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랴오닝성(遼寧省)의 단둥(丹東)시는 북한 신의주(新義州)시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접해 있는 국경도시이다. 예전에는 안동이라 불렸던 곳으로, 을사늑약(제2차 한일협약) 이후 일본제국은 1909년 9월 4일 간도협약을 통해 간도(間島)를 청제국의 영토로 인정하는 대가로 안둥(安東)과 펑톈(奉天)을 연결하는 안봉선(安奉線, 단둥~선양) 부설권을 획득했다.
제65차 평생교육사 목요회(2015.3.5)는 2006년부터 수차례 단둥을 드나들며 현지조사를 해온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강주원 박사를 모시고 인류학 관점에서 바라본 단둥 이야기를 들었다.
단둥에는 북한사람, 한국사람, 조선족 그리고 북한에서 태어난 중국국적의 북한화교… 이렇게 4개 집단이 한국어를 공유하며 국경과 연관된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남북이 거래하려면 남측의 남북교류협력센터와 북측의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의 승인이 필요하지만, 조선족과 북한화교를 중개로 한 편법적인 교류방식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단둥에서는 북한·중국·한국의 국기를 함께 내건 상점들이 있는데, 이는 세 나라 사람 모두가 고객임을 의미한다. 또한 유리에 부착된 “사랑을 전합니다, 서울-중국-평양, 친절·정확”이란 시트지 문구를 통해 단둥에서 삼국 간의 택배가 서비스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에서 제작된 수예작품은 현재 A4 사이즈의 경우 한국으로의 배송까지 대략 15만원 선이면 가능하다고 한다.
강주원 박사는 다년 간의 연구논문을 모아 “국경이 있어도 필요에 따라 매일 허물고 다시 짓는다”는 의미에서 「나는 오늘도 국경을 만들고 허문다」(글항아리, 2012)라는 제목의 저서로 내놓았다. 책에는 황석영 소설 「강남몽」(창비, 2010)의 한 단락이 인용되어 있다.
평소 인류학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루스 베네딕트, 마가렛 미드, 레비 스트로스 같은 유명학자들이나 오지탐험을 통해 미지의 뼛조각을 발견하는 모험과 신비의 세계였지만, 강박사의 현장체험담을 들으면서 선입관처럼 멀리 떨어져 있는 학문이 아님을 느끼게 됐다. 아울러 서로 다른 인포먼트의 정보를 교차확인한다든가 라포형성이나 참여관찰법의 빈틈을 채우는 요령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케 됐다.
호랑이가 엎드려 앉아 있는 형상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호산장성(虎山長城)을 중국당국은 만리장성의 동단기점으로 통제하는 바, 우리 고구려의 천리장성 끝단 박작성(泊灼城)은 점점 그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듯하여 안타깝기도 하다.
이미륵의 소설과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으로 기억되는 한반도 최장하천 압록강은 중조국경조약에 근거하여 북·중이 공동관리하고 있다. 압록강 중앙이 국경이라는 생각은 단순한 기계적인 착각이며, 비록 국경이지만 이윤을 좇는 자본의 흐름 속에서 교류를 방해하는 요소는 미미하다. 2000년대 전후 단둥과 신의주 두 국경도시의 경제가 역전된 상황에서도 단둥 사람들은 자신들이 획득한 부(富)는 중·조국경무역에서 나온 것이며, 신의주와 무관하게 단둥의 경제적 변화가 이뤄진 적은 없다고 말한다.
사족 하나… 강을 사이에 두고 단둥은 신의주보다 1시간이 느리다. 그렇게도 자주와 주체를 부르짖는 북한이 어째서 표준시는 일본을 따라서 우리와 같은 동경 135°를 사용하고 있는지 급궁금해진다.
단둥에는 월 300~400달러의 급여로 일하고 있는 북한노동자 숫자만 2만명이 된다고 한다. 개성공단에 필적하는 규모이며, 임금수준은 오히려 높다. 똑같은 제품이 남북관계와 삼국형편에 따라 ‘메이드 인 디피알케이’와 ‘메이드 인 차이나’, ‘메이드 인 코리아’로 태그를 바꿔 붙인다. 놀랍게도 우리가 즐겨 입는 아웃도어의 1할 정도는 평양에서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2010년 3월 천안함사건 이후 MB정권이 대북 경제제재로 단행한 5·24조치는 별반 파괴력이 없는 듯 보인다. 강박사는 자신의 논문에 5·24조치의 무실효성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는 이유로 게재가 기확정된 통일부 논문집에서 누락되는 갑질도 당했다고 한다.
3월 5일 모임이 있던 날 아침에 벌어진 희한한 사건을 두고, 북한 매체는 어처구니 없게도 김기종을 감히 안중근 의사에 비하는 헛소리를 해대는 모양새인데… 근본적으로 북한정권도 정신병자 수준으로 문제가 심각하지만, 민간부문에 비해 현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형편없이 부족한 우리 정부부문에서도 말만 앞세우는 통일대박론은 좀 걷어치우고 이제는 전향적인 사고를 좀 가져볼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적어도 개성공단에의 달러 유입만 틀어막으면 경제압박이 완성될 것으로 기대하는 단순무지함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강박사에 따르면, 국경이 있되 필요에 따라서 허물고 다시 짓는 곳이 단둥이다. 단둥에서 성사되는 경제활동에는 한국·중국·북한 삼국이 고루 얽혀 있다. 더구나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수치가 공식적인 교류보다 많다. 북중무역의 이면에는 삼국무역이 몸을 숨기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어떤 식으로든 네 집단간 교류가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단둥이라는 공간에 한번쯤 여행이라도 생각해봄직 하다. 쉽게 접할 수 없는 귀중한 얘기를 재능기부해 주신 강주원 박사님께 감사의 말씀 올린다.
