩씩하고 참된’ 소년상을 비유한다. 그래서 방정환은 아침부터 “해보다 먼저 일어날 것”(돋는 해)을 결심하자고 청하고, 저녁에 “부끄러운 일은 없는가”(지는 해)를 생각해 보자고 한 것이다.

1931년 7월10일자 천도교 기관지 <당성(黨聲)>에 서술된 ‘여름방학 중에 소년회에서 할 일 2,3’에서 방정환은 △소년들 자체의 심신발육 △남과 일반을 위한 노력을 제시하며 자연과 친해지기 위한 여름방학을 상정하고 있다. 1920년대 영국의 A. S. 닐이 설립한 대안학교 서머힐스쿨(Summerhill School)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어린이의 모습을 자연에 빗대어 표현한 방정환의 자연교육 사상은 꽃놀이, 가을놀이 등 잡지 <어린이>에서도 다수 찾아볼 수 있다.

1923년 7월23일 방정환은 전선소년지도자대회를 개최한다. <어린이> 1권 8호(1923.9)에는 이 대회에 참여한 이병두의 ‘자연의대학교’와 이용순의 ‘씩씩한 소년이 되십시요’가 실려 있다.

장정희 소장은 소파 방정환의 자연교육사상에 대한 강의는 아마 오늘 이곳에서 처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한다며 앞으로 더욱 세밀하게 자료를 찾고 연구해 나가겠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소년회 활동을 통한 방정환의 자연지향적 교육사상은 천도교 청년들이 주축이 된 방정환한울어린이집, 방정환텃밭책놀이터로 이어지고 있다.

2차시 마무리 활동으로 교육 참가자들이 자기가 알고 있는 꽃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다들 멈칫거리는 분위기에서 내가 첫 번째 발표자로 지목됐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예사말로 친구와 대화하듯이 얘기해야 했다.
고려 후기 몽골에 공녀(貢女)로 끌려간 아리따운 고려소녀 ‘찔레’가 천신만고 끝에 고향땅에 돌아왔지만 이미 소식조차 알 길이 없는 부모형제를 찾아 실성한 듯 이곳저곳 헤매다가 크게 울부짖으며 죽어간 자리에 소녀 ‘찔레’의 한(恨)이 하얀 꽃으로 피어나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사람들이 그 하얀 꽃을 ‘찔레꽃’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전설…
이어서 다른 분들도 며느리밥풀꽃, 물망초 설화와 결코 피울 수 없는 꽃을 꽃피운 소년의 이야기를 더해갔다. 어릴 적 맨드라미 화전 이야기, 호박꽃에 얽힌 일찍 떠난 동생의 실화가 뭉클함을 주었다.

점심 후 속개된 3~4차시는 수원시 기후변화체험 교육관 조성화 관장의 환경교육론과 환경교육철학 강의가 이어졌다.

조성화 관장은 환경교육(EE)에 있어서 초보자에게는 ‘환경’이 중요하지만, 전문가에게는 ‘교육’이 더 중요함을 강조했다. 교수(무엇을 가르쳤는가)와 학습(무엇을 배웠는가)에 있어서도 같은 이치로 초보자에게는 ‘교육’이 중요하지만, 전문가에겐 ‘학습’이 일어나게 하는 것이 보다 중요함을 강조했다.
교육학개론서에 다 나오는 얘기지만 새삼 고개가 끄덕여진다. ‘환경전문가’와 ‘환경교육전문가’는 분명 다를 터이다.

