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2일 수요일

[영화] 몬스터


믿기 힘들만큼 혹독한 삶을 살았던 한 여성의 실화가 백분 내내 압박해온다.
1989년, 여섯 남자의 연쇄 살인범으로, 미국 전역을 들끓게 했던 그녀의 이름은 ‘에일린 워노스’(Aileen Wuornos).
꿈 많고 조숙했던 에일린은 여덟살 때 강간을 당하고, 일찍이 미혼모가 되었으며,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열세살 때부터 동생들 뒷바라지를 위해 거리의 매춘부로 살아왔지만, 그 사실을 안 동생들에게 배척되어 고향을 등지게 된다.

희망없는 나날을 보내던 그녀는 자살을 결심하고, 비를 피해 마지막으로 목을 축이러 들어간 게이 바에서, 운명의 상대인 셀비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집착하게 된다.
셀비와의 행복을 위해 다시 거리로 나선 그녀는 변태적인 폭력에 대한 정당방위로 첫 번째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셀비와 함께 도피생활을 하며 일자리를 얻기 위해 노력하지만 사회의 냉대와 불신의 벽을 넘을 수는 없다. 이후의 연이은 살인은 그녀를 점점 몬스터로 변모시킨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 연쇄 살인을 저지르는 모순, 그 끝이 뻔한 선택은 지속적인 폭력 속에서 정상적인 자기 표현 방법을 배우지 못한 그의 방식이었다. 불행히도 연인 셀비조차 매춘을 강요하고, 남자들이 그랬듯 그녀를 이용한다.

샤를리즈 테론의 연기는 눈부시지만 미처 재현하지 못한 진실은 그보다 가혹했던 에일린 워노스의 실제 삶이라고 한다.
에일린 검거 후 언론은, ‘최초의 여성 연쇄살인범’, ‘괴물같은 거구의 여인’으로 그녀를 지칭하며 그 살인 행각에 호들갑을 떨었지만 한편에선, 그녀가 살인을 저지르게 된 이유와 함께 사회가 여성 연쇄살인범을 어떻게 다루었는가가 이슈화되었다.
단적으로, 복역 12년 동안 그녀는 제대로 된 변호사조차 선임하지 못한 상태로 재판을 받고 사형수가 됐으며, 2002년 전기의자에 앉았다. 과연 누가 누구에게 그녀의 삶을 단죄할 자격을 준 걸까. 몬스터로 몰린 에일린은 다만, 법과 규범의 이름으로 은폐된 거대한 몬스터, 인간의 야비한 욕망이 만들어낸 사회 구조 속에서 인생 전체를 강간당한 한 약자의 초상은 아니었을까.

댓글 2개:

  1. 이영화는 보다가 열받아서 기절할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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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Phoebe - 2009/12/02 16:44
    연민과 공포, 고통... 불편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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