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7일 월요일

구보 박태원의 천변풍경 기획전시

청계천박물관에서 구보 박태원(1910~1986)의 소설 천변풍경(川邊風景)을 소재로 5월 4일부터 7월 1일까지 기획전시를 열고 있다.
1936년 조선일보가 발행하는 잡지 조광(朝光)에 연재된 川邊風景은 1930년대 경성 청계천변을 보금자리 삼아 살아가는 중산층과 하층민의 세태 만상을 70여 명 등장인물들의 삶을 통해 다채롭게 보여주고 있다.


전시실 입구를 들어서면 소설의 제1절 ‘청계천 빨래터’를 나무로 구현한 오토마타(autumata)를 만나볼 수 있다. 고단한 여성들의 작업장인 빨래터는 소설의 상징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기미꼬와 하나꼬가 여급으로 일하는 평화카페도 재현해 놓았다. 가난한 하층민 여성들은 유사가족을 형성하며 서로를 의지하고 보듬는다.


천변의 소식통으로 통하는 재봉이가 손님의 머리를 감겨주는 이발소의 모습이 예스럽다. 눈치 빠른 재봉이는 천변 주변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나름의 비공식적 정보를 획득해 나간다.


제23절 ‘장마 풍경’을 미디어아트 영상으로 재현한 물길은 7분에 한 번씩 전시장 안으로 흐르게끔 장치하였다.


박태원은 소설 속 여성과 10대 아이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반면 남성들에겐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포목점 주인 중산모는 마지막 제50절에서 바람에 날려 개천에 빠진다.


5일 3시에는 청계천박물관 3층 강당에서 2시간 동안 노승지 교수의 연계강의가 이어졌는데, 박태원과 이상을 비교한 부분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또한 합리적 교환이나 계산, 설계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천변의 사람들에게 행복은 설계의 결과라기보다는 설계 그 자체에 있는 것’이라는 강의 말미의 언급엔 수긍가는 면이 있다.


참고로 천변풍경 속 50개의 절을 기록해 둔다.

제1절 청계천 빨래터              제2절 이발소의 소년
제3절 시골서 온 아이             제4절 불행한 여인
제5절 경사                          제6절 몰락
제7절 민 주사의 우울             제8절 선거와 포목전 주인
제9절 다사多事한 민 주사       제10절 사월 파일
제11절 가엾은 사람들            제12절 소년의 애수
제13절 딱한 사람들               제14절 허실虛實
제15절 어느 날 아침              제16절 방황하는 처녀성
제17절 샘터 문답                  제18절 저녁에 찾아온 손님
제19절 어머니                      제20절 어느 날의 삽화
제21절 그들의 생활 설계         제22절 종말 없는 비극
제23절 장마 풍경                  제24절 창수의 금의환향
제25절 중산모                      제26절 불운한 파락호
제27절 여급 하나꼬                제28절 비 갠 날
제29절 행복                         제30절 꿈
제31절 희화戱畵                    제32절 오십 원
제33절 금순의 생활                제34절 그날의 감격
제35절 그들의 일요일             제36절 구락부의 소년 소녀
제37절 삼인三人                    제38절 다정한 아내
제39절 관철동집                    제40절 시집살이
제41절 젊은 녀석들                제42절 강 모의 사상
제43절 흉몽                         제44절 거리
제45절 민 주사의 감상            제46절 근화 식당
제47절 영이의 비애                제48절 평화
제49절 손 주사와 그의 딸        제50절 천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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