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30일 화요일

담벼락을 쳐다보고 욕을 할 수도 있다

그제 참여 신청했던 <우리가언론사 나도기자단> 임명장이 나왔다. 요 며칠 사이 신청한 50여 명에게 오늘 날짜(2021.11.29)로 한꺼번에 발급된 듯한데… 임명장 발급번호가 ‘2022-03-09’로 모두 같다.

작금의 주류 언론은 힘 있는 자들에 아양 부리는 랩독(Lapdog)이거나 사회적 이슈에 눈을 감는 슬리핑독(Sleeping dog)이거나 심지어 권력화된 스스로를 지키고자 으르렁대는 가드독(Guard dog)에 다름 아니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행동하는 양심’을 강조했던 故 김대중 대통령의 어록(2009.6.25)을 옮겨본다.

“나는 이기는 길이 무엇인지, 또 지는 길이 무엇인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반드시 이기는 길도 있고, 또한 지는 길도 있다. 이기는 길은 모든 사람이 공개적으로 정부에 옳은 소리로 비판해야 하겠지만, 그렇게 못하는 사람은 투표를 해서 나쁜 정당에 투표를 하지 않으면 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나쁜 신문을 보지 않고, 또 집회에 나가고 하면 힘이 커진다. 작게는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 된다. 하려고 하면 너무 많다. 하다못해 담벼락을 쳐다보고 욕을 할 수도 있다.”

와치독(Watch dog)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아래 구글 폼으로 <우리가언론사 나도기자단>에 동참할 수 있다.

https://forms.gle/5YiaG7kvRm1PD5vKA



#우리가언론사 #우리모두시민기자 #나도기자단 #우리가언론이다

2021년 11월 24일 수요일

한국에서 가장 비난 받는 전 군부 독재자(South Korea’s Most Vilified Ex-Military Dictator)

1926년 2월11일, ‘역적 3관왕’ 이완용(1858~1926)이 68세로 사망했다. 다음날인 2월12일, 동아일보는 사망소식을 속보로 냈다. 그리고 2월13일자 1면 [횡설수설]란에 “구문공신(口文功臣) 이완용은 염라국에 입적하였으니, 염라국의 장래가 가려(可慮)“라는 3줄짜리 촌평을 썼다. ‘구문’은 ‘흥정을 붙여 받는 돈’이고 ‘가려’는 ‘걱정할 만하다’는 뜻이니 이완용이 마침내 염라국까지 팔아먹을까 걱정된다고 비아냥댄 것이다.


동아일보는 「무슨 낫츠로(낯으로) 이 길을 떠나가나」라는 제목의 부음논설도 게재했다.

“그도 갓다. 그도 필경 붓들려갔다. 보호순사의 겹겹 파수와 금성철벽의 견고한 엄호도 저승차사의 달려듬 한아는(하나는) 어찌하지를 못하였으며 … 누가 팔지 못할 것을 팔아서 능히 누리지 못할 것을 누린 자냐 … 살아서 누린 것이 얼마나 대단하엿든지 이제부터는 바들(받을) 일, 이것이 진실로 기막히지 아니하랴 … 어허! 부둥켰든 그 재물은 그만하면 내노핫지(내놓지)! 앙랄(악랄)하든 이 책벌을 인제부터는 영원히 바다야지(받아야지)!”

그러나 이 1면 톱기사는 당국의 기휘(금지령)에 따라 발매금지처분을 당했고, 동아일보는 해당 기사를 삭제하고 대신 호외로 발행배포했다.


기사는 이완용을 “팔지 못할 것을 팔아서 누리지 못할 것을 누린 자”로 규정했다. 2021년 11월23일, 시대의 명문을 소환한다. 수많은 필부필부(匹夫匹婦)의 피를 팔아서 누리지 못할 것을 누린 잔혹한 독재자(Brutal Dictator) 전두환은 무슨 낯으로 이 길을 떠나가나. 또 ‘죽은 자를 향한 애도’ 운운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2021년 11월 18일 목요일

□+□+□+□=?

외벽에 새로운 그래피티가 등장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지난 토요일(11월13일) 저녁, 수업 후 관철동 홍길동중고서점으로 가보았다.

장모(추정)―王―개사과―전두환으로 이어지는 4컷짜리 벽화가 노란색 바탕에 청색과 녹색으로 그려져 있었다. 작가 닌볼트(ninbolt, 43)는 尹과 관련한 자기 생각을 그래피터답게 글이 아닌 그림으로 표현했다.

이른바 ‘쥴리 벽화’로 홍역을 치른바 있는 서점주이자 건물주인 여정원(58) 씨는 또다시 정치 이슈로 확산하는 것을 꺼려 어제(17일) 나무판으로 벽화를 덮었고, 이에 대해 닌볼트 작가는 나무판 위에 “세상이 예술을 죽였다”는 울분의 커다란 녹색 문구를 써놓았다고 한다.

□+□+□+□=?

이러나저러나 이 수식의 결과값은 자명하지 않을까.


□+□+□+□=최은순+王자+개사과+전두환=?


