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11일 토요일

사비의 눈물

부소산 낙화암 아래 고란초(皐蘭草)의 부드러운 이슬과 바위틈에서 스며 나오는 고란정(皐蘭井) 약수물을 2잔 마셨다. 이로써 6년이 젊어진 셈인가.
고란사(皐蘭寺) 법당 뒤편 벽면에는 700년 백제의 마지막날이 그려져 있다. 그림멍… 한참을 바라다보았다. 오른편 소정방 침략군은 병장기를 번뜩이며 노도와 같이 쳐들어온다. 가운데 사비도성은 화염에 휩싸여 있다. 왼편 바위 위에는 애달픈 비빈 궁녀들이 서로 부둥켜안아 울면서 치마를 뒤집어 얼굴을 가리고 차디찬 백마강에 몸을 던지고 있다. 일연은 성이 함락되던 날 궁녀들이 왕포암(王浦巖)에 올라가 물로 뛰어들어 삶을 놓았다며 이 바위를 타사암(墮死巖)이라고 적었다.

660년 7월 12일… 남부여는 평제(平)당했다. 약탈자는 당군(굴기국)이자, 벨기에 레오파드2세이고, 일본제국, 아라사, 이스라엘, 천조국이다. 눌린 이는 백제이자, 손목 잃은 콩고인이고, 조선 민초,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 여윈 한반도와 다름아니다.

♬반월성 넘어 사자수 보니, 바람은 나불나불 물빛은 칠백 년. 물어보자 물어봐, 삼천홍(三千紅) 간 곳 어데냐. 옛 꿈은 바람결에 살랑거리고, 고란사 저문 날엔 물새만 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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