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24일 목요일

에버트 인권상 수상

1925년에 설립된 독일의 비영리 공익·정치재단인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Friedrich Ebert Stiftung)은 1994년부터 매년 인권 증진에 공헌한 개인이나 단체에 상을 수여해 왔다. 지난해에는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에 참가한 대한민국 국민들이 수상자로 선정되었는데, 이는 개인이나 단체가 아니라 ‘국민’이 수상한 첫번째 사례라고 했다. 2017년 12월 5일 베를린에서 세월호 생존자인 스무살 장애진 씨가 시민대표로 참석해 수상한 바 있다.
“촛불시민들은 에버트 인권상 받으러 오시라”는 SNS 메세지와 신문 기사를 지난 주부터 마음에 두었다. 2차 배부일이어서 오후에 잠깐 짬을 내어 종각역 6번출구로 나갔다. 서울 글로벌센터 앞에서 줄을 서고 상장을 받고 기념촬영도 했다. 뿌듯하다. 총23번의 집회 중 13차례 촛불을 들었으니 이 정도 호사는 누려도 합당하지 않을까.


상장을 챙겨 걷다가 종각역 5번출구 영풍문고 앞에서 전봉준 동상을 마주쳤다. 이곳은 1894년 12월 5일 공주 우금치 학살 이후 체포되어 고신(拷訊)당하고 서울로 압송된 전봉준이 순국한 서린방 전옥서 자리다. 동학농민군의 제폭구민(除暴救民), 보국안민(輔國安民)… 촛불혁명은 동학운동에 닿아 있다. 녹두장군도 조금은 자랑스레 생각하실 게다.


인구의 3.5%가 꾸준하게 비폭력 평화시위를 이어간다면 어떠한 정권도 무너진다는 에리카 체노웨스 교수의 3.5% 법칙은 다시한번 입증되었다. 워싱턴포스트는 “South Korea just showed the world how to do democracy(한국이 전 세계에 민주주의를 어떻게 하는 건지 보여줬다)”며 찬사한 바 있다. 촛불혁명은 분명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성숙도를 한층 높여 주었다. 이제 국민소환, 국민발안제 같은 직접민주주의적 요소를 증대하는 일에도 좀더 힘을 모아야한다는 생각이다. 엄청난 노력과 희생으로 불의하고 부패한 권력을 붕괴시키고도 화장을 고쳐 등장한 또다른 권력자에게 지배의 자리를 내주고 자유를 억제당하는 일이 우리 역사에서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둔감함의 습관된 마비에서 벗어나 암울함을 정면으로 직시하고 차이를 숙고하고 존중하는 자세를 생활 속에서 꾸준히 유지해나가야 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