정규 학교교육의 커리큘럼(curriculum), 평생교육 영역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program) 용어…
program에서 접두사 pro는 ‘앞을 향해’ 나아간다는 말이고, 접사 gram은 ‘쓰다, 적다, 그리다’는 뜻이다. 때문에 program은 ‘모두가 볼 수 있게 앞에다 써 붙여놓는다’는 의미가 된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는 것과 TV방송 편성표도 같은 범주다.
gram의 용례는 kilogram(킬로그램), diagram(도형·도표), epigram(경구·풍자시), telegram(전보·전신)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요사이 인기 있는 하얀색 LG노트북 그램도 떠오른다.
조 관장은 “gram에는 ‘(돌에) 새기다’는 의미가 있으므로 느슨함 없이 견고하게 program을 설계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맞는 얘기다. 수업계획과 실행을 위한 3P(people, purpose, place)를 파악·분석하고 한 차시에 해당하는 수업지도안을 개발하고 시연(가족·동료강사)해 봄으로써 환경교육 전문가로서 품어야 할 교수 역량을 갖춰야 할 것이다.
교수-학습 활동은 하나의 예술활동이라는 조 관장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2일차 4차시는 인터레그넘(interregnum)이라는 묵직한 화두로 시작됐다.
폴란드 출신의 영국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이 현 세계의 모습을 한 단어로 표현해 달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내놓은 개념이라고 한다. inter(사이)와 regnum(왕국)이 합쳐진 말로 왕좌 공위기간, 군주 부재기, 정치권력의 공백기 쯤으로 해석할 수 있다.
주로 왕정시대에 왕이 사망한 후 새 왕이 즉위하기까지의 기간을 의미하는데, 교황이 서거하고 새 교황이 선출될 때까지의 기간도 인터레그넘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도 2017년 3월10일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탄핵을 인용한 후 문재인이 취임하는 5월 10일까지의 기간이 인터레그넘이랄 수 있겠다.

2000년 제55차 유엔총회에서는 새천년개발목표, 밀레니엄선언으로 불리는 8개의 MDGs(Millennium Development Goals, 2000~2015)를 책택했다. 그러나 획일적, 분절적, 표면적이라는 한계점을 노출하였다. 2015년 제70차 유엔총회에서는 2015년 만료된 MDGs의 뒤를 잇는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2016~2030)를 2030년까지 이행하기로 결의했다.
개발도상국에 초점이 맞추어진 MDGs에 비해 SDGs는 선진국, 개발도상국, 저개발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에 포괄적으로 적용되면서도 각 국가의 상황에 따른 유연성이 발휘될 수 있는 차이가 있다.
sustainable은 동사 sustain(살아가게 하다, 지탱하게 하다, 계속시키다)과 형용사 able(할 수 있는, 능력있는)이 결합된 말이다. SD(sustainable development)는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합의 번역됐다. 의미상으로는 ‘지탱가능한 발전’이 보다 원의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조 관장은 스마트폰을 사례로 들어 논의를 이어나갔다.
초창기의 핸드폰은 가격, 디자인, 기능을 모두 만족시키는 제품이 나오기 어려웠다. 그런데 지금은 이 3마리 토끼를 어느 정도 잡아주는 스마트폰이 출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노래만 잘 하는 가수가 아니라, 춤도 잘 추는 가수, 얼굴이 따라주는 가수, 거기에 의미있는 사회적 메시지까지 던지며 팬덤과 소통하는 스타덤을 보여주는 BTS를 보며 열광하는 선순환 구조…

요컨대 환경, 경제, 사회 부문을 총괄하고 섭렵하는 SD라야 하며 또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속가능발전교육(ESD)을 환경교육(EE)으로만 생각하는 잘못된 통념에서 벗어나, 환경적·경제적·사회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통합적으로 생각하는 교육 전반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다.

조성화 관장은 강의에 있어 “시간 초과는 금물”이라는 자신의 신조를 지켜 공언했던 시간에 강의를 마무리했다. 프로다웠다. 마치 한 권의 수업설계론 교재를 요약하여 읽은 느낌이다.

2020년 6월 9일 화요일

북한문화재 바로알기 시민교육 1차시… 개성 영통사 복원

6월 4일, 지난주 목요일이다. (사)문화살림과 (사)나누며하나되기가 공동 주관하는 ‘북한문화재 바로알기 시민교육’이 시작됐다.
요즘 남북관계가 기대보다 많이 삐걱거리기는 하지만 이명박그네 정권에 비할 바가 아니다. 지난 몇 년동안 생태·환경·기후변화대응과 통일·평화·인권 분야에 부쩍 관심을 두었기에 공고를 확인하고선 바로 구글설문지 페이지에 신청했다.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220호 강의실 입구에서 30분쯤 일찍 접수를 마쳤다. 현장 진행요원들이 발열체크를 하고, 손소독제를 배부하면서 좌석도 한 자리씩 띄어앉게 안내하는 등 철저하게 방역수칙을 점검했다.

