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풍자문학의 대가 백릉 채만식은 「천하태평춘」(후에 「태평천하」로 제목 변경)에서 일제의 식민지 상황을 ‘태평천하’로 인식하는 윤두섭 영감을 주인공으로 설정하여 마음껏 야유함으로써 작가 본인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인물이 누구인지를 암시적으로 보여주었다.
1920년 당시 공초 오상순은 《폐허》의 창간호에서 “조선은 황량한 폐허의 조선이요, 우리 시대는 비통한 번민의 시대이다.”라고 말한다. ‘폐허’는 당대의 현실과 데카당스(Décadence)적 사조의 반영이었다.
그렇다면 2000년대의 현재 한국사회는 ‘태평천하’인가 ‘폐허’인가.
나는 시대의 암울함이 반복되어 ‘폐허’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하지만 마냥 울 밑에 선 처량한 봉선화로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아무리 어두워도 「시일야방성대곡」이 온 강토를 적시던 그 시절에는 감히 비할 바가 못되지 않겠나.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