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3일 화요일

아토포스 신공

순실여대 융합콘텐츠학과 인화교수 류철균이 2016년 1학기에 강의한 3학점짜리 ‘영화스토리텔링의 이해’ 과목의 기말고사 답안지가 장안의 화제다.
유라선자가 독일에 체류하면서도 동시간 한국의 오프라인 시험에 응시하는 무소부재의 신공을 시전했기 때문인데, 과연 비선실세 순실진인의 독문절기를 8성까지 연성한 전인다운 면모다.

“정신적 귀족주의는 자기와 타인 모두에 대한 가차없는 관찰의 시선을 던지는 오만과 타인으로부터 이해받기를 거부하고 금지된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기에 예측하고 규정할 수가 없는 (        )의 성격을 갖는다”는 12번 괄호넣기 문제에 유라선자는 ‘아포토스’라는 답안을 기재했다. 아포리아(Aporia) 정도밖에 모르는 무지한 나로써는 처음 들어보는 난해한 용어인데, 궁금해서 찾아보니 ‘아토포스’를 잘못 기재한 것이란다. 아토포스(Atopos)는 ① 어느 곳에 고정되지 않고 부유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것 ② 몇 개의 모티프들이 자주 반복되면서 이루어내는 고정형이나 진부한 문구를 지칭한다고 한다. 요컨대 ‘장소가 없는’, ‘무소적인’을 뜻하는 말이니 독일과 한국의 8시간 시차를 뛰어넘은 극상승의 이형환위(移形換位) 수법이랄 수 있겠다.

그리고 11번 ‘보들레르’도 맞췄다.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악마주의적 사조로 배웠던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으로 기억하는데… 이처럼 난도 높은 문제를 일필휘지로 적중시키다니... 유라선자는 타고난 오성에 문무를 겸비한 희대의 재원임이 분명하다. 다만 엄청난 내공이 실린 아토포스 신공을 격출하여 공력이 소진되고 내상까지 심하니 구치산에 올라 칩거하며 한동안 운기조식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