축사에 나선 (사)문화살림 오덕만 대표는 “일제강점기에는 국권회복이 시대적 과제였듯이, 지금은 통일의 초석을 놓는다는 심정으로 하나된 공동체 회복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강좌를 준비했다”면서 “강좌 이후에도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북한 문호개방으로 관광이 이루어지는 날이 온다면 직접 북에 가서 살펴보고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서 천태종 정책과장 문법 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이곳에 오기 전에 프란치스코 수도사를 검색해봤다. 무소유와 평등을 추구한 성인의 삶에 비추어봤을 때 참으로 이번 교육에 적합한 장소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사실 재미있는 강좌는 아니지만 통일에 일조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해보겠다”고 밝혔다.
(사)나누며하나되기의 진창호 사무처장이 강좌 개설의 목적 등 전반적인 소개와 일정 등을 안내해주었다.

첫 강의는 문법 스님의 ‘개성 영통사 복원과 종교계의 민간교류’다. 주관단체인 나누며하나되기(Share the World)가 천태종 산하의 통일부 등록 비영리법인이기에 이상할 것도 없다.
문법 스님은 불교 일반에 대한 내용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개인성불을 목표로 하는 남방불교(소승불교)와 중생구제가 목적인 북방불교(대승불교)의 차이점, 한국의 수많은 불교종단 중 대표 빅3인 조계종, 천태종, 태고종에 대한 구분이 이어졌다.
천태종은 애국불교, 생활불교, 대중불교를 3대 지표로 삼아 가장 한국적인 불교를 표방하는데, “종단과 가까운 곳부터 시작을 하자”는 생활불교와 “나라 없이는 종교 없다”는 애국불교의 지향점이 대북사업을 시작한 계기가 됐다고…

4일 오후 1시, ‘북한문화재 바로알기 시민교육’ 1일차 1차시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천태종 문법스님

왕의 아들이자, 왕들의 동생인 의천… 대각국사(大覺國師)는 시호다. 속명이 왕후(王煦)인 그는 고려국 제11 문종의 사남이자, 12대 순종, 13대 선종, 15대 숙종의 친동생이다. 의천(義天)은 11세에 화엄종 사찰 영통사에서 출가한 뒤 송나라 유학을 마치고 귀국 후 해동 천태종을 개창했다.
16세기 무렵 화재로 소실되어 오래도록 폐사지로 남아있던 영통사는 2002년 11월부터 북측의 조선불교도연맹(조불련)과 남측의 대한불교천태종이 함께 복원 불사를 시작해 2005년 10월에 29개 전각을 복원했다. 문화재로는 영통사 대각국사비(북한 국보 155호), 영통사 5층석탑(국보 133호) 등이 있다. 그 외에 3층석탑, 당간지주, 의천의 사리를 모신 부도가 남아 있다.

영통사 유적관리소 강사 엄학준(42세, 2019). 영통사 뒤편이 오관산이다. [이미지=통일TV, 천태종 성지 개성 영통사 복원 15주년 특집 다큐]

보광원(普光院)은 전통사찰의 대웅전격인 전각으로 영통사의 중심 전각이다. 2층 구조의 지붕 아래 닫집을 만들어 그 아래 비로자나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석가모니불과 노사나불을 모셨다.




북한문화재 바로알기 시민교육 1일차 2차시는 최은석 교수의 ‘북한 사회구조와 주민생활’ 시간이다.
최 교수는 남반구와 북반구의 위치를 뒤바꾼 세계지도를 보여주는 것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이렇게 보면 일본이 왼쪽에 위치하고, 러시아는 아래쪽에 중국 대륙이 오른편에 놓여 있는 형국이다. 북쪽의 태평양 바다가 더욱 파랗고 넓어 보인다.
사실 처음 접한 지도는 아니지만 ‘내 마음 속 대한민국의 지도 모습은?’이란 물음에 대한 사유의 지평을 확장하면서 다른 생각, 다른 한국, 다른 한국의 미래를 펼쳐보기엔 충분한 도입부였다.


정치적으로 북한은 ‘조선노동당 1당 독재국가’로 모든 권력의 원천은 당에 근거한다. 북한의 노동당 규약은 헌법보다 상위의 규범이다. 2012년 12월 집권한 ‘위대한 령도자’ 김정은은 △인민군 최고사령관(2011.12.29) △당 제1비서(2012.4.11)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2012.4.12)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2012.4.13~2016.6.29) △원수(2012.7.18) △당 위원장(2016.5.9) △국무위원회 위원장(2016.6.29) 직을 거치며 북한의 당·정·군을 장악하고 있다.
또 금수산태양궁전법(2013.4.1)을 제정해 김일성(태양)·김정일(광명성) 부자의 우상화를 위한 성지 조성을 마무리했다.

