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화드라마 「빛나거나 미치거나」를 봤는데, 몸종 길복(신승환)이가 주인 왕소(장혁)를 ‘전하’라 호칭하더군. 뭐 고려 황제의 아들이자 아우이니 합당하게 들린다.
이수광의 백과사전 「지봉유설」에는 “천자를 폐하라 하고, 왕·제후를 전하라 하며, 세자를 저하라 한다. 대신을 각하라 하고, 장신을 휘하 또는 막하라 한다”는 기록이 있다.
격에 따라 구분한 전(殿)·당(堂)·합(閤)·각(閣)·재(齋)·헌(軒)·누(樓)·정(亭)이라는 건물 이름에 아래 하(下)자를 붙여 상대적으로 그 주인을 높임한 2인칭 대명사들이 바로 전하·합하·각하 등이다.
섬돌 폐(陛)자를 써서 황제를 뜻하는 존호 폐하(陛下). 말하는 사람이 섬돌 아래(폐하)에 서서 섬돌 위에 자리한 분을 우러러 뵌다는 의미이며, 만세(萬歲)로써 칭송받는 유교문화권 최고의 제왕이다.
가장 격이 높은 건물인 전(殿)은 왕·왕비·상왕·대비·왕대비의 활동 공간으로, 편전·중궁전·대비전·동궁전·교태전(왕자의 탄생을 기원하는 이름) 등이 있다. 또한 불교 사찰에도 대웅전(大雄殿)·극락전(極樂殿) 등이 있다. 계단(殿) 아래에서 뵈어야 하는 전하(殿下)는 황제가 인정한 제후국 왕이나 황자(皇子) 등에게 쓰는 칭호로 천세(千歲)를 불러 올린다.
다른 집보다 땅을 돋아 높게 지은 집·주택을 뜻하는 저(邸). 이 곳의 저하(邸下)는 왕세자나 황태손에게 쓰는 경칭으로, 돋아진 땅보다 낮은 곳(아래)에서 뵈어야 하는 귀인이다. 잠저(潛邸)는 나라를 새로 세웠거나 세자가 아닌 종실(宗室) 가운데 즉위한 왕이 왕위에 오르기 전에 살던 집을 뜻한다.
전(殿)과 비슷한 규모의 당(堂)은 후궁이나 왕자·공주들이 사용하던 좀더 사적인 건물로, 장희빈의 취선당(就善堂) 등이 있다. 또한 옥당(玉堂)과 같이 궁궐 안 관리들이 업무를 보던 곳이기도 했다. 명륜당(明倫堂)은 성균관이나 각 지방의 향교에 부설되어 있는 강학당(講學堂)이다. 낙향한 선비들의 시골집에 붙이기도 했는데 여유당(與猶堂)은 정약용의 당호(堂號)이기도 하다. 알다시피 유정(惟政)스님의 당호는 사명당(泗溟堂)이다. 현모양처의 대명사 신인선(申仁善)의 사임당(師任堂)도 당호가 되니, 박씨부인의 피화당(避禍堂)도 넣을 수 있지 않을까. 만권당(萬券堂)은 고려 충선왕이 원나라의 대도(베이징)에 세운 학술연구기관(독서당)이다.
“따놓은 당상”이라는 관용표현이 있다. 당(堂)은 임금과 함께 정사를 논하는 정청을 가리키기도 하는데 당에 올라가 의자(交椅)에 앉을 수 있는 자격이 있으면 당상(堂上), 그렇지 못하면 당하(堂下)이다. 당상관은 정3품 상계에 해당하는 통정대부(문관)·절충장군(무관)·명선대부(종친)·봉순대부(의빈) 이상의 품계를 가진 사람이고, 당하관은 정3품 하계에 속하는 통훈대부(문관)·어모장군(무관)·창선대부(종친)·정순대부(의빈) 이하의 품계를 지닌 사람이다. 즉 같은 정3품일지라도 누구는 당상관, 누구는 당하관으로 나누어지는 것이다. 관복의 흉배에도 차이가 있어서 문·무관에 따라 당상관은 학이나 호랑이가 2마리, 당하관은 1마리씩 수를 놓았다.
