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3일 화요일

걷고 싶은 역사문화트레킹

제주올레길, 지리산둘레길, 한양도성길, 문경옛길, ○○숲길…
전국적인 아웃도어 광풍, 걷기 열풍에 편승하여 각 지자체는 앞다퉈 새로운 길들을 조성해 관광객 유치에 힘쏟고 있다.
선도는 역시 제주도올레길이다. ‘좁은 골목’을 지칭하는 올레는 ‘거친 바람을 막기 위하여 큰 길에서 집까지 이르는 돌(현무암)로 쌓은 골목’을 뜻하는 제주 방언이라고 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착안하여 시작된 제주올레는 일본의 규슈올레가 벤치마킹해 갈 정도로 유명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책로이다.
그러나 지리산둘레길, 북한산둘레길, 서울둘레길처럼… ‘사물의 테두리나 바깥 언저리’를 뜻하는 둘레란 단어가 붙은 둘레길(trail)이 가장 많다.
‘길게 뻗어 나간 산이나 강 따위에서 갈라져 나간 갈래’를 뜻하는 자락이란 말이 결합된 안산자락길, 소백산자락길과 같은 트레일도 잘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산꼭대기를 목표로 수직방향으로 오르는 것을 등산(climb)이라 하고, 상대적으로 능선을 따라 수평방향으로 걷는 것을 트레킹(trekking)이라 생각하면 쉬울 것 같다. 이때 ‘ㅏ’와 ‘ㅓ’의 모음 차이에 주의해야 한다. 트래킹(tracking)이란 단어는 영화에서 레일을 이용하여 카메라를 움직이며 찍는 것이나, 항공우주 분야에서 인공위성 같은 비행체를 추적·관측하는 일을 뜻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쇼핑몰의 ‘트래킹화’라는 표기는 잘못된 것이다.


등산을 하기에는 무리다 싶을 때 좀더 쉽게 자연에 접근하여 쉬엄쉬엄 즐길 수 있는 주변의 둘레길을 찾아가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풍광 좋은 자연경관에 우리 삶이 녹아있는 역사와 문화의 인문경관이 결합된 곳을 찾아 걷는 것이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역사문화트레킹이다.
지난 1월 31일(토)에는 마음을 모은 평생교육사들과 함께, 제1차 역사문화트레킹으로 혜화문에서 시작하여 이간수문까지 순성했다(혜화문 → 한양도성 낙산구간 → 한양도성박물관 → 동대문 → 청계천 오간수문지 → 이간수문). 참가자들 모두가 만족하는 유쾌한 일정이었다.


결코 무리해가며 많이 걸을 필요가 없다. 월 1회 정도로 10㎞ 안쪽이면 충분하다. 우리나라는 산수도 빼어나지만, ‘지붕없는 박물관’이라 불리울만큼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자기 주변지역의 문화재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천천히 걸으면서 맘 편하게 자연과 호흡하는 와중에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더하고, 공정여행이나 착한소비 개념까지 보탠다면 이보다 더한 역사교육과 체험학습이 어디에 있을까.
다만 한동안은 내가 향도(嚮導) 역할을 떠맡아야 할 형편이니 장소선정부터 사전답사에 현장해설까지… 준비해야 할 일들이 많아지는 것이 문제가 되겠지.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