북한 경제는 2000년대 이후 비공식부문의 확대로 계획경제와 시장경제가 혼재된 이중경제체제지만 점차 시장화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공식 소비재시장에서는 북한식 자본주의 실습장이랄 수 있는 ‘장마당’을 통한 사경제 활성화가 진행중이다. 비공식 소비재시장은 중국의 이른바 노점경제(地摊經濟)를 벤치마킹하는 모습이 보인다.
북한에서 토지와 건물은 국가 또는 사회협동단체 소유로 제한돼 있어서 국가가 책임지고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때문에 거주자는 살림집이용권(사용권)만 갖는다. 최은석 교수는 2007년과 2017년 고려호텔 전경 사진 등을 비교하며 평해튼(평양과 뉴욕 맨해튼을 합성한 신조어)의 상전벽해를 보여주었다.


북한은 출신, 사회적 지위, 사상성 등을 반영하여 구분한 사회적 신분 즉, 성분(成分)을 핵심계층(28%), 동요계층(45%), 적대계층(27%)으로 3등분하고 51개 부류로 세분화하고 있다. 당에 대한 충성심을 증명하거나 조선의 명예를 드높인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곤 계층 간 이동은 불가능하다.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3차 회의(2020.4.12)에서 ‘원격교육법’을 채택하여 우리의 방송통신대학에 해당하는 김일성방송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북한 역시 코로나19의 여파로 온라인 교육이 확산되는 추세로 보인다.

북한주민 일상 들여다보기 (통일교육원)

북한과 중국은 50년대 중반부터 협상을 개시하여 1962년 저우언라이(周恩來)가 평양으로 날아가 10월12일 김일성과 조중변계조약(朝中邊界條約)을 체결한다. 1964년 3월20일에는 조중변계의정서에 서명하여 천지 서북부는 중국(45.5%)에 동남부는 조선(54.5%)에 귀속하는 것으로 마무리짓고 동년 5월5일, ‘중·북 국경하천 공동 이용관리에 관한 상호협조 협정’을 체결하여 압록강의 섬과 사주 205개 중 127개는 조선, 78개는 중국, 두만강의 246개 섬과 사주 중 137개는 북한, 109개는 중국에 귀속하는 것으로 국경 문제를 종결하였다.
일련의 조·중 협상 과정에서 과거 청(淸)제국이 두만강(豆滿江)이라고 주장했던 토문강(土門江)이 두만강과 서로 별개의 강임을 인식했을 여지가 있다는 것에 주목해본다.


한국과 북한 간의 전화 연결은 중국 내륙을 경유하는 몇 단계의 중계국(?)을 거치는 일명 ‘뽀뽀전화’를 연결해 통화할 수 있다고 한다.

2020년 6월 8일 월요일

한울연대 환경교육사 1일차, 소귀천길 탐방

지난달 천도교 종학대학원 이문상 兄의 소개로 천도교 한울연대에서 진행하는 한울환경교육지도사 양성교육과정에 등록했었다. 4주간(매주 토요일) 4일 총30시간 교육에 교육비는 단돈 2만원, 여기다 맛난 점심에 교재까지 제공받으니 시간만 맞춘다면 아이들 말로 이른바 ‘개꿀’인 셈이다.

6일(土) 1일차 교육은 생태탐방 현장실습이다. 집결지는 우이동 봉황각. 우이신설선 북한산우이역 2번출구에서 대략 665m, 10분 거리다.

9시 좀 넘어 경내에 들어서니 종로구 경운동 천도교 중앙대교당과 분위기가 비슷한 붉은 벽돌 건물이 보인다. 1921년에 지어진 ‘천도교중앙총부’ 건물을 1969년에 옮겨왔다고 한다. 목조건물도 아닌 것을 어떻게 옮겨왔을지 그저 궁금할 따름…