정문 옆에 붙은 쪽문을 뜻하는 합(閤)은 전이나 당에 붙은 부속 건물이다. 정1품 벼슬아치나 대원군을 높여 지칭하는 합하(閤下)는 당연히 전하·저하 밑에 자리한다. 예전에 MBC 드라마 「무신」에서 최충헌(주현)을 합하라고 호칭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합(閤)과 비슷하게 각(閣)은 대체로 전(殿)과 당(堂)의 부속건물이다. 통명전의 체원합, 경춘전의 동행각 하는 식이다. 대체로 판서(장관급) 이하 고위공직자를 각하(閣下)로 불렀고, 일본에서는 메이지 유신 이후 군 장성 등 고위관료를 갓카(脚下)라 했는데,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최고책임자도 지들 사이에선 총독각하로 통칭했다.
재(齋)는 일상적 주거용도 외에도 사적으로 조용하게 독서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건물인 경우가 많다. 상대적으로 보다 공무적 기능을 가진 헌(軒)은 대개 대청마루가 붙어있는 구조이다. 헌종이 총애하던 김씨를 위해 지은 낙선재(樂善齋)가 사랑채라면 그 안채 역할을 하는 것이 석복헌(錫福軒)이다. 우여곡절 끝에 일본에서 돌아온 영친왕·이방자·덕혜옹주가 낙선재에서 여생을 보내다가 파란만장한 생을 마감했다. 율곡의 생가인 강릉 오죽헌(烏竹軒)도 떠오른다.
주로 연회나 휴식을 목적으로 하는 누(樓)는 건물 바닥이 땅에서 사람 한 길 높이 이상인 마루로 형성된 건물이다. 각(閣)과 연결되어 건물 아래 1층을 각, 위의 2층을 누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주합루와 규장각(奎章閣), 징광루와 경훈각이 그 예가 된다. 기쁠 때 왕과 신하가 함께 모여 즐기는 경회루(慶會樓), 성춘향과 이몽룡의 그때그곳 광한루(廣寒樓)가 유명하다. 경복궁의 건청궁 경내 옥호루(玉壺樓)는 명성황후가 난입한 일본 자객들에게 살해당한 비극의 장소로써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요사이엔 동네방네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정자(亭)이니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 갈매기와 벗한다는 황희의 반구정(伴鷗亭)과 갈매기를 길들인다는 한명회의 압구정(鴨鷗亭)이 대비된다.
이상으로 殿堂閤閣齋軒樓亭(전당합각재헌루정)에 따른 폐하(陛下)·전하(殿下)·저하(邸下)·당하(堂下)·합하(閤下)·각하(閣下)의 의미를 정리해 봤는데, 재하(齋下)·헌하(軒下)·누하(樓下)·정하(亭下)라는 호칭은 들어보지 못했다. 누하(樓下)는 다락집의 아래라는 뜻이고, 말누하(抹樓下)는 왕대비·국왕·왕비·왕세자·세자빈·후궁에게 붙이는 경칭이라고 한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주교를 각하(閣下, Your Grace)로 추기경을 예하(猊下, Your Eminence)로 교황을 성하(聖下, Your Holiness)로 높여 부른다.
이 외에도 아래 하(下)자가 따라붙는 단어에는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다.
안하(眼下) : 눈 아래
목하(目下) : 바로 지금
슬하(膝下) : 무릎 아래
족하(足下) : 발 아래. 집안의 아랫사람에게 붙이던 용어로 활용되다가 지금은 조카로 굳어짐
막하(幕下) : 지휘관이 옆에 거느리고 있는 부하 또는 그 지위
휘하(麾下) : 대장기의 아래. 장수의 통솔 아래에 있음을 이르는 말. 요사이엔 부하여군 성희롱 혐의로 먹칠하는 지휘관들이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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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완구 총리 내정자가 박근혜에게 각하라는 호칭을 썼고, 17대 대선후보 시절의 이명박에게는 연기자 이덕화가 미리부터 각하란 칭호를 사용하기도 했다. 옥스포드 사전에 의하면 Excellency는 국가 고위직에 대한 (일반적인) 호칭일 뿐이다. 일본에서조차 외국 정부요인에게만 사용하며, 사회일반에서는 권위주의적인 상황을 비꼴 때 쓴다고 한다.
역사적 맥락을 안다면 오히려 기분 나빠해야 할 말인 것을… 청와대(靑瓦臺)에 거하고 있으니 대하(臺下)라고 하면 우스우려나. 건물 품격만 따져도 최상급은 못되는 각하란 호칭에 유달리 부합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승만 가카, 박정희 가카, 전두환 가카… 그리고 이명박 가카, 박근혜 가카… 둘은 권위주의와 소통불능, 개인우화(Personal Fable), 비전부재, 남북경색, 구라정치, 언론통제, 국민사찰, 노동탄압, 안전불감증, 서민증세, 인치주의(人治主義)도 공유한다. 딱 그 수준만큼의 정치놀음에 익숙한 사람들이니 각하(閣下)란 호칭이 더없이 제대로 어울린다.