제65차 평생교육사 목요회(2015.3.5)는 2006년부터 수차례 단둥을 드나들며 현지조사를 해온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강주원 박사를 모시고 인류학 관점에서 바라본 단둥 이야기를 들었다.
단둥에는 북한사람, 한국사람, 조선족 그리고 북한에서 태어난 중국국적의 북한화교… 이렇게 4개 집단이 한국어를 공유하며 국경과 연관된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남북이 거래하려면 남측의 남북교류협력센터와 북측의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의 승인이 필요하지만, 조선족과 북한화교를 중개로 한 편법적인 교류방식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단둥에서는 북한·중국·한국의 국기를 함께 내건 상점들이 있는데, 이는 세 나라 사람 모두가 고객임을 의미한다. 또한 유리에 부착된 “사랑을 전합니다, 서울-중국-평양, 친절·정확”이란 시트지 문구를 통해 단둥에서 삼국 간의 택배가 서비스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에서 제작된 수예작품은 현재 A4 사이즈의 경우 한국으로의 배송까지 대략 15만원 선이면 가능하다고 한다.
강주원 박사는 다년 간의 연구논문을 모아 “국경이 있어도 필요에 따라 매일 허물고 다시 짓는다”는 의미에서 「나는 오늘도 국경을 만들고 허문다」(글항아리, 2012)라는 제목의 저서로 내놓았다. 책에는 황석영 소설 「강남몽」(창비, 2010)의 한 단락이 인용되어 있다.
평소 인류학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루스 베네딕트, 마가렛 미드, 레비 스트로스 같은 유명학자들이나 오지탐험을 통해 미지의 뼛조각을 발견하는 모험과 신비의 세계였지만, 강박사의 현장체험담을 들으면서 선입관처럼 멀리 떨어져 있는 학문이 아님을 느끼게 됐다. 아울러 서로 다른 인포먼트의 정보를 교차확인한다든가 라포형성이나 참여관찰법의 빈틈을 채우는 요령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케 됐다.
호랑이가 엎드려 앉아 있는 형상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호산장성(虎山長城)을 중국당국은 만리장성의 동단기점으로 통제하는 바, 우리 고구려의 천리장성 끝단 박작성(泊灼城)은 점점 그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듯하여 안타깝기도 하다.
이미륵의 소설과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으로 기억되는 한반도 최장하천 압록강은 중조국경조약에 근거하여 북·중이 공동관리하고 있다. 압록강 중앙이 국경이라는 생각은 단순한 기계적인 착각이며, 비록 국경이지만 이윤을 좇는 자본의 흐름 속에서 교류를 방해하는 요소는 미미하다. 2000년대 전후 단둥과 신의주 두 국경도시의 경제가 역전된 상황에서도 단둥 사람들은 자신들이 획득한 부(富)는 중·조국경무역에서 나온 것이며, 신의주와 무관하게 단둥의 경제적 변화가 이뤄진 적은 없다고 말한다.
사족 하나… 강을 사이에 두고 단둥은 신의주보다 1시간이 느리다. 그렇게도 자주와 주체를 부르짖는 북한이 어째서 표준시는 일본을 따라서 우리와 같은 동경 135°를 사용하고 있는지 급궁금해진다.
단둥에는 월 300~400달러의 급여로 일하고 있는 북한노동자 숫자만 2만명이 된다고 한다. 개성공단에 필적하는 규모이며, 임금수준은 오히려 높다. 똑같은 제품이 남북관계와 삼국형편에 따라 ‘메이드 인 디피알케이’와 ‘메이드 인 차이나’, ‘메이드 인 코리아’로 태그를 바꿔 붙인다. 놀랍게도 우리가 즐겨 입는 아웃도어의 1할 정도는 평양에서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2010년 3월 천안함사건 이후 MB정권이 대북 경제제재로 단행한 5·24조치는 별반 파괴력이 없는 듯 보인다. 강박사는 자신의 논문에 5·24조치의 무실효성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는 이유로 게재가 기확정된 통일부 논문집에서 누락되는 갑질도 당했다고 한다.
3월 5일 모임이 있던 날 아침에 벌어진 희한한 사건을 두고, 북한 매체는 어처구니 없게도 김기종을 감히 안중근 의사에 비하는 헛소리를 해대는 모양새인데… 근본적으로 북한정권도 정신병자 수준으로 문제가 심각하지만, 민간부문에 비해 현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형편없이 부족한 우리 정부부문에서도 말만 앞세우는 통일대박론은 좀 걷어치우고 이제는 전향적인 사고를 좀 가져볼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적어도 개성공단에의 달러 유입만 틀어막으면 경제압박이 완성될 것으로 기대하는 단순무지함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강박사에 따르면, 국경이 있되 필요에 따라서 허물고 다시 짓는 곳이 단둥이다. 단둥에서 성사되는 경제활동에는 한국·중국·북한 삼국이 고루 얽혀 있다. 더구나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수치가 공식적인 교류보다 많다. 북중무역의 이면에는 삼국무역이 몸을 숨기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어떤 식으로든 네 집단간 교류가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단둥이라는 공간에 한번쯤 여행이라도 생각해봄직 하다. 쉽게 접할 수 없는 귀중한 얘기를 재능기부해 주신 강주원 박사님께 감사의 말씀 올린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