봉황각 별관

봉황각 별관 로비에서 접수를 마치고 뒤편 봉황각을 둘러봤다. 봉황각(鳳凰閣)은 의암 손병희 성사가 빼앗긴 국권을 회복하기 위해 천도교 지도자를 수련시킬 목적으로 1921년 세운 정면5칸, 측면2칸의 전체적으로 ‘弓乙(궁을)’자형 목조건물이다. 봉황각 기와지붕 너머로 북한산 인수봉과 백운봉이 보인다.
봉황각 현판의 봉(鳳)자, 황(凰)자, 각(閣)자는 각각 중국 명필 안진경(顔眞卿), 회소(懷素), 미불(米芾)의 필적을 당대의 명필이며 문장가인 위창 오세창 선생이 모사한 글씨라 한다. 그런데 문외한 입장에서는 그저 같은 필체로 보인다.
봉황각 담장에서 동쪽으로 100m 임도를 걸으면 손병희 선생 묘소로 이어진다.

봉황각과 봉황각 현판

본격적인 환경실습 시간… 이광호 숲해설가가 24人의 환경탐방을 리딩했다. 22년째 자연과 벗삼아 생활하며, 현재 보령 무궁화수목원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본인을 소개한다.
봉황각을 출발하여 오른편 백운천 길을 따라 올라간다. 백운천 물 속의 쓰러진 나무 조각들이 고스란히 드러나 보였다. 개울물가에 쓰러진 나무들은 ‘산’이라는 역사의 파편이자 차곡차곡 쌓여진 일종의 ‘도서관’이라는 설명을 들으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죽은 나무는 분해되고 흙으로 돌아가 생태계의 경이로운 순환에 일조할 터이다.

봉황각에서 800m쯤 올라간 지점에 ‘마가교회’란 팻말이 보였다. 이광호 해설사 말로는 유명 요정집 ‘만고강산’이 있던 자리라고 한다. 카카오맵으로 검색해봤더니 ‘선운각’이라고 뜬다. 그렇다면 성북동 대원각, 삼청각과 더불어 70~80년대 VVIP급 3대 요정으로 알려진 그곳이란 말인가.
만고강산(萬古江山)… 오랜 세월을 통하여 변함이 없는 산천이라더니, 지금은 교회가 들어섰나 보다. 산에서 마가를 따왔는지, 마가(마르코)복음의 성경 이름에서 따왔는지, 아니면 음이 난한 사람에서 인용한 것인지 모르겠군. 송현동 덕성여중·여고가 연상되는 동서를 잇는 구름다리도 그림 같은 정취가 있다.

마가교회

선운각 영빈관 출입구 앞에서 왼쪽 대동문 방향(2.3㎞) 옥류교를 건너 등산로 초입에 들어섰다. 정진숙 쌤은 이때부터 맨발 산행에 돌입했다.
삼을 캐는 심메마니(蔘+山+큰사람) 얘기가 나왔다. 심마니가 삼을 발견했을 때 3번 외치는 “심봤다”… 심은 부사어 또는 목적어로 해석이 가능할 듯하다. ‘마음(心)으로 봤다(아뢴다)’와 ‘신(神)의 마음(心)을 보았다’ 이렇게 중의적으로…
천도교인들은 등산 때 “품에 듭니다”, 하산 때 “산에 납니다”를 읊조린다는 것도 알게 됐다. 정확한 워딩은 다시 확인해봐야 한다. 역시나 숲 초입에서 국수나무가 반갑게 맞아준다.

매미나방 애벌레

소귀천 자연관찰로 따라 등산길… 매미나방 유충에 대한 주의와 방제를 알리는 펼침막이 보인다. 매미나방 애벌레의 길고 뾰족한 가시에 찔릴 경우 피부 가려움증이나 두드러기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미나방(Gypsy Moth)은 나비목 독나방과에 속한 해충이다. 요즘 전국 임야에 매미나방 애벌레가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번식해 방제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지난 겨울이 비교적 따뜻하고 강설량이 적었던 탓에 더 극성이라는데 활엽수는 물론 침엽수까지 갉아먹는 바람에 감당하기가 벅찬 형편이라고. 실제로도 징그러울 정도로 눈에 많이 띄었다. 한 종(種)의 갑작스런 개체수 급증은 분명 원인이 있을 터이다.

북한산 용천수샘터

10시50분경, 용천수 약수터에 도착. 왼편 상단에 ‘壬戊陽春 三日立石(임무양춘 삼일입석)’ 각자가 보인다.
천도교인의 야외행사 때 항상 나오는 활동이 탁족(濯足)이란다. 오늘도 대략 여남은 명이 샘터 옆 개울물에 발을 담갔다. 생각해보면 해월신사도 산상유수(山上有水), 산 위에 물이 있음을 언급하셨다지. 수운대신사는 아예 호가 수운(水雲)으로 물 수(水)자가 들어가고.