이수광의 백과사전 「지봉유설」에는 “천자를 폐하라 하고, 왕·제후를 전하라 하며, 세자를 저하라 한다. 대신을 각하라 하고, 장신을 휘하 또는 막하라 한다”는 기록이 있다.
격에 따라 구분한 전(殿)·당(堂)·합(閤)·각(閣)·재(齋)·헌(軒)·누(樓)·정(亭)이라는 건물 이름에 아래 하(下)자를 붙여 상대적으로 그 주인을 높임한 2인칭 대명사들이 바로 전하·합하·각하 등이다.
섬돌 폐(陛)자를 써서 황제를 뜻하는 존호 폐하(陛下). 말하는 사람이 섬돌 아래(폐하)에 서서 섬돌 위에 자리한 분을 우러러 뵌다는 의미이며, 만세(萬歲)로써 칭송받는 유교문화권 최고의 제왕이다.
가장 격이 높은 건물인 전(殿)은 왕·왕비·상왕·대비·왕대비의 활동 공간으로, 편전·중궁전·대비전·동궁전·교태전(왕자의 탄생을 기원하는 이름) 등이 있다. 또한 불교 사찰에도 대웅전(大雄殿)·극락전(極樂殿) 등이 있다. 계단(殿) 아래에서 뵈어야 하는 전하(殿下)는 황제가 인정한 제후국 왕이나 황자(皇子) 등에게 쓰는 칭호로 천세(千歲)를 불러 올린다.
다른 집보다 땅을 돋아 높게 지은 집·주택을 뜻하는 저(邸). 이 곳의 저하(邸下)는 왕세자나 황태손에게 쓰는 경칭으로, 돋아진 땅보다 낮은 곳(아래)에서 뵈어야 하는 귀인이다. 잠저(潛邸)는 나라를 새로 세웠거나 세자가 아닌 종실(宗室) 가운데 즉위한 왕이 왕위에 오르기 전에 살던 집을 뜻한다.
전(殿)과 비슷한 규모의 당(堂)은 후궁이나 왕자·공주들이 사용하던 좀더 사적인 건물로, 장희빈의 취선당(就善堂) 등이 있다. 또한 옥당(玉堂)과 같이 궁궐 안 관리들이 업무를 보던 곳이기도 했다. 명륜당(明倫堂)은 성균관이나 각 지방의 향교에 부설되어 있는 강학당(講學堂)이다. 낙향한 선비들의 시골집에 붙이기도 했는데 여유당(與猶堂)은 정약용의 당호(堂號)이기도 하다. 알다시피 유정(惟政)스님의 당호는 사명당(泗溟堂)이다. 현모양처의 대명사 신인선(申仁善)의 사임당(師任堂)도 당호가 되니, 박씨부인의 피화당(避禍堂)도 넣을 수 있지 않을까. 만권당(萬券堂)은 고려 충선왕이 원나라의 대도(베이징)에 세운 학술연구기관(독서당)이다.
“따놓은 당상”이라는 관용표현이 있다. 당(堂)은 임금과 함께 정사를 논하는 정청을 가리키기도 하는데 당에 올라가 의자(交椅)에 앉을 수 있는 자격이 있으면 당상(堂上), 그렇지 못하면 당하(堂下)이다. 당상관은 정3품 상계에 해당하는 통정대부(문관)·절충장군(무관)·명선대부(종친)·봉순대부(의빈) 이상의 품계를 가진 사람이고, 당하관은 정3품 하계에 속하는 통훈대부(문관)·어모장군(무관)·창선대부(종친)·정순대부(의빈) 이하의 품계를 지닌 사람이다. 즉 같은 정3품일지라도 누구는 당상관, 누구는 당하관으로 나누어지는 것이다. 관복의 흉배에도 차이가 있어서 문·무관에 따라 당상관은 학이나 호랑이가 2마리, 당하관은 1마리씩 수를 놓았다.
정문 옆에 붙은 쪽문을 뜻하는 합(閤)은 전이나 당에 붙은 부속 건물이다. 정1품 벼슬아치나 대원군을 높여 지칭하는 합하(閤下)는 당연히 전하·저하 밑에 자리한다. 예전에 MBC 드라마 「무신」에서 최충헌(주현)을 합하라고 호칭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합(閤)과 비슷하게 각(閣)은 대체로 전(殿)과 당(堂)의 부속건물이다. 통명전의 체원합, 경춘전의 동행각 하는 식이다. 대체로 판서(장관급) 이하 고위공직자를 각하(閣下)로 불렀고, 일본에서는 메이지 유신 이후 군 장성 등 고위관료를 갓카(脚下)라 했는데,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최고책임자도 지들 사이에선 총독각하로 통칭했다.
