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물품정리를 하다가 오래된 디지털 탁상시계를 하나 발견했다.
검은색 파우치에 들어있고, 겉면에 ‘Microsoft’라고 인쇄되어 있다.
액정이 들어오지 않길래 혹시나 하고 계산기용 1.5V 알카라인 원형 배터리 2개를 갈아끼웠더니 스크린이 정상적으로 보인다.
1997년 1월 1일 수요일로 세팅되어 있었다.
리셋버튼을 누르고, 날짜를 맞추어 놓았다.
내 기억이 맞다면 마이크로소프트 코리아에서 MS Word 7.0 버전을 무료 CD를 통해 마구 배포하던 그 즈음에 어떤 경로를 통해 사은품으로 받아놓은 것이 아닐까 싶다.
1997년이면 무엇보다 IMF 구제금융이 있던 바로 그 해다.
IMF 외환위기는 먹고사는 일에 관한 우리 사회 전반의 의식과 패러다임을 왼통 뒤바꾸어 놓았다.
1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건만, 여전히 생활은 빡빡하고 투잡(Two Job)에 스리잡(Three Job)에 주말 알바까지 ‘처절한 삶’을 사는 시민들이 부지기수다.
그나마 멀티잡(Multi Job)을 뛸 수 있는 체력과 건강에 오히려 감사해야 할 지경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루저’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투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외환위기를 통해 경험한 값비싼 교훈들이 전혀 백신 노릇을 못하고 있다.
말로만 ‘친서민’이지 ‘부자감세’와 ‘4대강 사업’, ‘세종시 수정’에 혈안인 이명박에게는 희망이 없다.
고용불안, 소득양극화, 물가상승, 노동유연화, 최저임금 인하...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을 찍은 바보들이 원망스럽다.
낙도 없고 재미도 없다. 정말 먹고살기 힘든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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