하산길에 발견한 작은 벌집. 크기를 가늠하려고 일부러 옆에 14.5㎝짜리 볼펜을 대고 사진을 박았다. 벌의 자취는 보이지 않는다. 이토록 자그마한 벌집이라니…

이광호 해설사가 은백색 빛깔로 자태를 뽐내는 은사시나무 앞에서 설명하고 있다.

사시나무와 은백양나무 사이에서 생긴 자연잡종이 은사시나무라는 설명을 들었다. 상당히 빠르게 자라는 속성수(速成樹)여서 이승만·박정희 정권의 녹화사업 때 아카시나무와 함께 많이 심었다고 한다. 다이아몬드 수피(樹皮)가 아름다운 나무다.
사시나무는 잎자루가 길어서 미풍에도 잎이 많이 흔들리므로 멀리서 보면 나무가 떠는 것처럼 보여서 “사시나무 떨듯”이라는 비유까지 생긴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나무다. 영어로도 트램블 트리(tremble tree)라 하여 ‘떠는 나무’의 의미로 사용한다.

하산 후 봉황각 뒤편 숲속에서 생태 만다라(曼茶羅, Mandala)를 꾸미는 모둠작업이 이어졌다. 4~5명으로 구성된 4개 모둠이 주변의 자연물을 이용해 독창적인 문양의 만다라를 설계하고 그 의미를 나누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1모둠, 2모둠, 3모둠, 4모둠의 생태 만다라

아래에 한울연대 두정희 사무처장님이 카톡으로 보내준 사진도 곁들인다. 산행전 단체사진 촬영부터 산행중 숲해설, 산행후 모둠활동 모습까지 5장만 등재한다.






2020년 6월 2일 화요일

이병록 소장의 ‘한미동맹과 자주국방’ 강연

새날희망연대, 제121차 포럼 참석

2008년 결성된 새날희망연대의 금요포럼… 근무 때문에 청강이 어려웠지만 지난 금요일(5월29일)에는 시간을 내어 제121차 포럼에 참석해봤다. 오후 3시, 명동향린교회 1층… 포럼은 마스크 착용, 자리 띄워앉기, 신체접촉 자제 등 소모임 시 요구되는 방역수칙이 적용됐다.

<한미동맹과 자주국방>을 주제로 한 이날 강연의 초청 강사는 정치학 박사 이병록 씨다. 전 해군제독(준장)으로 잘 알려져 있는 분이다. 지금은 김종대 전 의원과 함께 정의당의 ‘한반도 평화본부장’을 맡고 있다. ‘해군 제독’ 하면 흔히 이충무공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 분은 검은 낯빛에 평범한 시골 농부 아저씨 같은 외양이다. 이병록 강사는 소장 진급을 못하고 준장으로 예편한 것이 한이 되어 스스로 셀프 소장(덕파통일안보연구소 소장)을 달아주었다는 너스레로 강연을 시작했다.


이병록 소장의 강의를 들으면서 두서없이 몇 가지를 기록해 두었다.

하나_ 이 소장은 “보이는 것이 다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보고 싶은 대로 본다”면서 단어 우월 효과(word superiority effect)를 소개했다.

캠릿브지 대학의 연결구과에 따르면, 한 단어 안에서 글자가 어떤 순서로 배되열어 있지는 중하요지 않고, 첫 번째와 마지막 글자가 올바른 위치에 있는 것이 중하다요고 한다. 나머지 글들자은 완전히 엉진망창의 순서로 되어 있라을지도 당신은 아무 문제 없이 이것을 읽을 수 있다. 왜하냐면, 인간의 두뇌는 모든 글자를 하하나나 읽는 것이 아니라 단어 하나를 전체로 인하식기 때이문다.

윗글을 다시 한번 한 글자씩 또박또박 읽어보면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몇몇 어절의 첫 낱말과 끝 낱말이 바뀌어 있는데, 별 문제 없이 술술 읽히고 문장의 이해가 가능하다. 이런 현상은 1976년 그레이엄 롤린슨(Graham Rawlinson)이 노팅엄 대학교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밝힌 내용인데, 웬일인지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연구결과로 알려져 있다.