재(齋)는 일상적 주거용도 외에도 사적으로 조용하게 독서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건물인 경우가 많다. 상대적으로 보다 공무적 기능을 가진 헌(軒)은 대개 대청마루가 붙어있는 구조이다. 헌종이 총애하던 김씨를 위해 지은 낙선재(樂善齋)가 사랑채라면 그 안채 역할을 하는 것이 석복헌(錫福軒)이다. 우여곡절 끝에 일본에서 돌아온 영친왕·이방자·덕혜옹주가 낙선재에서 여생을 보내다가 파란만장한 생을 마감했다. 율곡의 생가인 강릉 오죽헌(烏竹軒)도 떠오른다.
주로 연회나 휴식을 목적으로 하는 누(樓)는 건물 바닥이 땅에서 사람 한 길 높이 이상인 마루로 형성된 건물이다. 각(閣)과 연결되어 건물 아래 1층을 각, 위의 2층을 누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주합루와 규장각(奎章閣), 징광루와 경훈각이 그 예가 된다. 기쁠 때 왕과 신하가 함께 모여 즐기는 경회루(慶會樓), 성춘향과 이몽룡의 그때그곳 광한루(廣寒樓)가 유명하다. 경복궁의 건청궁 경내 옥호루(玉壺樓)는 명성황후가 난입한 일본 자객들에게 살해당한 비극의 장소로써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요사이엔 동네방네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정자(亭)이니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 갈매기와 벗한다는 황희의 반구정(伴鷗亭)과 갈매기를 길들인다는 한명회의 압구정(鴨鷗亭)이 대비된다.
이상으로 殿堂閤閣齋軒樓亭(전당합각재헌루정)에 따른 폐하(陛下)·전하(殿下)·저하(邸下)·당하(堂下)·합하(閤下)·각하(閣下)의 의미를 정리해 봤는데, 재하(齋下)·헌하(軒下)·누하(樓下)·정하(亭下)라는 호칭은 들어보지 못했다. 누하(樓下)는 다락집의 아래라는 뜻이고, 말누하(抹樓下)는 왕대비·국왕·왕비·왕세자·세자빈·후궁에게 붙이는 경칭이라고 한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주교를 각하(閣下, Your Grace)로 추기경을 예하(猊下, Your Eminence)로 교황을 성하(聖下, Your Holiness)로 높여 부른다.
이 외에도 아래 하(下)자가 따라붙는 단어에는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다.
안하(眼下) : 눈 아래
목하(目下) : 바로 지금
슬하(膝下) : 무릎 아래
족하(足下) : 발 아래. 집안의 아랫사람에게 붙이던 용어로 활용되다가 지금은 조카로 굳어짐
막하(幕下) : 지휘관이 옆에 거느리고 있는 부하 또는 그 지위
휘하(麾下) : 대장기의 아래. 장수의 통솔 아래에 있음을 이르는 말. 요사이엔 부하여군 성희롱 혐의로 먹칠하는 지휘관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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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완구 총리 내정자가 박근혜에게 각하라는 호칭을 썼고, 17대 대선후보 시절의 이명박에게는 연기자 이덕화가 미리부터 각하란 칭호를 사용하기도 했다. 옥스포드 사전에 의하면 Excellency는 국가 고위직에 대한 (일반적인) 호칭일 뿐이다. 일본에서조차 외국 정부요인에게만 사용하며, 사회일반에서는 권위주의적인 상황을 비꼴 때 쓴다고 한다.
역사적 맥락을 안다면 오히려 기분 나빠해야 할 말인 것을… 청와대(靑瓦臺)에 거하고 있으니 대하(臺下)라고 하면 우스우려나. 건물 품격만 따져도 최상급은 못되는 각하란 호칭에 유달리 부합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승만 가카, 박정희 가카, 전두환 가카… 그리고 이명박 가카, 박근혜 가카… 둘은 권위주의와 소통불능, 개인우화(Personal Fable), 비전부재, 남북경색, 구라정치, 언론통제, 국민사찰, 노동탄압, 안전불감증, 서민증세, 인치주의(人治主義)도 공유한다. 딱 그 수준만큼의 정치놀음에 익숙한 사람들이니 각하(閣下)란 호칭이 더없이 제대로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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