지난 7월 말 홍길동중고서점 외벽에는 ‘쥴리의 남자들’ 7人의 이름을 나열하고,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이라는 문구와 함께 김건희를 가리키는 듯한 금발여성의 얼굴이 등장하여 서점 일대가 찬반 지지자들로 몸살을 앓은 바 있다.


2021년 11월 17일 수요일

수능 필적확인 문구

수능 필적확인은 2004년 11월17일(수)에 치른 2005학년도 수능시험에서 고성능 기기를 사용하는 등 대규모 부정행위가 발생한 데 따른 대책으로 2005년 6월 모의평가 때부터 도입됐다. 수험생은 사후 문제가 발생할 때 본인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답안지에 이름과 함께 필적확인 문구를 적어야 한다.

사람마다 필적이 상당히 다른 ㄹ, ㅁ, ㅂ 중 2개 이상이 반드시 포함되며, 글자에 삐침이 있는 ㅊ, ㅌ, ㅎ이 들어간 문구도 자주 등장한다. 또한, 겹받침이 1개 이상 들어가야 한다.


필적확인 문구는 수능 출제위원들이 정하는데 필적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적 요소’가 담긴 문장 중 수험생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12자에서 19자 사이(띄어쓰기 제외)의 문장을 선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수능 필적확인에 가장 많이 인용된 사람은 정지용(3회)과 윤동주(2회)다. 특히 정지용의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빛’은 2005년에 이어 2016년에도 한 차례 더 쓰였다.

다음은 역대 대학수학능력시험 필적확인 문구다. 이 땅의 모든 수험생에게 힘찬 응원을 보낸다.


△2006학년도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빛’… 정지용 「향수」

△2007학년도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정지용 「향수」

△2008학년도 ‘손금에 맑은 강물이 흐르고’… 윤동주 「소년」

△2009학년도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윤동주 「별 헤는 밤」

△2010학년도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유안진 「지란지교를 꿈꾸며」

△2011학년도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고 넓어진다’… 정채봉 「첫 마음」

△2012학년도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황동규 「즐거운 편지」

△2013학년도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이며’… 정한모 「가을에」

△2014학년도 ‘꽃초롱 불 밝히듯 눈을 밝힐까’… 박정만 「작은 연가」

△2015학년도 ‘햇살도 둥글둥글하게 뭉치는 맑은 날’… 문태주 「돌의 배」

△2016학년도 ‘넓음과 깊음을 가슴에 채우며’… 주요한 「청년이여 노래하라」

△2017학년도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 정지용 「향수」

△2018학년도 ‘큰 바다 넓은 하늘을 우리는 가졌노라’… 김영랑 「바다로 가자」

△2019학년도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김남조 「편지」

△2020학년도 ‘너무 맑고 초롱한 그 중 하나 별이여’… 박두진 「별밭에 누워」

△2021학년도 ‘많고 많은 사람 중에 그대 한 사람’… 나태주 「들길을 걸으며」

2021년 11월 11일 목요일

지혜와 용기의 덕

“민주와 인권의 오월 정신 반듯이 세우겠습니다”

윤이 11월10일(수)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해 작성한 방명록 문장이다.


전두환 칭찬에 후한 윤이 보기에 80년 5월 광주민중항쟁의 정신을 계승하여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하겠다는 사회적 합의는 ‘비뚤어지고 기울고 굽은’ 것이기에 ‘반듯하게’ 똑바로 세우는 작업이 수행돼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는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었다며 5·18을 폄훼한 이종명, 김순례, 김진태 등 자유한국당 인사들과 궤를 같이하는 역사인식이며, 박근혜가 추진했던 국정 역사교과서의 함의와도 맥이 통한다.


최근 윤 캠프의 김경진이 “지식수준과 토론능력으로 대통령 하나? 윤 후보는 올바른 정책을 뚝심 있게 끌고 갈 용기 있는 지도자”라고 평했단다. “국민의 회초리를 두려워하지 않겠다”는 게 용기인가?

윤이든 김이든 國民の力 인사들은 플라톤이 강조한 수호자(통치자·방위자) 계층의 덕목(지혜·용기)에 대해 무지한 것이 분명하다.

‘반드시’와 ‘반듯이’, ‘지그시’와 ‘지긋이’… 이번주 문해교실, 검정고시반 학습자들과 국어 과목 어휘 관련 주제로 공부해야겠다. 도덕 과목 역시 덕윤리 단원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지성적 덕(지혜)과 품성적 덕(용기·절제)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2021년 11월 6일 토요일

거록한 계보

토착왜구의 난생설화는 대저 이러하다.

주한일본공사는 한국통감을 낳고, 한국통감은 조선총독을 낳고, 조선총독은 미군정사령관을 낳고, 미군정사령관은 사사오입과 그 형제들을 낳았다.

런닝맨 사사오입은 다까끼를 낳고, 반인반신 다까끼는 전대갈을 낳고, 이십구만 전대갈은 이메가를 낳고, 다스 이메가는 아몰랑을 낳았으며, 형광등 아몰랑은 야저를 낳으려 한다. 지금 쩍벌 야저는 알을 깨고 나오려고 한다. 그 야저의 이름은 도리혼돈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