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3일 목요일

삼일절의 탑골공원

고려시대에는 흥복사(興福寺)가 있던 자리에 조선 세조가 원각사(圓覺寺)라 개명하고 중건했으나 연산군에 의해 폐사된 후, 고종 34년인 1897년(광무 1년)에 대한제국 최초의 근대공원인 파고다(Pagoda·동양의 불탑) 공원으로 조성된 자리… 엊그제 97주년 삼일절을 맞아 종로2가 탑골공원엘 갔다.
역사의 아이러니… 일본군 장교 출신의 박정희가 쓴 삼일문(三一問) 현판 밑을 통과하여 공원에 들어서면 정면에 보이는 것이 팔각정이다.
1919년 3월 1일 당시 소위 민족대표라는 사람들은 유혈충돌을 피한다는 명목으로 탑골공원이 아닌 요리집 태화관(泰和館)에 모여 자기들만의 독립선언식을 진행하고 총독부에 연락하여 안전하게 자진 연행되어 갔다.
태화관과 300미터 가량 떨어진 탑골공원에서는 약속시간인 2시가 되어도 민족대표들이 나타나지 않자 잠시 당황하기도 했으나, 학생을 중심으로 한 수천의 군중들은 팔각정에 오른 정재용(1886~1976) 청년의 독립선언서 낭독을 시작으로 자체적인 독립선언식을 거행하고 환호성과 함께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이후 운동의 불길은 노도와 같이 전국으로 세계만방으로 퍼져나갔다.
3·1운동 당시의 모습을 담은 10개의 부조가 팔각정 오른편에 늘어서있다.


탑골공원 삼일절 기념식엔 늙은 남자들만 소일했고, 꾀죄죄한 차림의 중년들도 다수 눈에 띠었다. 97년 전 3·1 독립만세의 함성이 처음으로 울려 퍼졌던 저항의 성지엔 냉혹한 현실에 짓눌려 궁핍한 글그막을 보내고 있는 노년들의 무료함과 소외감, 우울과 초라함이 가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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