이 소장은 뇌과학적 접근법도 언급했다. 편도체가 발달한 보수층은 ‘두려움’에 경도되어 흔히 ‘힘의 우위’를 주장하기 쉬운데, 이 경우 안보 딜레마에 부딪히게 된다. 상대적으로 전두엽이 발달한 진보층은 ‘호기심’에 치우치는데, 이 때에는 힘을 통한 평화, ‘방어적 충분성’을 갖춰야 한다.
또 ‘6가지 미각 수용체를 지닌 혀’를 소개하며 보수층의 충성심, 권위, 고귀함의 가치와 진보층의 배려, 공평성의 가치를 대비하기도 했다.

둘_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남북 군사력 비교
육군의 전차는 물론이고 공군의 전투기에서도 남한은 압도적 우세를 차지하고 있다. 정밀타격이 요구되는 초정밀무기에서도 남한의 미사일은 절대 열세적이지 않다. ICBM은 사거리 문제이고, 남한은 대륙간 사거리가 필요 없다. 더욱이 현대전의 총아라 할 수 있는 공군력에서 남한은 질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 소장은 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무기체계지수 산출을 위해서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셋_ 이 소장의 언급에 따르면… 조선 초기엔 명(明)의 파병 요청이 왔을 때 국가의 실익을 매우 세밀하게 저울질하여 외교를 펼쳤다고 한다.
세종 31년(1449)에는 몽골 원정을 거절하였다. 그로부터 18년 후, 요동 변경에 대한 침범과 조선과의 결탁 가능성을 우려한 명이 건주여진에 대한 원정 요청을 해온 세조 15년(1467)에는 합동작전이 가져올 선전효과 등을 고려하여 적극 파병한 바 있다.
성종 10년(1479)에 대국에 대한 예의와 세조 때의 전례를 들어 건주여진 파병에 찬성하는 주장과, 평안도 흉년과 겨울이라는 계절성, 패배 가능성, 세종 때의 거절 전례를 들어 파병을 반대하는 주장이 대립했다. 당시 승문원 참교 정효종의 “남 좋은 일 해 줄 필요 없다. 사대도 조선 이익 고려, 최대한 지연” 상소에 파병에 찬성하던 대신들도 입장을 변경하여 결국 지연과 회군 등의 소극적 파병이 이루어졌다. 이 소장은 중중 때 굴욕적 사대외교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넷_ 사대와 자주, 이용당할 것인가? 이용할 것인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4대 강국과 북한에 대한 적절한 친(親)-반(反)-숭(崇)-종(從)-용(用)의 외교력이 요구된다. 남북이 상황을 180도 다르게 읽고, 남의 보혁(保革)이 다르게 읽으며, 북한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이 소멸할 때 미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탈피할 수 있다는 것이 오늘 강의의 요약일 듯하다. 요컨대 지정학적 약점을 강점으로 전환하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강연 말미에 참석자들은 ▲베트남 파병을 어떻게 생각하나? ▲어떤 관점에서 국익을 설정하는지? ▲주변국 대비 한국의 군사력 수준은? ▲코로나19 이후 전쟁의 양상과 국방의 변화 양상은? ▲일본과 전쟁 시 대북체제에서 대일체제로 쉽게 전환이 가능한지? ▲일본에 비해 이지스함이 적은데 어찌 생각하나? 등을 물었다.

나 역시 질문하고 싶은 내용이 있었지만 시간의 제약을 받았다. ▲훈수 두는 입장, 비판만 하면 되는 관전자 자리에 머물다가 현실정치에 들어와 느낀 소감과 ▲지난 총선에서 몇 가지 이유 때문에 기대보다 적은 득표에 머문 정의당을 필두로 한 진보정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고견이 궁금했다.

45분간의 짧은 강의와 15분간의 상대적으로 긴 질의응답... 정확히 60분이다.
이 소장의 언급처럼 세계의 헤게모니가 군사적 패권에서 경제 패권 시대로 옮아가는 추세임을 인정하는 편이다. 반목과 대결을 조장하는 가짜 안보에서 상생과 평화를 도모하는 진짜 안보를 지향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 동의한다. 관군에서 의병으로 우화(羽化)했다는 이 소장의 경험을 다른 기회를 통해 한번 더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